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07)
이 3세는 악역입니다 107화.(107/390)
107화.
그 시각, 셀레네 진영.
통신이 종료되었다.
단장 카비가 사색이 되어 소리쳤다.
“모비! 모비─!”
아무리 불러도 들려오는 소리가 없었다.
카비가 당장에 창을 챙겨서 막사를 나섰다.
“어딜 가려는 거야.”
셀레네가 말했으나, 카비는 길길이 날뛰었다.
“저들이 내 아들을 죽일지도 모른다고 하잖습니까!”
“이대로 나서는 건 위험해. 단장이 잡히면 체스의 퀸이 잡히는 것과 마찬가지야.”
“하면 이대로 내 아들이 죽는 걸 지켜보란 말입니까?!”
“움직이지 말라고 명령했어!”
“난 내 아들을 구하러 가야겠습니다—!!”
셀레네와 단장이 날카롭게 대치했다.
* * *
상황을 지켜보던 관중석의 사람들이 기겁해서 숨을 들이켰다.
“맙소사…….”
바스티나가 꽥, 소리쳤다.
“저 비열한─! 아버지, 저걸 보세요! 이대로 놔두실 거예요? 제대로 된 승부가 아니라고요!”
그러나 공작은 묵묵부답이었다.
바스티나의 얼굴이 왈칵 일그러졌다.
“지휘력을 시험하는 승부에서 저 비열한 짓을 보세요. 우리 셀레네는 손발이 다 묶인 것과 다름없다고요!”
“인질이 없는 전쟁이 있느냐.”
“……네?”
“인도적인 전쟁은 있느냐?”
공작이 무심한 얼굴로 바스티나를 돌아봤다.
“상대의 전략에 휘둘린 것도 셀레네의 패착. 모의 전쟁이란 승부에선 능히 가능한 일이지.”
“그, 그건…….”
“위기에 몰리자 칭얼거리는 꼴이란. 한심하구나, 바스티나.”
바스티나의 얼굴이 타오를 듯 붉어졌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입술을 꽉 깨물자, 헤르난이 얼른 그녀의 팔을 잡았다.
헤르난은 부친의 눈치를 보며 목소리를 바짝 죽였다.
“왜 쓸데없는 소리를 하십니까, 누님.”
“하지만—!”
“정오부터 셀레네와 에릴로트를 연합한 3세가 투입됩니다. 셀레네가 누구와 연합했는지 아십니까?”
“그야 밀란이…….”
“예. 제 아들, 밀란입니다.”
헤르난이 비식,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7서열권의 한 사람인 밀란 아스트라. 그의 가호라면 저 전술을 능히 깨부술 수 있었다.
“에릴로트와 셀레네는 상대가 연합한 3세가 누구인지 모르지요. 정보력의 한계입니다.”
데이몬드는 저 잘난 맛에 살던 남자다.
다른 형제들이나, 타 귀족들과 관계를 다지지 않았다.
에릴로트도 제 아비의 성품을 빼닮은 재수 없는 계집애였다.
어울리는 3세라곤 한심한 디오네라와 리앙틴이 전부다.
그러니 셀레네가 연합한 3세를 알아냈을 리 없다.
바스티나가 미간을 좁히며 중얼거렸다.
“밀란의 가호라면…….”
“예. 능히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니 누님은 제발 흥분하지 마시고, 지켜보세요.”
“…….”
“저 잘난 데이몬드 형님의 얼굴이 종잇장처럼 구겨지는 걸 보실 수 있을 테니.”
어째 자신만큼 이 승부에서 승리가 다급한 발데릭이 얌전하더라니.
바스티나는 팔짱을 끼며 쿡쿡 웃었다.
마경 속의 셀레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기다려. 네 아들은 무사할 테니까.] [그걸 어떻게 확신할 수 있단 말입니까!] [내가 아니라, 쓸데없는 소년병을 끌고 간 건 애초에 그 애가 네 아들이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겠지. 애초에 에릴로트는 이 상황을 노렸던 거야.] [그럼…….] [그래. 너와 나 사이에 균열을 만들려고 한 짓이지. 그리고 목적이 있는 한 그 애는 네 아들을 쉽게 죽일 수 없어.]그제야 용병단주의 몸에서 힘이 빠졌다.
