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990)
“뭐?”
“수십억을 횡령해서 어쨌어?”
“뭐라고?”
“조사해 보면 다 나와.”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오는 현 회장.
그는 한편으로는 가슴이 뜨끔했다.
‘이런 씨발…….’
이들은 그 수십억을 사업해서 번 돈이라고 생각하여 추궁한 것이지만 그는 자신이 빼돌린 정부 지원금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진짜로 조사하면 다 나올 테고, 그러면 자신은 끝장이다.
‘씨발…….’
뇌물을 받은 공무원들이 과연 도와줄까?
그럴 리 없다. 모른 척하면서 자신이 다 먹었다고 할 것이다.
그건 막아야 했다.
“누구 마음대로 회의야!”
“정관에 의한 회의입니다. 3분의 1 이상이 개회를 요구하면 회의를 해야 하고, 그중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그건 효과를 발휘합니다.”
현 회장은 회의실 안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빼고 모두 다 있었다.
물론 명의만 있는 새끼들이었다. 명의만.
‘그러나 명의를 빌려주면 책임도 발생하지. 그리고 권리도.’
노형진이 노린 부분이 바로 그거였다.
명의만 빌려준 거라고 하지만 그들은 정식으로 등재되어 있는 임원과 이사. 그들이 들고일어나 현 회장을 불신임, 즉 자르려고 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명의 대여 조건으로 돈까지 줬으니.’
물론 임금치고는 터무니없이 적은 돈이지만 자원봉사 차원에서 한 것이며 그건 그에 대한 소정의 사례금이라고 주장하면 법적으로도 그들은 명백하게 임원이 맞다.
“임원들은 당신의 비리를 더 이상 그냥 둘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김중섭은 차갑게 말했고, 사람들의 시선은 그의 시선보다 더 차가웠다.
‘우리가 죽을 수는 없어.’
노형진은 그들에게 현 회장에게 모조리 뒤집어씌우는 쪽으로 가라고 충고해 줬다. 그러면 복지회는 피해자가 될 뿐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함께 죽는 것보다는 배신 때린 한 놈을 죽이는 걸 택하는 게 사람들의 습성이고.
“계속 회의를 진행하겠습니다.”
진행을 담당하는 손채림은 회의를 계속 진행하려고 했다.
그러나 현 회장은 그렇게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이 병신 새끼들이 증말 죽으려고 환장했나!”
눈을 크게 뜬 그는 이를 악물었다.
“야, 이 새끼들 끌어내!”
그 말과 동시에 문 바깥에서 들어오는 건장한 덩치의 사내들.
그들은 목과 팔을 우두둑거리면서 안으로 들어왔다.
“이거 참, 병신들이 지랄하는 것도 아니고.”
“병신들 주제에. 다른 한쪽도 병신 만들어 줘?”
히죽 웃으면서 들어오는 그들을 보고 사색이 되는 사람들.
그리고 그걸 보고 미소 짓는 현 회장.
‘너희가 날 이길 것 같아?’
이런 일이 한두 번 있는 게 아니다.
정부의 예산을 빼돌리다 보면 누군가 또 욕심을 내서 자신을 쳐 내려고 한다.
그걸 한두 번 겪어 본 게 아니기 때문에 이럴 때 동원할 어깨들은 필수였다.
“야, 이 새끼들 끌어내.”
“그러지요.”
히죽거리면서 안으로 들어오는 조폭들.
노형진은 그걸 보면서 혀를 끌끌 찼다.
‘이건 뭐…… 아주 그냥 정석이네, 정석.’
이렇게 될 줄 노형진이 몰랐을까?
그랬다면 그는 여기에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쯤이면 영장은 필요 없지요.”
“영장?”
마치 임원인 것처럼 자리에 앉아 있던 노형진이 일어나면서 외치자 조폭들은 어리둥절했다.
“그렇지요.”
그러자 맞은편에서 일어나면서 말하는 한 남자.
“뭐야, 저 새끼들은?”
“아, 이 새끼들에 대해서 소개를 하자면 전 노형진이라고, 변호사입니다. 이번 사건을 담당하고 있고요. 이쪽은…….”
“여! 익히 아는 놈들 많이 보이네. 얼씨구, 넌 수배까지 떨어진 새끼가 여기 온 거야? 깡도 좋다?”
히죽 웃는 남자.
그리고 그 남자를 알아본 몇 명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이런 씨발! 검사잖아!”
“뭐?
“야! 튀어!”
