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919)
그리고 경찰이 오고 있다.
그러니 부하들에게 거짓말을 해서라도 노형진을 제압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런 씨발.”
거짓말이기는 하지만 완벽한 거짓말은 아니다.
이 상황에서 정조준을 할 수 없으니 당연히 많이 맞혀 봐야 세 사람 정도가 한계일 것이다.
“우와!”
탕탕탕!
연속해서 나가는 총소리.
그러나 쓰러진 것은 한 명뿐이다.
이미 세 발을 넘게 쐈지만 저들은 멈추지 않았다.
철컥.
“이런, 씨발!”
두 번째 녀석이 쓰러지면서 그와 동시에 탄창이 비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노형진은 그대로 얼굴을 얻어맞고 허공을 날았다.
“커헉!”
“이 씨발 새끼! 죽여!”
“밟아!”
노형진에게 마구 발길질을 하는 조직원들.
노형진은 그대로 맞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발길질이 멈췄다.
“끄으응…….”
엎드린 채 신음하는 노형진에게 누군가 다가와서 그를 발로 차서 하늘을 보게 만들었다.
“이 개새끼.”
철컥.
다름 아닌, 떨어진 총을 가지고 온 천성계였다.
“마음 같아서는 죽을 때까지 괴롭히고 싶지만…….”
그는 이를 박박 갈면서 말했다.
“시간이 없으니 내가 직접 죽여 주마.”
자신의 머리를 조준하는 총을 보면서 노형진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벌써 두 번째네, 씨발.’
그나마도 이번에는 권총이라 지난번처럼 쳐 낼 수도 없었다.
“누군지 모르지만 나한테 대든 걸 후회하게 해 주마.”
자신을 노리는 총을 보면서 노형진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그다음 순간, 날카로운 총소리가 주변에 울려 퍼졌다. 그러나 그건 노형진이 최후에 예상하던 총소리가 아니었다.
투타타타타타!
권총의 단발성 소리가 아닌, 기관총의 연발성 소리.
그리고 눈을 감고 있는 노형진의 눈까지 뚫고 들어오는 강력한 서치라이트.
“손들어! 움직이면 모조리 쏴 버린다!”
확성기에서 나는 위협적인 목소리.
노형진은 슬며시 눈을 떴다. 그리고 허공에서 자신을 비추고 있는 헬기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천성계는 이미 손을 든 채로 그쪽을 노려고 있을 뿐이었다.
헬기가 그렇게 서치라이트를 비추는 사이, 입구로 특공대 차량과 전투경찰이 들이닥쳤다.
“튀어! 씨발!”
멍하니 있던 남자들은 들이닥치는 경찰을 보고 그제야 상황을 파악하고는 사방팔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경찰이 사방을 에워싸고 있어 도망갈 공간은 없었다.
“괜찮나?”
노형진에게 다급하게 다가오는 송정한.
노형진은 먼지를 털고 일어나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다행스럽게도요.”
그러면서 고개를 돌려서 천성계를 바라보았다.
그는 가면을 쓴 채로 노형진을 무서운 눈빛으로 노려볼 뿐이었다.
노형진은 자신의 가면을 벗어 던지고는 그에게 다가가 가면을 벗겨 버렸다.
“얼굴을 보는 건 처음이지?”
“개새끼.”
“뭐, 욕먹는 건 하도 익숙한 일이라서 말이지.”
노형진은 히죽 웃으면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동안 숱하게 자신을, 아니 한국을 괴롭히던 전설적인 범죄자가 드디어 자신의 손에 잡힌 것이다.
철컥!
“천성계 널 인신매매 혐의로 체포한다.”
검사는 직접 그에게 수갑을 채우면서 히죽거리며 웃었다.
이런 거물을 잡았다는 것은 그의 미래가 밝다는 뜻이니까.
“큭, 빌어먹을. 날 뒤에서 봐주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줄 아나?”
“그래, 그렇겠지. 그런데 그분들도 전부 여기에 계실 것 같은데?”
“…….”
노형진은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는 사람들을 보면서 히죽 웃었다.
“자기 한 몸 지키기에도 바쁘실 분들이 너까지 지켜 줄 것 같지는 않은데?”
“언젠가는 죽여 버리겠다! 밤길 조심해! 네놈 뒤통수에 언젠가 칼을 박아 버릴 거야!”
“그럴지도 모르지. 하진만 오늘은 아닐 거야.”
