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992)
“야, 이 새끼야! 다 걸렸어.”
마구 화내는 김중섭.
경찰은 이해를 못 하겠다는 듯 노형진에게 되물었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보다시피입니다. 이들은 장애 단체 정도가 아니라 장애인 자체를 사칭한 겁니다.”
“네? 장애인 사칭요?”
“네. 팔과 다리를 접어서 장애인을 사칭하는 기술이 있지요.”
과거에 그런 식으로 구걸하던 녀석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그런데 설마 그런 방식을 써서 시위까지 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저것들이 제정신이야?”
기자들조차도 사진을 찍을 생각도 못 하고 어이가 없어서 중얼거렸다.
“어쩐지 모조리 팔다리가 없더라니.”
손채림은 기가 막히다는 듯 말하면서 다가왔다.
장애의 종류도 많다. 눈이 멀거나 귀가 먼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웃기게도, 여기에 온 사람들은 모조리 다 팔다리가 없었다.
“그게 눈에 확 띄고, 불쌍하다는 감정을 쉽게 불러일으키거든.”
귀가 멀거나 눈이 먼 것은 티가 잘 나지 않으니까.
“이런 미친 새끼들.”
경찰은 기가 막히다는 듯 중얼거리고는 다른 사람에게 다가갔다.
“이거, 단추 풀어.”
“에?”
“당신 팔에 있는 단추 좀 풀라고. 확인 좀 해야겠어.”
“난 장애인인데…….”
“그러니까 확인한다니까.”
우물쭈물하던 그는 결국 단추를 풀었는데, 자연스럽게 그곳에서 팔이 솟아났다.
사실 팔은 그냥 팔 하나만 안쪽으로 넣어도 없는 것처럼 할 수 있으니 쉬운 일이다.
“이거 미친 새끼들 아냐?”
공무원들은 분노했다.
그 뒤로도 여기저기서 팔과 다리가 솟아나는 기적이 벌어졌다.
“너, 종교 하나 만들어도 되겠다. 없는 사지가 막 생기네.”
손채림은 어이가 없다는 듯 빈정거렸고 노형진은 그런 장애인 사칭자들을 보면서 피식거렸다.
“그러지 마라. 저 사람들도 장애인이야.”
“뭐? 어디가?”
“몸이 아니라 정신이.”
“아…… 인정.”
고개를 푹 숙이는 장애인 사칭자들을 보면서 다들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었다.
* * *
“그래서 어떻게 된 건가요?”
의뢰인들은 노형진의 말을 듣고 허탈한 웃음을 지으면서 물었다.
“그 후에는 수사가 진행되었지요. 고발당한 전 회장이 모조리 불어 버리면서 탈세와 사기 등의 혐의로 조건평은 구속되었습니다. 정확한 금액은 조사해 봐야 알겠지만 수십억을 탈세했으니 아마 전 재산을 다 털리고도 남을 겁니다.”
“다른 사람들은요?”
“누구요?”
“그 정신이 병신인 사람들.”
“사기 혐의로 체포되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다 조건평이 시킨 거라고 하더군요.”
“헐.”
“뭐, 금전적으로 이득을 취한 게 많지 않아서 그다지 처벌이 강하지는 않겠지만 언론에 그런 행동이 드러났으니 얼굴은 못 들고 다닐 겁니다.”
“미친놈들이네요.”
“그놈들 때문에 장애인들만 곤란해졌어요.”
이권을 빼앗을 목적하에 집단으로 장애를 사칭했다는 소식이 뉴스로 나가면서 일반인들이 진짜 장애인들에게까지 의심을 보내기 시작한 게 이번 사건의 문제였다.
“하여간 구청에서도 다음번에는 대대적으로 확인한다고 하니 아마 이런 짓은 못 할 겁니다.”
“그럼 그 사업은 누가 하는 건가요?”
“어떤? 아, 의류 수거업요?”
“네.”
“그건 장애인협회에서 계속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구청과 협의해서 허가받은 위치에 설치하기로 했어요.”
장애인이라고 해서 그걸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장애인용 차량을 운전해서 돌아다닐 수도 있고, 그걸 열어서 옷을 꺼낼 수도 있다.
“어차피 장애인들이 일자리를 구하는 건 쉬운 게 아닙니다. 수억씩 들어오는 사업을 버릴 수는 없죠. 어차피 다른 분들에게는 버리는 옷이니까.”
