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964)
“우리나라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중산층의 기준은 연봉 6천입니다. 융자 없이 30평 이상의 아파트에 살아야 하고 은행 예금은 1억 이상이어야 하며 해외 여행은 1년에 한 번 이상 가야 합니다. 그게 사람들이 생각하는 중산층의 최소 기준이죠. 여기서 괴리가 느껴지지 않습니까?”
“그런가요? 확실히 괴리감이 느껴지네요.”
고연미는 아이돌을 했다고 하지만 사회를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저 조건이 얼마나 달성하기 힘든 것인지 알고 있다.
“저 기준으로 따진다면 우리나라 국민의 20퍼센트 안에 들어갈 겁니다. 대부분은 저런 삶을 살지 못하지요. 더군다나 저건 최소 기준입니다. 웃긴 건, 중산층이라는 것은 사회적으로 사회의 중간 계층이라는 뜻이거든요.”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히죽 웃었다.
“하지만 외국은 중산층의 개념이 다릅니다.”
“다르다?”
“자신의 신념이 있고 그걸 표출하며 그 신념을 위해서 노력하는가, 그리고 정치적으로 바르며 남을 위해서 배려하고 양보할 줄 아는가. 그런 것이 중산층의 개념입니다.”
한국은 중산층을 돈 많은 자로 판단한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에는 그 사람이 올바른 사회인인가로 판단하는 것이다.
그 차이는 무척이나 크다.
“결국 중산층을 위해서 정책을 짠다는 건, 우리나라의 기준으로는 부자를 위한 정책을 짠다는 말입니다. 사회적 단어의 선택인 거죠. 전 그래서 스스로 서민이라 생각합니다. 나 스스로가 서민으로 인식하고 그래야 제대로 서민에 대한 변론을 지원할 수 있으니까요.”
“복잡하네요.”
노형진은 그저 웃고 말았다.
아마도 현대 한국 사회에서 살아온 대부분의 사람은 그런 감정을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 사회는 남을 밟고 올라서도록 가르치니까.
“뭐, 그건 천천히 새론에서 배워 가시면 될 겁니다. 그나저나, 생활은 할 만하신가요?”
“배우는 중이니까요. 아직 팀도 안 꾸려져 있고, 현재는 기존 판례를 분석하고 있어요.”
새로운 변호사가 오면 새론은 바로 일을 시키지 않는다. 2개월 정도는 기존의 판례 중 익혀야 하는 판례를 배우도록 되어 있다.
그건 기성 변호사이든 새로 변호사 자격증을 딴 사람이든 필수적으로 배워야 하는 부분이다.
그녀가 아무리 얼굴마담이라고 해도 새론에 온 이상 필수적인 부분이다.
“일단은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걸 자신의 것으로 녹여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발전하지 않으면 도태되니까요.”
“알겠습니다.”
고연미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이돌도 마찬가지다. 아니, 어찌 보면 변호사보다 더욱 혹독하다.
도태된다는 것은 단순히 잊히는 정도가 아니다. 버려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스스로 발전하는 수밖에 없다.
“자, 그러면 커피 한잔하러 갈까요?”
“그건 제가 사지요.”
“사절은 안 하겠습니다.”
빙긋 웃으면서 커피숍으로 향하는 세 사람.
이때까지 이들은 기분이 좋았다.
고연미는 맘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곳이라서 좋았고, 노형진은 고질적인 인원 부족 문제를 일부 해결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나 커피숍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당황한 얼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 앞에서 소란이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돈 달라고요!”
“돈 없다고 했잖아! 누가 돈 안 준대? 준다고!”
가게 앞에서 싸우는 몇 사람.
그들은 돈 때문에 싸우는 듯했다.
그런데 그걸 보던 손채림이 고개를 갸웃했다.
“저거 영란이 아냐?”
“영란이?”
“저기서 일하는 알바생. 아니, 일하던 알바생이라고 해야 하나?”
“일하던?”
“얼마 후면 개강이잖아. 복학한다고 그만뒀거든.”
손채림은 그중 한 명을 알아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 보니 영란이라고 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두 사람이 이쪽에 더 있었고, 그 앞에서는 나이 좀 있어 보이는 아줌마 한 명이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왜 그러지?”
