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948)
“두 번. 한 번은 권총으로, 한 번은 때려서.”
“헐.”
“이야, 이거 샌님이 아니라 물건일세?”
노형진의 말에 의외라는 시선을 보내는 팀원들.
“원해서 그런 게 아닙니다.”
두 번 다 자신을 죽이려고 한 킬러였다.
처음에는 권총으로 사살했고, 나중에는 격투하다가 잘못 때려서 죽었다.
첫 번째 놈은 전문 킬러였는데 노형진에게 권총이 있는 걸 모르고 방심하다가 죽은 것이고, 다른 놈은 노형진의 목에 갱단의 현상금이 걸리자 다짜고짜 달려들었던 마약중독자였는데 하필이면 머리를 탁자에 부딪치는 바람에 죽은 것이다.
다행히도 둘 다 정당방위로 처벌은 받지 않았지만.
‘그다지 좋은 기분은 아니었지.’
노형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능숙하게 탄창을 확인했다.
“테이프 남은 거 있으면 주십시오.”
그리고 그걸로 탄창을 꺼내서 서로 뒤집어서 묶어 놨다.
이렇게 하면 교전 중에 탄창의 교환이 빨라지기 때문이다.
“이 양반, 본격적인데.”
“상대방 목숨보다는 내 목숨이 중요하니까요.”
다들 히죽 웃었다. 마음에 든다는 뜻이었다.
메디슨은 그런 그들을 무시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더니 한참 지나서 다시 슬며시 나타났다.
“초소는 네 곳이다. 전형적인 방어 구조이고, 외곽에 간단하게 막기 위한 벽이 있지만 수류탄 투척 후 돌입하면 문제가 안 될 거야. 지금은 늦게 도착했고 또 다들 체력을 보충해야 하니 새벽에 기습한다. 샌과 카를이 한 개씩 초소를 정리한다. 할 수 있지?”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거려다.
“그러면 나머지는 사방에서 조여들어 간다.”
노형진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건 사살 모드 아닌가요?”
“그런데요?”
“우리는 구출 작전을 하는 거 아닌가요?”
“그렇지요.”
“그렇게 되면 몰린 적들이 가운데로 집중됩니다.”
문제는 인질이 갇혀 있는 곳이 바로 중심의 헛간처럼 생긴 감옥이라는 것.
그곳이 방탄이 될 리는 만무하니 그곳에서 교전하게 되면 당연히 총알이 안으로 들어갈 것이다. 총알에는 눈이 안 달렸으니.
“그러면 사상자가 생길 수 있습니다.”
다들 뭐 어떠냐는 표정이었다.
‘안 따라왔으면 큰일 날 뻔했네, 씨발.’
실력은 좋은데 미친놈들인지라 인질의 사정을 봐줄 리 없으니 모조리 죽이겠다고 덤볐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최악의 경우 녀석들이 인질극을 벌일 수도 있고 사람들을 처형할 수도 있습니다.”
꺼내서 쏠 필요도 없다. 그냥 헛간에 수류탄 하나만 던져 넣으면 끝이다.
“그래서요?”
“그들을 빼내서 싸워야지요.”
“우리 타입은 아닌데?”
“돈은 타입 안 따라갑니다.”
“뭐, 틀린 말은 아니네. 그러면 당신이 작전 좀 짜 봐요.”
“일단 초소는 놔두죠.”
“뭐라고요?”
이런 작전을 하는 데 가장 방해되는 것이 초소다. 그런데 초소를 놔두다니?
“제 작전은 이렇습니다.”
노형진은 천천히 작전을 설명했다.
* * *
“후아암.”
동쪽의 초소를 담당하고 있던 조직원은 졸리다는 듯 입을 쩍 벌렸다.
“하필이면 이 시간에 걸리다니.”
“제일 졸린 때인데.”
“그냥 자면 안 되나?”
“그러다가 보스한테 걸리면 무슨 소리를 들으려고?”
그들은 툴툴거렸다.
가장 졸린 시간에 이렇게 근무가 떨어지다니, 짜증이 난 것이다.
“씨발, 이 시간에 누가 여기를 기어들어 와?”
밤의 정글은 위험하다. 자신들조차도 밤의 정글은 다니려고 하지 않는다.
외부에 나가 있는 조직원들도 내일에나 들어올 것이다.
“하긴.”
그들은 키득거리면서 주변을 바라보았다.
사실 숲속에 있는 초소이다 보니 서치라이트 같은 것은 없다.
