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955)
만일 그런 일이 생기면 연예인 쪽 일은 끊긴다고 봐야 한다.
“그것뿐인 것 같군.”
손하균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인정했다.
자신들에게는 더 이상 쓸모가 없는 여자다. 그렇다면 내보내는 게 답이다.
“하지만 돈은 받아 내야지요.”
“가불해 간 거 말인가?”
“네.”
“얼마지?”
“8,200만입니다.”
“받아 내야지.”
손하균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가라고 통지하고, 당장 돈 토해 내라고 해. 안 그러면 압류 들어간다고.”
더 이상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자 순식간에 돌변하는 변호사들.
고연미의 미래가 결정되고 나자 사람들은 분분히 자기 사무실로 돌아갔다.
손하균 역시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가면서도 왠지 찝찝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당하는 기분이란 말이지.’
그러나 그게 뭔지 알아낼 수가 없었다.
‘짜증 나는군.’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찝찝함을 계속 가진 채 발걸음을 옮기는 것뿐이었다.
* * *
“…….”
자신에게 떨어진 방출 명령.
사실 로펌은 변호사들의 협업체 같은 것이라 마음대로 나가라고는 못 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법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하는 게 현실.
“진짜로…… 날 쫓아내다니.”
“태양같이 정치권과 닿아 있는 로펌은 구설수에 자꾸 오르는 걸 싫어하거든요.”
그럴수록 자신들이 하고 있는 소송이 외부에 드러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럴수록 정부나 정치인의 더러운 행동 역시 드러나니까.
당연히 정부나 정치인은 구설수를 피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문제가 있네요.”
한숨을 쉬는 고연미. 그 원인은 다름 아는 돈.
그들은 돈을 요구했다. 자신이 가불한 돈 말이다.
일부 상환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8,200만 원이나 남아 있다.
“그거야 갚으면 되죠.”
“애초에 그걸 어떻게 단번에 갚으라는 거죠?”
고연미는 우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애초에 돈이 있다면 이런 고민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돈이 없기 때문에 태양과 도세창에게 저항하지 못한 것이다.
“우리가 빌려주면 안 될까? 어차피 우리 쪽에 오면 될 거 잖아.”
손채림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하긴 자신의 아버지 때문에 이 꼴을 당했는데 아직도 그 돈 때문에 고통받는 게 미안할 수밖에 없다.
“글쎄. 그럴 의미가 있나?”
“의미?”
“그래. 이런 말 하기 그렇지만, 내가 왜 그렇게 돈에 환장한 것처럼 돈에 집중하는데?”
“그 이유야 알지.”
노형진이 돈을 버는 이유.
그건 단순히 개인적 욕심이 아니라, 돈이 있어야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초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지금 고연미가 보여 준 모습이 있지 않은가?
부정한 걸 알지만 돈 때문에 벗어나지 못하는 그런 상황.
“하지만 새론이 그럴 건 아니잖아?”
“새론이 그럴 건 아니지. 하지만 말이야, 이건 심적인 문제야. 새론의 모토는 무엇보다도 자율성이야. 의뢰가 들어왔다고 해도 자기 신념에 반하면 거절할 수 있지. 그건 나뿐만 아니라 모든 변호사들이 마찬가지야. 들어오면 가장 먼저 배우는 이야기이고.”
손채림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들어오는 것도 나가는 것도 자유로운 것이 새론이다. 가치를 강요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자신들의 가치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이 남아 있어 봐야 제대로 활동하지는 않을 테니까.
“그런데 고연미 변호사님이 돈을 빌리면?”
“못 나가겠지.”
그 돈을 갚기 전에는 심적으로 부담이 돼서 나가지 못할 것이다.
그건 새론이 추구하는 바가 아니다.
동조하는 사람이 돈을 가불하는 거야 문제가 안 된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새론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고 또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했다.
이 상황에서 돈을 빌려주면 또다시 새론이라는 곳에 묶이게 된다.
“그렇다고 전 재산을 압류당하게 그냥 둬?”