노형진은 손을 흔들었고, 검사는 즐거운 얼굴로 그를 끌고갔다.
그의 입에서 나올 정보가 그의 미래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찾아보죠.”
“사람들?”
“네.”
노형진은 송정한과 함께 경매장으로 연결된 통로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쪽에 뭐가 있을지 알아챈 다른 사람들 몇몇도 그들을 따라서 통로로 들어갔다.
“잠겼군요.”
커다란 컨테이너 세 개. 입구는 커다란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열쇠는 어디 있는지 모르겠는데요?”
“그러게 말이야. 이거, 영화처럼 총으로 부술 수 없나?”
“힘듭니다. 그건 영화고, 총알과 자물쇠 강도가 차이가 심해서요. 작은 거라면 모르지만 이렇게 무식하게 큰 놈은 안 될걸요.”
노형진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아마도 저 바깥에 있는 누군가가 가지고 있겠지만 그걸 찾는 데 얼마나 걸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금방 해결책이 나타났다.
“그런 거라면 좋은 게 있지요.”
함께 따라온 스와트 팀이 잠깐 자리를 이탈하더니 곧 커다란 유압식 절단기를 가지고 왔다.
“좋군요.”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절단기가 작동되자 자물쇠는 속절없이 부러졌다.
철컥!
노형진은 손전등을 들고 그 안을 비추기 시작했다.
“꺄아악!”
비명이 들리고 사람들이 안쪽으로 도망가는 소리가 들렸다.
컨테이너를 완전히 열자 안쪽에 수십 명의 남녀가 뒤엉킨 채로 오들오들 떨고 있는 게 보였다.
“끄응…….”
그걸 보고 노형진은 혀를 끌끌 찼다.
척 봐도 서른 명은 되어 보이는 숫자. 그리고 똑같은 컨테이너가 두 개 더 있다.
“괜찮습니다. 진정하세요.”
노형진은 진정시키려고 애썼지만 그들은 쉽게 진정하지 않았다.
“경찰입니다, 경찰.”
그들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납치되거나 팔려서 여기까지 끌려왔다. 그리고 두 사람이 끌려갔는데 그 후에 총소리가 났다.
바깥 상황을 알 수 없는 그들로서는 최악을 상상할 수밖에.
“일단 중국어 가능한 사람을 불러오게. 그리고 다른 두 곳도 어서 열고.”
“네.”
송정한의 부탁에 경찰들은 유압기를 들고 양쪽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노형진은 그들이 컨테이너에서 나올 수 있게 입구를 비켜 주면서 씁쓸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 * *
“올해는 진짜 운 더럽게 안 좋네.”
두들겨 맞은 것만 두 번에, 총으로 위협받은 것도 두 번이다.
그중 한 번은 위협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진짜로 총알을 맞기까지 했다. 비록 스친 정도라고 해도 말이다.
“진짜 올해는 왜 이리 파란만장하냐.”
노형진은 병원에 누워서 한숨을 쉬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혹시 모른다며 강제로 입원시킨 것이다.
“네가 자초하는 거 알지?”
“네, 네.”
노형진은 손채림의 말에 무심하게 채널을 돌렸다.
“그나저나 요즘은 볼 게 없네.”
“없다고?”
“그래.”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리모컨을 옆으로 던져 놨다.
“그게 나오길 기대한 거야?”
“그건 그렇지.”
스와트 팀이 타고 온 헬기 덕분에 목숨은 건졌다.
그리고 그곳에 있던 자들은 모조리 일망타진되었다.
하지만 언론은 조용했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보통 놈들은 아닐 테니까.”
엄청난 권력을 가진 놈들이다.
그런 놈들이 한 명도 아니고 백 명이 모였으니 언론과 경찰, 검찰을 입 다물게 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처벌할 규정도 애매하고.”
“그러게 말이야.”
인신매매는 미수범이 있기는 하지만 거기에 있었다는 것만으로 인신매매 미수라고 판단하기에는 그들의 힘이 너무 강력했던 것이다.
그저 초대장이 와서 뭔지도 모르고 왔다든가, 아니면 증거를 모아서 신고하려고 했다는 식으로 대충 둘러댔기 때문이다.
물론 개소리지만 그들은 그 개소리를 진실로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진 자들이었다. 하물며 그런 녀석이 백 명이 넘는다면야.
“세상이 그렇지 뭐.”
노형진은 안타깝게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천성계가 입을 열었다는 정도.”