그를 보자마자 튀려고 하는 남자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경찰이라면 뇌물을 주든 뭘 하든 해서 어떻게 무마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검찰이라면 그건 쉬운 게 아니다.
더군다나 그 검사의 말대로 이 중 몇 명은 수배까지 떨어진 상황.
“이거 완전 노다지인데?”
검사는 쫓아갈 생각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가 봐야 혼자서 다 때려잡을 수는 없으니까.
그러나 이미 바깥에는 때려잡을 사람들이 가득했다.
“이런 씨발…….”
몸을 돌려서 도망가려던 조폭들은 우뚝 멈췄다. 다른 회의실 문이 벌컥 열리면서 경찰들과 의경들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그들은 입구를 막고 흉흉한 시선으로 조폭들을 바라보았다.
“곱게 갈래, 아니면 드잡이질할까?”
결국 축 늘어지는 조폭들.
당황한 현 회장은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그런 그의 어깨에 검사가 손을 턱 올렸다.
“자, 당신도 가야지? 저 조폭들하고 무슨 관계인지 털어 보면 참 재미있을 거야. 그치?”
회장은 사색이 되었다.
그리고 손채림은 끌려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이럴 거면 도대체 왜 나한테 진행을 맡긴 거야? 진행이 안 되잖아, 진행이.”
“이제 진행해야지, 후후후.”
끌려 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노형진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6장. 몸이 아니라 정신이 장애인>
해직안이 통과되고 난 후에 노형진이 제시한 두 번째 안건은, 공식적으로 위탁되어 있는 것으로 된 헌 옷 수거 사업을 회수하는 것이다.
그게 조건이었기 때문에 별 이견 없이 진행되었고, 노형진은 그 결정문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이거 그냥 물러날까?”
“미쳤어? 그놈이 이 노다지를 그냥 줄까?”
“더군다나 그 수거함은 그 녀석이 설치한 거잖아?”
“그렇지.”
“그럼 문제 있는 거 아냐?”
그냥 명의만 지워 버리면 그만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공권력을 써야 합니다.”
“뭔 소리야.”
“구청을 이용하자 이거지.”
“구청?”
노형진의 말에 손채림은 고개를 갸웃했다.
사건 초기 노형진은 분명히 이번 사건에서 구청의 도움을 구하지 못할 거라고 했기 때문이다.
“구청이 그런다고 뭐가 달라져?”
“구청에 도움을 요청하는 게 아니라 구청을 도와주는 거야. 그리고 이미 달라진 상태야. 우리는 그걸 구청에 통지할 뿐이고.”
“그런데?”
“그 회수함들, 조건평이 설치한 거잖아. 그렇지?”
“그렇지.”
“그런데 증거 있어?”
“응?”
“그 녀석이 설치했다는 증거가 있느냐고.”
“어…….”
그러고 보니 없다.
대부분의 의류 수거함은 짧게는 10년, 길게는 몇십 년 전에 설치된 것을 계속 쓰고 있다. 그러니 누가 만들고 누가 설치했는지 증거가 남아 있지 않다.
“그 상황에서 이쪽에는 위탁계약 기록이 있단 말이지. 그렇다면 그 수거함의 주인은 누가 될까?”
“아!”
위탁이라는 것은 어떤 걸 맡기는 행위다.
즉, 계약서대로라면 그 의류 수거함의 주인은 장애인복지회다.
조건평이 자기 거라고 주장하고자 한다면 그에 맞는 증거를 내밀어야 하는데, 그런 게 있을 리 만무하다.
“그리고 그걸 내는 순간 그는 다른 죄에 걸리지.”
“허.”
빠져나갈 수 없는 함정인 셈이다.
손채림은 그 말을 듣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면 우리가 회수하면 되잖아?”
어차피 이쪽의 물건이라고 하면 이쪽에서 회수하면 된다. 그러면 편하다.
물론 노형진도 안다.
“그러면 재미가 없지.”
“재미?”
“우리는 다양한 맛의 엿을 그에게 먹여 주려고 하는 거거든.”
“다양한 맛의 엿이라고?”
“기다려 봐, 구청 맛 엿을 먹는 꼴을 보여 줄 테니.”
노형진은 결정문을 흔들면서 미소를 지었다.
* * *
조건평은 의류 수거함으로 옷을 가지러 갔다.
이쯤이면 옷을 대대적으로 정리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대목이었다.
그런데 그가 의류 수거함이 있는 자리에 갔을 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뭐야? 어디 갔어?”
이리저리 둘러봤지만 어디에도 없는 의류 수거함.
