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09)
이 3세는 악역입니다 109화.(109/390)
109화.
* * *
‘라곤……. 빨리, 빨리!’
라곤을 옮겨둔 곳은 거리가 꽤 되기 때문에 단숨에 이동할 수는 없었다.
나는 초조하게 라곤을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대 마물 <공허>가 십자(十) 형태의 입을 쩍 벌렸다.
그 안에서 무수히 많은 날카로운 이빨이 드러났다.
인간의 힘으론 상대가 안 되는 고대 몬스터는 본능적으로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겁을 집어먹은 셀레네측의 병사가 주춤주춤 뒷걸음질 쳤다.
“으, 으아아!”
그는 곧 비명을 내지르며 도망쳤다.
“이 멍청한……! 그렇게 공허의 앞에서 움직여선 안 된다고 가르치지 않았어!”
다른 용병이 말렸으나, 병사는 허둥지둥 도망쳤다.
움직이는 모양을 보아하니, 이번에 처음으로 전투에 참여한 모양이었다.
‘하긴 내가 3티어 용병단과 계약한 줄 알았을 테니까.’
우스운 전투라고 생각하고, 견습 병사에게 실전 경험을 익히게 해줄 요량이었을 것이다.
나는 병사를 향해 소리쳤다.
“멈춰!”
“사, 살려줘. 살려줘. 살려줘. 살려줘. 살려줘!”
말을 들을 상태가 아니었다.
‘저 바보!’
공허의 표면에는 엄청나게 많은 눈알이 박혀 있지만,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저 고대 마물은 움직임으로 생물의 위치를 파악했다.
키에에엑─!
소름 끼치는 울부짖음과 함께 공허가 도망치는 중인 병사에게 달려들었다.
마침, 그 자리엔 셀레네가 있었다.
셀레네는 승부 중에 결계를 잔뜩 써서 매우 지쳐있었다.
고대 마물의 강력한 공격에 버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교육을 잊고 움직인 병사 놈은 몰라도, 셀레네는 개죽음을 당하는 거잖아.’
병사가 털썩 주저앉아서 움직임을 멈춘 순간.
나는 공허를 향해 돌멩이를 던졌다.
“바보! 바보! 먹잇감은 여기에 있어! 이 바보야!”
잡히는 대로 돌멩이를 던지고 반대쪽으로 마구 뛰었다.
“아가씨, 무슨 짓을─!”
칼리가 소스라치게 놀라서 소리쳤다.
선황 시절의 중앙 기사들로 이루어진 저들은 고대 마물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다.
칼리의 가장 큰 위업이 고대 마물 퇴치이기도 했다.
이그리츠 용병단 사내들이 모두 사색이 되었다.
공허의 수많은 눈이 끼기긱, 기계처럼 둔하게 움직였다.
나를 향해서.
공허가 순식간에 몸을 틀어서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에릴로트!”
셀레네가 소리쳤다.
그 애는 급히 땅에 손을 짚었다.
땅을 통해서 빛이 퍼져나가며 나에게 닿았다.
배리어로 감싸주려던 것 같았지만, 배리어가 생성되기도 전에 빛이 사그라들었다.
셀레네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내 용병들의 공격을 그렇게나 오래 버텼는데 마력이 남아있을 리가.’
“켄달!”
칼리가 소리치자 켄달이 재빨리 가호를 시전했다.
엄청난 바람의 화살들이 공허에게 비처럼 쏟아졌다.
하지만 공허의 움직임을 몇 초 멈추었을 뿐, 공격은 먹혀들지 않았다.
나는 허둥지둥 도망쳤다.
‘이러다가 진짜로 죽겠네…….’
본능적인 공포를 느끼고 있는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사지가 벌벌 떨리고, 머릿속에 경고등이 울린다.
도망치라고.
절대로 이길 수 없다고.
‘객기였나 봐. ……아빠!’
* * *
[바보! 바보! 먹잇감은 여기에 있어! 이 바보야!]마경 속의 에릴로트가 공허를 향해 돌멩이를 내던졌다.
셀레네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리라.
“저런…….”
“세상에, 겁도 없이.”
