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984)
그러나 보이는 것은 텅 빈 공간뿐.
‘내가 잘못 안 건가?’
노형진은 이곳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입구를 감추고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자도 성향이 그쪽으로 의심이 되니 말이다.
‘젠장…… 감이 떨어졌나…….’
그렇다고 이건 기억을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영상은 물체가 아니니 그 기억이 없다. 그러니 어디서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는 없다.
“여전히 넓기는 하지만…….”
라이트가 아주 강한 게 아니라서 주변을 살피고 있기는 하지만 공간이 다 보이는 게 아니었다.
“일단은 주변을 살피면서…… 어?”
로봇을 조종하던 사람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럽니까?”
“아니, 순간 화면이 흔들려서요.”
“뭐 넘어가느라고 그런 건가요?”
“정지 상태입니다만.”
“정지 상태?”
노형진은 다시 한 번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 순간, 다시 한 번 화면이 흔들렸다.
“왜 이러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조종자.
“이거 다시 가지고 와 볼까요?”
“잠깐만요.”
노형진은 순간 힐끗 지나간 모습에 조종사의 손을 잡고 움직임을 멈췄다.
“후진해 보세요.”
“후진?”
“네. 아래쪽이 좀 더 잡힐 수 있게.”
“그러죠.”
그러자 다른 팀원들이 후진을 할 수 있게 선을 당기기 시작했고, 로봇은 천천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멈춰요!”
어느 순간 멈추라고 외치는 노형진.
화면 안에는 뭔가가 드러나 있었다.
“저건?”
화면에 드러난 빨간색 하이힐.
뜬금없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이었다.
“왜 저런 게 있지? 공사할 때 버렸나?”
“그럴 리가요.”
손채림은 그걸 보고 바짝 붙었다.
“이거 새로 나온 디자인이에요.”
“새로 나온 디자인?”
“그래. 이거 나온 지 1년밖에 안 된 거라고.”
그렇다면 여기에 있을 이유가 없다.
그 순간 다시 흔들리는 화면. 그리고 뭔가가 충격을 주고는 그 앞으로 튕겨 나가는 것이 보였다.
“저건?”
“신발?”
이번에는 운동화였다.
꼬질꼬질해진 운동화가 충격을 주고는 튕겨 나간 것이다.
“누군가 있군요. 주변을 뒤져 봅시다.”
누군가가 자신들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신호를 보내는 것이 분명했다.
“어떻게?”
“빛은 멀리까지 가니까.”
로봇에 달린 렌즈로는 코앞밖에 보지 못하지만 누군가 그 반경 바깥에 있다면 라이트의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빛이 어쩌면 그들에게 생명의 빛이 될 수도 있는 법.
천천히 돌아가는 화면.
로봇은 한참을 주변을 빙빙 돌다가 드디어 뭔가를 발견했다.
“맙소사.”
흐릿한 화면 너머에는 간이로 만든 것으로 보이는 창살이 보이고 그 안에 여러 명의 사람들이 갇혀 있었다.
그들은 뭐라고 비명을 지르면서 창살을 흔들고 있었지만 쇠창살은 움직이지 않았다.
“뭐라고 하는 건지…….”
“마이크가 없으니까요.”
사람을 구하라고 만든 게 아니라 배관 공사하라고 만든 물건이니 마이크가 있을 리 없다.
심지어 화면 자체도 그다지 화질이 높은 게 아니다.
“하지만 구해 달라고 하는 건 알겠네요.”
신호를 보내기 위해서 창살을 흔들고, 어떻게 해서든 손을 뻗어서 구원 요청을 하는 사람들.
“이 정도면 충분하겠습니까?”
노형진은 고개를 돌려서 주영민 검사를 바라보았다.
“충분합니다.”
주영민은 바로 전화기를 들어서 경찰을 불렀고, 잠시 후 요란한 소리와 함께 경찰이 들이닥쳤다.
애애애앵!
“경찰입니다! 문 여세요!”
당장 그 집으로 갔지만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분명히 집 안에 사람이 있는 것을 봤는데 말이다.
“아래쪽은 감시 중입니까?”
“이미 포위 중입니다.”
경찰이 들이닥치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도망치려고 하는 걸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냥 둘 수는 없는 노릇.
“넘어갑시다.”
“무슨 수로요?”