“그렇지요.”
그렇게 번 돈으로 장차 장애인들이 자립할 수 있는 공장이라도 하나 만들겠다면서 김중섭과 협회 사람들은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이게 다 여러분 덕분입니다.”
“저희가 뭘요.”
“귀찮다고 피하는 대신에 싸우셨잖아요.”
그들이 귀찮다고 조건평과 합의해 버렸다면 아마 이 모든 것은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의뢰인들이 귀찮음을 선택하고 약간의 손해를 감수한 덕분에 이 모든 일이 드러났다.
“자존심 때문에 한 일이지만 기분은 좋군요.”
어찌 되었건 사회의 일정 부분을 정리했으니 말이다.
“자랑스러워하셔도 됩니다.”
“다만 걱정되는 게 있네요.”
“어떤 거요?”
“그놈들이 자기 정신이 장애인이라고 장애인 신청하는 게 아닌가 하는.”
“그러면 우리야 좋지요. 그 사건, 우리한테 맡겨 주면 좋겠네요. 병신 인증을 확실하게 해 줄 수 있는데.”
의뢰인은 빵 터졌다.
“으하하하!”
그런 그에게 노형진은 한마디 더 했다.
“진심입니다. 으하하하!”
>7장. 짭새 떳따>
“무슨 사건이라고요?”
노형진은 성관중에게 사건을 부탁받았다.
그런데 듣다 보니 이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사건이었다.
“경찰한테 맞았는데요, 경찰한데 공무 집행 방해랑 폭행으로 체포되었네요. 제가 어떻게든 해 보려고 하는데 방법이 없네요.”
“경찰한테 맞았는데 경찰한테 체포된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지 못한 노형진은 다시 한 번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좀 간단하게 설명해 보세요.”
얼마나 다급한지 제대로 설명되지 않아서 노형진으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말 그대로입니다. 제가 담당하는 사건이 있는데, 이건 도무지 말이 안 돼요.”
어떤 사람이 경찰을 불렀다. 경찰을 부른 이유는 사소한 주차 문제 때문이었다.
상가 건물의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차 한 대가 막고 있었던 것.
전화했지만 상대방은 전화를 받지 않아서 경찰을 불렀다는 것이다.
그런데 경찰이 오자마자 다짜고짜 그를 폭행한 뒤 수갑을 채우고 끌고 간 것이다.
“이해를 못 하겠는데…….”
노형진은 일단 그 부분에서부터 이해가 가지 않았다.
“체포된 사람이 신고자라고요?”
“네.”
“불법 주차를 한 사람이 아니라?”
“네.”
“아니, 왜요?”
“저야 모르죠.”
처음에 들었을 때는 그 불법 주차를 한 사람이 무슨 구속영장이 나온 범죄자라서 그를 체포한 줄 알았다.
그런데 체포된 사람은 불법 주차를 한 사람이 아니라 그걸 신고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 사람한테 무슨 구속영장이 나오거나 한 게 있습니까?”
“전혀요. 애초에 그런 사람이 경찰을 부르겠습니까?”
“그럴 리 없기는 하죠.”
바보도 아니고, 자기한테 구속영장이 나왔는데 경찰을 부를 이유는 없다.
“그러니까 현행범이랍니다.”
“네? 현행범요? 아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경찰을 부른 사람이 공무 집행 방해와 폭행의 현행범이라는 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말인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사건이었기 때문에 성관중 변호사도 몇 번이나 확인해야 했다.
그러나 바뀌는 것은 없었다.
“증인은요?”
“증인도 없어요.”
“네?”
“증인도 없고 증거도 없고.”
“이상한 상황이군요.”
노형진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의뢰인은 어디 있습니까?”
“구치소요.”
“구치소? 설마 구속영장까지 나온 겁니까?”
“네.”
“전과 있는 분이세요?”
“아니요.”
“전과도 없는데 구속영장까지 나온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론 경찰을 폭행한 경우에는 구속영장이 나오는 빈도수가 높긴 하다. 공권력에 대한 저항이니까.
‘그런데 공권력에 대한 저항치고는…… 이상한데?’
보통 공권력에 대해서 저항하는 사람은 범죄자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자신이 공권력에 피해를 입었을 때, 또는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할 때가 대부분.
그런데 진술에 따르면 경찰을 부른 것은 의뢰인이라고 했다.
