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912)
조폭이라는 특성상, 아무래도 그냥 재판을 받는 것은 위험하니까.
“여기서 하는 이야기는 밖으로 나가지 않지?”
“네.”
“옆에 있는 녀석은?”
노형진 옆에 있는 정우찬을 띠꺼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한만우.
“입이 무거운 사람입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일반적으로 경호 팀이 배석하지는 않지만 상대방이 위험한 사람이다 보니 경호 팀이 같이 자리한 것이다.
정우찬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한만우를 그저 뚫어지게 바라볼 뿐이었다. 그의 손에는 3단 봉이 들려 있었다.
대놓고 위협한 셈이지만, 한만우는 피식 웃을 뿐이었다.
“최소한의 인원만 배석시켜 달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이게 최소한입니다.”
“뭐, 그렇다고 치지.”
한만우는 자세를 바로 하면서 노형진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내가 의뢰하고 싶은 건 쿠데타야.”
“쿠데타?”
“그래. 위쪽을 싸그리 뒤집고 내가 위로 올라가고 싶어.”
노형진은 그의 옆에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설마 이런 이야기를 대놓고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아, 걱정하지 마. 이 두 사람은 내 사람이니까.”
“그런가요?”
“그래.”
그는 다시 습관적으로 담배를 꺼내 물려다가 노형진이 얼굴을 찌푸리자 갑 안으로 도로 밀어 넣었다.
“쿠데타라는 게, 제가 생각하는 그거 맞습니까?”
“맞아.”
“그런 건 저희를 찾아올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저희는 변호사지, 킬러가 아닙니다.”
“이거참. 이봐, 지금이 무슨 쌍팔년도처럼 위에 칼 담가서 죽이면 리더가 되는 줄 알아?”
그랬다가는 도리어 신임을 얻지 못하고 보복당하는 게 현실이다.
“쿠데타를 일으키려면 적당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내가 궁금한 건 바로 그 방법이고.”
“아니, 왜요?”
“그게 말이야……. 아, 조또 담배 당기네. 한 개비 물면 안 되겠나?”
“그러면 자리를 바꾸시죠. 창문 여시구요.”
“뭐, 한국에서 총알 날아올 일은 없으니까 그러지.”
“너무 확신하지는 마세요.”
“뭐?”
“얼마 전 전 맞았습니다, 총알.”
기가 막히다는 표정이 된 한만우는 크게 웃었다.
“이거, 나도 파란만장하게 살았지만 더한 인간이 있네.”
“뭐, 그렇지요. 길은 다르지만 인간의 삶은 다 파란만장한 것 아니겠습니까?”
“틀린 말은 아니군. 자네 충고를 받아들여서 일단 창가 쪽은 자제하지.”
담배를 구겨서 자신의 주머니에 넣는 한만우.
그는 눈앞에 있는 커피로 심심한 입을 달래고는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간단하게 말해서, 위에서 위험한 장난을 하려고 하거든. 그런데 그 피해는 내가 입는단 말이야.”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말 그대로야. 내가 현재 조직에서 서열 5위야. 소위 말하는 일선에서 일하는 자리지. 그리고 가장 위험한 자리이기도 하고 말이야.”
그의 말에 따르면 그가 있는 조직이 마약과 인신매매를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그냥 나이트클럽을 통해서 술을 팔고 매춘이나 기타 다른 방식으로 돈을 벌었다. 그런데 위에서 갑자기 그런 위험한 짓을 하려고 한다는 것.
“지금 마약과 인신매매라고 하셨습니까?”
“그래.”
노형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나이트클럽이나 주점, 혹은 매춘으로 돈을 버는 것은 불법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다른 사람에게 주는 피해는 극히 미미하다.
하지만 마약과 인신매매는 전혀 이야기가 다르다.
“인신매매를 한다는 건, 납치해서 판다는 겁니까?”
“반대야.”
“반대?”
“중국에서 납치한 애들을 들여와서 성매매를 시키려는 거야.”
“그게 무슨…….”
“아무래도 매춘은 계집애들이 가지고 가는 게 적지 않거든.”
여성부나 기타 여성 단체들은 매춘하는 여자들이 모두 납치당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줄 알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물론 어쩔 수 없이 하는 사람도 없는 건 아니지만, 현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일이다. 대부분이 출퇴근까지 하면서 하는 일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일반적으로 아가씨가 가지고 가는 게 대략 70% 정도 되지. 나머지는 우리가 먹고.”
