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11)
이 3세는 악역입니다 111화.(111/390)
111화.
나는 흘낏 사촌들을 쳐다봤다.
어떻게든 잘 보이려고 하는 표정이었다.
승부가 시작되기 전에 나를 조롱하던 사촌들까지도 헤헤, 어색하게 웃고 있다.
‘으이구.’
난 떨떠름한 표정으로 사촌들을 쳐다보고서 걸음을 옮겼다.
콘라드와 함께 도착한 곳은 할아버지의 서재였다.
똑똑, 노크하자 드뷔시 자작이 문을 열어주었다.
서재에 들어간 나는 할아버지에게 고개를 숙였다.
“좋은 저녁이에요, 할아버지.”
“그래.”
서류를 확인하던 할아버지가 나를 힐끗 쳐다봤다.
“해서, 몸은?”
“네?”
“다친 곳은 없느냔 말이다.”
“네!”
내가 쾌활하게 말하니 할아버지는 커흠, 헛기침했다. 그러자 드뷔시 자작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차피 칭찬하실 생각이신데 뭘 그리 뜸을 들이십니까.”
“시끄럽다.”
드뷔시 자작은 픽 웃고 날 쳐다봤다.
“공작님께서 아가씨의 승리를 매우 흡족해하셨습니다.”
그랬을 것 같다.
3세들은 태양회 초대장 때문에 내게 애교를 부리는 거지만,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양이 담겨 있었다.
공작성의 고용인들이나, 방계들, 심지어는 몇몇 2세들까지.
‘할아버지가 엄청나게 흡족해하셨으니까 그랬겠지.’
나는 속으로 킬킬 웃었다.
그 장면들을 연출하기 위해 얼마나 애썼던가.
조금이라도 밀리지 않으려고 숨겨놨던 ‘이그리츠 용병단’과 ‘알렉시스’라는 찬스 카드를 이용했다.
‘황실의 눈치를 보느라 멀리 떼어놨던 라곤까지 데리고 들어왔다고.’
라곤을 데려오라고 했을 때, 한지혁이 얼마나 투덜거렸는지 모른다.
“나보고 둥지에서 네 라곤을 데려오라고? 그 녀석은 강철 까마귀 시절에도 접근하는 인간들을 모조리 씹어 삼키려고 했다고!”
“너는 부화했을 때부터 보던 사이니까 괜찮아. 지난번에 둥지를 만들어서 옮겨준 것도 너였잖아.”
“라곤 녀석은 네 앞에서 순 내숭을 부리는 거야. 내가 조금만 다가가도 주둥이를 쩍 벌리고 잡아먹으려고 든단 말야!”
“그러니까 통신석으로 내가 목소리를 계속 들려주겠다니까.”
“라곤이 째려만 봐도 심장마비가 올 것 같단 말이다…….”
투덜거리는 걸 들어주느라 귀가 따가울 지경이었다.
‘그 고생을 했는데, 얻어가는 게 있어야지.’
나는 착한 손녀의 얼굴로 헤헤 웃었다.
“할아버지의 기쁨이 제 기쁨이에요. 더 정진해서 할아버지를 행복하게 해드릴래요!”
드뷔시 자작은 하하, 웃으며 할아버지를 쳐다봤다.
“하여간에 공작님께선 무슨 복으로 저런 손녀를 두셨는지.”
“시끄럽다.”
말은 그렇게 해도, 할아버지의 입꼬리는 실룩거리고 있었다.
다시 한번 큼, 헛기침한 할아버지가 내게 무언가를 건넸다.
화려한 편지 봉투였다.
“태양회에서 널 초대했다.”
“저를 어째서 초대했을까요……?”
할아버지는 입매를 우그러뜨리며 중얼거렸다.
“송신 도둑놈들 중에 그 꼬맹이들이 있었던 게지.”
태양회의 초대가 영 마음에 들지 않은 표정이었다.
“가고 싶지 않으면 가지 않아도 좋다.”
‘그럴 리가.’
엄청나게 가고 싶다.
말했다시피 태양회는 각국의 황자, 왕자, 왕손으로 이루어진 조직이었다.
유혜민의 세계로 따지면 정재계의 0.1퍼센트들과 인맥을 쌓을 기회인데 마다할 리가 있겠는가?
“아스트라의 체면이 상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해서 다녀오겠습니다.”
“…….”
그런데 할아버지의 표정이 이상했다.
‘지금까지 태양회에 초대된 3세는 나 하나뿐인데 별로 기뻐 보이지 않네?’
태양회에서 초청하는 사람은 거의 정해져 있다.
제국의 아이들 중에선 현재 최연소 원화로, 동군을 맡고 있는 세바스티아 비페리가 유일하다.
