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957)
지난번 사건 이후에 그녀는 노문성의 집에 들어와서 함께 살고 있다. 가족도 없고 나이가 어려서 고아원에 갈 수밖에 없었는데 노문성이 가족으로 받아들여 준 것이다.
그녀는 노형진이 구해 준 걸 기억하고 있었고, 그래서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다.
그러니 변호사의 업무에 관해서 궁금할 수밖에.
“내가 좀 특이한 경우지.”
사실 사업 계획까지 짜 줄 이유는 없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새론과 대룡은 한배를 탄 사이다. 어차피 성화라는 공동의 적이 있으니 그를 공격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처남이 능력이 뛰어나기는 하지.”
박광석은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에이, 그 정도는 아니에요.”
“아니긴. 사법연수원에서도 처남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고 교수님들이 입에 붙이고 살아. 전설이야, 전설.”
“헐.”
본의 아니게 전설 타이틀을 가지게 된 노형진은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집도 참…….’
자신도 변호사고 서세영도 변호사를 꿈꾸며 매형인 박광석은 판사다.
어쩐지 자신 때문에 인생이 다 바뀐 듯한 느낌.
‘뭐, 좋게 바뀐 거면 좋은 거지.’
안 그랬으면 누나의 인생은 박살이 났을 테니까.
“그래서 좋은 방법은 있는 거냐?”
분유가 나오자마자 덥석 받아채서 손주에게 먹이는 노문성. 그러면서도 궁금함은 어쩔 수가 없었나 보다.
아이에게 분유를 먹이면서도 노형진에게 질문을 하는 걸 보니.
“글쎄요……. 솔직히 이번에는 저도 답이 없네요.”
“왜?”
“이번에 쓰러트려 줬으면 하는 상대가 성화전자거든.”
“야, 그거 무리인데?”
박광석은 안 될 거라는 듯 손을 절레절레 흔들었다.
“성화전자를 무너트리는 게 그렇게 쉽나?”
“쉬울 리 없죠.”
아무리 다른 기업에 비해서 성화전자가 작은 편이라고 하나 상당한 충성도를 가진 기업이다.
그리고 그런 기업을 무너트리는 것은 상당히 힘들다는 것은 박광석도 알고 있었다.
“너무 무리한 요구 아냐?”
“그쪽으로서도 타격을 줘야 하니 절 부른 것이겠지요.”
“그래도 너무한데, 성화전자라니.”
“우우…… 변호사가 그런 것까지 해야 해요? 하지 말까?”
“내가 특수한 경우라니까. 다른 변호사는 그런 것까지 안 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 어머니가 밥상을 펴기 시작했다.
“일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자, 밥들 먹자.”
“그래야지요,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으니. 안 그래도 혼자 살다 보니 제일 그리운 게 집 밥인데.”
“그러니까 너도 빨리 장가를 가.”
“아, 진짜 엄마까지 왜 그래요?”
티격태격하면서 밥상을 펴고 식사를 하기 시작하는 가족들.
아버지는 자연스럽게 리모컨을 들어서 방송을 틀었다.
“얼래? 아버지 식사 중에 텔레비전 보는 거 안 좋아하시잖아요.”
“크험…….”
“말도 마라. 너희 아빠 요즘 뭔…… 드?”
“미드.”
“미국 드라마인지 쌀국 드라마인지, 그거에 빠져 산다.”
“본방을 지켜야 해. 재방을 언제 할 줄 알고?”
식사를 하면서도 방송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버지.
노형진도 그걸 보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미드가 재미있는 게 많지.’
특히 아버지 타입의 드라마가 한국에서보다는 미국에 더 많은 건 당연한 일.
“저 사람이 주인공인가 봐요?”
자신이 익히 아는 배우가 나와서 연기하자 노형진은 그가 주연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예상은 틀렸다.
“아닌데.”
“네? 아니라고요?”
“저기 서 있는 남자가 주연이야.”
“네? 그럴 리가요?”
자신이 본 배우는 상당히 유명한 배우고 다른 영화나 그런 곳에서도 주연으로 나오는 사람이다.
