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923)
그렇다 보니 방송인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있었다.
거기에다 지망생 출신이니 외모도 되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아이돌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니 그녀의 존재에 대해서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었다.
“우리가 가서 보여 달라고 하면 보여 줄까?”
“그러지 않겠지.”
이곳은 남자 고등학교다, 윤연석이 졸업한 것으로 되어 있는.
“우리는 윤연석의 나이와 생일을 알아. 그리고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도 추적할 수 있지.”
문제는, 가서 보여 달라고 해도 학교에서는 보여 주지 않으리라는 것.
정보 팀의 정보 라인이 있는 곳이라면 빼낼 수 있겠지만 이런 시골 학교에 그런 게 있을 리 없다.
“하지만 방송이라면 다르지.”
“그냥 인터넷을 구하는 게 빠르지 않아?”
“이런 시골의 학교에는 졸업자가 많지도 않아서 인터넷이라고 구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방송에서 옛 첫사랑을 찾는다는 식으로 나와 버리면 어지간한 학교는 방송을 허가해 준다.
“좋습니다. 이제 앨범을 확인하지요.”
미리 준비한 정보 팀은 능숙하게 방송국 사람처럼 행동했다. 그리고 미미 역시 능숙하게 기대에 찬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앨범을 볼 수 있게 했다.
“윤연석이라고요? 그러면 이 사람이네요.”
교장은 진짜로 방송인 줄 알고 사진을 콕 찝어서 카메라로 밀어 줬다. 카메라는 그 사진을 줌업하면서 촬영했다.
좀 떨어진 곳에 있던 노형진은 빙긋 웃었다.
“빙고.”
그곳에는 역시나 자신이 전혀 모르는 사람의 얼굴이 있었다.
* * *
“전혀 다른 사람입니다.”
사진을 가지고 분석한 고문학은 확실하게 못을 박았다.
“동일인일 수가 없어요.”
“역시나 그렇군요.”
동생을 데리고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각자 다른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한 명이 범죄자가 된다는 것은 그 집안 상태가 그다지 좋지는 못하다는 건데, 그건 다른 사람 역시 범죄에 쉽게 노출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사건을 위해서 진짜 오빠의 신분을 빌린 것이겠지요.”
“하지만 왜?”
“그래야 신빙성이 있으니까.”
뜬금없는 사람이 증인으로 나서는 것보다는, 확실히 오빠라는 존재가 더 신빙성이 있고 불쌍해 보인다.
“그러면 지금 오빠라고 주장하는 새끼는 뭐야?”
“나야 모르지, 알 필요도 없고. 중요한 것은 그가 오빠가 아니라는 거야.”
그리고 그렇다는 것은, 확실하게 이 사건이 돈을 노린 꽃뱀 사건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상한 점이 있잖아?”
“어떤 거?”
“이 둘은 어떤 관계인 거야?”
“글쎄…….”
노형진은 그 부분이 이상했다.
일단 남자가 누군지 모르는 것은 사실이다. 그건 나중에 알아 가면 된다.
문제는 서로 어떤 관계이냐는 것.
“뭐, 범죄 커플 같은 건가?”
“범죄 커플?”
“그래, 사건을 벌이고 도망 다니는 그런 녀석들.”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그랬다면 자신들의 조사에 뭔가 걸렸어야 한다. 그러나 두 사람은 아무것도 안 걸렸다.
정확하게는, 윤연미는 아무것도 안 걸렸다. 남자는 신분을 모르니까.
“이런 사건을 보통 아무하고나 하는 거야?”
“그럴 리 없지. 세상천지에 어떤 멍청한 사람이 아무하고나 범죄를 저지르냐? 거기에다가 오빠 신분까지 빌려줘 가면서? 그런 거면 미친 거지.”
“그런가?”
“거참…….”
손채림은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었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이 상황이 이해가 안 가기 때문이다.
“아니, 이런 사건을 저지른다는 것 자체가 그 사람이 범죄에 대한 죄의식이 희박하다는 거잖아? 그런데 남자야 어떤 새끼인지 모른다고 치고, 여자는 왜 그렇게 범죄에 대한 죄의식이 없지?”
