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953)
더군다나 여자 연예인의 경우 남자보다 더 타격이 크기 때문에 이런 걸 별로 안 좋아한다.
“그래서 몰래 하지 않았던가요?”
결국 사장은 몰래 일을 저지르고 만다.
상대방 동의도 없이, 기자에게 뇌물을 주고 열애설을 터트린 것이다.
“그것 때문에 은비 씨와 소속사가 얼마나 손해 봤죠?”
“…….”
일단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만 열애설이 터진 이상 타격이 없을 수가 없다.
일부 팬들이 떠난 거야 그렇다고 쳐도 광고가 떨어져 나간 것은 타격이 컸을 것이다.
그 당시 두 건 정도의 광고가 떨어져 나갔는데, 은비라는 연예인의 지명도와 가치를 판단하면 못해도 6억 이상은 손해를 본 셈이다.
“은비 씨가 뭐라고 할지 참 궁금하네요.”
노형진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히죽 웃었다.
“그러면 뭐, 다른 연예인을 찾아보는 수밖에 없네요. 어차피 굴러다니는 게 남자 연예인이니까. 락스피릿한테 은퇴 방송 준비 잘하라고 하세요.”
몸을 돌려서 나가려고 하는 노형진.
그러나 그럴 수가 없었다.
꼴에 사장이라고, 그리고 성공했다고 목에 힘주면서 맞은편에서 소리소리 지르던 그가 몸을 날려서 노형진의 다리에 매달렸기 때문이다.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싫습니다!”
노형진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럴수록 사장은 더 강하게 매달렸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다시는…….”
“다시는 안 그러는 게 아니라, 다시는 못 그러실 겁니다. 그나저나 락스피릿 멤버들은 뭐라고 할까요? 당신 덕분에 연예인 인생 쫑 나게 생겼는데?”
실력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사장이 실수한 덕분에 그들은 인생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
띄워 준 건 고맙지만 거대 기업을 적으로 돌린 것이다.
그때는 사람들이 몰라서 기레기가 또 지랄한다, 수준으로 끝났지만.
‘하지만 뇌물이 끼어든 거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노형진은 확실하게 못을 박으면서 몸을 돌렸다.
“제발…… 한 번만……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개구리가 올챙이 적 기억 못 한다고, 자신이 한 짓거리를 까먹고 있던 사장은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원하면 얼마든지 내셔도 됩니다.”
“아니요. 하기 싫으시다는데 하면 안 되죠. 남자 연예인이 없는 것도 아니고.”
“제발 써 주십시오. 제발 써 주세요.”
읍소를 하는 사장을 보면서 노형진은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 * *
“열애설요?”
락스피릿의 찬수는 노형진의 부탁에 어이가 없었다.
자신이 누군가? 10대 소녀들의 우상이라 불리는 락스피릿의 리더다. 그런데 본 적도 없는 여자와 열애설이라니?
“싫은데요.”
“차, 찬수야.”
사장은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내가 왜 얼굴도 모르는 여자와 열애설이 나야 하죠? 나한테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피해 보는 것도 없지 않습니까?”
남자들은 열애설이 나도 상대적으로 충격이 작다.
더군다나 이런 경우는 대부분 헛소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 충격도 얼마 가지 않는다.
‘광고도 그렇지.’
여자가 열애설이 터지면 광고가 줄어들지만 남자는 그다지 줄어들지 않는다.
더군다나 락스피릿 자체가 귀여운 이미지보다는 터프하고 말 그대로 락을 하는 강렬한 이미지를 추구하기 때문에 열애설 하나 터진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사장님도 개나 소나 다 부탁 들어주지 말라고요. 귀찮게시리.”
“찬수야.”
노형진의 존재를 모르는 찬수는 말을 막 했다.
그리고 그걸 보고 노형진은 혀를 끌끌 찼다.
‘아주 그냥 제대로 영혼이 빠져나갔구만.’
보아하니 소위 말하는 연예인 병에 걸린 듯했다.
연예인 병은 자신이 엄청나게 유명하고 대단한 연예인인 줄 알고 주변을 무시하면서 싸가지 없게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실제로 몇몇 사람들이 그러다가 몰락했다.
‘이놈도 그렇겠지.’
상식적으로 연예인들이 아무리 떠도 주변을 무시할 수는 없다. 사회생활이라는 게 그런 거니까.
