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03)
이 3세는 악역입니다 103화.(103/390)
103화.
정확히 말하면, ‘진짜 달리아’.
큰아버지의 핏줄이 마리라는 소리다.
‘내가 만났던 달리아의 몸은 마사인 거야.’
마사가 언니의 바람대로 마리인 척 살았고, 그 몸에 ‘한국인의 영혼’이 빙의한 것일 터다.
‘어쩐지. 마리는 달리아가 되기엔 몸이 너무 약해.’
이 몸으로 강력한 가호를 사용할 수 있을 리 없다.
난 마리에게 말했다.
“일단 너희 집으로 가자.”
“…….”
마리는 나를 쏘아보았다.
가고 싶지 않은 모양인데, 그렇다고 내 앞에서 절벽에 뛰어들 수는 없으니 고민하는 모양이었다.
“역시 착한 애야, 넌.”
“아니라고 했잖아.”
“내 앞에선 못 죽는 게 그래.”
“……뭐?”
“양심의 가책을 느낄 거라고 하니까 내 앞에선 못 죽는 거잖아.”
“뭐라는 거야.”
쌀쌀맞은 표정을 지어도 사실은 맹탕이라는 게 다 보인다.
제가 날 밀쳐놓고 허리를 두드리니까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도 그렇고.
마리가 팩, 고개를 돌리고 오두막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나는 얼른 그 애에게 다가가서 부축했다.
“뭐 하는 거야!”
“걷기 힘들잖아. 다리 저리지?”
“…….”
“휠체어는 못 가져와. 휠체어를 가지러 가는 동안 네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내가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고 해서 못 죽을 것 같긴 하다만, 난 방심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마리의 팔을 목에 걸고 걷자, 마리는 날 묘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진짜 이상한 애야.”
“다들 그래!”
“칭찬 아니야.”
“다들 그래.”
마리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우리는 오두막까지 함께 걸으며 두런두런 대화를 나눴다.
물론 내가 말하고, 마리는 대개 시끄럽다고 소리치는 게 대부분이었지만.
“마사와는 이부 자매인 거지?”
“…….”
“그럼 쌍둥이는 아닐 테고. 몇 살이야, 너희는?”
“마사는 아홉 살. 난 열 살.”
“마리, 네가 작고 마사가 또래보다 키가 커서 쌍둥이로 보일 수 있었겠구나.”
“그렇게 안 작아!”
마리가 버럭 화를 내도 난 기죽지 않았다.
“그래도 오전에 아퀼라에게 동생의 마음을 멋대로 알려준 건 나빴어.”
“너 때문이잖아!”
“내가 왜?”
“아퀼라가 널 자꾸 쳐다보니까. 그리고 너는 되게 예쁘…… 됐어.”
아하.
자기가 죽으면 마사에겐 아퀼라밖에 없는데, 행여나 아퀼라가 나를 좋아하게 될까 봐 마음이 급했구나.
그 오만한 시선은 마사를 향한 게 아니라, 날 향했던 거다.
내게 아퀼라는 꿈도 꾸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었던 거겠지.
하여간에 요령 없는 애다.
“마리, 너도 아퀼라 좋아하잖아.”
“……아니야.”
아니긴.
아퀼라한테서 시선이 떨어질 줄을 몰랐으면서.
얘기하다 보니 오두막에 금방 도착했다.
나는 마리를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줬다.
“마사는 밤늦게 올 거야. 준공식 뒷정리를 하는 것 같은데, 일꾼이 몇 없어서 밤늦게서야 끝날 것 같거든.”
“…….”
“헛생각하지 말고, 얌전히 있어. 또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 마사에게 다 말해줄 거야. 네 언니가, 너 고생하는 게 싫어서 죽은 거라고.”
“너─!”
“싫지? 그러니까 살아. 죽음에 가족은 이유가 될 수 없어. 네 결정은 아주 이기적인 거야.”
“…….”
“마사는 내가 말해주지 않아도 네가 왜 죽었는지 추측할 거야. 그리고 네가 살아있을 때보다 훨씬 괴로워하겠지.”
난 빙그레 웃고 튀어 오른 마리를 꾹 눌러줬다.
