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993)
그런데 점포당 3만 원이면, 이백쉰 군데라고 하면 7,500만 원이나 된다.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그랬어요.”
“세 번이나?”
“네.”
추석에 한 번, 설에 한 번, 그리고 다시 추석에 한 번.
“전임 회장의 말로는 매년 그래 왔다고…….”
“매년요?”
“네.”
추석과 설에 그렇게 돈을 줬다면 한 해에 1억 5천이다.
거기에다 다른 돈까지 하면 한 해에 거의 2억 가까운 돈을 경찰에 줬다는 뜻이다.
“그럴 돈이 있으면 상인들의 복지를 위해서 쓰죠.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화장실부터 고치겠습니다. 시장 오는 분들마다 화장실이 불편하고 더럽다고 얼마나 민원이 많은데.”
“그런데요?”
“그런데는 뭐가 그런데입니까? 제가 미쳤다고 그 돈을 줘요?”
“끄응…….”
노형진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왜 이런 사건이 벌어졌는지는 명확했다.
“잘못 건드렸네요.”
“네? 잘못 건드렸다고요?”
“그 돈 달라고 한 사람, 한 명이죠?”
“네? 아, 네. 그렇지요.”
“출동한 사람도 그 사람이고.”
“네.”
“하아.”
노형진이 한숨을 쉬자 성관중 변호사는 그런 노형진에게 다급하게 물었다.
“설마 그것에 대한 보복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네.”
“아니, 설마요?”
“설마? 경찰이 돈 요구하는 게 한두 번이라고 생각하세요?”
노형진의 말에 성관중은 아차 하는 얼굴로 눈을 찡그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가 친서민 변호사를 자처하면서 많은 서민들을 만났는데 그걸 하면서 느낀 것이 경찰이 무조건 믿을 만한 존재는 아니라는 것.
“그리고 그 큰돈을 한 명이 다 먹는다고 생각하세요?”
“네?”
“애초에 사건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상하다는 생각을 계속했습니다. 아무리 독직 사건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극단적으로 폭행하는 경우는 없거든요.”
경찰도 바보는 아니다. 극단적으로 폭행하게 되면 증거가 남기 때문에 자신이 처벌을 받고 옷을 벗게 된다.
문제는 그 경우 연금 같은 것을 받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게 무슨 말인지?”
서종팔은 이해하지 못한다는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노형진은 그에게 차분히 이야기했다.
“지금은 인터넷에 이야기가 퍼지면 여러모로 골치 아프죠. 그런데 경찰이 대놓고 돈을 달라고 합니다. 그게 무슨 의미겠습니까?”
“아…….”
“하물며 그 사람이 오래 경찰을 한 사람이면 이해라도 합니다. 하지만 경장이라면서요?”
“네? 아, 네.”
“경장이면 계급이 어느 정도인지 아십니까? 군대로 치면 잘해 봐야 중사쯤 됩니다.”
즉, 실무에 대해서 좀 더 배워서 한 번 승진한 정도. 민간 기업으로 치면 대략 대리쯤 되는 계급.
그게 바로 경장이다.
“그런데 경장이 미쳤다고 돈 달라고 시민들을 협박해요?”
오래전부터 경찰을 한 사람이라고 하면 이해가 간다. 자기 버릇 개 못 준다고, 옛날에는 그런 일이 비일비재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행동을 대놓고 하지 못한다.
“근무 기간이 기껏해야 3년 정도일 텐데.”
“그렇다면…….”
성관중 변호사는 바로 알아차렸다.
짬도 그렇고 경험도 그렇고, 돈을 달라고 할 계급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 건 뒤에 누가 있다는 뜻이다.
“이거 완전히 제대로 찍혔군요.”
노형진은 한숨부터 나왔다.
* * *
“이건 아주 대놓고 조폭이네.”
노형진이 사건 기록을 검토하면서 한 말이다.
그만큼 이번 사건은 너무 뻔하게 보였다.
“대놓고 조폭이라고?”
“그래. 애초에 신고 자체부터 글러 먹었어.”
“그게 무슨 소리야?”
“이 기록에 따르면 현장에 출동한 게 가해자인 박낙현 경장이라고 되어 있거든.”
“그런데?”
“그게 문제야.”
“아니, 그냥 출동했다가 부딪친 걸 수도 있잖아?”
노형진은 코웃음을 쳤다.
