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977)
“그렇지.”
“직접 하지는 않았을 거 아냐.”
“또, 또 돌려 말한다.”
“알았다, 알았어. 척 봐도 그 사건 이후에 패가 갈린 것 같은데 과연 그때 가해자들 중에서 가난하고 못사는 놈들이 했을까, 아니면 잃을 게 많을 놈들이 했을까? 당연히 후자지. 전자는 아마 그런 영화를 찍는 것도 몰랐을 테니까. 그러면 당연히 누군가 사람을 썼을 거 아냐? 누가 그랬을까? 기억나? 그때 자기가 조폭이라면 보복하겠다고 으름장 놓던 아저씨 한 명 있었잖아.”
“아! 맞아. 그런 인간 있었어.”
“일개 영화배우한테도 그러는데, 과연 일개 배우가 아니라 내부에서 고발자가 생기면 어떻게 할까?”
손채림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피식 웃었다.
“아주 화끈하게 인생을 말아먹어 버릴 생각이구나.”
“백 배라니까, 후후후.”
* * *
“이런 미친 새끼들!”
한무는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그는 지역 조폭의 아들이며 또한 그 당시 사건의 주범이었다.
그런 그에게 얼마 전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아빠, 어떻게 해요?”
“음…….”
한무의 아버지 한성은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이게 사실이냐?”
“네. 이 새끼들이 다 까발린대요.”
자신과 일진 짓을 하던, 그리고 그 당시 강간에 동참했던 녀석들이 차마 양심의 가책을 못 이기겠다면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문자를 보낸 것이다.
그것도 무려 열 명이다.
“이런…….”
한성은 당황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단순히 양심선언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면…….’
분명히 재조사에 들어갈 테고, 그러면 그 당시 자신들이 로비한 모든 사람들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될 것이다.
‘내가 자리를 잡으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한 지역에 조직의 터를 잡고 인맥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돈은 적지 않다. 그래서 지난번 사건도 전국적으로 그렇게 욕을 먹으면서도 사건을 무마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고발이라니.
‘잘못하면 기반이 흔들린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그렇게 둘 수는 없다. 안 그래도 요즘에 주변에서 꼰지르는 녀석들이 생겨서 그쪽에서 거래를 끊으려고 하는 상황에 말이다.
“걱정 마라. 아빠가 해결할게.”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재빨리 전화를 사방으로 걸기 시작했다.
물론 자기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갈지 도무지 감이 안 잡혔다.
한두 명도 아니고 열 명이라니.
그리고 그날 밤 황급하게 모여든 사람들은 어쩔 줄 몰라 하기 시작했다.
“이게 사실입니까?”
“네.”
“아니, 왜 그쪽 아들한테만 연락이…….”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제 아들이랑 친했던 녀석이라서 그런 걸지도요. 확실한 건, 이 상태로는 우리 모두 망한다는 겁니다.”
“설마요.”
“지금 설마라고 생각한 겁니까?”
한성은 그 말을 한 남자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벌써 주변에서 우리한테 거리를 두려고 합니다. 그걸 모르십니까?”
“…….”
다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인터넷에는 이미 자신들과 관련된 살생부가 퍼지고 있다.
물론 누가 만들었는지 예상은 하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어서 삭제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었다.
변호사들을 사서 대응도 하고 있지만 변호사들이 요구하는 돈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
“이 상황에서 양심선언까지 가면 치명타입니다. 절대로 그렇게 둬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 어쩌자구요? 그 망할 녀석들에게 돈을 주자는 겁니까?”
“안 됩니다.”
한성은 이를 악물었다.
돈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자신이 잘 안다.
한번 돈맛을 보면 그들은 몇 번이고 이걸 핑계로 돈을 요구할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지요.”
그 말뜻을 알아들은 사람들은 움찔했다.
“그건 좀…….”
“아니면 망할 겁니까? 지금 걸리면 단순히 우리 애들이 처벌받는 것만으로 안 끝날 겁니다.”
“으음…….”
그때 처벌을 받게 놔뒀다면 일단 아이들은 소년원에 갔을지 몰라도 자신들에게는 영향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아이들이 성인인 만큼 소년원이 아니라 교도소로 가게 될 것이고, 자신들은 그 당시 로비와 뇌물을 뿌린 게 걸릴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만들어 낸 인맥과 카르텔. 그 모든 게 사라질 것이다.
