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916)
“취향을 까발려도 고객분들이 좋아하실지 궁금해하시더군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저는 잘…… 쿠헉!”
그 순간 노형진의 복부로 주먹이 날아왔다.
기습적인 주먹에, 노형진은 배가 꺾이면서 앞으로 쓰러졌다.
“밟아.”
“네, 형님!”
보스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노형진에게 쏟아지는 엄청난 폭력.
“컥컥.”
노형진은 몸을 수그리고 부들부들 떨었다.
주먹 한 방 맞고 쓰러지자 그다음에는 무차별적으로 발길질이 날아들었다.
‘아, 씨발. 요즘 왜 이러냐.’
얼마 전에는 연쇄살인범에게 뒈지게 맞더니 이제는 조폭들에게 맞다니.
가슴속에서 억울한 마음이 부글부글 끓어올랐지만 지금은 표현할 수가 없었다.
“커헉.”
그렇게 얼마나 맞았는지 모른다.
너무 맞아서 정신이 혼미해질 때쯤, 드디어 보스가 다가왔다. 그리고 노형진의 얼굴을 꾸욱 밟았다.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
“저도 잘 모릅니다. 그냥 이 말을 전하면 알 거라고…….”
노형진은 필사적으로 그의 발을 잡으면서 말했다.
얼핏 보면 그냥 저항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야, 이 새끼 일으켜.”
“네, 형님.”
양팔을 잡고 강제로 일으키는 조폭들.
그리고 다시 노형진의 배로 주먹이 날아들었다.
“크헉.”
노형진은 그렇게 매달린 채로 한참을 두들겨 맞을 수밖에 없었다.
* * *
“그래서 이렇게 맞고 왔다고?”
노형진을 입원시킨 송정한은 기가 막히다는 얼굴이 되었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의 기억을 읽는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죽이면 어쩌려고?”
“그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바깥에 다른 사람이 있었으니까요.”
다행히 바깥에서 경호 팀이 대기 중이었고, 그가 거기에 갔다는 증거가 너무나도 많았다.
“그래도 그렇지, 너무 무모했네. 기억이 읽힐지 어쩔지 알지도 못하면서.”
송정한은 랜덤으로 작동한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 노형진의 행동에 기가 막혀서 혀를 끌끌 찰 수밖에 없었다.
“모 아니면 도였습니다.”
“끄응…… 그래서 몰래 오라고 한 거군.”
“채림이가 알면 절 죽이려고 할 겁니다. 조폭이 아니라 채림이한테 죽을걸요.”
“자네들은 진짜……. 하아, 알겠네. 손채림 양에게는 비밀로 하지. 하지만 이 시간에 단순히 입원했다고 날 병원으로 부르지는 않았을 것 같고.”
송정한도 바보는 아니다.
무려 새벽 2시다. 노형진은 이 시간에 자신을 병원으로 부를 만한 사람이 아니다.
“기억을 읽었습니다.”
“기억을? 진짜인가?”
“네.”
“오!”
그렇게 맞고 기억도 못 읽었다면 상당히 억울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송정한은 탄성을 내질렀다.
“그래, 어디서 어떻게 벌어지는 건가?”
“그것도 중요하지만, 누가 하는지도 중요합니다.”
“누가 하는데?”
“우리가 익히 아는 사람이 한 명 있더군요.”
“한 명 있다고? 누구?”
“천성계 말입니다.”
송정한의 얼굴이 사정없이 찡그러졌다.
* * *
천성계. 그는 중국인이다. 그리고 노형진과 몇 번이나 엮인 자이다.
그는 중국의 다른 폭력 조직을 대신해서 한국 진출을 전담하는 일종의 대리인이었다.
그동안 수차례 시도했는데, 그때마다 노형진과 부딪치면서 상당한 피해를 입어야 했다.
“그 녀석이 다시 오다니…….”
“수익 모델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니까요.”
그의 수익 모델은 주로 한국에서 범죄를 일으켜서 그 수익을 내는 것이다.
살인을 대리해 주는 노인 병원과 장기 밀매, 그리고 경찰력이 부족한 섬 지역에 폭력 조직을 심어서 해당 지역을 기지로 삼는 등의 방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방식이 좀 다르군.”
이번에는 중국에서 물건을 가지고 와서 한국에서 판다. 그게 계획이다.
“천성계는 우리 때문에 실패를 많이 했습니다. 조직에서는 최후통첩을 한 모양이더군요.”