“글쎄.”
노형진은 그들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래도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으니 끼어들 수가 없었던 것이다.
“분위기도 안 좋고, 다른 곳으로 갈까?”
“글쎄, 그럴까?”
섣불리 끼어드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기 때문에 세 사람은 다른 곳으로 가려고 했다.
구경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노형진처럼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점심시간은 짧고, 이제는 들어가야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부아앙!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들어오는 한 대의 수입 차.
누군가가 그 차를 그들 옆에 대고는 차에서 내렸다.
“헐?”
그런데 그다음에 벌어진 일 때문에 사람들은 그곳을 떠나지 못했다.
“뭐야? 돈주머니?”
차에서 낑낑거리면서 거대한 주머니를 꺼내는 남자.
그런데 노형진이 아는 주머니다. 소위 말하는 돈주머니.
지갑 같은 게 아니다. 말 그대로 돈을 대량으로 나눌 때 은행 같은 곳에서 쓰는 물건이다.
“저걸 왜?”
요즘 같은 시대에 돈을 계좌 이체로 주지 직접 주는 경우는 드무니 뭔 일인가 하는 그 순간, 경악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이거나 먹고 떨어져, 이 더러운 년들아!”
그 돈주머니를 열고 그 안에 있는 걸 꺼내서 집어 던지는 남자.
그 안에서 쏟아져 나온 10원짜리는 싸우고 있던 세 여자의 얼굴로 날아갔다.
“꺄악!”
“돈? 그래, 돈이 그렇게 좋아? 이거나 먹고 떨어져, 이 개 같은 년들아! 너희가 그딴 식으로 사니까 성공을 못 하는 거야!”
마구 분노하는 남자.
지금까지 세 여자들에게 뭐라고 하던 나이 많은 여자도 합세해 돈주머니에서 10원짜리를 꺼내서 마구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어디 비렁뱅이 같은 년들이!”
사람들은 눈을 찌푸렸지만 말리지는 않았다. 자신들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자 그렇게 신나게 돈을 뿌린 두 사람은 질려 버린 듯 눈물을 흘리고 있는 세 사람에게 빈정거렸다.
“일단 200만 원 줄 테니까 나중에 더 받으러 오든가.”
아마도 저 10원짜리가 다 합치면 200만 원인 모양이었다.
노형진은 그걸 보고 기가 막혔다.
‘사람이 진짜.’
척 봐도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갔기 때문이다.
아마도 저 부부로 보이는 남녀는 커피숍의 주인일 것이다.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했던 세 여자들에게 알바비를 주지 않으려고 하는 것일 테고.
‘딱 그럴 시점이기는 하지.’
조금 있으면 대학이 다시 개강한다. 그러니 등록금을 내기 위해서 아르바이트했던 학생들이 돈을 달라고 할 시점이다.
‘그리고 저런 악질들이 있지.’
진짜로 힘들어서 못 주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그런 경우는 미리 사전에 이야기해서 그만둬 달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하나뿐이다. 바로 악질적으로 돈을 주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
“흑흑.”
“가져가. 왜, 줬잖아! 왜 못 가져가?”
히죽거리면서 세 사람을 모욕하는 두 남녀.
세 사람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그 돈을 주우려고 했다. 그래야 등록금을 내고 학업을 계속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그런 그들을 말리는 사람이 있었다.
“그거 줍지 마세요.”
“네?”
“그거 줍지 마시라고요.”
“넌 뭐야, 이 새끼야?”
노형진이 끼어들자 버럭 화를 내는 두 사람.
떠나려고 하던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이 끼어들자 호기심에 찬 얼굴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이런 개 같은 연놈들을 봤나?’
노형진은 진짜 화가 난 상태였다.
만일 자신이 회귀하지 않았다면 자신이 딱 이 또래일 것이다.
회귀 전 역사에서 자신은 이때쯤에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 동시에 온갖 구박을 다 받아 가며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그러니 화가 안 날 수가 없었다.
“변호사라는 새끼입니다.”
“변호사?”
움찔하는 두 사람.
아무래도 변호사라는 직업은 상대방을 약간 겁먹게 하는 효과가 있으니까.
“지금 그거 집어 던지셨죠?”