그런 거라면 이해라도 하지, 이건 애초에 그런 수준이 아니다.
“경찰 근무 규칙 중에 뭐가 있는지 알아?”
“응?”
“경찰은 무조건 2인 1조가 기본이야.”
아무리 사소한 사건이라고 해도 2인 1조가 기본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순 불만 접수에서부터 살인까지, 최하 두 명이 출동한다는 소리다.
“그런데 보고서를 보면 다른 경찰의 존재 자체가 드러나지 않아.”
“응?”
손채림은 다시 한 번 서류를 확인했다.
그리고 그제야 노형진의 말대로 다른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게 가능한가?”
“불가능하지.”
기본적으로 출근하는 순간부터 퇴근하는 순간까지 2인 1조로 움직이게 되어 있으니까.
“한 가지만 빼고 말이지.”
“뭔데?”
“경찰이 고의로 한 명만 보내는 경우.”
“그게 무슨…….”
“말 그대로야.”
2인 1조로 간다는 것은 한 사람이 뒤를 봐준다는 의미도 있지만 한 명이 증인이 된다는 것도 있다.
만일 이번 사건처럼 보복을 한다면 그 파트너는 증인이 되어서 그를 고발해야 한다.
“그런데 갑자기 혼자 보냈단 말이지. 왜 혼자 보냈겠어?”
“보복을 하라 이건가?”
손채림은 말을 하다가 기가 막혔다.
지금까지 그냥 현장에 갔다가 서로 얼굴을 보고 감정이 격해져서 싸운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애초에 그런 게 아니라니?
“그거 말고는 답이 없어.”
규칙마저도 어기고 한 명만 보내는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그것뿐이었다.
“출동도 보통은 랜덤이기는 한데.”
“한데?”
“이 경우는 랜덤인 것 같지 않아.”
“왜?”
“상식적으로 혼자 근무하는 사람이 우연히 튀어나올 리 없잖아.”
“응?”
“네가 신고한다고 쳐 봐. 경찰이 무조건 대충 하는 건 줄 알아? 아니야. 다 순서가 있어.”
일단 112에 신고하고 나면 그 후에는 지령실에서 해당 경찰서로 통지한다. 그리고 그 후 해당 경찰서에서 인원을 보낸다.
이게 정상적인 과정이다.
“문제는 혼자 보냈다는 거지. 보복하라는 의미로 말이야.”
“그게 무슨 의미인데?”
“간단하지. 이 사건에 지령실이 끼어 있다는 거지.”
“엉?”
손채림은 기겁했다.
단순히 우연이 아니라 지령실까지 끼어 있다니?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 아까 말했다시피 2인 1조가 기본이야. 지령실에서 랜덤하게 누군가를 보내라고 말이 나왔다면 당연히 2인으로 된 팀이 갔어야 했어. 그런데 혼자 갔단 말이지, 마치 보복하라는 것처럼.”
“그런데?”
“그렇다는 건 그들이 출동할 때부터 의뢰인의 신분을 알았다는 소리야. 그러면 그 신분을 알 수 있는 사람이 누구겠어?”
“지령실…….”
현장 경찰서에서는 단순 출동을 하는 곳이다.
물론 알려고 하면 못 알 건 아니지만 다급한 출동 상황에 그런 걸 챙기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지령실은 발신자가 뜨도록 되어 있어. 전화번호를 알고 있다면 그가 누군지도 안다는 뜻이지.”
성관중 변호사는 그 부분은 생각 못 했다는 표정이 되었다.
“그런가요?”
“네. 그런데 이건 또 뭘 의미하느냐면, 의뢰인인 서종팔 씨를 경찰이 특별히 주시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신고 전화번호가 뜹니다. 그런데 그중에서 딱 그 사람 것만 일종의 블랙리스트처럼 뜬다는 게 이해가 가십니까?”
“그런 기능이 있습니까?”
“보통은 잘 없죠.”
일반인의 번호가 그렇게 관리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보통 그런 전산상에 등록되는 것은 장난 전화를 많이 하는 사람들의 전화다.
112나 119는 누군가에는 장난 전화의 대상일지 몰라도 누군가에게는 생명 줄이니까.
그래서 그렇게 등재된 번호는 신고 내역을 들어 봐서 장난 전화면 빠르게 끊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블랙리스트도 가능한 거죠.”
가령 이번처럼 신분을 공개해서 알린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다른 증거도 있지요.”
