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00)
이 3세는 악역입니다 100화.(100/390)
100화.
갈색 머리칼을 양쪽으로 땋고, 모자를 눌러쓴 소녀였다.
나이는 어림잡아 10-12세쯤.
“죄송해요. 다치셨어요?”
소녀가 당황한 얼굴로 물어서 한지혁이 대답했다.
“아니.”
“다행이에요! 죄송합니다.”
아이는 고개를 푹 숙이던 찰나였다.
“마사, 식사하고 가라!”
제과점의 주인으로 보이는 푸근한 여성이 아이를 향해 소리쳤다.
“아니에요. 언니가 기다려서요……!”
“그럼 기다려. 뭣 좀 싸줄 테니까.”
“안 그러셔도 되는데…….”
“내가 너희들 사정을 몰라? 잠깐만 기다려라.”
아이는 안절부절못하며 상점으로 다가갔다.
여성이 봉투에 무언가를 담아서 가져왔다. 봉투 위로 바게트가 삐죽 보이는 것으로 봐선 빵을 챙겨온 모양이었다.
봉투를 받은 아이가 웅얼거렸다.
“항상 감사해요.”
“뭘. 남는 건데.”
“하지만 항상 받으니까요…….”
“손 필요할 때마다 와주는데 이런 것쯤이야. 네 언니의 상태는 어때?”
“…….”
“큰일이구나. 어린 몸으로 어떻게 간호까지 하려고.”
“괜찮아요!”
“혹시 도울 일이 있으면 말해다오.”
“말씀만이라도 든든해요.”
아이는 헤헤 웃고 허리를 깊게 굽혀서 인사했다.
“안녕히 계세요!”
말한 아이가 봉투를 끌어안고 얼른 달려갔다.
아이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한지혁이 눈을 가늘게 떴다.
‘청안이긴 한데…….’
한지혁은 달리아의 초상화를 꺼내서 확인했다.
여전히 개구리 같은 얼굴이었다.
“이 그림으로 내가 달리아를 알아볼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잘 봐.”
“잘 본다고 거기서 달리아의 얼굴이 보일까?”
“보조개도 있고……. 아, 눈꼬리가 쳐져서 아주 착한 인상이야. 또 눈썹 위에 작은 상처가 있기도 하고, 쌍꺼풀이 얇아서 얼핏 보면 없는 것 같기도 해서 동양인 같은 얼굴이라…….”
설명과는 비슷한 얼굴인 듯도 했다.
한지혁이 한숨을 내쉬는 제과점의 주인에게 다가갔다.
“말씀 좀 묻겠습니다.”
“응? 아아, 뭐……. 하시구려.”
“저 아이의 이름이 마사입니까?”
“그렇지.”
“혹시 부모는 어떤지…….”
그렇게 묻자, 여성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곤 경계 어린 눈으로 한지혁을 쏘아봤다.
“뉘신 데 그런 걸 물으시우? 애 부모가 있건, 없건 무슨 상관이라고?”
“아이를 찾는 중이라 그렇습니다.”
“무슨 아이.”
한지혁은 한때 사기꾼답게 이야기를 꾸며냈다.
“주인께서 잃어버린 딸을 찾고 계셔서요.”
“……귀족 가문의 하인이우?”
“그렇습니다.”
“그럼 저 아이와는 상관이 없을 텐데…….”
제과점 주인이 중얼거리자, 노점상에서 크레프 반죽을 굽고 있던 남자가 말했다.
“아, 말이나 해줘. 혹시나 마사가 귀족 영애님일지 누가 알아?”
“그래도…….”
“아비 없이 어미 혼자서 키웠다면서. 그 어미도 작년에 죽었고.”
“그렇긴 하지만, 마사의 엄마가 귀족과 뭔가 있을 사람은 아니었지.”
“그렇긴 하지…….”
“왜 그런 것도 외모가 좀 되어야 하잖수.”
제과점 주인이 한지혁을 힐끗 쳐다봤다.
“사람이야 좋았지만, 어디서나 보이는 평범한 여자였다우. 풍채 넉넉하고, 눈에 띄는 구석도 없고.”
한지혁이 얼른 품에서 금화 하나를 꺼냈다.
