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934)
“놔! 놓으라고, 이 새끼들아!”
발악하는 박명성.
하지만 그를 놔줄 경찰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강제로 끌려가는 박명성. 노형진은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싱긋 웃었다.
“어떻게 안 겁니까?”
백학규 변호사는 피날레를 보러 오라는 말에 황급하게 왔다가 박명성이 체포당하는 모습을 보고는 당황했다.
자신은 어떤 상황인지 이해도 못 했는데 뜬금없이 저 녀석이 범인이라니.
“뭐, 말하자면 복잡합니다만.”
노형진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들의 세계는 여전히 이해 불가능이니까.
“결론만 말하면 변태성욕과 돈이 엮여 있는 일이었습니다.”
“변태성욕?”
“네.”
간략하게 늘어놓은 노형진의 설명에 그는 기가 막혔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네. 결국 제삼자가 저지른 거지요.”
“헐…….”
“아마 취조하면 나올 겁니다. 관련 증거가 나올 테니까.”
“그런데 도대체 왜 거기서 그런 증거가 나온 겁니까? 지문이야 그렇다고 치고 정액이라니?”
서웅섭의 집에서 발견된 청바지에서는 정액이 나왔다. 그것도 박명성의 정액이.
그러니 그가 빼도 박도 못할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박명성은 가학성애자니까요. 아마 목을 졸라서 살해했을 겁니다.”
“가학성애자?”
“네.”
남에게 고통을 줌으로써 자신의 만족을 추구하는 자.
그런 그가 살인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연쇄살인범들 중에는 살인하는 와중에 사정했다는 놈들이 종종 있지요.”
“그…… 그래요?”
“네.”
서웅섭과 박명성은 분명히 몸싸움을 했을 것이다.
그 와중에 서웅섭이 지고, 박명성은 그를 제압하기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죽이려고 했을 것이다.
당연히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서웅섭은 발악했을 것이고, 그게 박명성에게 일종의 쾌감을 제공한 것이다.
“문제는 그걸 계획하고 간 게 아니라는 거죠.”
뒷수습을 해야 하는데 정액이 묻어 축축한 바지가 거치적거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벗어 둔 거죠. 그리고 잊어버린 겁니다.”
그리고 그게 박명성의 가장 큰 실수였다.
“문제는, 몸은 그 감각을 기억하고 있다는 거죠.”
“몸은 기억한다?”
“네.”
살인의 자극을 겪어 보자 일반적인 행위로는 욕구불만일 뿐이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동일한 상황, 즉 목을 조르는 상황이 오자 이성이 날아가면서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았던 것이리라.
“자기는 실수라고 생각했겠지만.”
한번 살인의 쾌락에 몸을 맡긴 그는 계속 살인을 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아마도 남궁선태 씨를 죽인 것도 취조해 보면 나올 겁니다.”
“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해결된 사건을 보면서 백학규 변호사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 * *
“뭘 보냐?”
노형진은 지나가다가 손채림의 화면에 떠 있는 여자들의 사진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응? 이거? 이력서.”
“이력서? 우리 신입 뽑을 계획 없는데? 그리고 그걸 네가 왜 봐?”
“그게 아니라, 마담이 보내 주던데. 내 취향에 맞을 거라고.”
“쿨럭.”
자신도 모르게 기침을 하는 노형진.
이 무슨 황당한 소리란 말인가?
“아니, 이게 뭔 소리야? 너, 진짜로 그쪽으로 가 보려고?”
“미쳤냐? 난 굳이 말하자면 수비 쪽이라고.”
“그런 의미가 아니거든? 에비, 에비.”
화면을 닫고는 메일을 휴지통에 넣어 버리는 노형진.
그러자 그걸 보면서 손채림은 깔깔 웃었다.
“진짜 그쪽으로 가려는 거야?”
“그럴 리가. 다만 이번 사건을 보면서 나도 좀 인맥을 늘려 봐야 할 것 같아서 부탁한 거야.”
“인맥?”
“그래. 변태에 가학성애자에…… 사디스트니 마조히스트니…… 난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세계라고.”
