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926)
>1장. 목메달이다, 진짜>
사람이 일으키는 사건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큰 사건을 뽑으라면 아마도 대부분 살인을 선택할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것.
그것은 무척이나 잔인하고 또 극단적인 범죄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아내가 남편을 살해한 사건으로…….
노형진은 뉴스를 보면서 혀를 끌끌 찼다.
“세상이 어찌 되려고 이렇게 막장인지 모르겠다.”
“언제는 막장 아니었나?”
“그건 그래.”
어느 나라나 자기가 막장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지만 솔직히 요즘은 더 막장이 되어 가고 있다.
‘미래보다는 덜 개판이지만.’
노형진은 그걸 보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과는 비교도 하지 못할 정도로 개판이 될 거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막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자신의 힘으로는 그걸 막을 수가 없다.
자신보다 훨씬 거대한 대기업들도 휘청거릴 정도로 개판인데 어찌 막겠는가?
‘내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개인이란 말이지.’
그러니 그로서도 할 수 있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나저나 왜 죽인 걸가?”
“글쎄, 가족이 가족을 죽이는 경우가 워낙 많아서 말이지. 보통은 불화나 재산 싸움이지.”
“그런가?”
손채림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 와중에도 텔레비전에서는 변호사가 의뢰인의 억울함을 주장하고 있었다.
-이번 사건은 명백하게 잘못된 수사입니다. 경찰은 답이 정해져 있는 상태로 접근하고 그에 맞추어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걸 보던 노형진은 텔레비전을 꺼 버렸다.
“자, 쉬는 시간은 그만. 점심시간 끝났다. 일하자.”
“우우.”
“우우는 무슨.”
“변호사실에만 텔레비전 두는 건 너무해.”
“그러면 너도 변호사 하든가.”
“더러워서라도 변호사 따야 하나.”
“제발 좀 그래라. 나 과로사하겠다.”
키득거리면서 다시 일에 집중하려고 하는 노형진.
그런데 때마침 인터폰이 울리면서 노형진을 호출했다.
“네, 노형진 변호사입니다.”
-아, 노 변호사. 나 송 대표일세.
“네, 대표님. 어쩐 일이신지요?”
-자네 바쁘지 않으면 내 사무실로 와 주겠나?
“그러지요.”
노형진은 그렇게 이야기하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노형진과 송정한은 같은 건물에 있기는 하지만 층수가 다르기 때문에 잠깐 움직여야 했다.
“어디 가?”
“송 대표님이 와 달라네?”
“또 뭔 일을 시키려고?”
“그런가?”
“그래. 너만 부르면 꼭 사건 떨어지더라.”
“로펌이니 당연하지.”
“아…… 비상근무 준비해야겠구만.”
벌써 투덜거리면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손채림을 보면서 노형진은 피식 웃으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송정한의 사무실로 향했다.
“들어가겠습니다.”
노형진은 문을 두들기고 안으로 들어갔다.
익숙한 사람이 가운데 있는 테이블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 사람은?’
처음 보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 얼굴은 알고 있다.
아니, 알 수밖에 없었다.
방금 전만 해도 텔레비전을 통해서 얼굴을 보던 변호사가 아닌가?
“자, 들어와서 앉도록 하게.”
“노형진입니다.”
“백학규입니다.”
백학규와 노형진은 명함을 주고받으면서 인사를 했고 송정한은 그런 두 사람에게 자리를 권했다.
“사실은 말이야, 외부에서 도움 요청이 들어왔네.”
“살인 사건 말씀이시군요.”
“어떻게 아나?”
“방금 그 뉴스를 보고 있었습니다. 백 변호사님 얼굴이 나오고 있더군요.”
백학규는 왠지 머쓱한 얼굴이 되었다.
사실 생방송도 아니고 녹화된 영상이니 이렇게 만나는 것도 가능하기는 하다.
“그런데 그 사건은 우리가 수임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압니다. 하지만 솔직히 제 실력의 한계를 느끼고 있습니다. 피고인을 위해서라도 이건 제대로 해결해야 할 것 같아서요. 그래서 의뢰인을 설득해서 새론에 부탁해 보려고 온 겁니다.”
