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942)
“제가 누군지는 아실 텐데요?”
노형진이 히죽 웃으면서 말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애나머스의 카를로스가 노형진에 대해서 모를 리 없다.
“그곳에 투자하면 1년 내에 네 배의 수익이 날 겁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큭…… 빌어먹을.”
그 돈이면 자신은 고생 없이 살 수 있다. FBI가 추적하든 말든 말이다.
“신고하려는 거 아니죠?”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우리는 사람을 구하려고 하는 겁니다.”
“좋소. 하지만 나도 그냥은 할 수 없고…….”
그는 자신의 컴퓨터로 다가가더니 어딘가에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물론 감청되고 있을 게 뻔하지만 그 내용 자체는 평이한 안부로 되어 있는 개인 암호라 감청해 봐야 그냥 안부 정도로만 알 것이다.
“조건은?”
“현금으로 2억. 그리고 원하면 취업.”
“취업이라고?”
“한국은 요즘 취업이 힘들거든요. 그리고 이렇게 비밀리에 해킹하는 사람이라면 더욱요.”
노형진이 히죽 웃으면서 말하자 카를로스는 뭐 씹은 얼굴로 몇 마디 하더니 다시 몸을 돌렸다.
“연봉은 1억 이상.”
“실력만 된다면요.”
물론 실력은 될 수밖에 없다. 다른 곳도 아니고 애나머스 소속이니까.
‘그리고 우리도 이참에 다크 웹에 대해서 아는 사람을 찾아 놔야지.’
그래야 자신들에게도 유리할 것이다.
“만나 보겠다는군.”
그는 종이에 뭔가를 적어서 건넸다.
“나도 얼굴은 모르니까 알아서 찾아가세요. 닉은 블랙파이어드래곤707이오.”
“헐, 닉 참 중2병 돋네. 블랙파이어드래곤? 흑염룡이 뭐야, 흑염룡이.”
조용히 듣고 있던 손채림이 어이가 없는 듯 중얼거렸다.
“뭐야? 영어 하잖아?”
조용히 있어서 영어를 못 하는 줄 알고 방심하던 카를로스는 깜짝 놀랐다.
“그래서 상관있나요?”
“끄응…… 하긴, 상관없지.”
노형진은 하드를 건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곳은 감시받고 있으니 오래 있어 봐야 좋을 게 없으니까.
“이만 가 보겠습니다.”
“안 나가겠소.”
건물에서 나오자마자 노형진은 바로 공항으로 가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귀국했다.
자신이 미국에 있어 봐야 정부에서 또 누군가를 붙일 가능성이 높으니까.
“그나저나 다크 웹이 뭐야?”
손채림은 아까의 대화가 이해가 안 가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말 그대로 인터넷이지.”
“인터넷?”
“그래.”
“세상에 흔한 게 인터넷이잖아?”
“그건 어디까지나 공식적인 거고. 우리가 아는 웹 사이트의 드러나는 부분은 고작 5% 미만이야.”
“뭐라고?”
“우리가 쓰는 인터넷상의 내용은 고작 5%라고.”
다크 웹, 또는 심층 웹이라 불리는 공간.
전 세계 인터넷의 95%를 차지하는 그 정보들은 일반적 사이트에 올라가지 않는다. 철저하게 차단된 상태에서 극비리에 운영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존재 자체도 모른다.
“사람들은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라고 하지. 그와 동시에 정보의 쓰레기통이라고도 해.”
뭔가를 검색하려고 하면 그와 관련된 많은 정보가 나오지만 그와 관련된 쓸모없는 정보도 무차별적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그게 고작 5%라고?”
“그래. 그리고 나머지 95%의 공간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정보가 떠돌아다니지.”
그렇기 때문에 그 공간을 뒤지기 위해서는 관련된 전문가가 필요하다.
“바다로 치면 우리가 쓰는 인터넷 사이트는 안전하고 평온한 해수욕장이야. 하지만 다크 웹은 거칠기 짝이 없는 대해지. 제대로 알지 못하면 그 안에서 빠져 죽을 수밖에 없는.”
“헐…….”
“그러니 그 안에서라면 어쩌면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노형진은 그렇게 되기를 진심으로 원하고 있었다.
* * *
블랙파이어드래곤707, 즉 흑염룡707을 만난 곳은 상상도 못 한 곳이었다.
“네가 흑염룡?”
“그런데요?”
“장난이 아니고?”