“그런데요?”
“그런데 짱깨들한테서 사 와서 하면 우리가 다 먹거든.”
“끄응…….”
“그리고 어차피 말도 안 통하니 신고도 못 하고.”
“그래도 누군가 신고하면 어쩌려고요?”
“아랫도리 돌리러 온 새끼들이 할 것 같아?”
피식하고 비웃는 한만우의 말에 노형진은 부정할 수가 없어서 입맛이 씁쓸했다.
가끔 강제로 잡혀서 매춘에 동원되는 사례가 있다. 가출 청소년이나, 진짜 질이 좋지 않은 조폭에게 잡혀 버리는 경우 말이다.
그런데 그런 경우 손님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그에 응답하는 사람은 0.1%도 안 된다.
나중에는 결국 포기하고 도움 요청도 하지 않게 된다.
“하물며 중국 여자라면 어떻겠어?”
“그렇겠군요.”
“거기에다 박리로 밀어 버릴 생각도 하더군.”
“박리요?”
“그래. 일반적으로 한 번 하는데 한 시간에 13만 원쯤 하는데, 30분에 7만 원쯤으로 깎아 준다는 거지. 말을 할 필요는 없잖아? 그냥 자기 아랫도리만 돌리고 가면 그만이지.”
“헐.”
하긴 여자가 가지고 가는 게 없으면 그것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 대상이 된 여자는 죽을 맛일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인데 하루에 수십 명씩 상대하는 꼴이 되어 버리니까.
더군다나 다른 사람과 다르게 그 여자들은 팔려 온 처지라 퇴근이라는 것도 없다. 자다가도 부르면 끌려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짓거리는 너무 위험단 말이지.”
한만우의 말에 노형진은 씁쓸해졌다.
한만우는 그 여자들이 불쌍해서가 아니라 그저 위험해서 막고 싶은 것뿐이었다.
“더군다나 이런 일이 터지면 말이야…….”
“보통 한 명이 독박을 쓰죠.”
“그래. 너무 낮은 놈은 효과가 없고, 너무 높은 놈은 쓸 리 없고.”
“당신이군요.”
“아, 씨발! 담배 당기네.”
한만우는 바보가 아니다.
조직에서는 무얼 하든 늘 그를 전면에 내세운다.
앞에서야 믿어서라는 식으로 말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일이 터지면 내가 독박을 쓴다.’
그게 그의 예상이었다.
그리고 그건 맞는 말이었다.
“그렇다고 뭐 내가 꿀 빠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런가요?”
“그래. 내가 이 짓거리만 20년을 넘게 했어. 그런데 위험한 장난을 치면 꿀 빠는 건 윗대가리고 힘든 건 아랫놈들이야.”
가령 그렇게 해서 돈을 번다고 치자. 그럼 그 돈을 가지고 가는 것은 누구일까?
당연히 윗사람들이다.
물론 아래에도 간다. 기껏해야 한 달에 50만 원에서 100만 원 정도 말이다.
기존에 있던 것까지 합하면 더 많아지는 건 맞지만, 위험부담은 비할 바 없이 커진다.
“일이 틀어지면 아래에서 독박 쓰고 길게 가야 하거든. 나 같은 경우도 이번에 들어가면 나올 때쯤이면 팽이고.”
“그런가요?”
“그래.”
그의 나이가 적은 게 아니다. 그러니 위로 올라가든가 아니면 슬슬 은퇴를 생각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일이 틀어지면 자신이 독박을 쓰고 감옥에 가게 된다.
“마약과 인신매매라니, 족히 10년은 나올 텐데. 그 나이면 난 퇴물이지.”
그리고 자신을 지켜 준다는 약속 따위는 믿지 않는다.
“하여간 내 모가지 걸고 위험한 짓거리를 하고 싶지 않거든.”
“그러면 경찰에 신고해 보시죠?”
“짭새 새끼들? 내가 대가리 총 맞았냐? 내가 바보야?”
“하긴…….”
대한민국은 미국과 다르게 증인 보호 프로그램이 없다.
미국은 증언이 끝나면 필요한 경우 그 사람의 존재 자체를 지워 버린다. 전혀 다른 곳에서 적당하게 다시 살아갈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게 없지.’
