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956)
>3장. 지렁이도 모으면 태산?>
쾅!
유민택은 분노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성화와의 싸움에서 딱히 실적이 보이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화가 드디어 대기업에서 중견 기업으로 떨어졌다고 이제 승리가 얼마 안 남았다고 확신했건만, 생각보다 상황은 더 좋지 않았다. 들어오는 소식은 승리가 아니라 패했다는 소식이 더 많았다.
“장난합니까? 상대는 대기업도 아니고 중견입니다. 그런데 계속 진다고요?”
관공서에 관련된 건설도 그쪽에 빼앗기는 건 이해한다.
성화가 옛날부터 로비와 뇌물로 유명해서, 건설에서 그 로비와 뇌물 빼고는 남는 게 없을 정도이니.
“그게, 건설 쪽은 그쪽에서 정부의 시책을 받아들여서…….”
땀을 뻘뻘 흘리는 건설 회사 대표.
“건설은 그렇다고 쳐도 다른 곳은 뭡니까!”
건설이야 현 정부에서 하는 국립 토지 사업에 끼어들어서 막대한 돈을 받아 가고 있으니 이해할 수는 있다.
사실 대룡도 끼어들 수 있지만 노형진이 그래 봐야 좋을 거 없다고 하고, 내부 연구자들도 이건 돈 놓고 돈 먹는 사업이지 자연을 위한 사업은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과감하게 포기한 것이다.
그런데 성화가 들어간 것은 전혀 예상외였다.
‘망할 놈들.’
성화가 그곳에 들어갈 정도로 큰 건설 기업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건설에 진출이 늦어서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부 구간을 받아 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뇌물의 힘인가?’
사업을 하다 보면 안 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대룡은 상식치 이상만큼은 주지 않는다.
그러나 다급한 성화가 그런 상식을 지킬 리 없다.
“말로는 공사비의 20퍼센트를 뇌물로 주기로 약속했답니다.”
“그렇다면…….”
그 공사가 제대로 진행될 리 없다.
한국의 공사 구조는 담당한 회사가 직접 공사하는 게 아니다. 거대 기업이 일을 담당하고 그리고 그 후에 그걸 다른 기업에 하청하고, 그 기업은 또다시 하청을 주고, 하청받은 기업은 또다시 하청을 준다.
즉, 100억짜리 공사라고 하면 진짜 공사 현장에 들어가는 돈은 50억도 되지 않는다.
당연하게도 그 중간 하청기업들은 비밀리에 만든 대기업들의 계열사이거나 그에 관련된 자들이다.
“공사야 그렇다고 쳐도 다른 건 뭡니까?”
몇 번이나 치명적인 공격을 했는데도 쓰러지지 않는 곳. 그곳은 다름 아는 성화전자다.
가장 든든하게 버티는 곳이며 또한 가장 골치 아픈 곳으로, 현재 대룡에 대항하는 성화의 군자금을 만들어 내는 곳이기도 하다.
디자인 문제로 한번 타격을 주기는 했지만 성화전자가 그 정도로 무너질 집단은 아니었다.
“회장님, 어쩔 수 없습니다. 지금 남아 있는 기업들은 성화의 알짜 중에서도 알짜입니다. 지금까지 상대하면서 쓰러트린 기업들은 쭉정이거나 새로 시작한 곳 수준입니다. 하지만 성화전자 같은 곳은 내실이 있고 무너뜨리기도 힘든 곳입니다.”
“끄응…….”
유민택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망할 놈들…… 끝까지…….”
지금 남은 기업들은 성화에서도 알짜 중 최고 알짜들이다.
성화는 버티기 위해서 돈이 안 되는 모든 것을 처분했다. 이를 반대로 말하면, 지금 쥐고 있는 것은 절대적으로 돈이 되는 놈들이라는 뜻이다.
“대룡전자가 크다고 하지만 아직 지명도 면에서 성화전자만 못합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성화전자가 더 지명도가 있습니다. 이건 세계적인 문제인지라…….”
“그걸 해결하라는 거 아닙니까!”
“그게 쉬울 리가…….”
“지금 그거 하나 해결하지 못하면서 사장단이라고 버티는 겁니까!”
버럭버럭 화를 내는 유민택.