금화를 건네니, 제과점 주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내가 이런 돈에 애들 신상이나 파는 사람으로 보이슈? 썩 집어넣어요!”
한지혁이 어색하게 웃었다.
“제 주인께서 찾는 분도 눈에 띄는 외모는 아니라서요.”
“…….”
“주인께서 딸을 애타게 찾고 계십니다. 말씀을 부탁드릴 순 없겠습니까?”
“행여나 마사가 그쪽이 찾는 아이일 수도 있으니, 말은 해주지. 저 애의 삶에 그런 행운 하나쯤은 있을 수도 있으니까.”
팔짱을 낀 여자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마사는 착한 아이유. 어미 병간호를 하느라 일곱 살부터 수레를 밀고 다녔지. 이제는 그 언니까지 병에 걸려서 오늘내일하는데도 포기하질 않아.”
“그 언니라는 사람은 어떻습니까.”
“언니?”
여자는 콧방귀를 뀌었다.
크레페 노점상의 남자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성질 뭣 같기로는 이 거리에서 일등이유! 마사가 착해서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그런 골칫덩이는 진즉에 버렸을걸.”
“이름은요?”
“마리.”
“마리라고요…….”
“성격이 얼마나 나쁜지 말도 못 한다우. 한 번은 마사가 마리의 휠체어를 밀다가 실수한 적이 있지.”
“예.”
“그래서 눈가에 상처가 생겼는데…… 아 글쎄. 그 일로 동생의 눈가를 연필로 찔렀지 뭐유!”
“예?!”
“너 때문에 상처가 났으니, 너도 당해보라지 뭐유. 기겁했지. 그것도 제 엄마 장례 중에 말야. 독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우.”
한지혁이 인상을 찌푸렸다.
에릴로트에게 들었던 달리아는 매우 성격 좋은 아이였다.
착하고, 다정하고, 사람 좋아하고, 실수해도 용서할 줄 아는 아이고…….
‘가능성이 있다면 마사 쪽인가? 하지만 마리에게도 눈가에 상처는 있다고 하고.’
좌우지간에 확인해볼 필요는 있었다.
* * *
그날 밤.
한지혁은 지친 얼굴로 이클립토 성에 왔다.
책장을 넘기던 나는 혼이 쏙 빠진 그를 힐끔 쳐다봤다.
“표정이 왜 그래?”
“마사가 불쌍해……. 마리는 천벌을 받아야 하고.”
“뭐?”
한지혁의 말은 이랬다.
이클립토 령의 번화가에서 우연히 달리아와 비슷한 아이를 보았다고 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부친 쪽이 없고 모친이 돌아가신 것도 같았단다.
그래서 살펴보기 위해 그 애들 집에 갔는데…….
“언니라는 애가 온종일 동생을 괴롭히는 거야!”
“누가 자매 얘기 알아 오랬어? 달리아를 알아 오랬지.”
“영상은 담아왔어.”
한지혁이 내가 주었던 마도구를 꺼냈다.
3초 이내의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영상을 담을 수 있는 특별한 마도구였다.
나는 마도구를 시동시켰다.
[이런 걸 어떻게 먹으란 거야? 날 질려버리게 해서 넌 도망치려는 거지? 그렇지?] [아, 아냐, 언니…….] [시끄러워─! 착한 척은 그만해!]“저 소리치는 쪽이 마리고, 아니라고 우는 쪽이 마사인데─”
“……달리아.”
“역시? 역시 달리아야?”
한지혁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역시 마사가 달리아일 것 같았지. 그 초상화로 알아본 나를 대단하게 여겨야 한다고, 넌.”
“아니.”
“어?”
“달리아는…… 이쪽이야.”
내가 가리킨 건 빽 소리치고 있는 사람.
그러니까 언니인 마리 쪽이었다.
한지혁이 기가 막힌다는 듯 말했다.
“달리아는 착한 애라며.”
“…….”
“마리는 진짜 지독한 녀석이야. 들어보니까 별짓을 다 했다고. 특히 불쌍한 동생 괴롭히는 데엔 완전히 프로였어.”
성격이야 어렸을 때 변했을 수도 있다.
달리아와 만나는 건 내 나이 18살의 일이다.