의자에 앉은 셀레네가 눈을 지그시 감았다.
[힘 빼지 말고 전투를 대비하렴.] [상대가 되겠습니까? 분하지만, 저쪽 용병들과 우리 애들은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상대가 되게 만드는 건, 내가 할 일이지.] […….]천천히 눈을 뜬 셀레네가 또렷한 시선으로 용병단주를 바라봤다.
[지금의 무력함을 기억해두렴. 그리고 내가 찬스를 만들었을 때, 절대 놓치지 마.] […….] [저쪽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용병으로서의 너희 경험치를 결코 따라올 수 없어.]셀레네는 주변에 용병들을 바라봤다.
[난 신성계 최강의 가호를 지닌 자. 내가 포기하지 않으면, 우리는 절대 패배하지 않아.]용병들은 감정이 고조된 얼굴로 셀레네를 바라봤다.
그래, 셀레네 아스트라는 신성계 최강의 <모성애>의 가호로 2세들에게 필적하는 능력을 지닌 소녀.
누가 봐도 원화가 되기에 적합한 자는 그녀였다.
[명을!] [명을……!]무릎을 굽힌 용병들이 소리쳤다.
그들은 몰랐다. 막사의 밑으로 움직이고 있는 눈알을.
관중들의 시선이 에릴로트의 진영을 비추는 마경으로 향했다.
가호 <망자의 시선>으로 셀레네 진영의 분위기를 살피던 이그리츠 용병단의 참모 할러드가 설원마를 타고 진영으로 이동했다.
[셀레네 아스트라 진영의 용병들이 진정되었습니다.] [벌써?] [셀레네 아스트라가 우리 쪽 책략을 꿰뚫어 보고 용병단주를 진정시켰습니다. 쉽사리 움직일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과연 셀레네 언니네…….]주사위를 만지작거리던 에릴로트의 시선이 깊게 가라앉았다.
할러드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셀레네 아스트라는 군사의 사기를 끌어 올릴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언니의 최대 장점이 뛰어난 가호라고들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니거든.] [예?] [셀레네 언니의 최대 장점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금강석같은 멘탈이야.]그러니 바스티나와 미스트로 같은 한심한 부모의 밑에서도 결코 흔들리는 법이 없지.
3년 전 몬스터를 퇴치하는 실전 훈련에서도 그랬다.
엄청난 몬스터를 마주하고 다들 기겁하는 와중에도 셀레네만은 침착했다.
에릴로트는 주사위를 탁, 소리가 나도록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곤란하네. 상대가 이렇게 대견하면 심술을 부리고 싶어지는데.] [어찌하시겠습니까.] [완벽하게 갈라서도록 모비의 목이라도 잘라서 보내줄까.] [예?!]에릴로트가 어깨를 으쓱하며 쿡쿡 웃었다.
[농담이야. 그쪽 단장이 눈 돌아가서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섣불리 움직이겠니.]의자에 몸을 깊게 기댄 에릴로트의 입매가 삐뚜름하게 올라갔다.
[하지만 자극은 하고 싶어지는걸.]마경을 지켜보던 발자크가 마른침을 삼켰다.
그러곤 리시먼드와 요슈아에게 물었다.
“있잖아. 에릴이…… 악당 같아 보이지?”
“…….”
“……조용히 해.”
알고 있지만, 아무도 말하고 있지 않으니까.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용병들을 아우르는 셀레네와는 완전히 딴판인 분위기였다.
요슈아는 흘낏 주변을 둘러봤다.
초청된 귀족들이 한껏 흥분한 표정으로 셀레네 쪽의 마경을 주시하고 있었다.
‘곤란하네.’
그 어떤 세계에서든 사람들은 온갖 이야기 속에서 권선징악을 학습한다.
용사가 악한 용을 무찌르는 이야기.
악당들에게서 고통받는 자를 구하는 선량한 자의 이야기.
하다못해 로맨스가 주가 되는 동화에서도 못된 계모를 물리치고, 사랑을 거머쥔다.
반란할 때조차, 가장 먼저 하는 일이 ‘폭군에게서 고통받는 백성들을 위해서 반란을 도모했노라’ 하고 명분을 꾸며내는 일이 아닌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량한 히어로를 동경한다.
