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914)
“정치?”
“네, 전과 10범보다는 전과 5범을 뽑으면서 정화하는 것.”
누군가는 둘 다 전과자가 아니냐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그들의 생각일 뿐이다.
단순히 생각해도 전과 10범은 피해자가 열 명, 전과 5범은 피해자가 다섯 명이다.
“아예 깨끗해지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전과가 낮은, 그리고 범죄 성향이 덜한 녀석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조폭의 위험도는 훨씬 줄어들 겁니다.”
당장 지금만 해도 그렇다.
인신매매를 한다고 하면 납치될 여자들의 숫자가 얼마나 될까? 열 명? 스무 명?
장담컨대 백 단위는 넘을 것이다.
아니, 차라리 이건 피해자 숫자가 적은 축에 속한다.
마약이 들어오면 그로 인해 발생할 중독자의 수는?
그리고 그 마약중독자로 인해서 고통받을 가족들은?
최악의 경우 그 마약중독자가 범죄를 일으키고 그로 인해서 생길 피해자와 그 피해자의 가족들은?
“마약의 나쁜 점은 극단성이죠.”
그냥 개인적 취미를 위해서 마약을 하는 것은 나쁜 게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마약은 비싸고, 그걸 구하기 위해서 범죄도 불사하게 된다.
여자라면 매춘으로 몰리고 남자라면 강도, 살인, 도둑질 등등.
그래서 마약중독자의 삶은 비슷하게 끝난다.
“끄응…….”
그런 건이라면 새론이 확실히 나설지도 모른다.
‘한만우 그 멍청한 놈이 새론을 찾아가다니. 늑대 피하려다가 호랑이 아가리로 기어들어 갔군.’
만일 이런 일이 성공한다면 새론은 똑같은 범죄 설계를 할 것이다. 사회적으로 범죄를 약화시킬 수 있는 기회니까.
‘큭.’
그 생각을 하자 서중섭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렇게 된다면 자신은 자리를 잡을 수 있다.
할 수 있는 다른 녀석들은 모두 감옥에 갔고, 아래쪽에 있던 애들은 실행만 할 뿐 두뇌는 아니었으니까. 그렇다면…….
‘돈은 언제나 올바르다.’
애초에 자신이 청계에 들어간 건 상부처럼 권력을 탐해서가 아니었다. 돈 때문이었지.
그리고 새론이 그걸 계속하는 동안에는 자신에게도 돈은 계속 들어온다.
“좋아.”
그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돈이 된다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으니까.
“내가 하도록 하지.”
* * *
“경찰은 안 된다. 검찰도 안 될 테고, 그렇다고 무력도 안 된다. 하지만 합법적으로 상부를 쳐 내야 한다.”
서중섭은 기록을 살피면서 눈을 찡그렸다.
“쉬운 조건은 아니군.”
“쉬웠다면 제가 했지요.”
애석하게도 노형진은 미국에서의 변호사 생활이 길었기 때문에 한국 폭력 조직의 계보는 알지 못한다. 그 시스템도.
그래서 서중섭을 부른 것이고.
“전쟁을 유발하면 안 되나?”
“전쟁?”
“그래. 어떤 조직이든 적당히 자극을 주면 반응하기 마련이거든. 그리고 이런 폭력 조직은 라이벌 조직이 있기 마련이고.”
즉, 라이벌 조직에 가짜 자극을 주면 그들이 반응할 거라는 소리다.
“고전적인 방식이군요. 하지만 그 피해가 너무 큽니다.”
“어차피 쓰레기 놈들이야.”
“압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민간인 피해가 발생하죠.”
“끄응.”
실제로 비슷한 일이 미국에서 있었다.
몇몇 정의감 넘치는 경찰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라이벌 조직으로 가장해서 갱단을 자극해 두 집단이 전쟁을 시작했다.
경찰의 생각은 그들이 서로 싸우다가 자멸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싸움이 치열해질수록 민간인 피해가 늘어났다. 서로 총격전을 벌이는 와중에 휘말려 재수 없게 죽는 건 다반사였고, 현장을 본 민간인을 증거인멸 차원에서 죽여 버리기도 했다.
“그리고 불법입니다. 합법적 범위 내에서만 하는 겁니다.”
“끄응…….”
서중섭은 머리를 북북 긁었다.
“내부 고발자는 어때?”
“전에도 말했다시피 내부 고발자가 드러나면 안 됩니다.”