모두가 기겁하던 찰나.
“에릴로트!”
데이몬드가 고함을 내질렀다.
이렇게 흥분한 그를 보는 건 처음이었다.
쌍둥이 형제가 죽었을 적에도, 모친이 비명에 갔을 적에도 눈물 한 방울 보인 적이 없던 남자였다.
데이몬드는 시체처럼 파리한 얼굴로 리시먼드를 향해 소리쳤다.
“날 버려진 숲으로 이동시켜라! 당장!”
드뷔시 자작이 그를 뜯어말렸다.
“홀로 가셔선 안 됩니다. 저쪽 용병들은 승부로 힘이 빠진 상태란 말입니다. 홀로 고대 마물에게 돌진하는 건 자살이나 마찬가지─!”
드뷔시 자작의 손을 거칠게 떨쳐낸 데이몬드가 리시먼드를 잡았다.
“날 어서 이동시켜. 어서─!”
“…….”
리시먼드의 얼굴도 새하얗긴 마찬가지였다.
“형님, 저도……!”
“나도!”
요슈아와 발자크까지 리시먼드에게 매달렸다.
“도련님!”
“리시먼드 도련님!”
다른 가신들이 모두 뜯어말렸지만, 데이몬드 관할령의 사내들은 좀처럼 흥분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리시먼드가 가호를 시전 시키려던 순간이었다.
“용입니다!”
누군가 소리쳤다.
데이몬드와 리시먼드, 요슈아, 발자크의 시선이 일시에 마경으로 향했다.
공허가 막 에릴로트를 집어삼키려던 찰나에 라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검은 비늘로 뒤덮인 붉은 눈을 가진 거대한 용, 라곤의 등장에 사람들은 기겁하고 소리쳤다.
“요, 용……!”
“정말 용이잖아!”
소문으로만 듣던 ‘인간이 길들인 용’의 등장.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라곤은 다른 용에 비해 작은 편임에도, 공허를 상대하기엔 충분한 몸집이었다.
에릴로트를 집어삼키려는 공허에게 순식간에 달려들어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라, 라곤…… 라곤이…….”
발자크가 말을 더듬으며 마경을 쳐다봤다.
그러나 이내 허공을 향해 주먹을 마구 내질렀다.
“잘한다. 새 새끼! 까마귀 통구이를 만들지 않길 잘했어!”
주인을 위협한 마물에 몹시 분개한 라곤이 크게 울부짖었다.
[그아아아아아악─!]쾅!
우레가 하늘을 가른다.
위기에 예민한 새들이 먼저 푸드덕 날아오르며 숲을 떠나갔다.
공허의 등장에 숨어있던 네발 달린 짐승들마저 정신없이 숲을 내달려 떠나간다.
에릴로트가 그렁거리는 눈으로 제 용을 쳐다봤다.
[저놈이야! 저놈이 날 죽이려고 했어!] [그아아악─!] [죽여버려!]아이의 명을 받은 라곤이 크게 몸을 틀었다.
공허를 문 채 날아올랐던 라곤은 곧 바닥을 향해 하강했다.
쾅─!!!
공허는 바닥에 처박혀 꿈틀거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리에서 일어나있던 공작의 6남 구스타프는 힘이 빠져서 털썩, 주저앉았다.
“고대 마물 중 최강…….”
디오네라의 모친 바실레마저 혀를 내둘렀다.
“그래. 고대 마물 중 최강이라 불리는 드래곤이다.”
고대 마물을 상대하기 위해선 황군의 중앙군 전체가 나서도 역부족이다.
마법사, 서포터(증폭 등의 신성계 가호를 지닌 자들)가 수 없이 붙어야 겨우 고대 마물의 퇴치가 가능했다.
‘그런데 그 고대 마물을 고작 열 살짜리 아이 홀로 상대하고 있어?’
‘용을 조종해서……!’
사람들의 눈이 마경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에릴로트의 용인 라곤은 결코 공허에 밀리지 않았다.
도리어 저 강력한 고대 마물이 막 탈피한 작은 용에게 잔뜩 몰려 있는 상황이었다.