이 야밤에 서치라이트를 켜 두면 ‘여기 아지트 있습니다.’라고 광고하는 것이기에 철저하게 위장된 곳이 아니고서야 불을 켜는 것은 금지였다.
“아, 지겹다. 그냥 내려가서 한 년씩 맛보고 오면 안 되나?”
“이따가 근무 끝나고 어때?”
“그럴까?”
히죽거리면서 웃는 그들.
근무할 생각보다는 이따가 있을 일에 대해 떠들면서 즐거워하는 그들이었지만, 낯선 소리는 그들의 상념을 깨기 충분했다.
와지직!
나무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면서 뭔가가 숲에서 굴러떨어진 것이다.
“어?”
“뭐야?”
순간 당황한 시선으로 그쪽을 바라본 조직원들은 어이가 없었다.
거기에는 총을 든 남자가 당황한 얼굴로 서 있었기 때문이다.
“너 뭐야!”
그들이 당황해서 외치는 순간 남자는 재빨리 숲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게 의미하는 것은 뻔했다.
“적이다!”
땡땡땡땡!
요란하게 외치는 고함 소리. 비상을 울리는 사이렌 소리.
초소로 몇 발의 총알이 날아왔지만 상대방은 도망가는 중인지 스치듯 지나갈 뿐이었다.
“적이다!”
“습격이다!”
고함에 우르르 몰려든 녀석들.
그 녀석들은 제대로 옷도 입지 못한 채로 손에 총과 무기만 들고 황급하게 튀어나왔다.
“어디야!”
“적은 어디냐!”
“여기야!”
마구 손을 흔들어서 위치를 알려 주는 경비들.
그러자 그들은 황급하게 그쪽으로 내달렸다.
탕탕탕!
몇 발의 총성이 들렸지만 총은 스치지도 못하고 휙휙 지나갈 뿐이었다.
“뭐야? 총도 쏠 줄 모르는 녀석들이잖아?”
나중에는 아예 대놓고 드르륵 갈기는데도 맞는 총알이 없었다.
처음에는 총소리에 움찔하던 녀석도 맞는 총알이 없자 상대방이 완전히 초보라고 생각하고는 그쪽으로 냅다 공격을 하면서 뛰어가기 시작했다.
“죽여!”
“죽여라!”
탕탕탕!
연속해서 터지는 총소리.
그 와중에 누군가가 손전등으로 총소리가 나는 쪽을 비췄다. 그러자 한 남자가 총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 드러났다.
“저기 있다!”
그 말을 알아들은 듯, 총을 든 남자는 당황하여 두리번거리더니 냅다 총을 버리고는 숲으로 뛰기 시작했다.
“잡아라!”
“죽여 버려!”
자신들에게 총을 쐈다는 사실에 분노한 자들은 그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멈춰!”
“함정일 수도 있어!”
몇몇 사람들이 그들을 말렸다.
그래도 나름 전략이 있는 자들인 모양이었다.
“함정?”
“여기까지 온 녀석들이 총을 버리고 도망간다는 게 말이나 돼?”
“그런가?”
다들 멈칫하는 그 순간이었다.
쾅!
엄청난 폭음과 함께 초소의 아래 기둥 중 두 개가 터져 나갔다.
“끼아악!”
그 폭발에 휘말린 녀석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나가떨어졌다.
다행히 휘말리지 않은 녀석들도 있었지만, 그 녀석들의 삶도 길지는 않았다.
“으아아!”
처절한 비명 소리.
다리가 모조리 날아간 것도 아니고 옆의 두 개만 날아간 덕분에 무게를 이기지 못한 초소가 넘어가면서 경계선에 서 있던 녀석들을 깔아뭉갠 것이다.
“뭐야!”
“함정이다!”
황급하게 돌아가려고 하는 납치범들. 그러나 이미 무너진 초소가 입구를 막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모이는 순간, 그들의 양옆에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쾅! 쾅! 쾅! 쾅!
한 번이 아니라 네 번의 폭발.
테러범들은 정확히 그 폭발 범위 안에 있었다.
“끄아악!”
“아악!”
앞과 옆에서 터진 것은 단순 폭탄이 아니라 클레이모어였다. 당황해서 모여든 녀석들을 직격으로 덮친 것이다.
“끄아악!”
클레이모어가 쏜 엄청난 쇠구슬에 맞는 자들은 너덜너덜 해졌다.
정확한 위치에 설치된 게 아니라서 반대편에 있는 자들도 있었지만, 의미는 없었다. 클레이모어는 후폭풍이 어마어마해서 그 뒤에 있다고 해도 멀쩡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끄아악!”