한만우의 존재가 드러나면 그가 보복을 당할 테니 자신들의 계획은 실패하게 된다.
“그러니 가짜 내부 고발자를 만드는 거지.”
“가짜?”
“그래. 어차피 그 새끼들이 어디서 뭐라고 지껄이고 다니는지 알 게 뭐야?”
“아!”
노형진은 어렴풋이 이해가 갔다.
“그리고 말이지, 이런 곳은 아무나 건드리는 게 아니야.”
“뭐라고요?”
“이득을 보는 놈을 건드려야지.”
“이득?”
“그래.”
“어떤 이득 말이죠? 딱히 이득이 없는 것 같은데요?”
“인간이라는 건 원래 어디 가든 패싸움을 하는 족속이야. 한만우인가 뭔가 하는 놈이 반기를 들 생각이라고 했지? 그렇다는 건 그가 리더에 반대하는 파라는 거지. 이 상황에서 리더가 있는 파벌이 잡혀가면 그 화살은 당연히 한만우 파벌로 가겠지.”
“그렇겠지요.”
“하지만 반대라면?”
노형진은 세상이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5장. 통수의 통수>
“이런 싯팔.”
한만우는 쫓기고 있었다.
좁은 골목을 돌아서, 도망치기 위해 사력을 다해서 달렸다.
“형님, 이쯤이면 따돌렸을 테지요?”
“모르지, 씨발. 짭새 새끼들이 어떻게 안 거야?”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함께 뛰는 조직원들은 당황하고 있었다.
간단하게 점심을 먹으러 들어갔는데 짭새, 그러니까 경찰이 난데없이 구속영장을 들고 들이닥친 것이다.
다행히 다른 조직원들이 몸으로 막아서 튈 수는 있었지만 짭새들은 집요하게 따라붙었다.
“씨발, 이건 누가 찌른 거야.”
“네? 설마요.”
“설마는 무슨!”
얼마 전 있었던 사소한 트러블.
그걸 가지고 갑자기 경찰이 구속영장까지 들고 올 거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띠리링띠리링.
그들이 골목에서 겨우겨우 심호흡하고 있는 그때였다.
전화벨이 울리고, 한만우는 전화기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 와락 얼굴을 찡그렸다.
“왜 그러십니까, 형님?”
“우리 사무실이랑 내 집까지 털렸단다.”
“네? 그게 무슨……?”
“짭새 새끼들이 영장을 들고 와서 우리 사무실이랑 내 집까지 털었다고. 씨발…….”
조직원들은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사무실이야 언제든 털릴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니 그렇다고 쳐도 개인의 집까지 털리는 경우는 단 하나뿐이다. 그가 표적일 경우.
“그러고 보니 아까 그 새끼들이 구속영장을 내 것으로 가져왔다고 했지?”
“네? 아…….”
다들 아까 있던 말을 기억하다가 뭔가 깨달았다.
경찰이 부른 건 한만우뿐이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그렇다는 것은, 한만우 한 명에게만 구속영장이 나왔다는 것.
“설마…….”
“누가 찌른 거야.”
그렇지 않다면 이런 일이 벌어질 리 없다.
“일단 여기를 뜨자. 해외에 잠깐 있다가…….”
“그건 무리일 것 같은데?”
그 순간 앞에서 나타나는 남자.
그를 본 한만우는 냅다 반대로 뛰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얼마 가지 못했다.
“어디로 가려고?”
양측을 가로막은 경찰들.
그들은 한만우에게 종이를 내밀었다.
“한만우, 네놈을 체포한다. 입 닥치고 나와.”
“큭.”
“형님!”
부하들은 사색이 되어서 한만우를 바라보았다.
한만우는 그들을 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거 나한테 나온 거지?”
“그래, 이 새끼야.”
“그러면 나만 데리고 가면 되는 거지?”
“조까네. 다른 새끼들도 공무 집행 방해야, 이 새끼야.”
그러자 갑자기 한만우는 품에서 서슬 퍼런 칼을 꺼내 들었다.
“씨발, 그러기만 해 봐. 여기서 칼부림 나는 거야.”
“혀…… 형님, 저희도…….”
“너희는 입 닥치고 있어. 어차피 나만 잡혀가면 돼. 나 어차피 막장이야. 어쩔 거야! 나만 데리고 갈래, 아니면 칼부림 한번 할까?”
몸으로 부하들을 막으면서 서슬 퍼런 칼을 경찰들에게 내미는 한만우.