“그게 이상한 거야. 보통 어쩔 수 없이 한 거라면 최소한의 죄의식이라도 보여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단 말이지.”
“죄의식이라…….”
남자의 신분이 모호하니 어떻게 끼워 맞춰도 상황이 맞지 않는다.
“그 여자, 돈도 많던데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한 건지.”
“뭐?”
노형진은 순간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돈이 많다니?”
“어, 몰랐어?”
“내가 그 여자 계좌를 털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어찌 알아?”
“그 여자 들고 있는 가방 말이야, 비싼 거야. 사건 현장에 가지고 갔던 것도 그렇고.”
“무슨 짝퉁이겠지.”
손채림이 피식 웃었다.
“짝퉁의 가치가 뭔지 알아?”
“뭔데?”
“남이 알아야 한다는 것.”
“응?”
“짝퉁은 남이 알아야 가치가 있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야.”
짝퉁, 즉 가짜를 들고 다니는 심리는 간단하다. 남에게 자랑하고 싶은 것이다.
설사 자신이 가짜라는 것을 안다고 하더라도 남이 이걸 진짜로 알고 부러워한다면 된다는 감정.
그게 짝퉁을 사는 기본적인 마음이다.
“당연히 짝퉁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디자인들이 많다고.”
“그런데?”
“그 여자가 든 건 한정판 디자인이야. 600만 원이 넘을걸.”
“응? 한정판?”
“그래. 아는 사람만 안다고.”
한정판은 극소량만 만들어져서 판매되는 것이다.
당연히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런 디자인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들고 다녀도 진짜인지 가짜인지 관심도 없다.
즉, 짝퉁을 드는 사람의 목적이 외부에 대한 허영이라면, 한정판을 드는 사람의 목적은 자신의 욕망의 충족이다.
“그게 짝퉁이 없어?”
“없다니까.”
그녀의 집안은 살 만큼 사는 집이다. 지금이야 나와서 산다고 하지만 여전히 그쪽으로 관심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니 그녀의 말이 맞을 것이다.
“흠…….”
노형진은 조금씩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다음 재판은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은데?”
노형진은 왠지 설레는 듯 미소를 지었다.
>8장. 누구세요?>
“개정합니다.”
재판이 다시 시작되자 검사는 자신만만하게 앞으로 나섰다.
“재판장님, 증언이 부족한 점을 모두 확인했습니다. 집에 가서 문을 두들겼는데 반응이 없어서 추적했답니다.”
‘당연한 거 아냐? 그때 방청석에서 듣고 있었는데.’
노형진은 검사가 자신만만하게 말하자 어이가 없어서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사실 문제는 그가 아니었다.
“진짜로 이길 수 있는 거죠?”
“이긴다니까요.”
“전 거기 다시 가기 싫어요. 차라리 죽을래요.”
“안 갑니다.”
완전히 멘붕이 온 방문성이 문제일 뿐이었다.
이길 수 있다는 말에 더해 구치소로 돌아가지 않게 해 주겠다는 말만 족히 백 번은 한 것 같았다.
‘이런 인간이 강간?’
노형진은 혀를 끌끌 찼다.
저들이 돈 때문에 일을 저지른 건 알겠는데, 여러모로 상대를 잘못 골랐던 것이다.
“또한 전과 부분 역시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동생에 대한 애정은 변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답변이 된 건지 모르겠군요. 피고인 측, 더 할 말이 있나요?”
“그렇습니다.”
노형진은 앞으로 나섰다.
“확실히 그들의 답변이 이번 사건에서 이해를 더욱 높여 주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역시 몇 가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어떤 부분이지요?”
“저희는 검사 측에서 제출하지 않은 동영상을 확인했습니다.”
“동영상?”
“그렇습니다. 검사 측은 강간의 증거로 주취 상태의 피해자를 모텔로 데리고 들어가는 피의자 방문성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제출했습니다.”
“그렇지요.”
모든 모텔에는 입구에 CCTV가 있다. 그리고 이런 경우 그게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된다.
그 증거에 따르면, 분명히 방문성은 그녀를 데리고 모텔로 향했다.
“하지만 그다음 순간에 대해서는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다음 순간?”