그에 반해서 그와 대화하는 다른 남자는 자신이 잘 모르는, 영화에서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잠깐 출연하는 거야.”
“왜요?”
“내가 아나?”
어깨를 으쓱하는 아버지.
노형진은 신기하다는 듯 화면을 바라보았다. 분명히 주연급 배우다. 그런데 주연이 아니라고?
“그냥 조연이야.”
“엉? 누나, 저거 봤어?”
“아니. 그건 아닌데, 나도 집에서는 미드 가끔 봐. 볼만하거든.”
“그런데 조연인 건 어떻게 알아?”
“한국하고 미국은 문화가 좀 다르거든.”
“문화가 다르다고?”
“그래.”
한국은 성공해서 주연 자리를 가질 정도가 되면 조연으로 다른 연기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
주연급 배우가 된다고 해도 가끔은 다른 작품에 조연으로 출연하기도 한다.
새로운 배역에 대한 감각을 느끼는 것도 목적이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다른 영화가 인기를 얻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미국은 주연으로 나오던 사람이 다른 드라마에서는 조연이나 엑스트라로 나오기도 해.”
“헐?”
“주연급이라고 해서 다른 작품을 무시하거나 그러는 게 아니니까.”
“하긴…….”
한국에서도 주연급 배우가 다른 드라마에 출연하는 경우가 아주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잠깐, 카메오라고 해서 눈 깜짝할 사이에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정도?
그런데 저기 나오는 것은 주연도 아니고 카메오치고는 또 출연 분량이 애매하게 많다.
“나쁜 건 아니지. 인기 있는 드라마에서 조연으로 출연하면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으니까.”
“자존심보다는 실익인가?”
“그런 셈이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노현아.
그 순간 노형진의 머리에 방법이 번쩍하고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 자존심보다는 실익!”
“응?”
“그거야!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그게 무슨 소리야?”
밥 먹다 말고 벌떡 일어나서 외치는 노형진과 그를 의아하게 바라보는 가족들.
“대룡의 부탁 말이야! 그걸 해결할 방법이 생각났어!”
당장이라도 튀어 나갈 듯 움직이는 노형진.
그러나 그런 그의 소망은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짝!
“악!”
어머니의 찰진 스매싱에 온몸을 비트는 노형진.
“이 시간에 찾아가는 거 예의 아니다.”
“하지만…….”
“내일 아침에 가.”
“시간이…….”
“그래서, 오늘 가면 내일 성화가 망한다고 하디?”
노형진은 제자리에 앉아서 조용히 떡만둣국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 * *
“하청을 받으라고?”
해결책이라고 가지고 온 것이 뜬금없이 하청이라니, 유민택은 기가 막혔다.
“그게 무슨 말인가, 하청이라니?”
“요즘 성화는 전자 산업을 지키기 위해서 할인 행사를 상당히 많이 한다고 들었습니다. 아닌가요?”
“그건 알고 있네.”
성화는 전자가 자신들의 최후의 보루라는 것을 알고 있다.
다른 사업들은 구색은 될지언정 이제 돈줄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수익이라는 게 참 애매하죠. 성화가 자기 스스로 돈줄인 전자의 가격을 낮춘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러면 당연히 수익도 낮아지겠지.”
“그런데 그렇게 되면 성화는 대룡과 싸울 실탄이 부족하게 됩니다. 아닌가요?”
“그건 그러네만?”
“제가 그 싸움의 내면까지 보지는 못하지만 말입니다, 지금 성화가 실탄이 부족해 보이십니까?”
“응?”
“상당히 잘 방어하는 데다가, 실탄이 부족해 보이지도 않던데요?”
“그거야 그러네.”
유민택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성화는 상황이 좋지 않은 지금도 실탄 부족, 즉 돈이 마르지는 않았다. 돈이 마르는 순간 게임은 끝인데 이상하게 그 돈이 어디에선가 계속 나오는 것이다.
“은행 대출은 한계가 있다면서요?”
“그렇지.”
성화가 대기업에서 중견으로 내려가면서 은행들은 대출을 꺼리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건 성화와 대룡의 싸움에서 대룡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룡은 재계 순위가 상승한 반면 성화는 순위 하락 정도가 아니라 대기업에서 퇴출되었다.