경찰은 좀 곤란한 얼굴이 되었다.
재수 없이 칼부림 나면 자신들이 죽을 수도 있다.
물론 총이 있기는 하지만, 잘못 썼다가는 여러 가지로 고달프다.
총을 보고도 조직원들이 눈깔이 돌아가서 덤비면, 재수 없으면 그 와중에 한두 명 죽을 수도 있다. 총알에는 눈이 없으니까.
그렇게 되면 곤란한 건 자신들이다. 대한민국 경찰들에게 총은 그냥 폼이어야 하니까.
“워, 워. 진정하라고. 좋아, 알았어. 너만 데리고 가지.”
“그걸 어떻게 믿어?”
“다른 애들 가 봐. 너만 남고. 그 후에 같이 가면 되잖아.”
한만우는 눈치를 줬다. 그리고 부하들은 그 모습에 감동 먹었다.
“형님.”
“가라. 별거 아닐 테니까 금방 나갈 거야. 가자마자 변호사 보내는 거 잊지 말고.”
“네, 형님.”
“어떤 새끼가 찔렀는지, 잡히기만 하면 죽여 버릴 거야.”
“이봐, 경찰 앞에서 그러면 곤란하지.”
“씨발…… 빨리 가.”
“네…….”
결국 조직원들이 그곳을 벗어나고 나서야 한만우는 칼을 놓고 수갑을 차고 경찰차에 실려 끌려갔다.
멀리에서 그 모습을 보던 부하들은 서둘러서 조직과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체계적이군.”
서중섭은 멀리서 끌려가는 한만우를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단순히 내부 관계만 알려 줬을 뿐인데 노형진이 멋지게 작전을 짠 것이다.
‘이런 녀석이니 우리가 그렇게 당하지.’
하나를 알려 주면 열을 한다고 하더니 그게 농담이 아니라는 사실에 서중섭은 살짝 전율이 일었다.
“덕분입니다. 확실히 전문가군요.”
노형진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사실 오늘 한만우가 잡혀가는 것은 모두 노형진이 계획한 일이다. 당연히 한만우 역시 알고 있다.
인맥을 통해서 구속영장과 수색영장을 받아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와 관련된 범죄 사항은 적당히 꾸미면 그만이니까.
언론에서는 구속이 무슨 처벌처럼 표현되곤 하지만, 사실 구속은 범죄가 아니다. 단순히 상대방이 도망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잡아 두는 것일 뿐이다.
한만우의 죄목은 구속 사유로는 부적당하다.
범죄 사실도 증거가 미약하니 당연히 상대방 변호사가 구속영장이 부당하다는 영장 실질 심사를 신청할 테고, 그럼 구속영장은 효과를 잃어서 한만우는 풀려날 것이다.
“하지만 이미 내부에서는 소문이 난 후일 테지요.”
이번에 잡혀간 것은 한만우뿐만 아니라 한만우 파벌 전부이다.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뒤에서 누가 계획적으로 찔렀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이 경우는 아무래도 반대 파벌이 의심을 받기 마련이지요.”
보스로 대표되는 기존 파벌. 그리고 한만우의 파벌.
그 파벌 중에서 한쪽 파벌만 잡혀간다면 과연 조직원들이 무슨 생각을 할까?
한만우가 자수했다고? 아니면 반대 파벌에서 찔렀다고?
“이런 세계에서는 꼰지르는 게 최악이니까.”
서중섭은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상황상 모든 책임은 보스 파벌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사실상 싸움을 건 것은 보스 파벌로 보일 것이다.
“결국 의심은 모든 조직 와해의 원인이지요.”
멀어져 가는 경찰차를 보면서 노형진은 씩 웃었다.
* * *
노형진은 한만우를 만나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상황이었다.
원래 계획은 한만우가 구속되었다가 영장 실질 심사로 풀려나면서 조직원들이 보스파를 믿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조직에서 변호사를 보내지 않은 것이다.
결국 구속영장은 확정되었고, 어쩔 수 없이 사건은 진행되어 버렸다.
“이런 개새끼. 결국 이 새끼들이 날 묻어 버릴 생각이었던 거야. 내가 멍청했어.”
구치소에서 한숨을 쉬는 그를 보면서 노형진은 생각이 많았다.
이건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완전 뒤통수인데?’
만일 이런 짓을 하면 의심받을 거라는 것을 그들이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변호사조차 보내지 않다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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