하지만 그런 걸 모르는 인간은 자신이 실력이 있어서 성공했다고 여기곤 한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너도 얼마 안 남았으니까.’
노형진은 그들의 미래를 안다.
1집에서 빵 터졌지만 2집에서는 쫄딱 망하고, 3집에서는 비밀이 새어 나가면서 그대로 묻혀 버렸다. 연예인 병을 못 고친 것이다.
‘뭐, 너희들이 망하든 말든.’
그건 노형진과 상관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들이 현재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으며 가장 극단적 팬클럽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안 하려고?”
노형진은 당당하게 나가기로 했다.
어차피 다시 볼 녀석들도 아니다. 인성이라도 좋으면 모르겠지만 인성 안 좋은 녀석들은 이 바닥에서 오래 버티지 못한다.
“하면 당신, 고소할 거야.”
사장과 똑같은 소리를 하는 찬수.
하지만 노형진이 그들의 예민한 부분을 건드리자 반응은 똑같았다.
자신들이 했던 짓을 똑같이 해 주겠다는 것뿐이다, 그것도 자신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방식으로.
그런데 이런 식으로 대응하다니.
‘뭐, 막나가도 상관없겠네.’
노형진은 히죽 웃으면서 그들을 바라봤다.
“그래서 안 할 거야?”
“하…… 하겠습니다.”
진실을 알고는 사색이 되어서 벌벌 떠는 찬수.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면 여기에 사인해.”
“네?”
“사인하라고. 나중에 입 나불거리면 곤란하잖아.”
노형진이 계약서를 꺼내자 어쩔 수 없이 사인을 하는 찬수.
노형진은 그걸 받아 들고는 미소를 지었다.
“덕분에 내 일이 좀 편해지겠네.”
노형진은 서류를 챙기고 그곳을 나왔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던 손채림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왔다.
“그래도 되는 거야?”
“뭘?”
“아까 그거 협박이잖아.”
“들렸냐?”
“여기 방음, 그렇게 좋지는 않더라.”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아무래도 작은 회사다 보니 그냥 패널만으로 방을 구분한 모양이었다.
“상관없어. 어차피 다시 볼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도 다른 사람을 선택하는 게 좋지 않아? 언니 나이를 생각하면 연상이 좋잖아.”
“연상?”
“그래. 30대 정도면 괜찮을걸.”
그쯤 되면 슬슬 결혼을 생각할 나이이기 때문에 다들 그러려니 한다.
더군다나 그 정도 활동했다면 팬들 역시 대부분 어느 정도 나이가 되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욕하거나 흥분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차라리 30대 초중반의 남자 연예인에게 부탁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안 돼.”
“왜?”
“네가 말하는 이유 때문에 안 된다는 거야. 그쪽 팬들은 너무 점잖아.”
“엥? 그게 왜 문제야? 일단은 사귀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손채림은 설명을 하려고 했다. 그리고 노형진은 그녀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아차렸다.
아무래도 작전을 설명하는데 이해를 잘못한 부분이 있었던 모양이다.
“네가 잘못 이해한 부분이 있는데, 결혼할 사람을 만들어서 자연스럽게 빼내자는 것은 계획에 없어.”
“뭐?”
“도세창과 태양이 결혼할 사람이 있다고 해서 그냥 놔줄 것 같아? 그렇게 바른 사람들이라 생각해?”
“그건…….”
손채림은 순순히 노형진의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결혼할 사람이 있다고 해서 도세창이 물러날 리 없다. 그리고 태양 역시, 결혼은 결혼이고 자기들 목적은 목적이다.
그들에게 여자의 순결이나 정조 같은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니까.
“태양이라면 도리어 그 결혼을 파토 내거나 상대방에게 압력을 가해서 물러나게 만들겠지. 도세창? 그 사람 인격을 봐서는 아마 더 발정 나서 덤빌걸.”
“끄응. 그러면 왜 이 작전이 필요한 거야? 그런다고 해서 그 녀석들이 물러날 것도 아닌데.”
“이 작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우호적 지분이 아니라 사람들의 관심이지.”
“관심?”
“그래. 사람들이 가장 관심 있게 보는 부분은 안티거든.”
“그러면 진짜로 욕을 먹게 만들겠다는 거야?”
