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961)
“커헉!”
속이 뒤집히는 충격.
그러나 충격은 한 번으로 멈추지 않았다. 그다음으로 주먹이 날아온 곳은 얼굴이었던 것이다.
퍼억 소리와 함께 느껴지는 강렬한 충격.
그리고 흐려지는 시선 너머로 날아가는, 피가 덕지덕지 묻어 있는 하얀 무언가.
‘이…….’
세성문은 직감적으로 그게 자신의 이빨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저항할 수가 없었다.
구타는 계속되었고, 무려 30분이 지나고 나서야 그는 바닥에 다시 쓰러질 수 있었다.
“끄륵…….”
“이 새끼야! 감히 내 뒤에 칼을 꽂아?”
길길이 날뛰는 김두필.
세성문은 그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렇게 두들겨 맞아야 한단 말인가?
“어굴함미다…….”
이가 나가고 불어 터진 얼굴로 억울함을 토로하는 세성문.
그런 세성문의 눈앞에 김두필은 뭔가를 들이밀었다.
“억울? 억울? 이 새끼야, 뭐가 억울한데? 이거 보여? 응? 대룡에서 너한테 준 10억! 이게 왜 나온 건데?”
‘10억?’
세성문은 기가 막혔다.
10억이라니, 자신은 전혀 알지도 못하는 돈이다.
“전 몰라요…….”
“모르기는 뭘 몰라! 계약금이잖아! 아니야?”
바닥에 쓰러진 세성문의 얼굴을 다시 차는 김두필.
결국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세성문은 기절했다.
하지만 김두필은 그런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번에 걸린 새끼들, 모조리 거래 끊어!”
“네? 하지만 사장님, 그러면 부품 공급이……. 이번에 걸린 곳들은 필수 부품이라…….”
“크윽…… 빌어먹을!”
김두필은 분노해서 구석에 있던 골프채로 집기를 마구 때려 부수기 시작했다.
“으아!”
분노에 찬 김두필의 목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 * *
“진짜 화났나 보군.”
아무리 감춘다고 해도 감춰질 수 없는 게 있다.
세성문이 누군가에게 맞아서 입원했다는 소리는 사방으로 퍼졌다. 그가 입을 열지 않아서 누군지 수사를 할 수는 없었지만, 알 사람은 이미 다 알았다.
“세성문이면 충성파로 소문이 난 사람이니까요.”
“그렇지.”
그런 그가 배신을 했다고 하니 분노할 수밖에 없다.
김두필이 주먹을 잘 쓰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올바른 타입도 아니다.
도리어 아버지 김일성을 가장 닮은 타입이라고 했다.
그래서 후계자 1순위에 올라갔던 것이고 말이다.
그렇다면 그 성격도 닮았다는 뜻인데, 애초에 김일성은 폭력을 써서 자리를 만든 사람이다.
“아마도 10억을 받은 기업에 대해서는 온갖 불이익이 다 갈 겁니다.”
“우리는 그냥 잘못 입금한 거라고 하면 그만이니까.”
히죽거리면서 웃는 유민택.
“그렇지요. 하지만 10억이나 되는 돈을 잘못 입금하는 경우는 드물죠. 그것도 열 군데에나 말입니다.”
당연히 성화에서는 그들이 대룡과 모종의 거래가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불이익을 받게 된 곳에서는 과연 뭐라고 할까요?”
“억울하겠지.”
그리고 그들의 사이는 점점 더 멀어질 것이다.
간단한 이간책이다.
돈이야 잘못 입금된 것이니 돌려받으면 그만이다. 그걸 가지고 무슨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자네 계획이 제대로 맞아떨어지는군. 몇몇 업체들이 이탈을 결정했다고 하더군. 필수 업체들은 아직 없지만, 이렇게 사이가 틀어지면 필수 부품을 납품하는 곳도 넘어오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을 거야.”
유민택은 흡족한 얼굴이 되었다.
“아직 게임은 시작도 안 했습니다.”
“뭐?”
“제가 소개시켜 드릴 곳이 몇 군데 있습니다.”
“누군데?”
“하청기업들이지요.”
“그들과 협상하고 있지 않나?”
그들과의 협상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니 그들을 딱히 만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노형진이 그냥 심심해서 만나라는 게 아니었다.