“그래서?”
“이런 말 들어 보셨습니까?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그건 뭔 개소리야?”
‘그렇지. 저런 녀석들이 교양서적을 읽어 볼 리 없지.’
교양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녀석들이니 책을 읽을 리 없었다.
“책 제목입니다. 뭐, 그건 일단 책 제목일 뿐이고, 법적으로는 말입니다.”
노형진은 그들을 바라보았다.
“폭행이죠.”
“뭐라고?”
“말 그대로 폭행입니다. 꽃이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사람을 폭행한 거니까 때리면 안 되죠.”
“이거 미친 거 아냐? 불쌍하니까 봐주라 이거냐?”
변호사라고 해서 움찔했더니 헛소리를 하는 노형진을 보고 비웃음을 날리는 남자.
그러나 노형진이 미쳐서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었다.
“그럴 리가요. 말 그대로 법적으로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건데 돈이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때리셨잖아요?”
“뭐?”
“10원짜리는 상당한 질량을 가진 물체입니다. 어찌 되었건 그걸 상대방에게 투척해서 폭행을 가하셨죠.”
“그게 무슨 개소리야! 난 때린 적 없어!”
“때린다는 게 그냥 주먹질, 발길질을 하는 것만 뜻하는 게 아닙니다. 일단 폭력이 동반되면 다 때리는 겁니다. 그리고 두 분은 같이 때리셨죠.”
“뭔 말도 안 되는…….”
여자는 당황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갑자기 폭행 운운하니까 겁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너 같은 게 알 리 없지.’
저런 타입들의 사람들은 지금까지 법적으로 싸워 본 적은 없을 것이다. 대부분 저런 타입들은 목소리가 크면 이긴다고 생각하는 족속이다.
물론 사회적으로 그게 맞기는 하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상대방이 귀찮아서 물러나는 것이지, 진짜로 이기는 게 아니다.
그리고 노형진은 오랜만에 제대로 열 받아서 물러날 기분이 아니었다.
“저기, 변호사님…….”
뒤에 있던 영란이라고 불린 학생이 노형진에게 다가왔다.
그녀들은 도무지 변호사를 선임할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노형진은 그들의 마음을 알고 있는지 그녀들의 어깨를 꽉 잡았다.
“그냥 가만히 있어요.”
“네?”
그녀의 귀에 대고 조용히 말하는 노형진.
“제가 등록금 벌어 드릴 테니 가만히 있으시라고요.”
“네, 네?”
순간 이해 못 하겠다는 표정이 되는 세 사람.
그들이 뭐라고 하려고 하는 순간, 손채림이 그녀들의 어깨를 뒤에서 잡았다.
“자, 동생들. 이럴 때는 뒤에서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는 거야.”
“그게 무슨……?”
갑자기 상황이 이상해지기는 했지만 일단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진척될 거라는 생각에 세 사람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고연미는 상당히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계속 욕하시고 겁을 주시던데, 그거 모욕죄입니다. 아시죠?”
“뭐, 뭐라고? 내가 언제!”
이제 와서 딱 잡아떼려고 하는 주인 내외.
그러나 듣고 있던 사람들은 당황하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난 들었는데?”
“나도.”
“나도 들었어. 아까 개 같은 년이니 비렁뱅이 같은 년이니 하지 않았나?”
사람들은 아주 작심한 듯 히죽거리면서 나섰다.
귀찮은 게 사실이기는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학생들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비슷한 고생을 해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니까.
“어…… 난 한 적 없어! 증거 있어?”
“증인은 많은 것 같네요. 그리고 이 정도 증인이면 증거 없어도 법정에서는 인정됩니다.”
“어…….”
점점 당황하는 두 내외.
“그리고 이 돈 아까 집어 던지셨잖아요? 그거 왜 그런 겁니까?”
“당연히 저년…… 아니, 저 애들 주려고…….”
“그러면 소유권을 포기하신 거 맞죠?”
“뭐라고?”
“남 주려고 허공에 뿌린 돈이잖아요. 그러면 소유권 포기하신 거 맞네요?”
“그거야…… 그렇지만…….”
상대방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서 고의로 뿌린 것이다. 노형진이 그걸 모를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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