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20)
이 3세는 악역입니다 120화.(120/390)
120화.
그 시각, 서남부 국경성.
태양회의 소년들이 새파래진 얼굴로 병동을 찾았다.
막 에릴로트의 병실로 들어가려던 순간, 문이 열리고 성주인 킬롭스 백작이 나왔다.
“들어가셔선 안 됩니다!”
킬롭스 백작의 말에 살바토레 황자가 인상을 찌푸렸다.
“비켜.”
“전하, 아스트라 백작 영애의 상태는 불안정합니다. 자극했다간 용이 더 흉포해질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 상태를 확인해 보겠다잖아.”
살바토레가 문고리를 잡자, 누군가 그의 어깨를 거칠게 잡았다.
아딘이었다.
잔뜩 화가 난 얼굴의 그가 살바토레를 쏘아봤다.
“여기서 또 사고 치지 말고 가만히 있어.”
“이 상황에서도 계집애에게 빠져 허우적대는 꼴, 추하지 않나, 아딘.”
“추해? 내가? 알량한 자존심에 상황을 이따위로 몰고 간 네가 아니라?”
“아딘.”
“이제 어쩔 거야!”
아딘이 버럭 소리쳤다.
서부 원화전을 지켜본 자들은 마룡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다.
살바토레가 짓씹듯 대답했다.
“황궁에서 이동의 가호를 가진 이들을 보내 줄 거야. 너희는 자국으로 돌아가고─”
그러자 체자레 왕자가 서늘한 실소를 흘렸다.
“그렇지, 그게 안전하지. 우리 꼴은 우습게 되겠지만~”
체자레가 빈정댔고, 아딘이 동조했다.
“왕족인 우리가 귀족이 소유한 용이 무서워 달아나는 꼴이 정말 추한 것 아냐?”
“이제 그런 생각이 드는데. 제국이 아스트라의 용이 얼마나 막강한지 선전하기 위해 우리를 이용했다는 생각?”
동제국 라온트라의 메르세데스 황자 또한 인상을 찌푸렸다.
라온트라는 칼소이에와 마찬가지로 칭제한 나라다.
동제국 라온트라의 황자가 서제국 귀족 영애의 용이 두려워 도망치는 꼴을 보일 수는 없었다.
“우리 군사들을 국경 안으로 들여야겠어.”
“미친 소리란 걸 몰라?!”
살바토레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그렇지 않아도 부황의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상태였다.
용이 날아오는 것만으로도 상황을 걷잡을 수 없는데, 타국의 군을 제국 안에 들여?
황궁이고, 귀족들이고 전부 뒤집어질 것이다.
하지만 메르세데스 황자는 완고했다.
“도망치는 꼴은 안 돼. 에릴로트 아스트라의 용을 토벌하는 한이 있더라도.”
“토벌……. 헛소리하지 마, 메르세데스.”
동제국 라온트라가 용을 토벌하게 되면, 저들의 군사력을 칭송하는 자들이 나올 것이다.
타국이 상승하는 계기를 줄 수 없다.
그러자 아딘이 고함을 내질렀다.
“그러니까 왜 상황을 이렇게 몰고 가느냔 말이야!”
“너희 모두 아스트라 공작가를 압박하는 데에 동의했어!”
아스트라가 들고일어나면, 모두가 합심해 찍어 누르려고 했다.
지친 아스트라에서 에릴로트 아스트라를 내놓을 때까지.
모두가 그 엄청난 용을 이용할 수 있도록!
언제나 침착하던 메르세데스 황자의 표정이 구겨졌다.
“용까지 몰고 오라고 한 적은 없어! 당초 계획이 어그러졌으면 가만히 있었어야지, 왜 아스트라의 혈족을 번번이 겁박했냔 말이야!”
“…….”
“네 알량한 자존심이 상했다고 그리 위협하니, 열 살밖에 안 된 애가 불안할 수밖에……!”
“저 애는 고작 그런 위협에 불안해할 만한 성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네 판단이 틀렸군. 그럼 잘못 판단한 대가를 치러야겠지.”
“그러니까 확인을 해 보겠다는 거야. 정말로 마력이 불안정해서 용을 끌고 오려는 건지, 아니면─!”
그마저 거짓인지.
‘에릴로트 아스트라의 본래 성격이라면 이 정도 일에 불안해졌을 리 없다.’
그러자 다른 소년들이 조용해졌다.
“거짓?”
“마력이 불안정해서 용을 불러낸 게 아니라, 거짓으로 우리를 협박했다고?”
소년들이 중얼거렸다.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던 크리스토퍼 왕세손이 쯧, 혀를 찼다.
“아무것도 안 하셔도 돼요.”
“이건 또 무슨 소리…….”
“중재하지 않고 그저 얌전히 계시면 된다는 거예요.”
“태양회가 파탄 날 때까지 말이지.”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더니.’
그래서 손을 잡았건만…….
어쩔 수 없다.