“천성계가?”
“그래. 중국에 송환하지 않는 조건으로.”
“응? 아…….”
노형진은 알 것 같았다.
천성계는 중국에 송환되는 순간 무조건 죽는다.
정부로 넘어가도 사형이고, 풀려나도 조직에 죽는다.
그러니 차라리 여기 감옥에 있으려는 것이다.
한국에는 사형이 없다.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만 집행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에 남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죄를 한국 정부에 공개해야 한다.
그나마 유일하게 잘된 일이라고 할까?
“인신매매된 사람들은 이백 명이 넘어.”
“이백 명?”
“그래. 그곳에 있던 사람들 말고 다른 곳에서 데리고 있던 사람들도 있더라고. 거기 있는 사람들은 상품이고, 다른 곳에서는 소위 말하는 ‘길들이기’를 진행하고 있더라.”
손채림의 말에 노형진은 한숨이 나왔다.
그 ‘길들이기’라는 것은 절대 말로만 행해질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녀석들까지 일망타진되었어.”
“그래? 다행…… 아, 잠깐. 다행은 아닌 건가?”
노형진은 순간 아차 했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의뢰했던 한만우가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가 의뢰한 것은 상부의 목을 치는 것이지, 조직 자체를 날려 버리는 건 아니었다.
“아니, 다행이야.”
그 순간 문이 열리면서 한 남자가 들어섰다.
다름 아닌 한만우였다.
“여기는 어쩐 일로 오신 겁니까?”
“의뢰인이 담당 변호사를 찾아오는 게 잘못된 것인가?”
“그게 아니라 지금 구속 상태 아니었나요?”
“뭐, 대충 끝났네.”
그는 히죽 웃으면서 의자를 빼서 앉았다.
“전화위복이었지.”
“전화위복?”
“그래.”
“아!”
한만우와 그를 따르던 자들은 노형진의 작전에 따라서 구치소에 있었다. 이때쯤이면 영장의 기간이 끝났으니 풀렸을 시간이기는 했다.
“우리는 감옥에 있었기 때문에 혐의를 벗었지. 그리고 우리가 그걸 반대했다는 증거가 나와서 말이야.”
“반대했다는 증거요?”
“그래. 보스라는 새끼가 날 담가 버리려고 준비 중이었더군.”
그는 차갑게 눈을 빛냈다.
만일 자신이 쿠데타를 벌이지 않았다면 어쩌면 자신과 자신의 추종자들은 그들에게 소위 말하는 ‘처분’이 되었을 것이다.
“아슬아슬한 타이밍이었어. 중국 놈들에게 우리를 넘길 속셈이었더군.”
노형진은 대충 이해가 갔다.
천성계는 한국에서 두 번이나 장기 밀매를 시도했다. 그러니 이들을 넘기면 그들 역시 처분해 버릴 수 있는 루트가 있었을 것이다.
“하여간 그 덕분에 풀려났지.”
“그런데 왜 전화위복이라는 겁니까? 조직을 빼앗고 싶어 하신 거지, 털어 버리기를 원한 건 아니잖습니까?”
“조직이 뭔데?”
“네?”
“자네는 이 현대에 와서 조직의 핵심이 뭔지 아나?”
“글쎄요? 사람?”
한 조직을 운영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사람일 것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노형진이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이었다.
“아니, 돈일세.”
“돈?”
“그래. 돈이 있으면 조직원들은 얼마든지 확충할 수 있지. 일진이라고 모가지에 힘주고 다니는 중삐리 고삐리는 넘쳐. 다른 조직에서 버려진 채로 떠도는 녀석들도 많지. 우리처럼 조직 자체가 날아가서 무소속이 된 녀석들도 있고. 결국 그들을 끌어모으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지.”
“허.”
“흐흐흐.”
그랬다. 어차피 이 조직을 흡수했다면 아래쪽 인간들에 대한 대대적인 정리를 해야 한다.
그들은 인신매매와 마약으로 쉽게 돈을 버는 방법을 알았고, 또 그 맛을 봤다.
마약에 빠진 새끼도 있었고, 인신매매용으로 들어온 상품들을 무차별적으로 강간하면서 자기 욕망을 채우던 놈들도 있었다.
“그런 녀석들은 결국 사고를 치거든.”
거기에다 그런 놈들이 기존 보스에 대한 충성을 감추고 있다가 어느 순간 자신의 등에 칼침을 놓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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