‘벌써 셀레네 쪽으로 분위기가 넘어갔어.’
영웅 셀레네와 악당 에릴로트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이렇게 되면 에릴로트가 완벽하게 승리하지 않는 한,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못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정오가 되었다.
영상을 송신하는 마도구에서 알림음이 울려 퍼졌다.
[군사 투입 3분 전.] [군사 투입 2분 전.] [군사 투입 1분 전.] [군사를 투입합니다. 군사를 투입합니다.]투입된 밀란이 셀레네에게 다가갔다.
[오느라 고생했어.] [별말씀을.]밀란이 어깨를 으쓱했다.
밀란을 기다리는 동안, 추적형 마도구를 통해 에릴로트 진영의 위치를 찾아두었던 셀레네가 소리쳤다.
[진격한다!] [와아아아—!]에릴로트 진영으로 셀레네의 용병들이 쏟아져 들어가기 시작했다.
에릴로트의 용병단주 칼리가 선봉으로 들어온 용병의 앞에 도끼를 내질렀다.
쿠웅—!
둔탁한 소음과 함께 용병이 가로막혔다.
[겁 없이 쳐들어왔으니 명줄을 보전할 수 없을 거다, 이놈들아!]하하하, 웃은 칼리가 용병을 향해 솥뚜껑 같은 손을 뻗었을 때였다.
밀란이 가호를 시전했다.
에릴로트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 순간, 칼리의 몸에 빛의 사슬이 챙강! 소리를 내며 둘러졌다.
밀란이 히죽, 입꼬리를 올렸다.
[강철바디가 가호라더니. 알량한 가호를 믿고 빈틈투성이였네, 칼리 무소.]빛의 사슬이 칼리의 몸을 파고들었다.
[커흑!] [옳지. 얌전히 있어.]유유히 걸어온 밀란이 칼리의 어깨를 두드렸다.
칼리의 눈에 점점 실핏줄이 일기 시작하더니 종국엔 새빨갛게 변했다.
[덕분에 좋은 개를 구했다, 에릴로트.] [밀란!]밀란의 가호는 <육체 지배>.
빈틈을 파고들어 마력의 사슬로 상대를 묶고, 그대로 지배하는 정신계통의 가호였다.
“잘했다, 밀란!”
마경을 보고 있던 헤르난이 으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발데릭은 조소를 머금고 데이몬드를 쳐다봤다.
“이제 셀레네에게도 인질이 생겼군요, 형님.”
“…….”
“하하, 칼리 무소가 전력의 절반은 되었을 텐데. 에릴로트의 상황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발자크가 이를 악물었다.
‘빌어먹을!’
칼리 무소는 완벽한 무력형의 사내였다.
무력형은 강력한 공격력을 지녔지만, 정신계통엔 약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마경 속의 밀란이 셀레네를 힐끔 쳐다봤다.
그의 곁으로 다가온 셀레네가 에릴로트에게 말했다.
[상황이 반전되었구나, 에릴로트.] [인질을 잡다니. 언니답지 않은데요.] [전쟁에 인지상정이 있겠니.]셀레네가 에릴로트의 용병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나의 소년병에게 했던 협박을 돌려주마. 아스트라엔 인의가 없단다. 물러서지 않으면 소중한 단장의 목숨을 보장하지 못해.]이그리츠 용병단은 칼리 무소를 중심으로 모인 집단이었다.
칼리 무소를 따라 영예로운 중앙 기사직을 버리기까지 한 자들.
다른 병사들도 칼리가 심혈을 기울여 하나하나 키웠다.
이그리츠 용병단에게 칼리는 아버지임과 동시에 평생을 걸고 동경하는 사내였다.
가장 먼저 무기를 놓은 것은 루카였다.
[루카!]참모인 할러드가 소리쳤으나, 루카는 양손을 가볍게 들으며 말했다.
[애들 승부로 단장을 잃을 순 없지 않습니까.] […….] [다들 무기를 버리세요. 이대로 단장이 죽는 걸 지켜볼 겁니까?]칫, 혀를 찬 켄달이 검을 바닥에 내던졌다.
다들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무기를 버리기 시작했다.
캉!
캉, 캉!
