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978)
그리고 실제로 두 달도 되기 전에 사람들은 그 사건에 대해서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10년은 안 기다렸잖아?”
손채림의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10년은 안 기다렸다.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
“이제 수금이나 하러 다닐까나.”
일거리가 늘어난 걸 알아챈 손채림은 투덜거릴 수밖에 없었다.
>2장. 구역질 나는 놈들>
“우웨에엑!”
손채림은 동영상을 보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나가서 오바이트를 하고 말았다.
그건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당장이라도 오바이트를 하고 싶은 얼굴이었지만 그저 꾹 참을 뿐이었다.
“그만 봅시다.”
노형진은 결국 동영상 플레이어를 꺼 버렸다.
더 이상 볼 의미가 없다.
“제가 왜 가지고 왔는지 알겠지요?”
“이게 설정이 아니라고?”
“아마도요. 내가 의사는 아니지만 사람 목이 저렇게 덜렁거리는 걸 봐서는 아닌 것 같은데요?”
“큭…….”
이수종은 어깨를 으쓱했다. 자신도 확신하지 못한다는 투다.
하지만 어찌 되었건 이건 심각한 문제다.
“이게…… 도대체 뭡니까?”
다시 들어온 무태식은 얼굴이 사색이 되어서 말했다.
지금 본 장면은 차마 말할 수 없이 잔인한 장면이었다. 한 여자를 강간하면서 죽이는 장면.
그것도 그냥 죽이는 게 아니라, 커다란 칼로 찔러 죽이는 장면.
여자의 비명, 몸부림. 그 모든 게 들어 있는 처절한 영상.
“스너프 필름라고 합니다.”
“스너프 필름?”
“네.”
강간과 고문 그리고 살인을 찍은 영상. 그걸 스너프 필름이라고 한다.
“도대체 왜 이딴 게 있는 거야?”
손채림은 안으로 들어오면서도 힐끗 화면을 바라보았다. 혹시나 지금까지도 그 영상이 플레이되고 있나 해서였다.
그렇다면 안 들어올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넌 보지 말라고 했잖아, 볼만한 게 아니라고.”
“아니, 일은 해야 할 거 아냐?”
“일도 일이기는 하지만…… 이건 사람이 볼 게 아니야.”
노형진은 신음 소리를 내면서 말했다.
맞는 말이다. 이건 사람이 볼 게 아니다.
“자세하게 이야기 좀 해 보게, 노 변호사…… 도대체 저게 뭔가?”
이수종은 새론에서 고용한 해커다.
그의 업무는 공식적으로 서버 관리와 보호지만, 비공식적으로는 ‘다크 웹’이라 불리는 약 97%에 달하는 인터넷 영역에서 정보를 모으는 것도 포함된다.
이 영상도 그가 그곳에서 가지고 온 것이다.
“스너프 필름은 말 그대로 잔혹 영상입니다. 영화의 스토리나 설정을 위해서 가짜로 꾸민 게 아니라 진짜로 가해지는 강간과 고문 그리고 살인에 대한 영상이지요. 변태 성욕을 넘어서 미친놈들에게 공급되는 일종의 포르노이지요.”
“이딴 게 포르노라고?”
당황한 표정이 되는 송정한.
도대체 어떤 미친놈이 이런 걸 보면서 흥분을 한단 말인가?
“그러니까 미친놈이라고 한 겁니다. 일반적으로 스너프 필름은 조작해서 찍는 경우가 많은데…….”
노형진은 그 말까지만 하고 더 이상 말하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아까 그 장면은 아무리 봐도 조작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작이면 ‘살려 줘, 엄마.’라고 한국어로 외치지 않았겠지요.”
이수종은 침울하게 말했다.
그가 이 영상을 가지고 온 이유. 그건 영상에서 나온 비명 때문이었다.
살려 달라고 비는 여자의 비명. 그리고 그걸 비웃는 가면을 쓴 남자.
“도대체…… 이딴 게 있다니…….”
“그러니까 다크 웹이라고 하는 겁니다. 우리가 아는 더러운 면은 진짜 세상의 1%나 될까요.”
이수종의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신들이 일반적으로 하는 소송은 더러움의 1% 안에 들어가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스너프는 주문생산이라는 겁니다.”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인가!”
“주문생산이라니!”
기겁하는 사람들.
오로지 이수종만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을 뿐이었다.