‘8년이면 변할 수도 있지.’
“나이는? 나이는 어떻지?”
“마사와 쌍둥이라던데. 너보다 한 살 어려.”
“…….”
“그런데 달리아와 눈 색이 달라. 둘 다 청안이거든.”
“뭐?”
나는 얼른 한지혁을 쳐다봤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사람이 고양이도 아니고, 자라면서 눈 색이 바뀌는 경우는 없다.
나는 첫 번째 삶에서의 기억을 떠올렸다.
“달리아의 눈은 정말 예쁜 색이네. 달리아 꽃이 피는 여름의 초록 같아.”
“나는 인적 없는 아름다운 에메랄드 빛깔의 바다 같은걸.”
“오라버니들, 그런 말은 그만해주세요……. 너무 부끄러워요.”
“하하, 달리아는 늘 칭찬을 어려워한다니까.”
분명히 녹색의 눈이었다.
‘달리아가 아니라고 하기엔 너무 닮았어.’
특히 언니인 마리 쪽은 완전히 달리아의 축소형이었다.
“이 애들이 사는 집이 어디야?”
“성에서 멀지 않아.”
“아침에 나갈 준비를 해야겠어.”
“준공식이잖아?”
“준공식 전에 잠깐.”
“그래.”
한지혁에게 말한 난 마도구의 영상을 계속해서 지켜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구석이 너무 많았다.
마치 어긋난 톱니바퀴처럼.
다음날.
나는 이른 아침부터 이클립토 성을 나왔다.
물론 마리, 마사 자매에게 가보기 위해서였다.
한지혁의 말처럼 자매의 집은 그리 멀지 않았다.
마차로 이동해서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문제는…….
“집이 산 중턱에 있어?”
“그래.”
산이 험해서 마차로 들어갈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동석을 쓰기엔…….’
준공식으로 이클립토 령의 경계가 강화되었다.
강력한 결계를 펼칠 정도로 자금이 넉넉한 건 아니어도, 마력 흐름 정도는 조사 중일 거다.
괜히 <이동>의 가호석을 썼다가 뒤가 밟히면 곤란하다.
‘만에 하나, 내가 저 자매들이 사는 곳을 살펴보았다는 게 아스트라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안 되니까.’
나중에 달리아를 찾았을 때, 내가 자매를 찾아간 것을 수상하게 여기는 사람이 생길지도 모른다.
“걷자.”
내가 결기 어린 얼굴로 말하자, 한지혁의 표정이 구겨졌다.
“그 드레스를 입고?”
“응.”
“……환장한다.”
나는 씩씩하게 산으로 들어갔는데, 한지혁이 날 덥석 안아 들었다.
“으악! 뭐 하는 거야!”
“준공식에 엉망인 꼴로 가려고?”
“조심해서 걸을 거야!”
“구두를 신고 잘도 걷겠다. 가만히 있어.”
한지혁은 날 안고서 성큼성큼 산을 걸었다.
‘마냥 약골인 건 아니란 말야.’
10분도 안 되어서 죽는다고 소리칠 줄 알았더니, 잘 걷는다.
나는 열 살이 되어서 키도 자라고, 무게도 엄청 늘었는데 힘든 기색이 없었다.
그러고 보면 키도 크지.
은근히 골격도 있고.
‘모스코가 한지혁더러 자꾸 훈련하자고 하는 이유를 알겠네.’
조건은 좋으니까 훈련만 하면 강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인이 훈련을 싫어하니 강요할 순 없었다.
나는 한지혁에게 안겨서 산 중턱으로 향했다.
안겨서 가느라 난 뒤를 보고 있었는데, 한지혁이 멈칫했다.
“야.”
“왜?”
“곰한테 죽지 않으려면, 죽은 척을 해야 한다고 했나?”
“동화에나 나오는 이야기라던데. 죽은 척하면 찢어발긴다고 했던 것 같아. 그건 왜 물어?”
“……우리 앞에 곰이 있어서.”
나는 기계처럼 뻣뻣하게 고개를 돌렸다.
“…….”
“…….”
엄청나게 커다란 곰이 우리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이제 어쩌지.”