사장이면 사장답게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들은 사장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제대로 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마냥 그들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쪽에서 가장 무너트리고 싶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저쪽에서 결사적으로 방어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판매량을 낮추기 위해서 노력은 해 보고 있습니다만 워낙 고객들 충성도가 높은지라…….”
“그걸 빼 와야지요!”
“알고 있습니다만…….”
충성도라는 게 그냥 생긴 말이 아니다. 스펙이나 가격 면에서 이쪽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할지라도 무조건 저쪽을 사는 게 바로 고객들의 충성도다.
그건 홍보나 할인 행사로 빼 올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것이다.
“그 방법을 찾아내라고요!”
무너질 듯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는 성화에 큰 거 한 방을 먹여야 한다.
상대방의 방어가 너무 굳건해서, 그러지 못하면 이 싸움은 오래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둘 수는 없어.’
아무리 유민택이 정정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나이가 적은 것은 아니다.
현직에서 활동하기에 충분한 나이이기는 하나 나이를 먹을수록 판단력은 떨어지고 실수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성화가 역습을 할 수도 있다.
아니, 그걸 떠나서, 자신이 살아생전에 성화가 무너지는 꼴을 보지 못하면 억울해서 눈도 못 감을 것이다.
“다른 시점으로 접근하는 건 어떨까요?”
“다른 시점?”
“노 변호사에게 도움을 청하는 겁니다.”
“허.”
유민택은 기가 막혔다.
물론 노형진이 자신들과 다른 시선을 가지고 있고 그 때문에 몇 번이나 승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명색이 사장이라는 작자가 해결책은 생각 안 하고 떠넘길 생각을 하다니.
‘아니다……. 차라리 그게 나을지도.’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것은 더욱 나쁜 것이다.
많은 사업가들이 그러다가 사업을 망하곤 했다. 그러니 자신의 한계를 알고 그에 맞게 행동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노 변호사에게 부탁하면 맨입으로는 안 된다는 거 알 텐데요?”
이런 방법은 단순히 돈을 주고 일을 해 달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기브 앤드 테이크. 오면 줘야 한다.
“그래도 성화에 한 방 먹일 수만 있다면…….”
그렇다면 남는 장사라는 사실은 확실하다.
결국 유민택은 마음먹었다.
“부탁합시다.”
어쩌면 노형진이 이번 사태에 해결책을 알려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면서 말이다.
* * *
“전 마법의 주머니가 아닌데요?”
사무실까지 불려 온 노형진은 머리를 북북 긁으면서 말했다.
“제가 무슨 신도 아니고, 갑자기 성화를 공격할 만한 방법을 찾아보라고 하신들…….”
“정확하게는 성화전자에 대한 공격일세. 다른 곳들은 많이 뒤흔들었지만 그곳은 아니야. 철옹성 같은 곳이야.”
“흠…….”
그건 맞는 말이다.
그리고 그곳이 존재하는 한 성화는 무너지지 않을 것도 사실이다.
“쉽지 않은데요?”
전자 기기 시장은 너무나 확고한 시장이다. 딱히 뇌물이나 범죄가 들어갈 만한 시장도 아니고 말이다.
물론 정부에 납품하는 것은 뇌물이 들어가겠지만, 그 판매량을 봐서는 치명적인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다.
즉, 상대방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자네가 그런 방법을 찾아봐 달라는 걸세.”
“아니, 그럴 때 쓰라고 사장단과 전략 팀이 있는 거 아닙니까?”
“그게 문제야.”
“그게 문제라고요?”
“그래. 그들은 기업 대 기업의 전쟁에 너무 익숙해. 그런데 그 방식은 대부분 비슷하네.”
“결국 새로운 방식이 없다?”
“그래.”
이쪽에서 쓰는 방식은 저쪽에서도 예상한다. 저쪽에서 예상하니 당연히 방어할 방법도 안다.
그러니 제대로 타격은 못 주고 도리어 돈만 날리는 셈이다.
“그러니 문제가 되는 거야.”
“흠…….”
노형진은 약간 고민하면서 입맛을 다셨다.
‘전자라…….’
확실히 성화전자가 현재 성화의 핵심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쪽은 진짜 답이 안 보이는데.’
지금까지 노형진은 저들의 공격 중 위법한 부분을 이용해서 뒤집어 왔다.