‘내가 초청된 걸 알면 비페리 공작가에서 난리가 날 테니 기뻐하실 줄 알았는데?’
할아버지에겐 원수가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비페리 공작과는 최고로 사이가 나쁘다.
말하자면, 라이벌 같은 관계랄까.
엄청난 권력가인데다가 동년배, 거기다가 성품마저 비슷해서 서로를 보면 물어뜯기 바빴다.
할아버지는 인상을 찌푸리곤, 날 힐끔 쳐다봤다.
“그 나이대의 애송이들은 눈에 보이는 것에 환장하기 마련이다.”
“네?”
“그러니까, 너는 나를 닮아서 꽤 예쁜……!”
“……?”
“…….”
할아버지가 갑자기 입을 딱 다물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역정을 냈다.
“어쨌든! 정신 나간 애송이가 별 시답지 않은 소리로 널 꼬드기려 하면 멱을 따! 알겠어?!”
“…….”
“태양회의 애송이들은 천지 분간 못하기로 유명하니까.”
“네.”
대답하자, 할아버지는 마뜩잖은 시선으로 말을 이었다.
“돌아가도 좋다.”
“좋은 저녁 되세……요?”
인사하려다가 드뷔시 자작과 눈이 마주쳤다.
드뷔시 자작은 볼을 부풀린 채 손마디로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푸핫!”
“오베릭 드뷔시.”
할아버지가 음산하게 불렀으나, 드뷔시 자작은 낄낄거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3살 때부터 익숙한 광경이었던 터라 나는 어색하게 웃고, 마저 인사했다.
“가보겠습니다.”
그러고 방을 나오자마자, 할아버지가 드뷔시 자작에게 무언가 집어 던지는 소리가 났다.
으하하하하하학! 학학!
언제나처럼 드뷔시 자작의 웃겨 죽는다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하여간에 공작님은……. 벌써 약혼 얘기가 나올까 봐 기분이 상했다고 하시면 될…… 악!”
“오늘은 기필코 네 놈의 관짝을 맞춰주마.”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 *
이튿날, 아침.
나는 가족들의 마뜩잖은 표정을 보고서 한숨을 내쉬었다.
“가서 오늘 자고, 내일 온다니까.”
발자크가 매우 어두운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승부가 끝난 지 24시간도 안 됐는데 쉬지 않고 왜 그딴 곳에 가?”
“그딴 곳이 아니라 태양회잖아.”
요슈아 또한 아주 탐탁지 않은 표정이었다.
“태양회에서 널 초대한 게 수상해.”
“원래 귀족 아이들을 초청하곤 하잖아?”
“세바스티아 비페리도 태양회에 초청받은 첫해에 약혼 얘기가 나왔어.”
“귀족들은 내 나이 무렵이면 약혼 얘기가 오가는걸.”
태어나기 전부터 가문끼리 혼약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리시먼드의 표정까지 어두웠다.
“정말로 같이 가지 않아도 되겠어?”
“초청객이 데리고 갈 수 있는 귀족은 한 사람뿐이잖아.”
“호위로라도.”
“호위로는 다른 사람이 같이 갈 거야.”
“칼리?”
이그리츠 쪽에서 가긴 하지.
‘칼리는 아니지만.’
“뭐…….”
나는 시선을 피하는 것으로 말을 돌렸다.
그런데 내 시선 끝에 걸린 아빠의 표정이 매우 흉포했다.
“행여나 태양회의 놈들이 헛수작을 부리면…….”
태양회에 참석한다는 말을 한 뒤로 난 아빠와 오라버니들에게 엄청난 주입식 교육을 받았다.
“알겠어? ‘정말이지 아름다우십니다’ 따위의 말을 하는 놈이 있으면 그냥 배를 찔러!”
“혹시 ‘통신석의 코드를 알 수 있을까요?’라고 지껄이는 자가 있다면 목을 찌르는 거야, 에릴로트.”
“만약에 ‘단둘이 식사를 하고 싶다’고 하는 영식이 있다면 이동석으로 저 멀리 오지에 떨어뜨리면 돼.”
“용! 용을 데려가라!”
태양회에 라곤을 끌고 가는 순간, 회장은 초토화가 될 텐데…….
“마차를 타고 가. 절대로 혼자 있지 말라는 소리야.”
요슈아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응. 절대로 혼자 있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내가 혼자 있고 싶어도 무리일 텐데.’
난 뒤를 힐끗 쳐다봤다.
“에릴로트, 빨리! 빨리 출발하자!”
문이 열린 마차 안에서 리앙틴이 들썩거리고 있었다.