하지만 노형진은 그 세계를 알고 있었고 그래서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인터뷰할 사람 좀 소개해 달라고 했어.”
“흠…….”
하긴 사건이 벌어졌을 때 그쪽으로 생각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노형진은 미국에서 이런 사건을 겪어 봤으니 알지만 말이다.
“조사만 해라. 조사만…….”
“알았다고.”
피식 웃으면서 쓰레기통에 있는 파일을 복구하는 손채림.
“그나저나 사건은 해결된 거야?”
“결국 박명성이 사실을 말한 모양이야. 증거가 넘치니 어쩔 수 없었겠지만.”
그의 집에서는 예상대로 서웅섭의 집에서 사라진 실리콘 복장이 나왔다. 그리고 그쪽으로 작심하고 추적하기 시작하자 여러 증거가 나왔다.
“아슬아슬했어. 아마도 그냥 뒀으면 연쇄살인범이 되었을 거야.”
“그런가?”
“그래.”
그 쾌감이 살인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걸 즐기기 위해서라면 그는 살인도 불사할 작자였다.
“다행히 남주미는 풀려났고.”
그 과정에서 남친은 제대로 뻥 차였다.
사실 그녀의 경우 그가 같이 있었다는 증언만 해 줬으면 애초부터 그런 일을 겪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도망가는 바람에 일이 틀어진 거니까.
“남자는 지금쯤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겠지.”
남주미는 남궁선태의 재산을 물려받아서 기업을 운영하게 되었다.
가족들은 당연히 빼앗으려고 했지만, 범인을 은폐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결국 소송에서 져서 그럴 수가 없었다.
“이런 사건은 다시 만나고 싶지 않다. 너무 복잡해.”
“미 투다. 하지만 언젠가는 또 만날지도 모르지.”
어깨를 으쓱하는 노형진.
손채림은 그런 그의 말을 들으면서 화면을 가리켰다.
“어때?”
“뭐가?”
“이 아가씨 말이야. 네 타입 같은데. 성향이 순종이라는데?”
“난 멀쩡하다고!”
“호호호.”
분노하는 노형진을 본 손채림은 웃으면서 도망가 버렸고, 노형진은 그 메일을 다시 한 번 쓰레기통에 넣을 수밖에 없었다.
>4장. 블랙 메일>
“많이 바뀌었네요?”
노형진은 채시영을 보고 빙긋 웃었다.
과거 술집에서 일하던 그녀는 이제는 당당한 술집의 사장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은 과거처럼 색기가 넘치는 얼굴을 하고 있지는 않았다.
아마도 화장을 바꾼 모양이었다.
“나름 일을 해야 하니까요.”
채시영은 그때는 볼 수 없었던 청순한 모습이었고, 그걸 보고 노형진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조심하자, 화장발이라더니.’
그때는 완전히 색기 넘치던 그녀가 이렇게 청순한 타입으로 변신할 줄 몰랐기 때문에 속으로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술집을 열다니 의외군요. 그때 돈을 받기는 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술집을 열 정도는 아니지 않았나요?”
“술집 열 때 자기 돈으로만 여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럼?”
“안당 마님께서 지원해 주셨어요.”
“안당 마님이?”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안당 마님은 노형진의 큰손님 중 한 명으로 뒷세계에서 여자들을 꽉 잡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원래는 다안이라는 최고급 기생 술집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기생을 찾는 사람이 많이 줄어든 현재는 다안기생문화연구원이라는 일종의 사설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어, 저기…… 갭이 너무 큰 것 같은데요?”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물론 ‘화류계’라고 하는 부분은 같다.
그러나 안당의 방침이 과거 기생으로부터 파생된 최고급의 상류 유흥이라면 채시영은, 이런 말 하면 그렇지만 소위 2차로 표현되는 저급 술집 문화였기 때문이다.
비교하자면 최고급 리무진 대여 서비스와 택시만큼이나 거리가 있었다.
“누구 덕분이지요.”
“누구?”