“마사가 고생하지 않아도 될 방법을 내가 찾아줄게.”
“……우리한테 왜 그렇게 잘해줘?”
“다 음흉한 계략이 있어서 그래.”
“그게 뭔데?”
“마리, 다리 저리지? 수건을 데워다 줄게. 어디 있어?”
“……욕실에.”
나는 욕실에서 수건을 찾았다.
물을 끓여야 하나 싶었는데, 수건 옆에 물그릇이 있었다.
따뜻한 물이었다.
식지 말라고 천을 몇 겹이나 두르고, 덮개로 잘 덮어두기까지 했다.
‘마사가 준비해놨구나.’
혹시나 자기가 없는 동안 언니의 다리가 아플까 봐.
아픈 언니가 혼자 물을 끓이는 건 힘들 테니까, 일을 가기 전엔 항상 준비해두는 모양이었다.
‘하여간에 착한 자매들이라니까.’
이부형제들인데도, 서로 죽이려 드는 아스트라의 2세들과는 딴판이다.
나는 수건에 따뜻한 물을 묻혀서 돌아왔다.
그리고 새파래진 마리의 다리에 잘 포개두었다.
마리는 날 빤히 쳐다봤다.
“……엄마가 그랬어. 귀족은 속에 뱀이 열 마리는 들었으니까 함부로 믿지 말라고.”
그러니까 날 믿지 않겠다고?
나는 생긋 웃었다.
“역시 엄마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다니까. 그 말, 명심하고 살아.”
“진짜 이상한 애야.”
“알아.”
“……너 안 믿어.”
“그래, 그래. 마리는 똑똑해.”
“…….”
나는 해가 다 지고, 별이 뜰 때까지 그 애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 * *
마사가 돌아올 때가 되어서야 자매의 오두막을 나왔다.
“에릴로트.”
한지혁이었다.
미리 통신해둔 덕에 산 아래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짐은 챙겨왔어? 바로 아스트라로 갈 거야.”
“나도 <이동>의 가호석 같은 걸 좀 줘 봐. 또 산짐승이 나타날까 봐 얼마나 쫄았는지 알아?”
“그래서 공격형 마도구를 가져오라고 했잖아.”
그리고 <이동>의 가호석은 나도 하나뿐인데 어떻게 줘?
한지혁은 공격형 마도구를 손에 쥐고 1분에도 수십 번씩 고개를 홱, 홱, 돌리며 경계했다.
한지혁이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
“넌 오늘 죽을 뻔했으면서 무섭지도 않냐.”
“마사는 산을 잘 오가잖아. 산짐승이 매번 튀어나오면 그 어린애가 어떻게 피하겠어? 그러니까 곰을 마주치는 일은 아주아주 흔하지 않은 일이란 거지.”
“자매는 어떻게 됐어?”
“큰아버지의 핏줄은 마리일 거야.”
“그래서? 네 큰아버지에게 알려줄 거야?”
“아니?”
얘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자 한지혁이 눈살을 찌푸렸다.
“찾았는데 안 알려준다고?”
“생각해 봐. 내 적일 가능성이 가장 큰 2세가 누구겠어.”
“그야…….”
“달리아의 아버지인 그리미에 백부님이 가장 확률이 높아.”
내 인생을 망치고, 가장 큰 이득을 얻은 건 그리미에 백부다.
결국, 그리미에 백부가 아스트라 공작이 되니까.
“그런데 달리아가 될지도 모르는 육체를 적의 손에 넘겨준다고?”
“…….”
“그건 악당에게 핵폭탄을 넘겨주는 거지. 무엇보다…….”
“왜?”
“마리는 가호가 없어.”
“뭐?! 귀족이잖아!”
“나처럼 반쪽이라 그런 건지, 본인의 가호가 뭔지 모르는 건지 몰라도 하여간에 없대.”
“그럼…….”
“이 상태로 아스트라에 들어가 봐야 2세와 3세들에게 먹히기나 하겠지.”
무능력자인 마리가 아스트라에서 살아남을 길은 없다.
‘심지어 내가 세 살 때와는 상황이 달라.’
그때, 나는 ‘힘없는 차남’의 딸이었다.