“내가 장난으로 보여요?”
눈앞에 나타난 사람은 아무리 봐도 청소년이었다.
“너 몇 살이니?”
어이가 없어서 되묻는 손채림.
“이제 열아홉 살요. 재수 중.”
“헐.”
대학에도 못 간 해커라니.
왠지 어이가 없는 표정이 되는 손채림.
그러자 그는 짜증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나도 컴퓨터 쪽으로 가고 싶었다고요. 그런데 엄마가 무조건 의사 하라잖아요, 씨발.”
그 모습에 손채림은 우려 섞인 표정으로 노형진에게 물어봤다.
“믿을 만한 거야?”
“응.”
“어떻게 알아?”
“너 같으면 성인이 흑염룡이라는 오글거리는 닉을 쓸 것 같아?”
참 대단한 이유이기는 한데 또 믿음직한 이유는 아니다.
“그리고 원래 해커들의 전성기는 저 때부터야.”
“뭐?”
“해커들의 세계는 세대교체가 빠른 편이야. 발전이 빠르거든. 그리고 저 나이 때의 아이들이 가장 빠르게 적응하고.”
“올, 잘 아시네.”
사탕을 쭙쭙 빨면서 대답하는 소년.
“일단 소개부터 하지. 난 노형진. 이쪽은 손채림. 넌?”
“이수종. 아까 말했듯이 재수 중.”
“재수라.”
“네.”
“너희 어머니가 네가 컴퓨터 천재인 거 아니?”
“알 리가 있나요?”
어머니는 컴퓨터 하면 무조건 게임이나 하는 줄 안다. 그 때문에 자신이 컴퓨터를 하는 걸 무척이나 싫어했다.
“그래서 의대에 가려고?”
“뭐, 해킹해서 성적 고치는 건 일도 아니긴 한데, 그랬다가 누굴 죽이려고.”
“하긴.”
의대 입학에 중요한 것은 성적이다. 그러나 스스로가 의대에 가지 못한다는 걸 잘 아는 그가 의대에 갈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적당한 취업처라면 포기해 주겠지요.”
“그래서 받아들인 거냐?”
“새론에 연봉 1억의 컴퓨터 관리인 자리라면 어머니가 싫어할 리 없잖아요?”
히죽 웃는 이수종.
손채림은 믿음직스럽지 못한 듯했지만 노형진은 신경 쓰지 않았다.
‘도리어 잘된 거지.’
이 세계에는 천재라는 존재가 있다. 그리고 그가 바로 컴퓨터 세계에서의 천재다.
천재는 적응이 빠르기 때문에 일도 더 잘하고 또 성장도 빠르다. 그리고 세대교체가 심한 이곳에서 더 오래 일할 수 있다.
“그래서 원하는 게 뭔데요?”
“사람을 찾고 싶다.”
“사람?”
“그래, 납치된 사람이다.”
노형진은 사건에 대해서 설명해 줬고, 그 말을 들은 이수종은 단번에 내막을 알아차렸다.
“성 노예네.”
“네가 어떻게 알아?”
고작 열아홉 살밖에 안 되는 아이가 안다는 사실에 기가 막힌 손채림.
“다크 웹이니까.”
“뭐라고?”
“원하면 원하는 스타일의 어떤 성 노예도 구할 수 있어요. 노인, 어린이, 유아 등등.”
“그게 무슨……?”
“다크 웹이니까.”
하지만 여전히 이해 못 하겠다는 얼굴인 손채림.
“하긴, 이건 일반인이 들어서 이해할 게 아니니까. 한번 직접 볼래요?”
“그래.”
“여기서 할 수 있어?”
“그럴 리가요. 다크 웹이 무슨 네이년인 줄 아세요? 집으로 가야 해요. 다행히 엄마가 일하러 간 시간이니까 가능하겠네요.”
이수종은 노형진과 손채림을 데리고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컴퓨터를 켜고는 상당한 시간을 들여서 낯선 인터넷 사이트로 들어갔다. 그러자 화면에 떠오르는 수많은 사진들.
“우우우…….”
손채림은 그걸 보고 충격에 빠졌다.
거기에는 사진과 더불어 신상명세가 나와 있고, 제각각 가격이 붙어 있었다.
-브라질계 여성, 나이 22세, 가슴 사이즈 34……(중략)……가격 3만 달러.
-미국계 남성 나이 17세, 백인계……(중략)……가격 2만 5천 달러.