담장은 상당히 높았고 그 위에는 철조망까지 있었다. 사람이 넘어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그러면 부수면 되지!”
그때 들리는 목소리.
고개를 돌려 보니 관정기를 운전하는 사람이 서 있었다.
“부수자고요?”
“관정기가 얼마나 큰데!”
“아!”
그는 괴상한 일거리였기 때문에 무슨 일인가 하고 남아서 기웃거리다가 사람들이 잡혀 있는 것을 본 것이다.
“차에 기스야 나겠지만 어차피 공사용 차량인데, 뭘.”
커다란 관정기용 차량은 이런 담벼락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부술 수 있는 힘이 있었기 때문에 그가 차량으로 밀어 버리자 담벼락은 제대로 저항도 못 하고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차량이 뒤로 물러나자 들이닥치는 경찰들.
“경찰이다! 문 열어!”
누군가 입구에 서서 외쳤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문을 열라고 해서 열겠어?”
분명히 일어났을 게 뻔하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자 우왕좌왕하고 있을 게 당연하다.
“부수고 들어가!”
“네!”
주영민의 말에 경찰들은 달려들어서 창문을 부수고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경찰봉을 휘두른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부여잡고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뭐야, 씨발.”
있는 힘껏 후려친 유리창에 도리어 손이 튕겨 나간 것이다.
“큭…… 이 무슨…….”
어이가 없어 하는 경찰들.
“얼마나 감추는 게 많으면.”
그냥 유리창인 줄 알았던 창문이 방탄유리였던 것이다.
“이거 어쩌지?”
“이 녀석들이 지하로 들어가면 피해자들을 데리고 인질극을 벌일 수도 있습니다. 그 전에 막아야 합니다.”
지하 벙커에서 인질극을 벌이면 자신들이 접근할 수 있는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니 그들이 거기에 가기 전에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유리창이 강해 봤자지!”
그 말과 동시에 부르릉 들리는 엔진 소리.
“하지만 차가 밀기에는 구조가…… 아!”
차는 들어올 수가 없는 구조지만 관정을 뚫는 드릴은 충분히 들어올 수 있었다.
그걸 눕힌 상태로 들이밀기 시작하자 유리창은 저항도 못 하고 깨져 버렸다.
암석과 콘크리트를 뚫고 들어가는 드릴을, 아무리 방탄유리라고 하지만 막을 수 있을 리 없었다.
“들어가, 어서!”
안쪽으로 들어가는 순간 갑자기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으아아아!”
커다란 덩치를 가진 한 남자가 커다란 식칼을 들고 덤벼든 것이다.
“으악!”
방심하고 있던 경찰이 비명을 질렀지만 그는 그 경찰을 쓰러트리지도 못하고 바닥을 나뒹굴 수밖에 없었다.
타타탕!
연속해서 터진 총소리. 그리고 자신의 다리를 잡고 비명을 지르는 남자.
“끄아악!”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주영민 검사는 먼저 총을 쏜 다음에 할 말이 아니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애써 무시하면서 안쪽으로 소리를 질렀다.
“이곳은 포위되었다! 원하면 총격전이라도 벌여 주지.”
위층에서는 몇몇 사람들이 천천히 나왔고, 노형진은 그중 한 명을 보고 눈을 찌푸렸다.
“저 인간…….”
“왜 그러나?”
“동영상에 나왔던 놈입니다.”
자느라고 옷을 벗고 있었는데 그 몸이 익숙했다. 동영상에서 수백 번을 봤던 그 몸이었다.
“음…….”
김성식도 딱딱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드디어 범인을 잡은 것이다.
“입구 어디야?”
노형진은 그들에게 다가가서 물어봤다.
증거를 구하는 것은 이제 경찰과 검찰의 일이다. 자신들이 해야 하는 것은 피해자를 구하는 일.
“…….”
“입구 어디냐고!”
“노 코리안. 낫 코리안.”
모른 척하면서 말하는 외국인.
노형진은 씩 웃더니 그대로 주먹으로 그들의 얼굴을 후려쳤다.
“아악!”
“꼬우면 신고해, 씨발.”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그들에게서 멀어졌다.
중요한 것은 입구를 찾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딘가에 입구가 있을 겁니다.”
온 집 안을 뒤지기 시작하는 사람들.