노형진은 그런 그를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그의 나이는 어리다. 그런데 도대체 얼마나 더러운 부분까지 본 것일까?
그런 노형진에게 송정한은 답을 재촉했다.
“빨리 말해 보게, 주문생산이라니!”
“이런 제정신이 아닌 물건을 보고 흥분하는 사람이 흔한 건 아니죠. 이런 걸 비디오 회사에서 내줄 리도 만무하거니와, 만든다고 해서 수익이 날 리 없죠.”
“그럼 이걸 주문받아서 판단 말인가?”
“네.”
“아니, 그걸 둬요?”
무태식은 부들부들 떨면서 말했다.
“일단은 합법이거든요.”
“뭐라고? 저게?”
“아, 저건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걸 공급하는 업체가 존재합니다. 물론 그들은 철저하게 합법이고, 그들이 공급하는 영상은 조작이지요.”
피해자들과 가해자들인 배우들이 연기하며, 피나 내장 그리고 혈관 등은 모조리 가짜 소품이다.
“하지만 자극은 끝이 없지요.”
처음에 그에 만족하던 녀석들도 점점 자극이 익숙해지면 더 강한 자극을 찾는다.
“그들이 파는 건 스너프가 아니에요. 그냥 가학성 영상이지.”
“그런데?”
“문제는 진짜로 스너프를 파는 놈들이 있다는 거죠.”
“미친놈이군.”
노형진이 씁쓸한 얼굴이 되었다.
“미친놈이 아니라는 게 문제죠.”
“뭐라고?”
“스너프 필름을 정의할 때에는 세 가지가 들어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걸 그냥 범죄 영상이지, 스너프가 아니죠. 살인 영상을 찍은 놈들은 많지만 그게 스너프라고 불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세 가지?”
“첫 번째, 수익을 목적으로 할 것. 미친놈이거나 연쇄살인범이라서가 아니라 돈 때문에 사람을 납치하고 고문하고 죽이는 거죠. 두 번째, 납치와 살인, 시체 처리까지 반복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지원이 된다는 겁니다. 세 번째는 판매 라인이 완성되어 있다는 겁니다.”
“헐…….”
다들 침묵을 지켰다.
한참 침묵하던 송정한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러면 아까 그건 살인 영상인 건가?”
노형진의 말대로라면 그건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송정한은 애써 차라리 스너프가 아니라 살인 영상이기를 바랐다.
물론 그것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그러나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전 아까 보면서 피해자가 아니라 주변에 신경을 썼습니다.”
“뭐라고?”
보통은 그런 영상을 보면 충격에 다들 피해자에게 시선이 쏠린다.
그런데 노형진은 다른 것을 봤다니?
“카메라 동선이나…… 조명이나…… 그림자요.”
“그게 무슨……?”
“최소 네 명이 찍은 겁니다. 카메라가 한 명, 조명 한 명, 등장인물에 두 명…….”
“미친…….”
그렇다는 건 제대로 촬영된 스너프라는 뜻이다.
“스너프는 다크 웹에서 거래돼요. 뭐, 상황에 따라서 달라지지만 보통 1천만 원에서 시작되죠.”
“1천만 원!”
“전 세계를 대상으로 판매하면 수십억을 벌 수 있지요.”
이수종의 말에 다들 경악했다.
최하 1천만 원이면 삼백 명에게만 팔아도 30억이다.
전 세계에 미친놈이 삼백 명만 있을까? 더군다나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라면…….
“그리고 여러 가지 상황을 봐서는 이게 제작된 곳이 한국일 가능성이 높아요.”
“뭐라고? 한국?”
“네.”
등장인물은 동양인 한 명 그리고 서양인 한 명이다.
그거 말고는 얼굴도 가리고 해서 정보가 없다. 장소도 회색의 시멘트 벽이 보이는 공간뿐이었다.
“설마…… 여자가 한국인이라서 그런 건가?”
“그것도 있지만…….”
이수종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노형진은 그런 그를 보면서 다독거렸다.
“말해요, 걱정하지 말고.”
“다크 웹에서 소문이 돌아요, 업자들이 한국에 진출했다고.”
“미친…….”
그의 말에 따르면 다른 나라에서 추적받자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려고 했는데 그곳이 다름 아닌 한국이라는 것이다.
“진짜인가?”
