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958)
“그거야 두 가지가 부족해서 그런 것 아닌가. 배급력과 기술력.”
첫 번째 문제는 기술력이다.
현대에 와서 재벌들은 규모를 줄이고 이익을 쉽게 내기 위해 대부분의 부품을 하청 업체에서 받아 온다.
그러나 그 하청을 하는 곳들은 기술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독립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텔레비전을 예로 들면, 대부분의 부품이 하청이지만 필수적인 부품은 하청이 아니다.
그 필수적인 부품이 상당한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데, 그걸 연구 개발할 돈이 하청 업체들에는 없다.
‘그러면 대기업들은 부품을 받아 와서 그것만 추가해서 엄청난 이득을 내어 팔지.’
춤은 곰이 추고 돈은 왕 서방이 먹는다고, 하청 시스템이 딱 그 짝이다.
일단 기적적으로 하청 업체에서 물건을 만들어도 문제가 있다.
좋은 물건을 만들면 뭐하나, 팔 수가 없는데.
전국적인 판매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하지만 대룡은 시스템이 있지요.”
“음…….”
확실히 시스템이 있다, 전자 쪽 공장이 작을 뿐. 현재 대룡에서 나오는 전자 제품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공장을 확충한다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결국 하청을 주자는 거잖나?”
“아니요, 하청을 받자는 겁니다.”
“그게 뭐가 다른데?”
하청을 주고 제품을 받아 와 팔아서 수익을 내는 것과 하청을 받아서 파는 것은 차이가 없다.
“차이가 있지요. 아주 큰 차이가.”
“아주 큰 차이?”
“네. 하청 업체들은 기본적으로 원청이 갑이고 하청이 을입니다.”
“그렇지.”
“만일 우리가 하청을 받아서 핵심 부품을 납품하게 되면 저들이 갑이 되지요.”
“그런 말장난에 속을 리가.”
몇몇 기업들이 갑과 을을 바꿔서 쓰기도 하지만 원청이 갑이라는 것은 말을 바꾼다고 해서 바뀔 일이 아니다.
하지만 노형진의 말은 전혀 달랐다.
“그 둘은 완전히 다르지요.”
“달라?”
“네. 우리가 하청을 하게 되면 원청들, 그러니까 부품을 만들어서 공급하던 기업들이 따로 뭉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성화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겁니다.”
유민택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렇게 된다면 아무리 성화라고 해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럴 수도 있겠군.”
“그럴 수도 있겠군이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지요.”
원청 업체들이 한순간에 하청을 바꾸는 거야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원청 업체들이 하청 업체를 빼앗는 경우도 자주 일어난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한 군데, 많아야 두 군데다.
“만일 이쪽에서 핵심 부품을 하청으로 공급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뭉쳐서 자체 생산하는 쪽으로 나가려고 하겠지.”
그렇게 되면 한꺼번에 수십 군데에서 이탈 기업이 나올 것이다.
산업이라는 게 무서운 것이, 한 군데가 비어도 모조리 멈춰 버린다는 점이다. 그게 바로 산업이다.
그런데 수십 군데가 멈춘다?
“그러면 아마도 난리가 날 겁니다.”
성화의 입장에서는 제품을 만들 수가 없게 된다.
아니, 제품만이 문제가 아니라 수리에 쓸 부품도 구하지 못하게 된다.
“아무리 충성도가 높아도, 수리도 제대로 못 해 주는 회사 물건을 살 사람은 없지.”
“그렇지요.”
유민택은 노형진의 계획을 알아차렸다.
“어차피 기존에 있던 업체들을 한순간에 박멸할 수는 없습니다.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되지요. 하지만 우리가 하청을 받아서 공급한다고 한다면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지지요.”
“상생이라는 건가?”
지금까지 대룡은 성화와 다른 길을 선택했다. 그것이 바로 상생.
스스로 하청이 되어서 최소한의 단가 수익을 맞춘다면 중소기업들은 살아날 것이고, 대룡은 다시 한 번 상생하는 기업으로 이름을 떨칠 수 있다.
“수익률은 확실하 낮아질 텐데?”
“우리의 목적은 시장을 확장하는 게 아니라 성화를 무너트리는 것이니까 상관없습니다.”