“물론 그러지는 않을 거야. 사실 그런 상황이면 내가 개인적으로 돈을 빌려줘도 되고. 물론 그 과정에서 내가 드러나면 여러모로 골치가 아파지니 아무래도 한계가 있겠지만.”
“아…….”
자신은 정식으로 의뢰를 받아서 일을 한 것도 아니다. 그래서 새론의 도움 없이 이번 일을 해결했다.
그런데 노형진이 돈을 빌려준다? 태양이라면 그 부분을 의심할 테고, 그러면 또다시 조사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을 속였다는 걸 알게 되겠지.”
그러면 당연히 보복이 들어온다.
“그러면 어떻게 해? 내 이름으로 빌려줘?”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어차피 돈을 내줄 사람들은 가득하니까.”
“돈? 어디에?”
노형진은 웃으면서 탁자를 탁탁 첬다.
“어디긴, 여기지.”
“응?”
“우리가 고소하지 않은 극단적 협박자들과 모욕범들.”
“……!”
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
그 부분에 대해서 완전히 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숫자가 못해도 이백 명은 넘어. 그것도 아주 극단적인 녀석들만 뽑아도 말이야.”
“헐.”
“과연 이들이 법적으로 처벌받게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노형진은 미소를 지었고, 고연미는 그걸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부르르 떨었다.
‘천재라고 하는 게 절대 농담이 아니었어.’
자신도 아이돌을 하면서 함께 사법시험을 준비했기 때문에 천재라는 소리를 들어 보기는 했다. 그러나 노형진은 차원이 달랐다.
자신은 벗어날 생각만 했지만 노형진은 벗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그 후에 벌어질 상황까지 대비한 셈이다.
자신이 암기의 천재라면 그는 그 암기력에 통찰력까지 가지고 있는 천재인 것이다.
“당신 참 무서운 사람이군요.”
“그런가요?”
노형진은 그 말을 듣고 미소 지었다. 자주 듣는 말이다.
“뭐, 적에게는 두려워야지요. 변호사는 구원자이자 징벌자니까.”
그리고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았던 자들에게 징벌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 * *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야.”
전에 고소했던 것은 애초에 저들에게 용기를 줘서 도발을 유도하고 그들을 이유로 경호원을 배치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제는 그럴 이유가 없으니 진짜로 위험하게 굴던 자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줄 이유가 없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흑흑흑.”
눈물을 흘리는 수많은 여자아이들.
남자도 있었지만, 여자들이 대부분이었다. 락스피릿이 보이 그룹이니 그럴 수밖에.
“안 돼.”
노형진은 단호하게 못을 박았다.
“아저씨, 아니 변호사님.”
“너희들에게 기회는 두 번씩 줄 수 없어. 처벌받고 나와.”
“흑흑흑.”
아무리 인터넷에서 떠벌리고 강한 척한다고 해도 결국은 여자들이 대부분이다. 현실적으로 이길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면 멘붕이 올 수밖에 없다.
물론 남자들도 마찬가지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제정신이냐? 죽은 고양이를 보내? 상대방이 그걸 받고 무슨 생각을 하겠냐?”
분위기를 타서 극단적 선택을 했던 아이들은 어쩔 줄 몰라 했다.
당장 경찰서에서 출석요구서가 오고, 증거를 보고 경찰이 기겁하는 것만 봐도 자신들이 얼마나 큰 실수를 했는지는 알 수 있었던 것이다.
“변호사님.”
“자기가 한 일에 책임은 져야지.”
노형진이 그렇게 한쪽에서 겁주고 있을 때 한쪽에서는 다른 분위기의 상황이었다.
“맘고생이 심하셨겠어요.”
“죄송합니다, 저희 딸이 철이 없어서.”
“아이들이 그럴 수도 있지요.”
진단서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거리는 손채림과 고연미.