성화와 대룡의 싸움을 모르는 은행은 없으니 당연히 지고 있는 곳에 돈을 주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전자에서 버는 돈이 적지 않다는 건데…….”
“그게 문제야.”
그래서 전자에 한 방 먹이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노형진에게 부탁한 거였고.
“그렇다면 그 고통은 누가 받을까요?”
“고통?”
“전자 제품의 가격을 낮춰서 판매량을 높인다면 이익률은 떨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돈을 실탄으로 쓰고 있지요. 누군가는 손해를 봐야 하는 구조에서 말입니다.”
“그렇군. 그렇다는 건…….”
유민택도 사업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이런 경우 어떤 시스템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청 업체군.”
“대한민국 대기업의 고질적인 문제지요.”
하청 업체. 대기업 소속은 아니지만 그들에게 일을 받아서 해 주는 곳들.
대한민국에서 중소기업이라고 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하청으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들에게 하청을 주자고? 무리일세. 우리는 그들에게서 오는 물건을 감당할 만큼 전자 부문이 크지 않네.”
대룡은 야심차게 전자에 진출했지만 여전히 그 시장은 작았다. 성능이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지명도에서 너무나 떨어지기 때문이다.
“압니다. 그래서 하청을 받으라는 겁니다.”
“하청을 받으라고?”
“네. 일단은, 현재 그들의 상황은 뻔하니까요.”
경기가 안 좋아지면, 아니 안 좋다고 주장하면서 원청 업체는 하청 업체에 매년 가격을 낮출 것을 요구한다.
가령 맨 처음에 하청에 요구하는 것은 개당 단가가 1천 원이라면 다음해에는 980원, 그다음해에는 970원 같은 식으로 말이다.
당연히 하청 업체는 하청이 끊겨 기업이 망하지 않게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 부탁을 들어준다.
“그러다가 결국은 원가 부분까지 건드리게 되는 거죠.”
1천 원짜리 물건의 원가는 700원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원청 업체는 600원대를 요구한다.
이런 악순환은 계속 반복된다.
“그래서?”
“아마도 성화는 이 방법을 쓰고 있을 겁니다. 성화의 상황이 안 좋은 건 당연히 다른 기업들도 알고 있으니까요.”
성화가 망하면 하청인 그들도 망한다. 그러니 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성화에 물건을 줄 수밖에 없다.
“아마 일부는 원가 이하로 주는 곳도 있을 겁니다.”
“흠, 하긴…… 그런 일이 적지는 않지.”
바보같이 왜 원가 이하로 주느냐고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사업이라는 걸 너무 쉽게 보는 것이다.
하청이 끊기는 순간 그 공장 부지도, 기계도, 인력도 의미가 없어져 버린다. 말 그대로 망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그게 수백억 원어치라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일단 원가 이하로 거래되더라도 거래가 있으면 조금씩은 돈이 들어온다.
금방 망하지는 않는 것이다.
‘천천히 익사하느냐, 총 한 방 맞고 죽느냐지.’
당연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자를 택한다. 시간을 끌면서 방법을 찾아보기 위해서다.
그리고 최소한 성화와 거래한다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면 사장은 잘 모르는 사람에게 공장을 넘기고 빠져나올 수 있다.
소위 말하는 폭탄 돌리기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거래가 끊어진 곳을 살 사람은 없다.
“아마도 성화는 그런 식으로 수익을 보전하고 있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현 상황은 불가능하니까요.”
“그건 알고 있네. 그러니까 그쪽에 하청을 주자 이거 아닌가? 그러면 이쪽으로 넘어온다고. 좋은 생각이기는 한데, 우리로서는 그들의 물건을 소비할 여력이 없단 말일세.”
“우리가 소비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성화의 시장을 까먹는 겁니다.”
“뭐라고?”
“하청이 뭡니까?”
“하청이 하청이지 뭔가?”
“하청은 결국 남의 일을 하고 돈을 받는 겁니다. 왜 그들은 하청을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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