라곤에게 물어뜯긴 목덜미에서 녹색의 진득한 피가 쉴 새 없이 흐르고 있었다.
[라곤, 공허를 먹구름에서 떨어뜨려!]공허는 어둠이 아닌 곳에선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없다.
해서 먹구름과 함께 이동하는 것이다.
아이의 명을 받은 라곤이 공허를 태양 빛이 쏟아지는 구역으로 몰아냈다.
[키에에엑─!]공허가 뜨거운 물에 닿은 지렁이처럼 몸을 이리저리 비틀었다.
마경을 지켜보던 디오네라가 신이 나서 리앙틴을 붙잡았다.
“에릴로트, 잘한다! 그렇지?”
“아, 안돼…….”
“어?”
“고대 마물은 죽일 수 없어…….”
“무슨 소리야?”
디오네라가 의아한 얼굴로 리앙틴을 쳐다봤다.
입을 틀어막은 리앙틴은 외쳤다.
“통신……. 통신을 해야 해. 에릴로트를 막아야 해!”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고대 마물은 목숨이 경각에 달리면 ‘궁극기’를 쓴단 말야!”
“어?”
리앙틴이 사시나무처럼 양팔을 끌어안았다.
‘에릴로트가 대체 왜?’
고대 마물은 혈족 교육에서 빠지지 않고 배우는 내용이다.
자신도 필기 성적이 늘 최상위권이긴 했지만, 에릴로트는 언제나 1등을 차지하던 아이였다.
공허에 관해서 모를 리 없다.
마경 속의 에릴로트가 움직였다.
[라곤, 불을─!]공허가 태양 빛에 약해진 상태에서 라곤의 브레스가 작렬했다.
온몸이 빛과 불에 감싸인 공허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캬아아악─!!
그 순간.
“어?”
“설마……!”
공허는 마치 폭발하듯 피부가 터져나갔다.
버려진 숲 곳곳에 공허의 피부와 눈알이 떨어졌다.
그런데…….
“뭐, 뭐지? 저게 뭐야?”
꿈틀거리는 공허의 눈알을 본 조프리가 중얼거렸다.
로레이나는 한 손으로 이마를 쥐었다.
“뭐긴 뭐야. 머저리 같은 에릴로트가 잘난 척을 하다가 일을 더 망쳐놓은 거지!”
“응?”
“공허의 궁극기인 복제야!”
“복제라면…….”
“제발 공부 좀 해. 이 멍청아. 수업에서 배우는 내용이잖아.”
로레이나가 멍청한 소리를 하는 조프리를 노려보며 말했다.
“저 눈알 하나하나가 공허의 새끼들이야. 정확히 말하면, 자웅동체인 공허가 홀로 낳은 자신의 복제들이지.”
“그럼…….”
“그래. 새끼들은 모체의 안에서 잠들어 있다가, 모체가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생체활동을 시작해. 그리고 저것들이 자라서 ‘공허’가 되는 거야.”
조프리가 꽥 비명을 질렀다.
“그럼 저 멍청이가 하나도 무서운 공허를 수백으로 늘린 거잖아─!”
“더 무서운 건…….”
눈알에 떨어진 피부들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작은 공허의 형태가 되기 시작하더니, 주변의 인간들에게 무차별적인 공격을 감행하기 시작했다.
‘에릴로트,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이제 공허 한 마리를 물리친 건 업적도 뭣도 아니었다.
수백의 공허라니.
‘인류의 적이 되어서 뭇매를 맞다가 처형장으로 갈 거라고.’
[빌어먹을. 어쩔 수 없다. 공격해!]칼리가 외쳤다.
그러자 용병들이 저마다 무기를 치켜들며 새끼 공허들에게 달려들었다.
[아직 성체 공허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 자리에서 새끼들을 모두 수습해야 한다!]칼리의 명을 받은 이그리츠 용병단의 용병들이 정신없이 움직였다.
에릴로트의 용인 라곤 또한 빠르게 공허의 새끼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저 애, 대체 뭘 하는 겁니까?”
이 상황에서 에릴로트는 가만히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보듯이.
그러더니.