“최후통첩?”
“네.”
“절박하겠군.”
중국 폭력 조직의 최후통첩이라면 해고는 아닐 것이다. 그러니 천성계는 어떻게 해서든 이번 일을 성공시켜야 한다.
“마약이라니…….”
“한국이 마약 청정국이라고 하지만 수요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니까요.”
“하긴 그렇지. 그리고 성 노예는…….”
“씁쓸하지요.”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현대에도 성 노예는 존재한다. 미국에도 존재하고, 유럽에도 존재한다.
합법적으로는 결혼을 가장하거나, 불법적으로는 말 그대로 사 와서 여자를 감금한다.
당연히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여자이기 때문에 그녀에게는 온갖 변태적인 성행위가 따라다닌다.
“이번 상품은 여자랍니다.”
“여자라. 통관 방법이 있다는 건가?”
“그렇겠지요.”
상식적으로 마약도 들여오기 힘든데 여자를 들여오는 것은 더 힘들다.
마약은 부피라도 작지만 여자는 큰 데다가 살려서 데리고 와야 하기 때문이다.
“어디에서 하는지 알아냈나?”
“애석하게도 그건…….”
읽어 낸 것은 오로지 천성계라는 이름과 여자에 관한 거래였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하는지는 읽어 낼 수가 없었다.
계속 구타당하느라고 차근차근 기억을 읽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큭…….”
“하지만 알아낼 방법이 있습니다.”
“알아낼 방법? 또 가서 두들겨 맞는 거라고는 말하지 말게. 또 맞으면 죽을 판국이니까.”
“아닙니다. 안전한 방법입니다.”
“안전한 방법?”
“네.”
“무슨 방법인데?”
“경매요.”
“엥? 무슨 경매?”
송정한은 순간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아서 되물었다.
난데없이 경매라니?
“여자 경매 말입니다.”
“자네, 머리를 잘못 맞은 건가? 아니면 일본 성인 만화를 너무 많이 본 건가? 그러고 보니 그런 일본 성인 만화는 불법 아니던가?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닌가?”
송정한은 진심 어린 걱정을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난데없이 여자 경매라니.
“아닙니다. 진심입니다.”
“자네 미쳤나?”
“전 멀쩡합니다. 상식적으로, 물건을 살 때 물건 확인도 안 하고 사는 사람이 있던가요?”
“그거야 그렇지만 이건 사람이지, 물건이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까 더 물건을 보고 싶어 하겠지요. 연쇄살인범도 자기 취향을 골라 가면서 살인하는 판국인데요.”
“으음…….”
송정한은 부정할 수가 없었다.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연쇄살인범, 특히 여성을 죽이는 녀석들은 자신의 타입에 맞는 사람을 골라 죽이는 놈들이 많다.
“데이트도 그렇고 결혼도 그렇고, 결국은 자신의 성적인 취향을 따라가지요.”
“그렇겠지.”
노형진의 말에 송정한은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성 노예를 사려고 하는 작자들이 보내 주는 대로 그냥 받을 리 없지요.”
“미쳤군.”
송정한은 한숨 말고는 진짜 나올 게 없었다.
진짜 일부 미친놈들의 대가리 속에서나 나올 만한 일이다. 그런데 그게 현실로 벌어지다니.
“변호사 생활을 하다 보면 현실은 소설이나 만화보다 더 시궁창인 걸 알게 되지 않습니까?”
“끄응…….”
맞는 말이다.
사람들은 소설이나 만화를 보면서 ‘뭐 이런 게 다 있어?’ 하고 비웃는다. 하지만 살다 보면 느끼는 게, 그것보다 미쳐 날뛰는 게 현실이다.
‘무당이 나라를 지배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지.’
노형진은 속으로 그렇게 말하면서 피식 웃었다.
“그래서 어디인지는 모르고?”
“그건 모릅니다. 저 계속 맞았거든요.”
“안 죽은 게 용하군. 그런데, 그러면 원점이지 않은가? 어디로 들어오는지도 모르는데.”
“압니다. 하지만 이런 것에 대해서 잘 알 만한 사람이 있지요.”
“잘 알 만한 사람?”
“네. 그 사람이라면 표를 구할 수 있을 겁니다.”
* * *
그 잘 알 만한 사람은 미친놈 보듯이 노형진을 바라보았다.