“다크 웹에는 정보가 넘치죠. 어떤 건 가짜고 어떤 건 진짜지요. 하지만 그걸 판단하는 건 본인이에요. 저도 확신은 못 해요.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인이 출연한 스너프는 확인된 적이 없어요.”
“한국인 스너프라니? 설마…….”
“보통은 필리핀이나 중남미의 치안이 극도로 안 좋은 곳에서 촬영됩니다. 그런 곳은 수사조차도 안 되니까요.”
노형진은 눈을 찡그리면서 말했다. 그리고 속으로도 걱정이 앞섰다.
‘문제는 우리나라 경찰이 그다지 유능한 편은 못 된다는 거지.’
물론 그런 곳들은 워낙 막장이라서 그런 것이다.
한국 경찰은 그들보다는 확실히 유능하다. 부패했다고 하지만 그들보다는 깨끗하고 말이다.
문제는 경험이 없다는 것.
“한국은 스너프 같은 것에 대한 경험이 없습니다. 아마 잡는 법도 모를 겁니다.”
“아이피 추적 같은 거 못 하는 건가?”
한국에서 인터넷 범죄를 추적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바로 아이피를 추적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수종이 피식 웃었다.
“인터넷에서 200달러만 내면 아이피를 조작해 주는 장비를 살 수 있어요. 스너프 업자들이 병신도 아니고, 그걸 고정 아이피로 팔겠어요?”
“아…….”
“솔직히 저도…… 이 사건을 경찰에 신고해도 효율적으로 조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물론 신고를 안 할 수는 없다. 해야만 한다.
사람이 죽은 문제이고 전국이 발칵 뒤집힐 일이다.
그러니 알려야 한다.
“일단은…… 신고부터 하죠.”
노형진은 다음에 벌어질 일이 예상되자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 * *
“이게 진짜인가요? 조작이 아니고? 이걸 보면서 즐긴다고요?”
주영민 검사는 영상을 아주 잠깐만 보고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단순히 경찰에 신고해서는 안 될 거라는 결론하에, 김성식 변호사를 통해서 가장 믿을 만한 검사와 접촉한 것이다.
“어떤가?”
김성식은 주영민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그나마 젊은 검사고 또 힘을 쓸 수 있는 자리에 있으면서 인터넷에 익숙한 그였기 때문이다. 그가 인터넷 수사를 전담하는 것도 있고.
“충격적이네요.”
주영민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이런 정보가 있었나?”
“전혀요.”
얼굴을 와락 찡그리는 주영민.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검찰 내부에서도 다크 웹에 대해서 알고 있고 또 그곳을 관리하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 범죄 사항을 감시하는 정도가 한계이기는 하지만.
“그들을 너무 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고작 네 명이서 뭘 어쩌겠어요.”
“끄응…….”
맞는 말이다.
전담 팀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 전담이지, 팀원이 고작 네 명밖에 안 된다.
미국처럼 백 명이 넘는 인원에 슈퍼컴퓨터에 준하는 지원을 해 주는 게 아니라 그냥 팀원 네 명에 업무용 컴퓨터가 다다.
더군다나 그들에게는 잡무가 또 따라붙는다.
전적으로 감시에 매달릴 수는 없는 상황.
“확실한 건가요? 한국으로 들어온 거예요, 한국인이 외국에서 납치된 게 아니라?”
그럴 가능성도 있다.
“아닙니다. 저희 쪽 팀에 따르면 말이지요.”
“아니, 당신들은 도대체…… 돈이 썩어 넘치는 겁니까? 우리도 제대로 감시를 못 하는 걸…….”
기가 막혀 하는 주영민 검사.
노형진은 그저 웃고 말았다.
“효율성의 문제지요.”
새론에 저런 걸 전담하는 팀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물론 이수종이 하기는 하지만, 네 명이 못 하는 걸 아무리 그라고 해도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이수종은 다크 웹을 감시함과 동시에 전 세계의 해커 집단과 연결하는 일종의 접선책 역할을 한다.
현상금을 걸어 화이트 해커들로부터 정보를 모으는 것이다.
그러니 속한 것은 그 한 명일지언정 감시 업무를 하는 것은 수천 명인 셈이다.
“외국에서 납치된 거라고 해도 문제가 되지만, 다크 웹상의 소문에 따르면 한국으로 입국한 게 거의 확실하다고 봅니다. 주문도 받고 있다고 하니까요.”
“주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