유민택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우리의 목적은 성화지.”
어차피 전자 쪽 수익이 많은 시점은 아니다. 그러니 성화를 무너트릴 수 있다면 차라리 수익 감소 정도는 포기할 수 있다.
“하지만 쉽게 넘어올까?”
“쉬울 리 없지요. 아마 성화에서는 필사적으로 방어하려고 할 겁니다.”
성공한다면 성화전자의 목을 칠 수 있는 작전이다. 당연히 성화에서는 필사적으로 방어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다고 해서 우리가 손해 볼 건 없죠.”
“그렇지. 손해 볼 건 없지.”
방어한다는 것은 많은 의미가 있지만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조건은 하청 업체에 주는 돈을 늘려 준다는 뜻이고, 그 돈을 늘려 준다는 것은 성화의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건 우리와 싸울 실탄이 줄어든다는 뜻이지.”
실패해도 상관없다.
실패하면 대룡도 어느 정도 금전 손실을 보겠지만, 손실률에서 보자면 성화가 더욱 압도적이다.
이번 일은 어디까지나 돈을 더 벌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타격을 주기 위한 싸움.
“성화 녀석들, 난리가 나겠군.”
유민택은 확실히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네가 한번 해 보게.”
“맨입으로요?”
“끄응…….”
유민택은 신음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 * *
다음 날부터 비밀리에 프로젝트 팀이 구성되었다.
물론 언젠가는 새어 나간다. 아니, 새어 나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사실 적절한 시점에 새어 나가게 하는 것이 목적이기도 하다. 그래야 성화가 압박을 받을 테니까.
“일단 1팀에서는 계획대로 비밀리에 성화의 하청 회사들과 접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대상은 텔레비전 부품에 관련된 쪽입니다. 2팀은 냉장고, 3팀은 세탁기, 4팀은 에어컨…….”
팀을 나누고 그들이 접촉할 기업을 분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성화와 거래하는 기업들이 어딘지도 모를 정도로 대룡이 정보력이 없는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13팀은 대외 기업을 접촉합니다.”
“대외 기업?”
13팀의 팀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들에게도 부품 회사들과 관련된 쪽으로 가라고 할 줄 알았는데 대외 기업이라니?
“오디오 쪽을 말씀하시나요?”
“아닙니다. 오디오 쪽은 규모가 작아서 갈 필요가 없습니다. 요즘은 경기가 안 좋아서 오디오를 사는 사람도 드물고요.”
“그럼 대외 기업이라 하면?”
“대체할 수 있는 기업을 말합니다.”
“아!”
하청 업체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성화는 분명히 그들을 대체할 수 있는 기업을 찾아다닐 것이다.
“성화는 우리의 설득에 따라 빠져나간 기업들을 대체할 수 있는 곳을 찾으려고 할 겁니다. 하지만 그런 기업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성화 정도 규모가 되는 곳의 양을 감당하려면 공장 역시 규모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곳은 실질적으로 이미 거래하는 곳이 있을 게 당연하다.
그러니 추가 거래는 한계가 있는 법.
“결국은 여러 개의 작은 기업들을 찾아다닐 수밖에 없지요.”
그건 부품의 단가 상승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있나요? 솔직히 그들에게 우리와 합류해 달라고 해도 해 줄 것 같지 않은데요.”
성화에게 뜯겨 본 적도 없으니 별 감정이 없을 테고, 그러니 자신들에게 합류해 달라고 한다고 한들 그들이 합류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맞습니다. 그럴 가능성은 낮지요.”
“그런데 왜 그들까지 찾아다녀야 합니까?”
“성화 역시 그들을 찾아갈 테니까요.”
“응?”
“갈 곳이 있는 사람과 갈 곳이 없는 사람의 행동은 다른 법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말 그대로입니다. 성화는 어찌 되었건 전자 제품계에서 상당한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성화가 왔으니 계약을 하고 싶어 하겠지요.”
“그런데요?”
“그런데 만일 성화가 터무니없는 조건을 내민다면?”
“네?”
“만일 그들이 내민 조건이 자신들의 요구에 맞지 않는다면?”
“아!”
13팀 팀장은 탄성을 내질렀다. 자신들의 목적을 이제야 이해한 것이다.