자신들은 이 지역에서 알아준다는 유지들이다. 그리고 그걸 지키기 위해서는 그들이 필요하다.
“젠장……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이야.”
“그 망할 변호사가 이렇게 이를 갈고 있을 줄은…….”
보통 변호사는 사건이 끝나면 볼일이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 조용히 칼을 갈고 있을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면 어쩌자구요. 열 명이나 됩니다.”
“실종자로 처리해야지요.”
“네?”
“한국에서는 남자가 실종되면 수사 자체를 하지 않습니다.”
움찔하는 사람들. 설마 설마 했기 때문이다.
“살인까지는…….”
“살인이 아니라 실종입니다, 실종.”
“실종…….”
“하지만 저 혼자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서요.”
“네?”
“열 명이나 되는데 제가 혼자 어떻게 처리합니까? 그 새끼들이 눈치채고 잠수 타면 골치 아픕니다. 한꺼번에 처리해야 하는데…….”
다들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하기는 싫기 때문이다.
한성은 눈을 찌푸렸다.
“직접 하라는 게 아니라, 돈이 든다 이겁니다.”
“돈?”
“네.”
흠칫 떠는 사람들.
“돈 조금 내고 말래요, 아니면 인생 말아먹을래요? 당신들은 모르지만 난 잡혀가면 여럿이 곤란해질 겁니다.”
다들 침묵을 지켰다.
사건 당시 선두에 서서 로비를 한 게 그였다. 즉, 자신이 잡혀가면 다 까발리겠다는 뜻이다.
“얼마인가요?”
누군가의 말.
“이봐요!”
“그러면 그 새끼들이 우리 인생을 망가트리게 할 겁니까, 우리 자식 인생 망가트린 것처럼?”
“…….”
“쓰레기는 치워야 할 거 아닙니까?”
“으음…….”
다들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좀 비쌀 겁니다. 무려 열 명이나 되니까요.”
자신의 애들을 동원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조폭이라고 하지만 개나 소나 다 살인을 할 수 있는 깡을 가진 것은 아니니까.
그렇다면 전문가를 불러야 한다.
“알겠습니다.”
한 명이 고개를 끄덕거리자 다들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 * *
허창수는 주변을 보면서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자신의 옆에는 두 명이 더 있었던 것이다.
“이게 마지막이지?”
“그래.”
“빨리 처리하자고.”
무심하게 말하는 그들은 허창수를 내려다보면서 마치 불쌍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미친 새끼. 양심이 뭐라고 입을 나불거려.”
“읍읍!”
“그러니까 조용히 입 닥치고 살아야지. 오입질했으면 그걸로 끝나야지, 왜 입을 나불거리려고 해.”
“읍읍!”
허창수가 뭐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다들 그런 허창수를 그저 무시했다. 풀어 줘 봐야 들려올 건 살려 달라는 소리밖에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끼익.
드디어 멈춘 차량.
그들은 차에서 내려서 허창수를 끌고 어디론가 향했다.
어딘가에 도착하자 그곳에는 다른 사람들이 함께 묶여 있었다.
그들은 묶인 채로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구멍은?”
“저기.”
한구석에 파인 커다란 구멍.
그걸 본 허창수는 얼굴이 창백해졌다.
“열 명 다 들어가겠어?”
“어차피 산속이야. 그냥 둬도 산짐승들이 뜯어 먹어.”
“하긴. 쓸데없이 땀 뺄 이유는 없겠지.”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칼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묶여 있는 열 명을 바라보았다.
“언제나 세 치 혀가 문제야. 안 그래?”
히죽거리면서 그들에게 다가가려던 그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지?”
“왜?”
“느낌이 이상한데.”
“뭐가?”
“저 새끼들이 곧 죽을 녀석들 같아 보여?”
“응?”
그러고 보니 이상한 점이 있었다.
보통 상황이 이쯤 되면 대부분 살기 위해서 온몸으로 빌거나 반대쪽으로 기어서라도 도망간다. 그러지 못한다고 해도 눈물을 좍좍 뽑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그들의 모습에는 그런 게 없었다.