“다른 증거?”
“CCTV도 확인해 보셨다면서요?”
“네? 당연히 그랬죠.”
여러 곳에 CCTV가 있는 게 사실이다.
더군다나 이 사건 기록에 따르면 폭행이 이루어진 곳은 두 곳이다.
한 번은 경찰서 입구에서, 한 번은 출동한 현장에서.
두 번에 걸쳐서 폭행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없다면서요?”
“없었죠.”
성관중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경찰은 그 기록이 없다는 말로 증거 제출을 거부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요, 그런 CCTV는 일반적인 가정이나 가게와 달라요. 중앙관제센터에서 관리한단 말입니다. 그리고 그걸 보기 위해서는 경찰이라고 해도 허가가 필요해요.”
“네?”
그건 몰랐던 성관중은 어리둥절했다.
손채림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거야?”
“그래.”
수많은 CCTV를 각 장소마다 저장소를 만들어 둘 수는 없다.
돈도 돈이거니와, 그런 식이면 현장에서 범죄자가 그걸 훼손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인권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걸 보는 것도 정식으로 신청해서 허가받아서 해야 합니다. 서장급 이상의 결재가 있어야 해요. 하물며 기록을 보는 것도 그런데 그걸 삭제한다?”
노형진은 슬며시 썩소를 지으면서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차린 성관중 변호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 맙소사.”
보는 것도 그 정도인데 아예 삭제했다면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동원되어야 할까?
“그렇다는 건…….”
“맞아. 체계적인 보복인 거지.”
전형적인 폭력 조직의 구조다.
소위 수금을 하는 조직원이 하나 있고 그 위에서는 모든 죄를 그에게 뒤집어씌운다. 그러다가 수금에 저항하는 누군가가 생기면 그에게 보복을 하고, 그 후에 조직에서는 그의 뒤를 봐준다.
‘다른 점이라고는 경찰이라는 신분상 증거를 조작하는 거야 일도 아니라는 거지.’
이미 서종팔은 공무 집행 방해와 폭행으로 구속까지 된 상황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는 그에게 무고까지 뒤집어씌워졌다.
대놓고 사법적으로 죽이겠다는 소리나 마찬가지.
“아니,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조폭이랑 똑같지, 뭐.”
조폭이 자신에게 저항하는 사람에게 보복하는 이유는 뭘까?
그냥 말을 안 들어서?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다.
“그들이 그러는 이유는 누군가 자신에게 저항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야. 의뢰인이 회장 하면서 돈을 안 줬어. 그리고 파멸했다고 하면, 그 후에 누가 저항하겠어?”
“아…….”
“그리고 공식적으로는 떡값을 말했지만 사실은 그보다 더할걸.”
“더할 거라니?”
“말했잖아, 공식적인 거라고. 회장도 바뀌고 그랬으니 다짜고짜 돈을 달라고 하기 뭐해서 떡값 핑계를 댄 것뿐일 거야. 아마 다달이 가지고 갔을 거야.”
“그 정도까지야…….”
성관중 변호사는 설마 하는 표정이 되었다.
그러나 노형진의 생각은 좀 달랐다.
“2억이 적은 돈은 아니죠. 하지만 이런 식으로 일을 저지르기에는 좀 위험부담이 있는 돈입니다.”
“그런가요?”
“네. 아마도 일단은 떡값 정도로 요구해 보고 자기 말을 따르는 사람인지 판단하려고 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걸 어떻게 판단합니까?”
“판단하는 게 아니라 물어보면 됩니다.”
노형진은 담담하게 말했다.
* * *
“왜 회장직에서 물러나신 겁니까?”
서종팔은 현 회장이다. 당연히 전임 회장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전임 회장이라면 당연히 현실에 대해서 알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그거야 저도 지치고…….”
“지친다는 문제가 아닐 텐데요? 회장을 하면 생기는 게 얼마나 많은데요?”
“그건 뭐…….”
“비밀로 해 드리겠습니다. 사실을 말해 주세요.”
“난 몰라요.”
“그래요? 수사하면 뭐든 나오겠지요.”
“아니, 누가 날 수사한다고 그래요!”
“세무서에서는 좋아할 것 같은데요?”
“끄응.”
전임 회장은 짜증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노형진은 그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말을 했다.
“비밀입니다. 여기서 있었던 일은 절대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아니면, 경찰에 찔러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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