마차 주변으로 엄청난 숫자의 데콘스(리앙틴의 부친) 관할령 고용인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데콘스 숙부는 아빠를 엄청나게 무서워하면서도, 데이몬드 관할령까지 쫓아와선 리앙틴을 챙기고 있었다.
“이불 조각! 이불 조각은 챙겼나? 리앙틴은 그게 없으면 잠을 못 잔단 말이다!”
“리앙틴, 태양회 분들께 인사를 드릴 때는 평소보다 고개를 15도 더 숙여야 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숙모마저.
‘누가 보면 이민 가는 줄 알겠다.’
리앙틴의 짐마차만 무려 3대였다.
마차 한 대에 짐을 전부 실은 나와는 딴판이다.
‘리앙틴을 데려가기로 한 게 과연 잘한 걸까…….’
그렇다.
나는 데려갈 사람으로 리앙틴을 골랐다.
‘누구 한 사람은 꼭 데려가야 했는데, 리앙틴이 딱이었거든.’
낭심 깨뜨리기가 취미인 세 오라버니들은 데려갈 수 없다.
태양회에서 무슨 짓을 하면 정말로 큰일이니까.
그렇다고 사이 나쁜 사촌들에게 태양회와 인맥을 틀 기회를 줄 순 없었다.
친한 사촌이라곤 디오네라와 리앙틴이 전부인데, 디오네라는…….
“인사법? 어, 으음, ‘광명을 누르소서’ 하고…….”
“탈락.”
제대로 된 인사법은 ‘광영을 누리소서’다.
제국어가 아니라 대륙 공용어라서 발음이 매우 어렵긴 하지만…… 좀 그래.
인사도 못하면 뱀 같은 각국의 후계자들이 아스트라를 우습게 볼 거다.
그래서 선택된 게 리앙틴이었다.
나는 가족들에게 손을 흔들고서 마차에 올랐다.
“리앙틴! 무슨 일이 있으면 곧장 아비에게─”
쾅!
리앙틴은 데콘스 숙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문을 닫았다.
“…….”
그러곤 마부석 쪽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출발해! 빨리!”
리앙틴은 엄청나게 신이 나 있었다.
사촌들에게 기를 못 펴던 리앙틴이 무려 태양회에 가게 되었다. 신이 날 수밖에 없을 터다.
나는 픽 웃고, 서류를 들췄다.
그러자 리앙틴이 물었다.
“그게 뭐야?”
“태양회 참석자들의 신상 명세야.”
미켈란과 콘라드가 조사해준 거지.
리앙틴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쳐다봤다.
“뭐야…….”
“왜?”
“난 네가 운이 좋아서 뭐든 잘하는 줄 알았는데, 너도 준비를 하는구나.”
“당연하지.”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는 건 첫 번째 삶에서부터 쌓아둔 버릇이다.
그때의 나는 정말로 아무것도 없는 아스트라의 천덕꾸러기였다.
그런 천덕꾸러기가 어떻게 7서열권 안에 들었겠는가.
‘힘이 부족하면 이로 물어뜯고, 사람이 없다면 나 혼자서 2인분, 3인분을 했어.’
이번 삶에서도 그랬다.
눈알이 빠지게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
아빠와 오라버니들이 그러다가 탈이 날 거라고 말릴 정도로.
그럴 때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랜턴을 켜서 책을 봤다.
지금도 1년의 300일쯤은 하루에 5시간도 자지 못한다.
난 최선을 다했다. 살아남기 위해서.
‘그러니까 이번 삶에선 기필코 안온한 삶을 손에 넣겠어.’
내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들을 부숴버리고.
* * *
태양회의 주최지이자 제국의 서남부 국경지대인 칼소이에.
서남부 국경성 정원의 테이블엔 세 명의 소년이 앉아 있었다.
“항상 별다를 게 없는데, 매년 모이는 이유가 뭐야.”
한쪽 눈을 가린 청색 머리칼의 소년이 지루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러자 은발의 소년이 책장을 넘기며 미소 지었다.
“우리가 모이는 것만으로도 각국의 황실, 왕실에선 위세를 과시할 수 있으니까?”
“지겨워죽겠네.”
그 말에 귀여운 인상을 가진 캐러멜색의 머리칼을 가진 소년이 쿠키를 들며 말했다.
“영애들과 어울리면 되잖아. 형님의 모후께서 아직도 약혼자가 없다는 것에 고민이 많으시다면서~.”
청색 머리칼의 소년. 그러니까 팔라사 왕국의 장자인 아딘이 인상을 썼다.
“말 한마디만 걸어도 ‘세상에, 아딘 왕자님께서 내게 관심이 있으신 것 같아요!’ 하며 난리를 칠 텐데, 무슨.”
캐러멜색의 머리칼을 가진 귀여운 인상의 소년이 생글생글 웃으며 턱을 괴었다.