이그리츠 용병단이 모두 무기를 놓자, 셀레네는 에릴로트를 힐끗 쳐다봤다.
[이제 손발이 묶인 건 너로구나.] [이……!] [순순히 항복하는 게 좋을 거야.] [못해! 내가 이대로 얌전히 물러날 것 같아?!]에릴로트가 잔뜩 흥분해서 소리치자, 셀레네는 눈썹을 까딱 들어 올렸다.
[그렇다면 아쉽게 되었어. 네 용병들은 너와 계약한 죄로 팔다리를 한 짝씩 잃게 될 테니. 카비!]셀레네가 소리치자, 그녀의 용병단주인 카비가 히죽 웃으며 걸어왔다.
[얘들아. 이 대—단하신 분들을 곤죽으로 만들어줘라. 우리가 당한 것에 곱절로.]팔짱을 끼고 상황을 지켜보던 밀란이 말했다.
[이제 배리어를 해제하고 증폭으로 바꿔주지 그래? 배리어를 해제하면 증폭은 배가 되잖아.] […….]셀레네는 말없이 용병들을 바라봤다.
용병단주 카비는 한 손을 절레절레 저었다.
[검과 창이 있는데, 뭣 하러 증폭까지 필요합니까?]밀란은 말했다.
[주먹으로 두들기는 게 낫지. 검과 창을 쓰면 에릴로트의 용병들은 다 죽을걸.] […….] [이대로 죽는 걸 지켜보려고? 아깝잖아. 훌륭한 실력인데. 잡아다가 조부님께 바치면 뭐 하나라도 얻을 수 있을 텐데.]에릴로트까지 정신 사납게 고함을 내질렀다.
[아스트라의 고고한 늑대? 결국 다른 사촌의 도움으로 승리하는 주제에 우습지도 않은 별명이네!] [그 입 닫는 게 좋을 거야, 에릴로트.] [결국 능력 없고, 남에게 기대기로는 일등인 고모님과 고모부님을 꼭 닮은 거야!] [그 입 닫으라고 했을 텐데.]셀레네의 주변으로 마력이 일렁였다.
[셀레네 언니는 이제 작은 바스티나라고 부르는 게 좋겠어.]에릴로트의 말에 밀란이 [푸핫!] 웃음을 터뜨렸다.
마경을 지켜보던 바스티나가 고함을 내질렀다.
“저 계집애가……!”
<에일린의 이상>의 용병들의 이마에서 문양이 번쩍이며, 달라졌다. 성배에 둘러진 넝쿨이 사라진 것이다.
배리어가 해제되고, 증폭이 강화되었다는 의미였다.
그 순간이었다.
[밀란!]에릴로트가 소리쳤다.
‘뭐? 밀란을 불러?’
‘밀란을 왜…….’
‘어?’
마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의아하다는 듯 눈을 홉떴다.
밀란이 땅을 강하게 짚었다.
그러자 땅이 갈라지듯 빛이 퍼져나가더니, 셀레네의 용병들의 몸에 사슬이 둘러졌다.
‘뭐야……?’
[밀란!]셀레네가 말하자, 밀란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그녀를 지나쳐 에릴로트를 향해 걸었다.
셀레네가 굳어진 얼굴로 소리쳤다.
[이게 무슨 짓이야!] [미안. 너랑만 연합한 게 아니라서.]밀란이 셀레네 측의 사람임을 증명하는 어깨띠를 휙, 바닥에 던지고 로브 안에서 새로운 어깨띠를 꺼냈다.
붉은 색의 어깨띠.
에릴로트의 용병들이 묶고 있는 것과 같은 색상의 어깨띠였다.
[너, 설마…….]고개를 숙이고 있던 에릴로트가 히죽, 입꼬리를 끌어당겼다.
[꼭 연합할 사촌을 다르게 하라는 규칙은 없었어서 말야.] [말도 안 돼. 헤르난 숙부가……!]밀란이 싱긋 웃었다.
[난 아버지 말보다 엄마 말을 더 잘 듣는 아들이라.]아스트라 공작이 주먹을 꽉 쥐었다.
‘그래!’
그것이다.
상대의 수보다 열 수 앞서 생각하는 그 지략.
아스트라의 가주에게 꼭 있어야 할 첫 번째 능력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