한지혁이 물어서 나는 조용히 말했다.
“뭐해.”
“어?”
“뛰어!”
소리치자, 한지혁이 그제야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곰을 만났을 땐 뒷걸음질로 조심스럽게 빠져나가야 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곰은 이미 공격 태세에 들어가 있었다.
뛰는 것밖엔 답이 없다.
하지만 곰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이게 뭐야. 뭐냐고!’
주인공 버프가 생긴 거 아니었어?
왜 갑자기 운 없는 에릴로트로 돌아온 건데?!
‘주인공 위기인가?’
벌써 전개가 거기까지 간 거야?
한지혁은 은근히 튼튼했지만, 그렇다고 기사들처럼 강한 건 아니었다.
당연히 열 살이나 된 어린애를 안고 빠르게 달리기는 무리였다.
이러다가 잡힐 것 같았다.
나는 폴짝 뛰어내려서 직접 허둥지둥 달렸다.
그러다 갈림길이 나왔다.
“한지혁, 저쪽으로 가!”
“넌!”
“난 반대쪽!”
“어쩌려고!”
“하나는 살고 봐야지!”
둘이 같이 있어봤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작아서 곰에게 다가가는 즉시, 찢어 발겨질 것이다.
그렇다고 한지혁이 곰을 잡고 있기엔…….
‘저 곰은 너무 커.’
둘 다 잡혀서 곰의 보양식이 되느니, 하나 정도는 살아남는 게 나았다.
나와 한지혁은 서로 갈라져서 달리기 시작했다.
곰은 나를 쫓아왔다.
‘저쪽이 더 살이 많을 것 같은데 왜 나야!’
새빨간 드레스를 입고 와서 눈에 띄나?
이럴 줄 알았으면 아프다고 준공식엔 가지 말 것을……!
‘구두 말고 워커를 신고 올 걸 그랬어!’
아니, 운동화!
내가 여기서 살아난다면 꼭 운동화를 개발하고 말리라……!
나는 미친 듯이 달렸다.
죽을 각오로 달렸지만, 거리는 점점 더 좁혀질 뿐이었다.
곰은 앞발을 휘둘렀다.
닿을락 말락 했던 거리.
소스라치게 놀란 난 소리쳤다.
“옴브레!”
말하자,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온 옴브레가 곰의 다리를 잡았다.
“거어어─!”
곰이 우당탕 넘어지고서 난 물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렸다.
‘짐승은 물을 싫어하니까 물속에 있거나, 강을 건너면……!’
허겁지겁 달렸지만, 곰은 금세 일어나서 날 쫓아왔다.
으아아아!
차라리 라곤을 데리고 다녔어야 했나?
하지만 데리고 다녔으면 귀족들이 또 무슨 말로 날 옭아맸을지……!
위급한 상황에서도 별생각이 다 들었다.
물소리가 점점 더 커지는 걸 보니, 계곡에 거의 다 이른 모양이다.
차라리 물이 깊기를 바랐다.
‘얕잖아……!’
그래도 일단 물속에 뛰어들었다.
곰은 물속까지 쫓아왔다.
“옴브레!”
소리쳤지만, 옴브레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물속을 배회할 뿐이었다.
아직 어린 몬스터라 물이 무서운 것 같았다.
아슬아슬한 거리에서 나는 물속에 웅크렸다.
‘죽는다─!’
꼬르륵, 소리를 내면서 수면 아래로 잠수했다.
첨벙첨벙 물소리가 바로 등 뒤에서 들린다.
그런데 이상했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아프지 않았다.
‘뭐지?’
난 살금살금 물속에서 빠져나와 고개를 돌렸다.
“응?”
죽창을 맞은 곰이 물 위로 엎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서 있는 건…….
“너 뭐야?”
웬 소년이 눈살을 찌푸리며 날 쳐다보고 있었다.
당황해서 쳐다보니, 그는 내 행색을 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귀족?”
그때였다.
“오라버니?”
“오라버니!”
소년의 뒤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한지혁이 내민 마도구에 보였던 얼굴.
마사와 마리 자매였다.
마리의 표정이 왈칵 일그러졌다.
“너, 누군데 오라버니와 함께 있어?”
“…….”
“묻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