영화에서처럼 책장 뒤에 있을까 하는 생각에 책장도 뒤지고 그랬지만 입구가 나오지는 않았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서 찾은 입구는 의외의 공간이었다.
“저거 개집 아냐?”
“응?”
집 구석에 있는 커다란 개집.
노형진은 그걸 보고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집이 왜 여기 있지?”
“글쎄요.”
“개 본 사람?”
다들 고개를 흔들었다.
개가 있었다면 이 난리 통에 짖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개는 안 보인다. 심지어 사료도 안 보인다.
개집과 밥그릇뿐.
“들어내 봐요.”
개집을 드러내고 바닥을 쾅쾅 구르자 그제야 아래서 울리는 텅 빈 소리.
개집 아래 있던 깔개를 열자 상당히 커다란 나무 문이 보였다. 열쇠로 잠기기는 했지만.
“부숴!”
경찰들은 커다란 망치를 가지고 문짝을 부수기 시작했고, 잠시 후 드러난 것은 아래로 이어지는 계단이었다.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주영민 검사가 총을 들고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혹시나 해서였다.
그렇게 얼마나 갔을까?
“여기요!”
“살려 주세요!”
“제발 살려 주세요!”
안쪽에서 터지는 비명 소리와 살려 달라는 고함 소리.
“저쪽이다.”
경찰들이 그쪽으로 서둘러서 달려가자 아까 화면에서 본 사람들이 다급하게 손을 내밀었다.
“제발 여기서 꺼내 주세요!”
“이 지옥 같은 곳에서 제발요!”
노형진은 주변을 뒤져서 열쇠를 찾아냈고 그 문을 서둘러서 열었다.
“으아아!”
“엉엉엉!”
피해자들은 울면서 그곳에서 뛰쳐나왔고, 뒤따라온 경찰들이 황급하게 그들을 데리고 위로 올라갔다.
그 뒤에 남은 노형진과 주영민은 그들의 모습에 이를 악물었다.
“미친…….”
남자가 세 명, 여자가 다섯 명.
그중 남자는 한 명이 어린아이였고 여자는 두 명이 어린아이였다.
누가 봐도 그들이 무슨 꼴을 당했는지는 확실해 보였다.
“여기를 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노형진과 주영민이 멍하게 그 사설 감옥을 보는 사이, 다른 사람이 커다란 그 공간을 탐색하다가 두 사람을 부르러 왔다.
정확하게는 검사인 주영민을 부른 것이지만 노형진은 그와 함께 그들이 발견한 것을 보기 위해서 갔는데, 그곳에서는 촬영 장비와 고문 장비가 놓여 있었다.
“여기군요.”
자신들이 봤던 그 공간.
희생자가 비명을 지르면서 죽어 갔을 그 공간…….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로 죽어야 했던 그 공간.
“드디어 끝났군요.”
주영민 검사는 그 공간을 보고 중얼거렸고 노형진은 더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아니죠. 이제 시작입니다.”
변호사로서 고발하고 배상받고…… 그 모든 것이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 * *
“피해자가 열한 명입니다.”
김성식은 그렇게 말하면서 서류를 덮었다.
“그중 여덟 명은 구했지만…… 나머지 세 명은…….”
안 봐도 비디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뻔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 경우는 그들의 최후가 말 그대로 비디오가 되어서 팔려 나갔다.
“두 건은 판매가 시작되었고 한 건은 판매 준비 중이었답니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도 고문의 대상이었고요.”
납치하자마자 당장 죽이는 게 아니었다. 고문하는 영상 자체도 돈이 되기 때문에, 그리고 규호성의 쾌락을 위해서 고문의 대상이 되었다.
“규호성은 자살했습니다.”
“자살?”
“집에 갔을 때는 자기 아내를 총으로 쏴 죽이고 자기도 총을 입에 물고 방아쇠를 당긴 후였답니다.”
아마도 이쪽에서 들이닥치는 순간 전화했을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자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테고 말이다.
“그런데 왜 자기 아내를…….”
“모르죠.”
혼자서 고통스러워했을 아내를 생각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최후의 순간까지 자신의 쾌락을 위해서 그런 건지 알 수는 없다.
확실한 것은 그가 범인이었다는 것.
그의 집에서 감춰진 엄청난 양의 스너프 필름이 나왔다. 자신이 만든 것도 있고 외부에서 구입한 것으로 보이는 것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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