“그들을 데리고 오는 게 아니라 그들의 콧대를 살려 주는 게 목적이군요.”
“그렇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최대한 비굴하게 그들에게 붙어야 합니다. 치사하지만요. 필요하다면 뇌물도 되고 룸살롱도 됩니다. 요구한다면 성 접대도 해 주셔도 됩니다. 이쪽이 철저하게 을이라는 느낌을 그들에게 각인시켜야 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성화에게 매이지 않도록 말입니다.”
“헐.”
현행법을 가뿐하게 위반하는 노형진의 말에 팀장들은 기가 막혔다.
“그만큼 중요한 일이니까요.”
만일 이쪽에서 읍소를 하면서 와 달라고 한다면 그들은 기고만장할 것이다.
그들은 이미 거래하는 기업들이 있는 데다가 확실하게 형태도 안 잡혀 있는 이곳에 올 이유도 없다.
성화 계열사들이 뭉쳐서 만든 일종의 조합 같은 형태인데, 자신들은 성화 출신도 아니니 말이다.
“그 후에 성화에서 간다면 어떻게 될까요?”
성화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그들보다 훨씬 갑이라고 생각할 게 뻔하다.
더군다나 자신들의 이익률을 지키기 위해서 최저 단가를 요구할 건 확실한 일.
“하지만 이쪽에서 이미 더 높은 조건을 요구했지요.”
당연히 눈에 들어올 리 없다.
더군다나 자세 자체부터가, 성화는 고압적일 게 뻔하고 이쪽은 저자세로 나간다. 사람의 심리는 원래 간신에게 기대는 법.
“하더라도 절대로 낮은 조건으로는 안 해 주겠네요.”
팀장은 히죽 웃었다.
그런 경우 대부분의 거래는 파토가 난다.
성화가 다급하니 일단은 해 준다고 해도 그 가격은 절대로 낮아지지 않을 것이다. 그들도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성화가 받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수익률은 낮아지겠지요.”
당연히 가격을 낮추는 현재 전략을 쓸 수는 없다.
“일이 재미있어지는군요.”
성화가 나갈 길까지 틀어막는 노형진을 보면서, 다들 이제 벌어질 일에 대해서 잔뜩 기대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4장. 단가 후려치기? 해 봐>
“전자연합?”
“네, 저희 대룡에서 이번에 새로이 시작한 사업입니다.”
“하지만 대룡은 이미 전자 시장에 진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강원도에 있는 조용한 커피숍.
그곳에서 몇몇 사람이 노형진과 대룡의 사람들을 만나고 있었다.
그들이 이곳까지 온 건 사장들이 성화에게 발각될까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대룡과 대화를 했다는 것이 발각되는 순간 계약은 파토가 날 테니까.
그래서 성화에서 전혀 모르는 곳을 골랐는데 그 장소가 바로 이곳이었다.
“압니다. 하지만 성화전자는 그다지 규모가 크지 않지요.”
“음…… 그건 이해합니다.”
대기업치고는 진출한 시장이 작다.
일단 텔레비전도 없고, 백색 가전이라고 하는 주방도 없다. 이제야 청소기와 세탁기 그리고 에어컨 정도.
그나마 유일하게 수익을 내는 것은 핸드폰뿐이다.
“그러니까 저희는 생각을 바꾼 겁니다. 우리가 무리해서 시 시장을 집어삼킬 이유가 없다, 기존 업체들과 상생을 하자.”
“그래서 우리와 일하자 이겁니까?”
“네, 여러분은 단순히 하청이 아닙니다. 반대로 여러분이 우리에게 하청을 주는 형태가 됩니다.”
“천하의 대룡이 하청을 받는다? 무슨 말장난하는 겁니까?”
“말장난이 아니지요.”
노형진은 씩 웃었다.
“여러분이 제공하는 부품은 대부분 성화의 냉장고를 만드는 데 들어가죠. 안 그런가요?”
“그렇지요.”
“그러면 성화에서 만드는 건 뭐죠?”
“그거야…….”
냉장고의 냉매 순환 기술은 비밀이라고 할 것도 없는 흔해 빠진 기술이다.
문제는 그걸 어떻게 통제하느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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