그러나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하는 전자 기기라는 특성상 위법한 부분이 들어갈 부분이 그다지 많지 않다.
그렇다고 홍보만으로 승부를 걸기에는 한계가 있고.
“딱히 마땅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군요.”
“자네도 말인가?”
“다른 사람들이 해결하지 못한 것을 제가 갑자기 해결할 수 있을 리 없지요.”
뜬금없이 불러서 해결책을 찾으라고 하면 갑자기 나올 리 없다.
‘더군다나 지금쯤이면 대룡이 존재하지 않았어야 정상이란 말이지.’
원래 역사에서 대룡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해결책이 역사적으로 있을 리 없다.
“자네가 좀 생각해 보게나.”
“노력은 해 보겠습니다만…….”
노형진은 입맛을 다시면서 그렇게 말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 * *
“우쭈쭈. 아이고, 예뻐라.”
오랜만에 집에 모인 가족들.
어떤 집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가족들이 모이면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아이다.
특히나 어린아이가 있으면 움직이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고 할 정도로 사람들의 시선은 그쪽으로 쏠린다.
“아버지, 그렇게 예뻐요?”
“자기 손주 안 예쁜 사람도 있냐?”
노형진의 아버지 노문성은 손주에게서 시선도 떼지 못하고 대꾸했다.
“거참.”
“너도 자식 낳아 봐.”
“누나가 할 말은 아닌데.”
“아니, 할 말 맞는데? 너도 슬슬 짝을 찾아야지.”
“아니, 내 나이가 몇인데!”
“네 매형은 너만 할 때 결혼했다.”
“그건 사고를 친 당사자끼리의 문제지.”
노형진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이제 막 20대 중반을 넘어가고 있는 자신이 벌써 결혼이라니.
“난 너만 할 때 너희 누나 낳았다.”
심지어 아버지까지 태클이 들어오자 노형진은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왔다.
“전 아직 결혼 생각 없습니다.”
“그런 놈들이 꼭 결혼 일찍 하지.”
“진짜라니까.”
툴툴거리면서 노형진은 조카를 바라보았다.
“까꿍.”
“거봐, 예뻐 죽으면서.”
“조카 예쁜 거랑 결혼이랑 무슨 관계야?”
“그런 거야.”
“안 그런 겁니다. 그냥 놔둬요, 쫌.”
그렇게 말하면서 조카의 손에 과자를 쥐여 주는 노형진.
조카가 그걸 입에 넣고 오물거리는 모습이 신기하기는 했다.
‘거참…… 아이들이란 건 신기하단 말이지.’
회귀 전 키웠던 아이들은 자기 자식이 아니었는데도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난다.
그만큼 아이들이라는 것은 알 수 없는 마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나저나 요즘 바쁘다더니? 어쩐 일이야?”
“그냥 대룡 사건을 담당하게 되었거든,”
“대룡?”
“응. 그래서 다른 사건들이 재분배돼서 시간이 좀 남아.”
대룡은 워낙 큰 고객이다 보니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담당하는 변호사가 결정되면 중요도가 떨어지는 사건은 재분배하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위험한 사건은 안 그런다. 확실하게 이길 수 있는 것들만 재분배가 된다.
그 경우 노형진이 담당을 하지 않아도 조언은 따라가기 때문에 문제 되는 경우는 없었다.
“그러면 엄청나게 일 많은 거 아냐?”
“이번 건 법률 소송이 아니라 성화와의 싸움에 관련된 거라…….”
“그런 것도 너한테 맡겨?”
노현아는 분유를 타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노형진은 변호사지, 사업가가 아니다. 그런데 기업 간의 싸움에 관련된 일을 맡기다니?
“법적으로 조언해 주는 게 변호사이기는 한데, 또 사업적인 컨설턴트 역시 변호사의 업무라고 볼 수도 있거든.”
“변호사가 무슨 노예냐?”
“뭐, 반쯤은.”
“뭐?”
“변호사의 목적은 의뢰인의 최대 이득에 있잖아.”
그래서 변호사는 의뢰인의 범죄 사실을 알고 나서 신고하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는다. 비밀을 지킬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오빠가 그런 것도 해 줘야 해요?”
서세영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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