-중국계 여아, 나이 14세, 동양계……(중략)……가격 6만 달러.
-중국계 여아, 나이 8개월, 동양계……(중략)……가격 10만 달러.
“이, 이게…….”
“인신매매 사이트.”
노형진이 원하는 게 뭔지 바로 알아차리고 그곳을 보여 준 것이다.
“뭐, 사이트가 워낙 많아서 좀 더 찾아봐야겠지만.”
“흠…….”
노형진은 딱딱한 얼굴로 그 사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세상은 이렇게 더럽습니다.”
히죽거리는 이수종.
그가 학생답지 못하다고 욕할 게 아니었다. 이런 걸 볼 수 있는 사람이 학생다울 수는 없다.
변호사들이 대부분 범죄만 상대하다 보니 상당히 차갑고 염세주의자가 되는 것과 비슷한 식이다.
“원하는 게 있으면 뭐든 구할 수 있어요. 여자, 남자, 총, 칼, 독극물, 시체, 장기 등 원하는 건 뭐든. 뭐, 미사일이나 핵폭탄 같은 건 각국이 심각하게 감시해서 무리겠지만 개인 범죄 장비는 얼마든지 구할 수 있어요.”
“뭐? 총도 구할 수 있다고?”
“네.”
“하지만 한국은 총기 소유가 불법 아니야?”
노형진이 왠지 어색한 얼굴이 되었다.
“총기 소유는 불법인데 총기 부품을 가지는 건 합법이야.”
“그게 뭐야?”
“말 그대로야. 부품을 여기저기서 구입해서 조립하면 총을 만들 수 있다는 거지. 실제로 상당수 폭력 조직은 총이 있다고 봐야 해. 다만 한국 경찰이 총기에 예민하기 때문에 쓰지 못하는 것뿐이지.”
“설마.”
“설마가 아니야. 만구파 기억하지?”
손채림은 입을 다물었다.
무너지기 직전 결사적으로 저항할 때, 만구파는 총기뿐만 아니라 지대공미사일과 대전차미사일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런 곳을 통해서 구입했겠지.”
“…….”
평소에 장난기 많고 쾌활한 손채림도 이 상황에서는 도무지 좋은 얼굴이 될 수가 없었다.
“이 사람들이 다 팔리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는 거야?”
“네.”
“이런 애들은…….”
어른이야 그렇다고 치고 애들까지 나오다니.
“중국에서 많이 나와요.”
“중국?”
“네, 중국은 무조건 한 자녀 정책을 쓰니까.”
중국은 한 자녀 정책을 써서, 추가로 애를 낳으면 엄청난 벌금을 내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낳으면 팔아 버리는 거죠.”
“아니, 애는 어떻게 되고?”
“그들이야 모르죠. 운 좋으면 진짜 아이가 필요한 집에서 구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불법 노예 노동력으로 팔려 가죠.”
입양을 원하면 합법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니까.
“미친…….”
“알았다. 일단 부탁한다.”
노형진은 사진과 신상을 주고 이수종에게 부탁했다.
“찾아볼게요.”
“그래.”
노형진과 함께 그곳을 나오면서도, 손채림은 충격을 받아서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 * *
“그런 곳이 있단 말인가?”
“네.”
김성식은 기가 막히다는 얼굴이 되었다.
그런 곳은 들어 보지도 못했다. 아니, 어떻게 그런 공간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정부에서도 모르나? 그걸 그냥 둬?”
“모를 리가요. 하지만 그 공간은 추적이 불가능합니다.”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곳에 접근할 수 있는 브라우저는 추적이 불가능한 시스템으로 되어 있어요. 결국 브라우저를 추적해서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하죠. 만일 사건을 해결하고자 한다면 일일이 구입자로 접근하는 수밖에 없지요.”
“그래야지!”
“하지만 그렇게 하면 언제나 아랫놈들밖에 못 잡죠.”
“미친…….”
“그리고 솔직히 우리나라는 그런 것에 관심을 안 가지는 것도 사실이구요.”
노형진은 한심스럽다는 듯 말했다.
미국도 이런 다크 웹의 존재를 모르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 어마어마한 규모 때문에 싸울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다.
웃긴 건 이 다크 웹에 접근하기 위해서 필요한 브라우저는 미국 정부의 개발품이라는 거다.
“일단 이수종이 다크 웹을 뒤지고 있습니다. 학원도 째면서 일한다고 툴툴거리는 것 같기는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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