눈에 띄지 않으면 살아날 방도가 있었지만…….
‘마리는 장남의 딸이잖아.’
그리미에 백부는 후계자만 있다면, 능히 차기 공작이 될 수 있는 힘 있는 2세였다.
그런 백부의 후계자가 나타났는데, 다른 2세들이 그냥 둘 리 없다.
“암살 위험이 너무 커. 아니면, 마사를 이용해서 마리의 정신을 붕괴하려고 하겠지.”
마리야 그리미에 백부님의 핏줄이니 할아버지가 보호해주겠지만…….
‘마사까지는 관심 외일 걸.’
“저 자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아스트라에 오는 건 위험해.”
“그렇겠네…….”
“저 애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이 필요해. 황도 근처에 집을 마련해야겠어. 내가 자주 들어가 볼 수 있는 집으로.”
“네가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 따지면 달리아가 될 육체라는 말인데. ……네 적이란 거잖아.”
나는 씩, 웃으며 한지혁을 돌아봤다.
“그러니까 더욱 가봐야 한다는 거야.”
“뭐?”
“저 애들 중에 하나가 달리아가 되지 않는다면?”
마리의 몸에 달리아가 빙의되었을 가능성은 적다.
아마도 마리는 죽었을 테니까.
‘거기다 마리는 몸이 너무 약해.’
그럼 마사의 몸에 달리아가 빙의된 되었다는 것이다.
“마리가 있으면 마사는 마리인 척 살지 않을 테고, 마사의 육체를 가진 달리아는 아스트라의 혈족이 되지 못해. 그렇다면?”
“……제일 큰 적이 나타나지 않을 테니까, 네 인생 탄탄대로?”
“맞아!”
나와 한지혁을 서로를 마주보며 킥킥 웃었다.
“두 자매의 이름까지 바꿔서, 그리미에 백부가 절대 찾지 못하도록 해.”
“그래.”
우리는 함께 마차로 돌아왔다.
그리고 마차의 바퀴가 구르기 시작했을 때였다.
통신석이 진동했다.
‘콘라드의 코드잖아.’
나는 마부석과 연결된 쪽창을 닫고, 통신을 연결했다.
“응.”
[큰일입니다, 아가씨!]“뭔데?”
[바스티나 님과 실뱅 님, 헤르난 님이 연합했습니다.]“연합이라니?”
[셀레네 아가씨께서 원화가 되시면 보좌하기 위해 바스티나 님을 황도로 보내야 한다고 가신들을 모아 주청하고 있습니다.]나는 딱딱하게 굳어졌다.
아스트라는 자식의 반란을 통제하기 위해 몇 가지 법을 만들었다.
그 중 하나가 이것이다.
<공작을 제외한 아스트라의 혈족 중 황도에 터를 잡을 수 있는 2세는 두 명 뿐.>
현재 황도로 올라온 가구는 둘이다.
그리미에 백부.
그리고 아빠.
그리미에 백부는 할아버지를 대신해 황도의 일을 보고 있으니, 제외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다시 아스트라로 돌아가야 하는 건 우리라는 거야.’
“그래서? 정확한 요구는 뭐야.”
[바스티나 님께서 아가씨가 계신 제 2백작저로 들어가시겠답니다.]다른 구역에는 못 살겠다.
할아버지를 대신하는 그리미에 백부님 것을 뺏는 건, 할아버지에게 반기를 드는 일.
‘그러니까 1구역에 있는 우리 집을 내놓으라고.’
1구역에 살 수 있는 건 대귀족 뿐이니까, 바스티나는 우리 집을 차지하면 할아버지가 대귀족으로 만들어 줄거라고 생각하는 거다.
‘이제야 황도에 터를 잡아가고 있는데 그걸 홀랑 가져가겠단 말야?’
나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 * *
가신들과 함께 대회의장을 찾은 바스티나가 아스트라 공작을 쳐다봤다.
“셀레네가 원화가 된다면, 부모의 도움이 필요할 거예요, 아버지.”
실뱅과 헤르난도 그녀의 의견에 힘을 보탰다.
“굳이 데이몬드 형님께서 황도에 계실 연유가 무엇입니까? 큰형님처럼 특별한 일이 있는 게 아닌데요.”