물론 두려워 하기는 하지만, 자신들이 지금까지 죽여 온 그런 사람들과는 다른 느낌.
“야! 빨리 처리해! 이런 씨팔.”
일이 꼬였다는 걸 알아챈 동료가 칼을 뽑아 들었다. 죽이는 데 동참할 생각인 것이다.
“묻을 시간 없어! 빨리 죽이고 가자!”
“읍읍읍!”
그러자 다른 동료들까지 칼을 빼 들었다.
그러자 그제야 기겁하면서 몸부림치는 열 명.
‘이게 정상인데.’
그런데 아까는 그런 모습을 안 보였다.
킬러는 다급하게 그들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그러나…….
“윽!”
엄청난 바람이 그들에게 불어닥쳤다.
주변에 나무가 가득한데 이렇게 강한 바람이 불어올 이유는 없다. 이유는 단 하나.
두두두두.
하늘에서 내려오는 바람의 원인. 바로 헬기였다.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이곳은 완전히 포위되었다!”
모두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거기에는 경찰 헬기가 떠 있었고, 그곳에서부터 총을 든 경찰 특공대가 빠르게 헬기 레펠로 내려오고 있었다.
“이런 씨팔…….”
그들은 도망가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저쪽은 헬기에 총까지 가지고 있다. 그에 반해서 이쪽은 고작 다섯 명에 무기는 칼뿐이다.
더군다나 도망간다고 한들 저들의 말대로 포위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완벽한 함정이었기 때문이다.
“큭…….”
쨍그랑 소리와 함께 떨어지는 칼.
그들은 두 손을 하늘로 올린 채, 바닥에 쓰러져 있는 열 명을 바라보았다.
* * *
“대박일세.”
노형진은 피식 웃으면서 뉴스를 봤다.
열 명을 살인하려던 자들이 잡혔다는 뉴스.
“예상한 거야?”
“아니. 이렇게까지 막장일 거라고는 생각 못 했지. 난 그냥 납치해서 린치나 가하겠지 싶었는데.”
노형진은 그들을 확실하게 엮고 싶었다.
그래서 허창수를 설득해서 조폭의 아들에게 문자를 보내게 했다, 사실을 까발리겠다고.
그러면 어떤 반응이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아무리 자수하는 새끼라고 하지만 그래도 강간범인 건 변함없잖아? 그 정도 일은 해 줘야지.”
“그 정도? 죽을 뻔했는데?”
“예상외였다니까.”
사실 최초 목적은 그렇게 도발하여 그들이 사람을 보내서 집단 린치를 가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그들을 폭행과 폭행 사주로 엮어서 잡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킬러라니……. 도대체 얼마나 구린 거야?”
노형진은 눈을 잔뜩 찡그렸다.
“덕분에 아주 한 방에 탈탈 털었네.”
“그건 그런데.”
킬러는 한성의 살인 교사에 대해서 털어놨고, 한성은 결국 살인 교사로 잡혀갔다.
그리고 한성의 계좌를 털면서 그에게 돈을 준 가해자의 부모들이 잡혀갔고, 그들이 또 입을 열면서 경찰, 검찰, 법원까지 올라갔다.
결국 시장까지 연루된 것이 드러났고 시장을 통해서 법무부 차관에게까지 뇌물이 전달된 것이 드러났다.
“아주 끝이 없구만.”
그 사이에 돌아다닌 돈만 10억대였는데, 그 뇌물은 가해자들의 부모들이 낸 것이다.
그 뇌물을 조사하면서 아예 조사도 받지 않은 예순 명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루어졌는데, 그들이 낸 뇌물까지 합하면 무려 30억대가 넘는 뇌물이 뿌려진 셈이었다.
“기념비적이라고 해야 하나…….”
손채림은 우울하게 말했다.
이런 식이라면 그 당시에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던 게 이해가 간다. 심지어 언론에 그렇게 까발려졌는데도 말이다.
“국민이 냄비라고 생각했겠지.”
그때야 시간이 지나면 다시 조용해질 거라 생각한 것이리라.
대부분의 경우는 그게 현실이고.
“아마 우리가 아니었다면 그들이 원하는 대로 되었을 거야.”
그 당시 부모가 뉴스에서 공개적으로 한 말이 있었다.
이게 얼마나 가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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