일단 증언을 할 때까지는 지켜 주지만 사건이 끝나고 난 후에는 그냥 버려둔다.
“그 짓거리 했다가 배때지에 바람구멍 난 새끼들이 한두 명인 줄 알아?”
한만우는 한순간 양심에 찔린다고 그 짓거리 했다가 그 꼴 나는 것을 숱하게 봤다. 자신은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건 그들을 밀어내는 거지, 조직을 날려 버리는 게 아니야.”
“그렇군요.”
그들을 밀어내고 자신이 조직을 차지하는 것. 그것이 한만우의 목적이다.
하지만 경찰에 밀고하면 조직 자체가 날아가는 수가 있다.
“그리고 애초에 짭새가 안 끼었을 것 같냐?”
“크흠…….”
노형진은 부정할 수가 없었다.
지난번에 술에 약 타는 조직 사건에도 경찰이 끼어 있었다.
그리고 지금 한만우의 조직은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는 조직이다. 한 지역에서 조직이 이렇게까지 크는데 경찰이 모를 수는 없다.
“신고가 들어가 봐야 돌아오는 건 칼빵 아니면 콘크리트 신발이야. 아니면 모가지만 빼고 묻혀 버리든가.”
담배가 당기는지 다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 한만우.
“내 목표는 가늘고 길게라고. 윗대가리 새끼들이 똥 싸지른 거 뒤집어쓰고 감방에서 여생을 보내는 게 아니라.”
노형진은 그가 왜 쿠데타를 하고자 하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뭐,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최소한 그는 사람들에게 필요 이상의 피해를 줘 가면서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닌 듯했다.
“그러니 어떻게 해서든 윗놈들을 제쳐야 하는데, 내 처지라는 게 참 그렇거든.”
무력으로 하자니 자신을 따르는 세력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리고 칼부림하는 순간 여러모로 불리하다.
그렇다고 경찰에 찌를 수도 없다.
“누가 그러더군, 여기서는 뭐든 해 준다고.”
“그건 어디까지나 합법인 경우죠.”
“엄밀하게 말하면 나도 합법이지.”
‘합법은 개뿔.’
노형진은 속으로 비웃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확실한 건 그가 조직을 이어받으면 최소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이다. 특히나 마약은…….
“그러면 마약과 여자가 들어올 루트는 완성되어 있는 겁니까?”
“그래. 중국이야.”
“중국?”
“그래. 약은 이미 주문했고, 계집은 주문받고 있지.”
“주문받고 있다고요?”
“매춘 말고도 성 노예를 사려고 하는 놈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면 놀라 자빠질걸.”
“네?”
“뭐, 환불 조건이지만 말이야.”
“큭.”
쉽게 말해서 중국 여자를 납치해서 성 노예로 팔아넘겼다가 그들이 질려서 다시 팔면 그 사람들로 매춘하겠다는 뜻이다.
‘미국이나 여기나…….’
사람들은 미국에는 이런 게 없는 줄 알지만 미국에도 이런 범죄는 사방에 만연해 있다. 그저 드러나지 않을 뿐.
“뭐, 내가 존나 나쁜 새끼이기는 하거든? 뭐, 조폭 일이라고 하기는 싫을 수도 있지. 그런데 말이야, 그래도 결국은 내가 좋은 게 사회적으로도 좋은 거잖아?”
“만일 거절한다면요?”
“뭐, 손 털어야지. 천하의 새론에서 거절하면 어떤 미친 새끼가 이걸 담당하려고 하겠어? 그리고 섣불리 돌아다니면 우리 쪽 변호사들 귀에 들어갈 수도 있고.”
이런 일은 외부에 드러나서는 안 된다.
변호사들끼리 인맥이 있기 때문에 이런 걸 가지고 다른 곳에 갔다가 까딱 잘못하면 계획이 드러난다. 그렇게 되면 한만우는 죽은 목숨이다.
“후우.”
노형진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이건 손을 뗄 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확 경찰에 신고해 버려?’
하지만 그건 변호사의 의무에 위반된다.
변호사는 업무 중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면 안 된다. 더군다나 지금 아는 것은 그저 예정일 뿐, 증거가 없다.
‘경찰에 이야기하면 그들도 알 거야.’
그러면 그들은 잠시 멈췄다가 새론이 욕을 바가지로 먹고 손을 떼면 그때 다시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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