“그렇게 착각하는 것도 그 애들의 귀여운 점 중 하나지~.”
“어디가?”
“머릿속이 꽃밭인 점이 말야~.”
“말 좀 질질 끌지 않을 수 없어? 그러니까 징그럽다는 소리를 듣는 거야, 체자레.”
“아딘 형님은 그래서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는 거겠고~.”
왕자들의 시중을 들던 모 백작가의 영애가 마른침을 삼켰다.
저들은 작은 폭군들이었다.
오만하고, 사나우며, 흉포한 자들.
저들에게 아주 작은 실수를 한 기사는 피투성이가 되어서, 머리채가 잡힌 채로 질질 끌려 나갔다.
태양회의 멤버 외엔 오직 비페리 공작 영애 정도나 사람 취급을 받는다.
그렇다고 정중한 건 아니었다.
‘혈통이 그쯤 되니 상대 정도는 해주겠다’ 쯤의 태도일 뿐.
“영애.”
체자레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하자 영애의 어깨가 흠칫, 솟아올랐다.
“예, 예, 왕자님…….”
“모친이 칼소이에 제국의 귀족이라고 했던가~.”
“그, 그렇습니다.”
“용을 가졌다는 아스트라 공작의 손녀는 어떤 사람이야?”
“아, 아스트라는 폐쇄적인 일족입니다. 그래서 알려진 바가 많지 않고요.”
“그래?”
체자레는 “흐음.” 신음하며 찻잔을 들었다.
‘무사히 넘어갔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체자레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영애는 별로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걸.”
“예?!”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은 싫어해. 아딘 형님이~.”
영애가 딱딱하게 굳어진 얼굴로 아딘을 쳐다봤다.
아딘의 눈초리가 날카로웠다.
시체처럼 굳어진 얼굴로 영애는 더듬더듬 말했다.
“아, 아스트라는, 그러니까, 에릴로트 아스트라 양은…… 아! 최근에 백합 정원 파티에 참석했다고 하고, 파앙테 영애와 친하게 지내는 것 같은…….”
아딘이 인상을 찌푸리고 손을 가볍게 저었다.
“쓸모 없는 말이군. 끌어내.”
그러자 기사들이 영애를 붙잡았다.
체자레가 생글생글 웃었다.
“영애를 ‘콜로세움’으로 모시렴.”
콜로세움.
그건 이 작은 폭군들이 지루한 태양회를 버티도록 만드는 취미였다.
귀족들끼리 목숨을 건 싸움을 붙이는 것이다.
승리하는 자는 태양회에 계속 참석할 수 있고, 패배하는 자는 지독한 꼴을 당했다.
“왕자님! 왕자님! 제발 기회를……! 알아 오겠습니다, 왕자님!”
백작 영애가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며 끌려갔다.
아딘은 하품을 하며 몸을 일으켰다.
“지루해서 못 있겠네. 콜로세움 전투가 시작하면 불러라.”
은발의 미소년이 책을 덮고 그를 쳐다봤다.
“어디 가게?”
“잠이나 자련다.”
그러자 체자레 또한 아딘을 쫓아서 일어났다.
“같이 가~.”
은발의 미소년이 “하여간.”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딘과 체자레가 함께 정원을 벗어났다.
체자레가 아딘에게 물었다.
“에릴로트 아스트라가 다른 멤버들이 관심을 가질 정도로 괜찮은 영애야?”
“너도 봤잖아.”
“난 어제 영상 송신을 보지 않았는걸. 방에서 쉬었다고~.”
“그랬나. 뭐, 실력은 확실히……. 크리스토퍼의 말로는 예쁘다고도 하던데.”
“송신을 빼앗아 온 거라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을 텐데?”
“여자에 미친 놈이 뭔들 못 알아볼까.”
체자레가 쿡쿡 웃었을 때였다.
근처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앙틴 언니, 그러다가 넘어져.”
“빨리 와, 빨리!”
금발의 긴 곱슬머리를 가진 소녀가 저 멀리 뛰어가는 여자아이를 보고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얼마나 신난 거야…….”
그렇게 말한 소녀는 가볍게 머리를 쓸어올렸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봤는데…….
소녀와 눈이 마주친 아딘과 체자레가 딱딱하게 굳어지고 말았다.
‘뭐, 뭐야, 쟤는.’
‘와…….’
기다란 속눈썹이 깜빡, 위아래로 흔들리며 보석처럼 아름다운 붉은 눈동자가 선명히 드러났다.
온갖 아름다운 이들을 모아놓은 태양회에서도 저런 외모는 본 적이 없었다.
보는 것만으로 압도되는 절대적인 미.
현실성이 없는 외모의 소녀가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