문제는 후자의 경우라면 경찰을 부르는 걸 꺼린다는 것이다. 경찰을 불렀다는 것 자체가 경찰에 대해 큰 불만이 없다는 소리다.
“저도 이해가 가지 않아서 노 변호사님에게 사건을 부탁드리려고 하는 겁니다.”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건 아무리 봐도 일반적인 사건은 아니었다.
“일단은 제가 한번 가서 보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이해가 가지 않는 사건이었기 때문에 노형진은 사건을 받아들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그가 아니면 그 누구도 해결하지 못할 테니까.
“일단 가 봅시다.”
진실이 어떤 건지는 현장에 가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 * *
“허?”
노형진은 멍이 들고 팔과 다리에 깁스를 하고 있는 의뢰인 서종팔을 보면서 기가 막혔다.
“이 상태에서 구속이라고요?”
“네.”
“장난합니까?”
팔과 다리에 깁스를 해서 도망은커녕 생활도 불편한 사람이 구속이라니?
“이 지경인데 영장 실질 심사에서도 안 풀어 줬어요?”
“네.”
성관중 변호사의 말에 노형진은 절로 눈이 찌푸러 들었다.
‘이건 사건이 처음부터 말도 안 되잖아?’
물론 다쳤다고 무조건 구속을 풀어 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사기나 횡령 등 금전 거래 관련 사건은 도주할 수도 있기 때문에 풀어 줘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건 그런 사건도 아니고, 애초에 집도 멀쩡하게 있고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도 멀쩡하게 있는 사람이 도대체 왜 도주를 하겠는가?
‘더군다나 공무 집행 방해나 폭행은 인멸할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지.’
노형진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독직 폭행 사건인 것 같은데요.”
독직 폭행이란 경찰이나 검찰 등 국가권력을 집행하는 자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서 일방을 폭행하는 사건을 뜻한다.
“이거 된통 걸리셨네요.”
“아니, 왜요?”
“우리나라는 독직 사건이 엄청 많거든요.”
“네?”
노형진은 한숨부터 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 내부에서 끼리끼리 뭉쳐 먹는 게 있기 때문이다.
“독직 사건의 경우 기소율이 얼마나 되는지 아시나요?”
“네?”
노형진의 말에 성관중도 모른다는 표정이 되었다.
하긴, 독직 사건은 보통은 잘 알려지지 않는 사건이니까.
“0.2%입니다.”
“얼마요?”
“0.2%요. 한 해에 독직 사건이 수백 건씩 생기는데 제대로 기소되는 비율이 그중 한 명도 안 됩니다.”
“헐.”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한숨부터 나왔다.
독직 사건이 생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리고 그게 문제다.
“뭔가 건드리셨지요?”
“네?”
독직 사건이라는 건 경찰의 입장에서도 자신의 생계를 걸고 벌이는 일이다. 아무리 끼리끼리라고 해도, 말도 안 되는 걸로 이런 짓을 저지르지는 않는다.
“뭔가 건드리셨으니까 이런 꼴 당하신 거죠. 안 그런가요?”
“아…….”
노형진의 말에 서종팔은 아차 하는 얼굴이 되었다.
“뭐든 있을 겁니다. 건드리신 게…….”
“경찰이 돈을 요구한 게 있어서…….”
“돈을요?”
“네.”
그는 시장에서 작은 가게를 하는 사람이었다.
시장이라고 해 봐야 작은 가게들이 모여 있는 오래된 재래시장이라 그렇게 장사가 잘되는 곳은 아니다.
그리고 그는 그 시장에서 오래 장사를 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제가 회장이 되었거든요.”
“그런데요?”
“그런데 경찰이 떡값을 요구해서요.”
“떡값?”
성관중 변호사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이 되었다.
떡값이라니? 경찰이 왜 상인들에게 떡값을 요구한단 말인가?
그러나 노형진은 이해가 간다는 표정이 되었다.
“거절하셨군요.”
“네. 말도 안 되는 거죠. 아니, 떡값을 왜 줍니까? 더군다나 적은 것도 아니고.”
“적은 것도 아니다?”
“네.”
작은 시장이라고 하지만 점포의 수가 이백쉰 개나 된다. 그곳에서 경찰이 점포당 3만 원 정도만 떡값으로 협찬을 해 달라고 한 것이다.
=======================================
YOU MAY ALSO LIK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