[찾았다. 고마워요, 독자님들.]히죽, 웃고는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더니 어떤 공허의 새끼를 가리켰다.
[저 녀석이야! 저 녀석을 쓰러뜨려!]소리쳤지만, 다른 용병들은 이미 수백의 공허의 새끼들을 상대하느라 여력이 없었다.
겨우 틈을 만든 루카가 단검을 던졌지만, 에릴로트가 가리킨 공허는 몸을 비틀어서 단검을 피했다.
[칫.]혀를 찬 에릴로트는 허리에 차고 있던 활을 빼 들었다.
그리고 침착하게 시위에 화살을 걸고 당기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세 번째 화살이 공허의 새끼에게 꽂혔다.
공허 새끼의 시선이 천천히 에릴로트에게 향했다.
[그래. 여기라고.]에릴로트의 말에 눈을 빛낸 공허가 빠르게 달려들었다.
공허의 새끼에게 공격당한 에릴로트의 작은 몸이 튕겨 나갔다.
“에릴로트!”
요슈아는 사색이 되어서 비명 같은 고함을 내질렀다.
공허 새끼가 에릴로트를 덮쳤다.
에릴로트는 화살을 쥔 채로 공허를 겨우 막았다.
라곤이 크르륵─! 울며 주인에게 향하려 했으나 수십의 공허 새끼가 달려들었다.
떨쳐내는 동안에도 에릴로트는 공허의 새끼와 엎치락뒤치락하는 중이었다.
“틀렸어. 힘이 빠지고 있잖아.”
“이동해야겠다, 리시먼드.”
“예.”
그런데 그때였다.
[제발 겁 좀 먹어.]마경 속에서 미성이 들려왔다.
로브를 뒤집어쓴 소년이 한숨을 내쉬었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내가 너처럼 이동석이 있는 줄 알아?] [빨리─! 나 죽어!]그러자 소년이 재빠르게 공허의 새끼를 향해 검을 내질렀다.
그 순간 후드가 벗겨지며, 마경 속에 아름다운 얼굴이 드러났다.
밤하늘 같은 흑발.
빛나는 청안.
공허의 목덜미를 잡아 에릴로트에게서 떨어뜨린 소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감히 누구에게 달려든 거야, 고대의 부스러기.]그제야 한숨을 내쉰 에릴로트가 소년의 이름을 불렀다.
[알렉시스…….]─하고.
* * *
“와.”
아스트라의 영상 흐름을 빼앗아 영상 송신을 보던 소년들이 입매를 비틀었다.
붉은 머리의 소년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굉장한데.”
달빛처럼 빛이 나는 장발의 미소년 또한 쿡쿡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래. 살바토레. 너희 나라는 정말로 용을 지니고 있구나.”
한쪽 눈을 가린 청색 머리칼의 소년이 입매를 비죽 올렸다.
“하지만 공허의 새끼들이 수백으로 분리되었어.”
“응. 괜찮을까?”
다른 소년들까지 동의하자 오렌지 머리칼의 소년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 소년이 바로 살바토레.
오셀리아 황비의 아들로, 제국 유일의 황자라 불리는 소년이었다.
“글쎄. 그건 부황께서 신경 쓰실 일이 아닐까.”
“하지만 굉장한걸. 용 하나로 저 고대 마물의 새끼를 깨우다니. 이런 경우는 없었잖아.”
“그러게.”
“관심이 생겨.”
원탁에 모인 소년들은 저마다 웃으며 마경 속의 여자아이를 주시했다.
허공에 흩날리는 금사 같은 머리칼.
보석처럼 반짝이는 눈동자.
눈가의 점 하나마저 그림처럼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아이였다.
붉은 머리의 소년이 중얼거렸다.
“아주…… 예쁘고.”
그러자 흑발의 곱슬머리를 가진 소년이 뚱한 표정을 지었다.
“에릴로트는 세 살 때부터 멋졌다고.”
이 자리는 각국의 황자, 왕자, 왕손 등이 모인 자리였다.
아비노 왕손은 빙그레 웃으며 턱을 괴었다.
‘정말 멋지단 말야. 에릴로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