“그래요?”
“네.”
보통 변호사들은 다른 변호사와 공동으로 작업하는 것을 싫어한다. 수임료를 나눠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신이 설득하다니.
‘제대로 된 변호사 같기는 한데.’
노형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진짜로 억울하다는 건가?’
진짜로 억울하지 않다면 다른 변호사에게까지 사건을 맡기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진짜로 억울하다는 것인데.
“솔직히 뉴스에서 나온 것만 기준으로 판단하기는 좀 그렇습니다만, 우리가 봐서는 살인 혐의를 벗기 힘들다고 보입니다만?”
“압니다. 그래요. 상황이 그렇지요. 하지만 진짜로 억울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거야 다 그렇게 주장합니다.”
“내 생각에는 진짜 억울한 모양이야.”
“네?”
송정한이 끼어들어서 설명해 주자 노형진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자발적으로 거짓말탐지기도 하고 우리 쪽 프로파일러도 불러서 판단도 했다네.”
“그래요?”
“그래. 하지만 거짓말탐지기는 아직까지 법원에서 인정되는 것이 아니고 프로파일러 쪽도 아무래도 민간이라고 인정을 안 해 줘. 하지만 양쪽 다 무고하다고 나오더군.”
“흠.”
무고한 살인죄를 뒤집어씌우는 경우가 없는 게 아니기 때문에 노형진은 일단은 신중하게 접근하기로 했다.
“자세한 이야기를 좀 들어 볼 수 있을까요? 주장만으로 무조건 누군가의 말을 인정할 수는 없어서요.”
“그러지요.”
백학규는 차근차근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의뢰인인 남주미 씨는 사실상 팔려 가다시피 결혼했습니다.”
“네?”
남주미는 살인자라고 불리는 그 아내다. 그런데 팔리다시피 결혼하다니?
“사실은 남주미 씨의 집이 남편인 남궁선태 씨의 집에 큰돈을 빌렸습니다.”
사업을 할 때 빌렸다.
그건 좋았다. 아마도 사업이 잘되었다면 그건 문제없이 해결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너무나도 흔한 이야기처럼, 급속도로 사업이 망해 버렸다.
“그 후에 남주미 씨의 집은 빚을 갚을 여력이 없어 보였지요.”
“그래요?”
“네, 그런데 그쪽에서 남주미 씨 집에 결혼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네에?”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일반적으로 그런 상황이면 대부분의 집들이 결혼은커녕 기존에 있던 부부도 이혼시키려고 성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혼시키려고 하다니?
“그 전에는, 남주미 씨는 남궁선태 씨를 본 적도 없었지요.”
당연하다.
남궁선태의 나이가 45세, 남주미의 나이가 30세다. 띠동갑도 훨씬 넘어가 버리는 차이다.
“남주미 씨라고 했지요? 그쪽에서는 거절할 수가 없었겠군요.”
“네.”
빚의 단위가 천도, 억도 아닌 15억이다. 그러니 재기 불가능한 상황의 남주미 집안에서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것까지는 이해하겠네요. 사이도 안 좋았다면서요?”
“네, 좋을 수가 없죠. 남자 쪽도 강제로 한 모양이었으니까.”
“그런가요?”
“네.”
경찰의 입장에서도 사이가 안 좋은 그들이 결혼했으니 자연스럽게 살인이 벌어질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살인을 했다고.
너무나 당연한 순서다.
“말이 결혼이지, 사실상 각방 생활을 했습니다. 사이가 안 좋다고 하기는 하지만 남주미 씨 말로는 으르렁거리는 사이는 아니었다고 하더군요.”
“으르렁거리는 사이는 아니다?”
“네, 표현을 하자면, 데면데면한 그런 사이? 신혼여행 이후에 관계도 딱히 없었고요.”
“네? 잠깐만요, 결혼한 지 3년이라고 들었는데요?”
“네.”
“그런데 섹스리스라고요?”
섹스리스란 부부 관계에서 성적 관계가 없는 것을 말한다. 대화는 하지만 상대방에게서 성적인 뭔가를 느끼지 못해 벌어지는 일이다.