“성화의 하청이 아니라 하청의 하청, 즉 재하청을 하는 곳입니다.”
“하청의 하청?”
“네.”
원래 하청을 받은 기업에서 물품을 제작해서 공급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대기업들은 이름뿐인 하청기업에 하청을 주고, 그곳이 다시 재하청을 주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당연히 1차 하청 업체는 대기업과 관련된 자이거나 이사, 또는 부장 출신이 세운 곳들이다.
“이런 곳들의 문제가 뭔지 압니까?”
“모를 리가 있나.”
유민택은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룡 역시 그런 식으로 운영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자들을 가차없이 쳐 내고 그 대신에 단가를 올려서 질 좋은 제품을 받아 오는 쪽으로 바뀌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어음이지요.”
“그런데?”
“제가 모은 게 있습니다.”
가방을 꺼내서 들이미는 노형진.
그 안에서는 상당한 양의 어음이 나왔다.
“이건……?”
“그런 1차 하청 업체들이 발급한 어음입니다.”
“그런데?”
“2차 하청 업체들을 만나서 설득했지요, 우리에게 어음을 팔라고.”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건가?”
“어음이라는 것은 채권이지요. 채권을 발행한다는 건, 돈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렇겠지.”
“그런데 진짜로 돈이 없을까요?”
“그런 경우는 드물지.”
기업들이 대기업의 하청을 받으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믿을 만하니까. 그리고 확실하게 돈을 받을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대기업 하청에 들어가려고 하는 것이다.
즉, 1차 하청 업체들은 돈을 바로바로 받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1차 하청 업체들이 부도를 맞는 경우가 많지요.”
“뻘 짓을 하니까.”
대기업에서 돈을 주면 1차 업체는 그 돈을 재하청 업체에 분배해야 한다.
그런데 인간의 욕심이라는 것은 끝이 없다.
많은 1차 업체들이 줘야 하는 돈을 어음으로 지급한다. 나중에 주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돈을 쥐고 이자를 독식한다.
1차 하청 업체면 그 돈이 수십억이고 시간이 길어지면 100억 단위가 넘어가는데, 그러면 이율 2퍼센트만 잡아도 연 2억이 그냥 생기니까.
사실 그런 놈들은 그래도 상당히 양심적인 편이고, 대부분의 경우 그 돈으로 투자를 한다거나 뻘 짓을 한다.
그래서 원청 업체는 돈을 다 줬는데 1차 업체가 부도 나서 2차, 3차 하청 업체가 연쇄 부도 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 어음을 발행한 곳은 성화의 1차 업체 중에서도 상당히 문제가 많은 곳들입니다.”
“그런데?”
“그들을 무너트리는 거죠. 기본적으로 대기업들의 방법 아시죠?”
“그렇지.”
이런 식으로 부도가 나면 대기업은 법적으로 아무런 책임이 없다. 그래서 2차, 3차가 돈을 달라고 해도 그들은 책임을지지 않는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1차 업체를 빼고 2차, 3차 업체와 직거래를 하면 단가를 낮추고 물건 가격을 낮출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거래를 안 하고 명목상의 1차 업체를 두는 이유는 두 가지 목적 때문이다.
첫째,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
두 번째, 이사 출신 같은 관련된 자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서.
“그러니 그들에게 엿을 좀 먹이는 거지요.”
“엿이라…….”
“이걸 가지고 갔을 때, 그들이 돈이 있을까요?”
노형진은 히죽 웃었다.
“돈이 있다면 제가 장을 지지도록 하지요.”
“이런.”
“왜 그러십니까?”
노형진의 말에 약간 당황하는 유민택.
“나도 거기에 걸 건데? 그럼 내기가 성립 안 되지 않나?”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면서 씩 웃었다.
>5장. 이것도 어음 끊어 보시지>
사운은 성화의 1차 하청 업체다.
즉, 하청받은 일을 다른 업체들에 다시 하청해 주고 그 중간에서 이익을 챙기는 곳.
사실 실질적으로 성화의 일을 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다소 문제가 있는 곳이다.
그런데 그런 그곳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어음에 대한 변제를 해 주시지요.”
자신을 찾아온 변호사.
그들은 자신이 발행한 어음을 내밀면서 돈을 요구했다.
물론 갚아야 하는 돈이다. 하지만 왜 엉뚱한 사람들이 가지고 왔단 말인가?