가끔 그걸 훔쳐 가는 놈들도 있기 때문에 그는 눈을 찌푸리면서 다른 위치로 갔다.
그러나 그곳에도 의류 수거함은 없었다.
심지어 두 곳을 더 돌았는데도 의류 수거함이 남아 있는 곳이 없었다.
“허, 이 새끼들 봐라?”
그제야 조건평은 상황을 이해했다.
전에도 한번 이런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구청에서 쓸어 갔네. 씨발.”
아무래도 자리를 차지하고 교통에 방해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구청에서는 철거하려고 한다.
하지만 몇 번 시도했다가 자신에게 된통 당하고는 안 하는 줄 알았더니 다시 철거한 모양이었다.
“이 새끼들이 증말.”
조건평은 얼굴을 찌푸리면서 전화기를 들었다.
귀찮지만 이 경우에는 어쩔 수 없다. 사람을 불러야지.
“야, 애들 좀 불러라.”
-네? 애들요?
“그래. 구청에서 또 쓸어 갔어.”
-또요? 아니, 그 새끼들은 또 왜 그런대요?
“새해 되고 하니까 미쳤나 보지.”
그는 짜증이 나는 듯 오만상을 찡그렸다.
한창 옷 정리하는 대목인데 이렇게 털어 가면 손해가 막심하기 때문이다.
“애들한테 이야기해서 나오라고 해.”
-네.
통화를 끝낸 그는 바로 다른 곳으로 전화를 돌렸다.
“아, 석 기자님? 저 조건평입니다. 저야 잘 지내지요. 기자님 덕분입니다. 네? 아, 그게요, 구청에서 또 장애인들 괴롭혀서요.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요. 아니, 장애인들이 먹고살자고 힘들게 하는 게 불쌍하지도 않은가 봅니다. 네, 장애인들이 시위하러 간다고 하거든요. 내일요. 네. 그럼 내일 뵙지요.”
그는 그렇게 통화를 끝내고 전화를 끊었다.
“이 새끼들, 제대로 쪽팔려 봐야지.”
그는 이를 박박 갈기 시작했다.
* * *
다음 날 구청 앞에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다른 기자도 부른 건지 여러 기자들이 와 있었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아챈 구청의 직원들은 안절부절못했다.
“걱정하지 마시라니까요.”
“아니, 걱정 안 하게 생겼어요?”
“주인이 철거해 달라고 한 건데요, 뭘.”
“그거야 그런데…….”
법적으로는 맞다. 그러니 안 돌려줘도 된다.
하지만 문제는 바깥에 있는 기자들이다.
“아…… 이거 잘못 건드린 거 아닌지 모르겠네.”
기자들이 언론에서 구청을 까기 시작하면 업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항의 전화가 온다.
문제는 그게 시작이라는 것.
“걱정하지 마세요.”
노형진은 웃으면서 공무원들을 다독거렸고 그러는 사이 저멀리 몇 대의 차량이 다가왔다. 그리고 그 안에서 절뚝거리면서 내리는 장애인들.
그들은 내리자마자 플래카드를 꺼내 들고 고래고래 외치기 시작했다.
“장애인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
“보장하라!”
“장애인을 말려 죽이려는 계획을 멈춰라!”
“우리도 먹고살자, 이놈들아!”
울부짖으면서 외치는 사람들.
그리고 기자들은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기 시작했다.
몇몇 기자들은 공무원들에게 다가가서 한마디씩 묻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걸 본 담당 공무원은 등골이 서늘했다.
“아, 이럴 줄 알았어……. 아, 씨발…… 큰일이네.”
일이 이 지경이 되면 보통 책임은 자신이 진다.
물론 최종 결정은 구청장이 내리지만 사회라는 게 어디 책임대로 되던가?
“걱정 마세요,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노형진은 그들이 한참 그러도록 놔두다가 천천히 바깥으로 나갔다. 그리고 당당하게 그들 앞에 섰다.
“여러분, 이거 불법 시위입니다. 신고하셨어요?”
“뭐라고?”
“신고하셨냐고요. 시위는 신고하고 하셔야지요.”
“야, 이놈아! 넌 피도 눈물도 없냐!”
“사람들! 이것 좀 보소! 우리를 말려 죽이려고 하오!”
노형진의 말에 더욱 격하게 화를 내는 사람들.
공무원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 망했다.”
저런 사람들이 신고하고 시위할 리가 없지 않은가?
“설마 신고 안 했다고 ‘죄송합니다.’ 하고 물러날 거라 생각한 거야? 아이고, 맙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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