“아악!”
정신을 못 차리는 납치범들에게 뒤이어 총알이 날아들었고,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들은 저항할 정신도 없었다.
“적이다!”
“적이 나타났다!”
일부 남아 있던 자들도 황급하게 이쪽으로 몰려왔지만 그게 실수였다.
퐁!
퐁!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소리. 그리고 포물선을 그리면서 하늘을 날아가는 무언가.
그게 쓰러진 초소 너머로 떨어지는 순간, 지옥도가 펼쳐졌다.
쾅! 쾅!
“끄아악!”
유탄 발사기였다.
입구가 막혀 있다는 사실에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던 자들은 하늘에서 뭔가 떨어질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대로 유탄에 쓸려 갔다.
그리고 그 반대쪽에서 메디슨은 기가 막히다는 듯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멋진 작전이군. 우리는 기습만 생각했는데.”
“인간의 본능의 문제죠.”
노형진은 씁쓸하게 말했다.
초소는 인간에게 심리적 안정을 준다. 경계하고 있다는 느낌.
그리고 습격자에게는 위협이 된다는 느낌도 준다.
“즉, 초소는 심리적 경계선에 서 있는 겁니다.”
이쪽에서 공격하려다가 도망가면 그들 중 상당수는 추격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어디에나 상대적으로 경계심이 심한 놈이 있지요.”
그 녀석은 초소를 기준으로 경계심이 발동할 것이고, 함정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경고가 이루어지는 순간, 녀석들은 그 자리에서 멈출 수밖에 없다.
그러니 그때에 맞춰서 미리 설치한 폭탄으로 탑을 쓰러트리면 경비 탑은 천연의 벽이자 문이 된다.
“그 후에는 고정 표적이죠.”
그들이 멈출 자리를 대략 알고 있으니 클레이모어를 설치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다음 수순으로 당연히 그 안에 있는 녀석들은 벌집이 될 수밖에.
물론 앞에 있는 놈들이 막아 줘서 안쪽에 있는 놈들은 상대적으로 멀쩡할 수도 있다.
하지만 클레이모어가 네 개나 터졌는데 멀쩡할 수는 없다.
진짜 아무리 운이 좋아서 주위에 있는 놈들이 방패가 되어 쇠구슬을 한 발도 안 맞았다고 해도, 그 정도면 고막이 나간다. 그리고 고막이 나가면 제대로 방향도 잡지 못한다.
“그 후에는 유탄이라.”
뭔 일이 터졌으니 다들 그쪽으로 몰려가는 것은 당연지사.
당연히 무너진 탑을 넘어가 보기 위해서 뭉칠 테고, 그 위에 유탄이 떨어지면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없다.
“남은 건 저놈들뿐인가?”
카를은 히죽 웃었다.
그 와중에 남은 것은 소수의 늦게 나온 녀석들뿐이었고, 대부분은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이번 싸움은 하품이 나오는군.”
그는 자신의 소총을 들고는 히죽 웃으면서 산을 내려갔다.
이제 남은 것은 우왕좌왕하는 녀석들에 대한 정리뿐이다.
누군가가 가운데 있는 창고에 접근하면 이미 소초 탑을 점거하고 있는 팀원들이 저격할 테니 남은 것은 살아남은 자들의 사냥뿐이다.
노형진은 그들이 내려가는 것을 보며 한숨을 쉬면서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이 손에 묻은 피를 어쩔 건지.”
처절한 비명 소리에 노형진은 그저 자신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자신의 소총을 들었다.
“피가 필요하다면…… 누군가는 묻혀야지.”
그는 이를 악물었다.
* * *
“잭팟이네.”
싸움이 끝났을 때 가운데 있는 감옥에서 꺼낸 것은 무려 쉰 명이 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공포에 벌벌 떨었지만, 한편으로는 안도의 표정도 보였다.
“국적도 다양하군.”
메디슨은 어이가 없는 듯 말했다.
“노예가 국적이 필요하겠습니까? 예쁘면 장땡이지.”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호주, 베트남, 필리핀…….
그러니까 여행 왔던 각국의 남녀들이 무차별적으로 납치된 것이다.
“여자는 그렇다고 치고 남자는 뭐요?”
“변태의 세계는 넓고도 험하죠.”
“경험해 본 것처럼 말하는군.”
노형진이 어색하게 말했다. 얼마 전 있었던 사건이 생각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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