“당신들이 뭔데?”
“보다시피 변호사입니다. 그리고 이 어음은 여러분이 끊어 준 어음이고요.”
그건 확실하다. 자신들에게 일을 받아 가는 곳에 지급한 어음이다.
“그래서?”
“그래서가 아니라, 그러니까 변제를 해 달라는 뜻입니다.”
“음…….”
사운의 사장은 눈을 찡그렸다.
“얼만데?”
“일단 15억입니다.”
“일단?”
“변제해 주셔야겠는데요?”
“끄응.”
사운의 사장은 약간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중에 줄게.”
“안 됩니다. 저희도 먹고살아야지요.”
“거참, 나중에 준다니까.”
“안 된다니까요.”
“알았다고, 알았어! 어음 끊어 주면 되잖아!”
적반하장이라고, 버럭 화를 내는 사장.
노형진은 그런 그를 보면서 혀를 끌끌 찼다.
‘내 이럴 줄 알았다.’
그나마 돈을 쥐고 이자 놀이 하는 놈들은 착한 놈들이다. 비상시 돈을 지급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그 돈으로 다른 짓을 하는 놈들, 즉 이런 놈들이 악질이다.
이런 놈들은 어음을 갚아 달라고 가면 다른 어음으로 또 막아 버린다. 일거리를 주는 갑의 위치에 있으니 막 대하는 것이다.
채권을 갚기 위해서 채권을 재발행하면서 무제한으로 기한 연장을 하는 셈이다.
결국 돈이 없는 재하청 업체는 어음할인을 한다.
어음할인이란 돈을 확보하기 위해서 어음을 표시가보다 낮게 파는 것을 말한다.
20퍼센트 정도 싸게 파는 것이 보통이다.
즉, 10억짜리 일을 하고 어음으로 끊으면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 8억에 파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경우 필연적으로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러니까 거기서 너희 엿 먹인다고 하니까 그렇게 적극적으로 나서지.’
노형진은 재하청 업체에 접근해서 하청 없이 바로 조합에 끼어서 부품을 납품하라고 했다.
그쪽은 수익률이 최소 30퍼센트 이상 뛴다는 말에 당장 동의했고, 그 후에 쌓여 있던 어음을 모조리 대룡에 넘겼다.
“일단 어음 끊어 줄 테니까 나중에 오라고.”
대수롭지도 않게 말하는 사장.
매번 이런 식으로 했어도 누구도 찍소리 못 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대가 좋지 못했다.
“어음 안 받습니다.”
“뭐?”
“어음 안 받는다고요. 당신들이 발행하는 어음을 뭘 믿고요?”
“이 새끼들이 미쳤나? 너희 일거리 받기 싫어?”
재어음을 거부하려고 할 때 이렇게 압력을 가하면 대부분 어쩔 수 없이 물러난다. 그게 현실이다.
이전이라면 이 작전이 먹혔을 것이다. 하지만 재차 말하거니와, 상대방이 좋지 않았다.
“저희는 당신네들한테 일거리 받을 거 없는데요?”
“뭐라고? 너희 회사 사람 아니야? 어, 거참. 어음할인 업체야? 그래서 얼만데?”
어음할인 업체면 어쩔 수 없다. 그럼 조금이라도 갚아 주면 된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일단 15억입니다.”
“일단 3억 줄게. 나머지는 어음으로 해 주고. 알지?”
히죽 웃는 사장.
그러나 그건 노형진에게 이빨도 안 먹혀들어 가는 소리였다.
“일단 15억이라는 뜻을 이해 못 하시는 모양이군요. 이번주에 15억이고 다음 주에는 10억, 다다음 주에는 8억 그리고 한 달 후에 7억입니다만?”
멍하니 노형진을 바라보던 사장은 화를 버럭 냈다.
“뭐 어쩌자는 거야? 막나가자는 거야, 뭐야!”
“막나가자는 거지요.”
“뭐야? 신생 업체야, 뭐야? 눈치가 왜 이리 없어? 우리가 부도 처리라도 해야 정신 차릴 거야, 뭐야?”
부도 처리는 상당히 골치 아픈 일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할인된 어음을 산 채권 업체도 상대방이 부도 나면 돈이 날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말미를 주기 마련이다. 그걸 믿고 그는 그러는 것이고.
“네, 그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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