보통은 서로 오래 지내면서 익숙해져서 그런다지만.
‘하지만 신혼여행을 갔다 와서 바로 섹스리스라고?’
그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감정이야 어찌 되었건 남자의 입장에서는 그 당시 20대의 파릇파릇한 여자가 신부가 된 셈이다.
그런데 그냥 넘어간다? 매일 밤? 친해지려는 시도나 관계에 대한 시도도 없이?
“남자가 고자였나요?”
“그건 아니라고 합니다.”
“헐.”
“하여간 남편도 입버릇처럼 그랬다고 하더군요. 이혼해 달라면 해 주겠다고. 미안하다고.”
“그런데 왜 이혼을 안 한 겁니까?”
“빚이 탕감된 게 아니니까요.”
계약서상 빚의 이율은 연 10%.
즉, 이자만 매년 1억 5천을 갚아야 한다.
망해 버린 남주미의 집안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일반인도 연봉이 1억이 넘어가면 상위 2% 안에 드는데 말이다.
“결혼 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이자도 면제 그리고 원금 상환도 면제.”
“그래서 이혼을 못 했군요.”
“네. 그래서 두 사람의 사이를 보자면, 소 닭 보듯 쳐다보는 관계였다고 하더군요.”
“소 닭 보듯 쳐다본다라. 부부 관계에서는 특이한 경우군요.”
“그렇지요. 심지어 남궁선태는, 남주미의 나이가 아직 어리니까 남친이라도 만들고 다니라고 했답니다.”
“네? 뭔 개 같은 소리래요?”
“그러니까요.”
남주미야 그냥 관계가 데면데면하니까 농담 삼아 한 말로 받아들였지만 말이다.
“남주미 씨가 친해지려고 하기는 했지만 거리를 둬서 그것도 안 되었고요.”
“일단 결혼 생활에 대해서는 알겠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살인으로 돌변한 겁니까?”
그렇게 데면데면하고 서로 관심도 안 두는 관계이면 살인까지 갈 이유가 없다.
살인이라는 것은 분노이고, 남녀 관계에서 분노라는 것은 결국 두 사람의 관계가 틀어졌을 때 생기는 건데, 이건 관계라고 할 수도 없는 미적지근한 사이 아닌가?
법적으로만 부부일 뿐이지, 남만도 못하다.
“그게 문제입니다.”
나갔다가 들어왔는데 살인이 났다.
집에 와 보니 남편이 목이 졸려서 죽었다.
그래서 경찰에 신고했는데,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다는 주변의 말에 따라 수사가 시작되어 자연스럽게 혐의는 아내 쪽으로 끌려갔다.
“단순히 신고했다고 혐의가 그쪽으로 간 것 같지는 않은데요.”
“끈에서 남주미 씨의 유전자가 발견되었습니다.”
“끈에서요?”
“네. 그런데 그 끈이 집에 있던 끈이니까 당연하지요.”
“그렇게 변론을 하시면 되지 않습니까?”
“했지요. 하지만 경찰은 아예 그쪽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흠…….”
경찰이야 일하기 쉽게 하려고 하는 것도 있으니 그렇다고 쳐도, 노형진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있었다.
“그러면 알리바이를 대면 되지 않습니까?”
상식적으로 바깥에 나갔다 왔다고 하면 알리바이를 대면 그만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 알리바이를 대지 못하고 있다.
“그게…….”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의뢰인을 지키고 싶으시다면서요?”
“이건 기밀입니다. 절대로 외부에 공개되어서는 안 됩니다.”
“알겠습니다.”
“사실은 남친을 만나고 왔답니다.”
“남친? 잠깐, 남친요?”
“네.”
“끄응…….”
노형진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백학규 변호사가 그 알리바이를 말하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미친……. 말해 봐라, 무슨 꼴이 나나.’
안 그래도 의심을 받고 있는데 경찰이 색안경을 끼고 볼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군다나 그 남친이 그냥 남자 사람 친구가 아닌 것은 너무나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래도 그 부분에 대해서 언론에 공개는 하지 않더라도 경찰에는 말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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