“대출을 알아보는 와중에 안당 마님이 먼저 연락을 주셨어요. 노 변호사님이랑 연관이 있는 거 안다면서.”
“아, 그래요?”
“네.”
안당은 그녀가 다른 사람들을 위해 나서서 노형진을 선임하고 사건을 해결하려고 한 것을 높이 샀다고 한다.
누군가는 나서서 그렇게 해야 밤에 일하는 수많은 여자들이 무시받지 않는다면서.
“그러면서 저한테 새로운 사업을 권해 주더군요.”
“새로운 사업?”
“네. 기생과, 기존에 있던 업소와의 중간이라고 할까?”
“중간요?”
“클래식과 일반 가요의 퓨전도 있는데 다른 게 없으라는 법은 없잖아요?”
“그건 그렇지요.”
노형진은 듣다 보니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소위 말하는 기생 문화는 최고급이다. 한번 술 마시는데 몇백만 원이고, 오로지 부자만을 위해서 구성된다.
그에 반해서 저급 문화는 수많은 사람들이 올 수는 있지만 당당하게 나설 수 없는 문화다.
“그리고 관광학적으로 즐길 만한 것은 아니지요.”
“관광이라…….”
“네, 안당 님께서는 공장만으로는 살 수 없다고 했어요. 술집에서 일한다고 누군가는 무시할 테지만, 현실은 똑바로 봐야 한다고요.”
소위 말하는 기생 관광.
일본이나 한국에서 많은 부자들이 한때 왔던 관광이다.
좋게 말해서 기생 관광이라고 하지, 사실상 성매매 관광을 뜻한다.
“안당 님은 그걸 제대로 바꿔 보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가게를 한번 해 보라고 하셨지요.”
“아.”
안당이라면 그럴 만하다.
힘이 없는 늙은이라고 맨날 입으로만 떠들면서 그 안에는 수십 년 묵은 능구렁이가 살고 있는 노인이니.
‘그런데 왜 회귀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지? 아…….’
생각해 보니 원래 역사에서 안당은 벌써 죽었어야 했다. 과거를 연구소로 바꾸는 과정에 아랫사람들이 범죄를 꾸며서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노형진이 나서서 그걸 일망타진했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이다.
‘대룡과 마찬가지로군.’
대룡 역시 노형진이 나서면서 기업이 살아남았으니까.
“그래서 그런 곳을 하고 있지요.”
단순히 술과 여자만 파는 게 아니다. 충분한 실력이 되는 사람에게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 등을 가르치고 기생으로서의 기본적인 행동거지를 가르친다.
술집 여자라는 그 타이틀이 어디 가는 건 아니지만, 스스로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일본의 게이샤 이상의 뭔가를 만들고 싶어 하셨어요.”
“게이샤라…….”
게이샤는 일본의 기생이다.
하지만 그 이미지를 제대로 관리한 일본 덕분에 게이샤의 이미지는 성매매보다는 예능인에 가깝다.
“좋은 생각이군요. 그런데 그것 때문에 저희를 찾아온 건 아닐 테고.”
“그러고 보니 본론을 이야기하지 않았군요. 노 변호사님도 바쁘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채시영은 노형진에게 그녀가 여기까지 찾아온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아는 동생 가게에 문제가 생겼어요.”
“네? 아는 동생 가게요? 단속이라도 당한 건가요?”
“그런 걸 가지고 노 변호사님을 찾아올 만큼 염치없지는 않아요. 그런데 새로 온 애가 문제죠.”
“새로 온 아이?”
“네, 원래는 그다지 신경을 안 쓰는데, 상황이 딱해서요.”
“무슨 일인데요?”
“결국은 돈이죠, 뭐.”
성매매 업소라고 해서 무조건 술을 파는 공간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형태를 가진 업소도 있는데, 그 아는 동생이라는 녀석이 그런 업소를 한다.
“거기에 들어온 신입이, 고아예요.”
“그게 문제인가요?”
“아뇨. 문제는 한국대생이라는 거죠.”
“한국대생?”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한국대면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대학이다. 그런 곳에 들어간 사람이 술집 신입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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