“그 부분을 제출하고자 합니다.”
노형진은 제출하고 난 후 노트북으로 그 부분을 재생했다.
“보다시피 피해자 윤연미의 오빠인 윤연석이 모텔에 들이닥칠 때의 장면입니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거지요? 동생을 찾아왔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인데요.”
검사는 어이가 없다는 듯 물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잔뜩 화가 난 윤연석이 분노한 모습으로 계단을 뛰어올라 가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아직 안 끝났습니다. 계속 봐 주시기 바랍니다. 다만 편의를 위해서 편집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화면이 바뀌면서 윤연석이 엘리베이터로 올라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후에 복도를 내달려서 어떤 방 앞에서 미친 듯이 문을 두들기는 것이 보였다.
“이게 뭐가 문제라는 거지요? 화가 난 모습만 보입니다만.”
판사는 고개를 갸웃했다. 정상적인, 화가 난 오빠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재판장님, 여기에는 한 가지 중요한 과정이 빠졌습니다.”
“과정?”
“그렇습니다. 모텔의 카운터에 들르는 것이지요.”
“동생이 강간당하는 상황에서 그럴 틈이 어디 있습니까?”
검사는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하지만 그가 추적 앱의 특성을 몰라서 하는 소리였다.
“계산하라는 게 아닙니다.”
“그게 무슨……?”
“재판장님, 여기 두 개의 핸드폰이 있습니다. 이 핸드폰에는 추적 앱이 깔려 있고 이 다른 핸드폰이 그걸 추적합니다. 이걸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흠, 확실히 위치가 나오는군요.”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내는 노형진에게 판사는 어리둥절했다.
이런 건 보통은 감추기 마련이다.
“그렇습니다. 위치가 나오지요. 이 법원의 위치가 추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재판 중인 이 호실은 안 나옵니다.”
“뭐라고요?”
“이 앱의 설명에 따르면 이 앱의 오차 범위는 10미터입니다. 그리고 10미터면 이 건물 말고도 옆에 있는 다른 모텔 두 곳 역시 범위 안에 들어갑니다. 중심을 기준으로 10미터니까요. 그리고 오차 범위 10미터는 좌우를 기준으로 따집니다. 고저 차는 읽어 내지 못하지요. 피고인과 피해자가 갔던 모텔은 총 6층짜리 건물입니다. 그런데 피해자의 오빠인 윤연석은 물어보지도 않고 어떻게 정확한 건물에 정확한 호실을 찾아갔을까요?”
검사는 아차 싶었다.
이건 뒤집을 수가 없는 말이다.
이렇게 확실하게 위치를 추적해 주는 앱은 없다. 더군다나 호실까지?
“당연히 안에서 강간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설사 예상하고 다급하게 움직였다고 해도, 최소한 어디로 들어갔는지 물어봤어야 합니다. 그러나 윤연석은 카운터에 들어가서 확인 절차를 거치지도 않고 정확한 위치를 알아냈습니다. 어떻게 알아냈을까요?”
“…….”
방청석에 있던 윤연석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리고 슬쩍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몸을 일으키는 순간 그 등 뒤에서 무서운 눈빛으로 노려보는 두 사람 때문에 나갈 수가 없었다.
“크흠…….”
이건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
“그리고 아직 해명되지 않은 사항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전화하고 추적했다는 것인데, 전화 기록이 없다는 것이지요.”
그게 문제였다.
윤연미의 기록에는 전화 기록이 없다. 집에 가 보니 사람이 없다고 무작정 위치 추적을 했다는 건 말이 안 되는데도 말이다.
“저희는 다른 가능성을 생각했습니다.”
“생각?”
“핸드폰이 두 개가 아닐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즉, 재판부에 진술한 폰 말고 다른 폰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증명할 수 없는 주장은 의미가 없습니다.”
검사는 노형진의 의견을 일축했다.
하지만 가슴속 깊은 곳에서는 그 가능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만일 꽃뱀이고 돈을 목적으로 한 거라면 어떻게 해서든 서로 연락해야 한다. 그리고 아까 전에 노형진이 말했다시피 정확하게 호실을 찾으려면 누군가가 알려 줘야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