“그걸 말이라고 하나, 지금? 내가 아무리 타락해도 그 정도로 타락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당장 애들 학원비도 내지 못하고 있는데 무슨 여자야?”
서중섭은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왔다.
난데없이 자신보고 경매 표를 좀 구해 달라니.
“아, 오해하셨군요. 제 말은, 진짜 표를 달라는 게 아니라 그걸 사거나 받을 만한 놈을 알려 달라는 겁니다.”
“뭐?”
“청계에서 일하면서 온갖 미친놈들은 다 봤을 텐데요?”
“끄응…….”
서중섭은 부정을 못 했다.
돈과 권력을 위해서는 어떤 짓이라도 하던 녀석들이 주요 고객이었다.
물론 아주 최상위급은 그도 알지 못하지만, 그가 아는 선만 해도 세상에 절반은 미친놈이라고 할 정도였다.
“특히 가진 놈들은 이런 것에 매달리지요.”
“왜?”
“재미가 없으니까요.”
돈과 권력이 있으니 원하면 어떤 즐거움도 가질 수 있다.
여자는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살 수 있고, 마약은 걸려도 무마할 수 있다.
“그들은 합법적으로 누릴 수 있는 대부분의 즐거움을 맛봤지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비상식적인 걸로 넘어가기 마련입니다.”
“그냥 평범하게 게임을 한다거나 하는 식이라고는 생각 안 하나?”
“그들은 공평한 게임을 싫어합니다.”
돈이 있고 세상이 모두 자기 발아래 있다고 생각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공평한 게임을 하고 싶어 하겠는가?
한국 청소년이 게임을 많이 하는 이유 중에는, 그게 재미있어서도 있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곳은 공평하며 노력한 만큼 보상이 있어서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러니 그런 미친놈들이 없다고는 말씀 못 하실 텐데요?”
“그거야 그런데…….”
“그런 놈들 중에서 이런 것에 관심 가질 만한 놈 없습니까?”
“끄응…….”
“그냥 추정이어도 됩니다. 확인은 우리가 합니다.”
“후우.”
확실히 서중섭은 청계 시절에 많은 놈들을 만났고, 그런 인간들 역시 봤다. 외부에는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어차피 돌아갈 수 없는 길입니다. 그 신분을 드러내고 모욕하겠다는 게 아닙니다. 필요한 건 표뿐입니다.”
“그 망할 조직을 추적하는 건 어때? 경매할 만한 곳을 빌릴 거 아닌가?”
“조직원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들 중 누구 이름으로 빌리는지 알 수도 없고요.”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매번 다른 장소에서 하게 될 텐데, 자기네들이 걸리게 빌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무차별적으로 따라다닐 수도 없고 말이다.
그들이 바보도 아니고, 분명히 알아챌 것이다.
“끄응…….”
한참을 고민하던 서중섭은 결국 한 명을 떠올렸다.
“적당한 사람이 있는데.”
“누굽니까?”
“광섭진.”
“광섭진? 잠깐, 광섭진요? 그 광섭진? 제가 아는 광섭진은 한 사람뿐인데요?”
“그래, 그 광섭진.”
“그 사람이 왜요? 그 사람은…… 아……!”
자신이 말하는 모든 것에 딱 맞는 사람이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
그리고 돈도 넘치는 사람.
그는 아주 유명한 배우다. 그리고 잘생긴 외모로 10년 넘게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당연히 매년 수익이 100억을 넘는다.
듣기로는 강남에 빌딩만 세 채라고 하던가?
“그 녀석도 의뢰인이었습니까?”
“연예계라는 게 좀 추악하지 않나. 올라가는 게 좀 더럽지.”
“이해가 갑니다.”
아무리 매력이 있고 잘생겼다고 해도 그냥 우연히 뜨는 것은 쉽지 않다.
그나마 노형진이 대룡엔터테인먼트와 한국엔터테인먼트조합을 만들고 나서는 많이 정화되었지만, 그가 데뷔하던 시절인 15년 전에는 진짜 추악의 극치였다.
그도 데뷔하고 무려 5년이나 무명 시절을 겪다가 성공해서 10년의 인기를 누린 것이다.
“데뷔 전 때 문제도 좀 있고…… 데뷔 후의 문제도 좀 있고.”
“데뷔 전이야 이해가 갑니다만, 데뷔 후라니?”
그 추악한 시절에 뭘 어떻게 했는지는 본인만 알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