“예, 원화라는 중요한 자리를 생각한다면 바스티나 누님께서 황도로 올라가시는 게 합리적이죠.”
그들의 말에 콘라드는 눈살을 찌푸렸다.
‘황도에서 데이몬드 님의 위세가 강해지니 눈이 돌았군.’
행여나 데이몬드가 차기 공작 자리에 가까워질까 연합까지 해온 거다.
바스티나는 그리 뛰어난 능력이 있는 2세가 아니었다.
도리어 온갖 사고를 쳐서 공작의 눈 밖에 난 딸.
데이몬드를 자리 잡게 하는 것보다, 능력 없는 바스티나를 밀어주는 게 낫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제 휘하의 가신들까지 우르르 끌고 와서.
실뱅과 헤르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바스티나를 끌어내리는 것이야 쉽지.’
‘바스티나 누님의 약점이야 셀 수 없이 많이 가지고 있다.’
바스티나는 눈썹을 늘어뜨리며 아스트라 공작을 쳐다봤다.
“그간 제 실수로 아버지를 언짢게 했다는 것을 알아요.”
“…….”
“우리 셀레네가 그런 훌륭한 능력이 있음에도 어미인 저 때문에 그 무엇도 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신다면 절대로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어요.”
바스티나가 팔꿈치로 멀뚱멀뚱 구경하는 남편의 옆구리를 쿡 찍었다.
칼린로 후작의 차남인이자, 바스티나의 남편인 미스트로가 홱 고개를 들었다.
“예! 예, 장인어른! 제 아버님께서도 셀레네를 물심양면 지원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실뱅이 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칼린로 후작은 황도 경비대의 수장이 아닙니까. 대대로 황군에 강한 영향력을 끼치던 가문이니 큰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요.”
헤르난도 얼른 말을 얹었다.
“칼린로의 도움까지 있다면 우리 셀레네가 서군의 원화가 되는 것뿐만 아니라, 중앙 기사단도 노려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가신들마저 난리였다.
그 자리에 있던 3세들은 데이몬드 관할령 삼형제의 눈치를 살폈다.
요슈아가 입을 열었다.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요슈아! 어른들의 대화에 끼어들다니, 그 무슨 무례냐!”
실뱅이 버럭, 소리쳤으나 요슈아는 기죽지 않고 말했다.
“제 2백작저는 제 아버님의 재산으로 사들인 저택입니다.”
“가문을 위해 저택을 양보하는 것이 아쉽겠느냐! 가문을 향한 네 아버지의 충심을 어찌 얕잡아 보느냐!”
리시먼드 또한 요슈아의 말에 의견을 보탰다.
“무엇보다 셀레네가 정말 원화가 될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바스티나 고모님께서 황도로 가시는 건 아직 이른 일─”
“어허!”
헤르난이 고함을 내질렀다.
발자크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저것들이 염병을 하고 있잖아.’
뒤집어 엎어버릴까.
그가 짐승처럼 눈을 빛내자, 요슈가 재빨리 제 형의 손목을 잡았다.
“가만히 있어.”
“하지만……!”
그때였다.
회의장의 문이 열리고, 에릴로트가 등장했다.
“할아버지.”
고개를 숙인 아이가 생긋 웃으며 제 할아버지를 쳐다봤다.
“회의 중에 송구합니다.”
“무슨 일이냐.”
“급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마침 원화 건을 논의 중이라시기에.”
에릴로트가 아스트라 공작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할아버지, 저 예비 원화전에 참전하고 싶어요.”
“……뭐?”
에릴로트가 무릎을 굽히고, 주변을 둘러봤다.
“제가 서군 원화가 되어 할아버지에게 천 년의 영예를 선사하겠어요.”
‘셀레네가 이대로 원화가 되는 걸 두고 볼 줄 알고?’
눈 뜨고 제 2백작저를 빼앗기지도 않을 것이다.
에릴로트의 말에 바스티나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허튼 소리!”
그녀가 비명을 지르듯 외쳤으나, 회의장은 고요했다.
테이블을 툭, 툭, 느리게 두드리던 공작이 당돌한 손녀를 빤히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