“그래, 이 작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고연미 변호사가 욕먹는 거야. 그러지 않으면 이 사건은 의미가 없어.”
“아니, 왜?”
“기다려 봐, 내가 마법을 부려 줄 테니.”
노형진은 씩 웃으면서 말했다.
* * *
얼마 뒤 뉴스에서는 대대적으로 고연미와 락스피릿 찬수의 열애설이 보도되었다.
고연미는 은퇴한 상태이고 더 이상 연예인이 아니라며, 대꾸하지도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했다.
문제는 락스피릿의 대응이었다.
-찬수의 개인적 생활에 대해서는 터치하지 않고 있어서 사실을 확인 중입니다.
전형적인 시간 끌기 답변이었다.
정작 찬수는 그 부분에 대해서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말했지만. 그러나 그다음 날 두 사람이 데이트하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모든 것은 다 거짓으로 받아들여졌다.
당연히 흥분한 것은 락스피릿, 아니 찬수의 팬들이었다.
“이야…… 이 정도면 아주 끝내주는데?”
고연미에게 날아온 엄청난 양의 협박장과 욕설.
그녀의 집뿐만 아니라 그녀가 근무하는 태양으로까지 날아오기 시작했고, 심지어 어떻게 알았는지 그녀의 핸드폰으로 협박 문자까지 왔다.
당연히 그녀의 블로그나 SNS 등은 락스피릿 팬들의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초토화될 지경이었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기분이 좋지는 않군요.”
어마어마한 욕설이 가득한 편지들을 보면서 고연미는 한숨을 쉬었다.
“아마 은퇴 전이었다면 소속사가 발칵 뒤집혔을 거예요.”
“뭐, 비슷한 상황입니다.”
“비슷한 상황?”
“네.”
“뭐가요?”
“요즘, 전보다 압력이 약해지지 않았습니까?”
“네? 그러고 보니……!”
욕에 신경 쓰다 보니 정작 자신에게 신경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그 사건 이후에 자신에게 가해지던 압력이 낮아졌다.
“잊고 있었어요.”
심지어 요즘은 도세창을 만나기 위해서 그곳에 가라는 이야기조차도 하지 않았다.
“거봐요.”
“아니, 왜?”
“언론이 관심을 가졌으니까요.”
“네?”
“도세창에게 성 상납을 하라는 것은 철저하게 불법입니다. 그리고 그게 공개되면 태양이라고 해도 좋은 꼴은 못 보죠. 물론 망하지는 않을 테지만.”
“그런데요?”
“그런데 당신이 매일같이 도세창을 만나러 간다고 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아!”
분명히 눈치 빠른 기자들은 어떤 상황인지 눈치챌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지금 소송 중인 도세창에게는 좋을 수가 없다.
적당하게 반성한다는 핑계로 집행유예로 나와야 하는데, 반성한다는 작자가 전직 아이돌 출신 변호사에게 성 상납을 요구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니까.
“그래서…….”
“네. 열애설이 터지면 언론이 관심을 가질 겁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성 상납을 요구하지는 못하지요.”
손채림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목적이라면 그냥 내 말대로 적당한 나이의 사람을 하면 되잖아? 왜 락스피릿을 건드려서 이 난리를 치게 만들어?”
하루에도 몇백 통씩 오는 협박 편지. 심지어 집에 갔더니 집 앞에 목이 잘린 고양이나 쥐 같은 것도 있었다.
미리 마음을 단단하게 먹으라고 하지 않았다면 아마 미쳐 버릴 상황이었을지도 모른다.
“언론이 몇 년 동안 관심을 가질 리 없잖아?”
“응?”
“언론에서 이 소식을 얼마나 우려먹을 것 같아? 열애설이 일주일 이상 가는 거 봤어?”
“어…… 그런가?”
“그래.”
열애설은 순간 이슈는 되지만 지속성이 없다. 부정하든 긍정하든 말이다.
부정하면 그게 끝이고, 긍정하면 결국 두 사람을 인정하자는 식으로 흘러간다.
“더군다나 고연미 변호사님이 나이가 맞는 적당한 나이의 남자 배우를 만난다? 더 관심이 짧아질걸. 아마 팬들은 훈훈하게 와, 축하해요, 그러면서 결혼을 기정사실화하겠지. 그러면 진짜 길어야 일주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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