“일단 진단서를 떼어 오셨으니 약속대로 합의금은 50만 원만 받을게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고연미의 손을 꼭 잡고 눈물을 흘리는 부모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에 대한 손해배상이라는 것은 상대방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지명도가 있는지에 따라서 금액이 바뀐다.
이에 따르면 고연미는 전직 아이돌이며 현직 변호사인 데다가 얼마 전 락스피릿의 찬수와 열애설까지 터져서 한국에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 모욕죄에 대한 손해배상액이 어마어마해진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걸 고작 50만 원에 해 준다니.
물론 힘든 사람들에게는 고작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런 사람들은 적당히 선처해 주면 된다.
“그럼 취하서는 합의금이 들어오는 대로 보내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면서 돌아가는 부모들.
그렇게 하루 종일 면담이 끝날 때쯤, 노형진은 피곤한 얼굴로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젠장, 아껴 둔 월차가 이렇게 날아가네.”
“어차피 쓰지도 않잖아? 좀 쓰라고 난리인데.”
“시간이 있어야 쓰지.”
어깨를 으쓱하는 노형진.
“그런데 왜 고작 50만 원으로 한 거야?”
“응?”
“아니, 더 받아도 되는 거 아냐?”
“그러면 좋지만, 그러면 득보다는 실이 더 많아.”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그래. 고연미 씨는 널리 알려진 사람이니까.”
만일 이번 일로 그녀가 돈독이 올랐다고 소문이라도 나면 나중에 변론을 맡기러 오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그녀가 최대한 선처를 해 준다는 이미지를 만들어 줘야 나중에 사람들이 착하다고 생각해서 찾아오는 것이다.
당장 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미래를 위한 이미지 컨설팅이 더 중요한 상황.
“하긴 현대는 이미지가 대부분이죠.”
아이돌 출신인 고연미는 그 이유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그건 알겠어요. 그런데 도대체 이 진단서는 왜 받아 오라고 한 거예요?”
고연미는 가득한 진단서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상해를 입은 것도 아닌데 정신감정 진단서를 받아 오라고 하다니?
“이미지 관리도 있지만 사회적인 문제도 있으니까요.”
“사회적 문제?”
“이런 집단적 광기 상태를 과연 정상인이 이끌어 내리라고 생각하세요?”
“네?”
순간 이해하지 못한 표정이 되는 손채림과 고연미.
아무래도 아직은 심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둘 다 경험이 부족했다.
“이런 감정적 광기 상태의 시작은 자기 스스로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서 발생합니다. 그리고 그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면 그 감정은 전염되듯이 주변으로 퍼지지요.”
“그래요?”
“네, 그게 바로 집단적 광기를 만들어 냅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처음이죠. 과연 자기 스스로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어리니까?”
“어리니까 더 문제인 겁니다. 어린아이들은 겁이 많아요. 그런 애들이 집단적으로 광기에 빠져들 정도면 그 내부가 얼마나 개판일까요?”
“음…….”
맞는 말이다.
당장 인터넷에서는 무슨 용기 있는 사람들처럼 외치던 사람들도 경찰이 오면 도망가거나 잘못했다고 빈다. 마치 뭔가에 홀린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런 광기를 만들어 낸 자들 중 상당수는 정신병적 질환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시오패스일 수도 있고 사이코패스일 수도 있으며, 조현병 환자일 수도 있지요.”
손채림은 깜짝 놀랐다.
“그런 거야?”
“그래. 다행히 대부분의 아이들은 어려. 치료하거나 적절히 관리할 수 있는 시점이지. 하지만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정신적으로 불안정하다는 것을 몰라.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하기도 하고.”
“그렇지만 진단서가 나오면 상황이 달라지겠네.”
의사가 진단했고 자녀가 정신적으로 불안정하다고 판단된다면, 어떤 부모든 치료하려고 할 것이다.
“그 아이를 위해서도 사회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지.”
노형진이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말하자 고연미는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부처님 손바닥 위라는 게…… 이런 기분인 것 같아.”
다른 수많은 변호사들이 겪었을 그 기분을 겪으면서,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살짝 떨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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