이미 손을 잡아 버렸으니, 한 마디 정도는 도울 수밖에.
가볍게 한숨을 쉰 크리스토퍼가 말했다.
“그 말에 책임질 수 있나, 살바토레?”
“…….”
“이 일이 사고가 아니라, 개인의 악의로 일어난 일이라면 우리는 에릴로트 아스트라에게 책임을 물 것이다.”
“…….”
“각국의 후계자들을 위협했으니, 물론 사형이겠지.”
“…….”
살바토레가 이를 악물었다.
‘사형은 곤란하다.’
제국의 귀족 아이가 용을 소유했다는 것만으로도 전쟁이 끊겼다.
앞으로도 이용 가치가 무궁무진한 아이.
‘폐하의 의중을 모르는데, 사형이 거론되게 할 순 없어.’
살바토레가 입을 다물자, 크리스토퍼는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돌아가서 본국으로 귀환할 준비를 하자.”
“귀환은 안 된다니까.”
다른 소년들이 울컥 소리쳤다.
“방법 있어? 방법 없이 귀환만 안 된다고 하면 어쩌자는 거야! 동제국 군사들이 올 때까지 우린 가만히 있으라고? 서제국의 국경을 넘어올 수는 있고?”
“아딘!”
“그만 좀 싸워라~ 이 상황에도 이 지랄인 걸 보면 다들 머리가 돌아 버린 것 같지만.”
“체자레, 너나 입 다물어.”
소년들이 싸우기 시작하자, 크리스토퍼는 “자, 자.” 하며 손을 들었다.
“당장 귀환하자는 게 아니야. 용이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있을 테니, 그 전에 칼소이에 제국에서 뭔가 조치를 하겠지.”
“…….”
“정 위험해지면 그때 귀환하자는 소리다.”
“…….”
“물론 ‘정 위험해졌을 때’는 타국에도 용 토벌에 나설 기회를 줘야겠지.”
겨우 소년들이 진정되었다.
살바토레는 이 와중에도 ‘타국 군을 들일 수 없다’고 소리칠 만큼 아둔한 녀석은 아니었다.
살바토레 황자를 노려본 소년들이 각자 발길을 돌렸다.
크리스토퍼는 흘낏 병실을 쳐다봤다.
‘훌륭하게 개판이 났네.’
하여간에 대단한 애라니까.
* * *
한지혁은 문에 귀를 바짝 대고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포즈, 너무 웃긴데.”
침대에 앉아 있던 내가 말하자, 한지혁이 손을 흔들었다.
“이제 저놈들 간다.”
“어땠는데.”
“개싸움이지 뭐.”
한지혁이 히죽히죽 웃으며 다가왔다.
“자존심 때문에 도망은 못 치겠고, 근데 무섭긴 하고. 크, 재수 없는 놈들이 동동거리니까 진짜 재밌네.”
“너도 태양회가 싫어?”
“난 원래 잘사는 놈들은 다 싫어해. 잘사는데 잘생기기까지 하면 더 재수 없고.”
“……잘났다, 정말.”
한지혁은 기분 좋은 얼굴로 의자에 앉았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
“뭘.”
“라곤 말이야. 진짜로 불러와?”
“아니지. 상공만 좀 날게 해. 사람들이 많이 볼수록 좋고.”
타인의 두려움은 곧 나의 힘이 된다.
이제 황족이고, 귀족이고 날 쉽게 건드릴 수 없을 것이다.
불안정해지면 용을 불러온다는데 뭘 어쩌겠어?
내가 음산하게 웃자, 한지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더니 곧 손을 내밀었다.
“줘.”
“뭘.”
“이동의 가호석.”
“왜?”
“라곤의 둥지에 다녀오라며?”
나는 한지혁의 손바닥을 찰싹, 내리쳤다.
“아!”
“말 타고 30분이면 가는데, 이동의 가호석은 무슨! 이걸 무한정 사용할 수 있는 줄 알아?”
사용 횟수가 제한되어 있다.
가뜩이나 장거리를 많이 다녀서 언제 깨질지 모르는데.
“치사하네, 진짜.”
한지혁이 이마를 문지르며 말했다.
“한두 번이 아니니까 그렇지. 너, 요새는 상점가에 다녀오래도 이동의 가호석을 쓰겠다고 하잖아.”
나도 바쁘지 않을 때는 하루 종일 마차에 있다시피 하는데.
몇 번 주니까, 이제는 정말 가호석을 펑펑 쓰려고 한다.
“칫…….”
한지혁은 투덜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난 다시 병상에 얌전히 누우며 말했다.
“왜 나가냐고 경비병이 물으면, 아스트라에 편지를 전해 주러 간다고 해.”
“예, 예.”
한지혁이 나가자, 창틀에 기대서 서 있던 알렉시스가 날 빤히 쳐다봤다.
나는 흘낏 그를 쳐다봤다.
“왜?”
“두 사람, 엄청 친해 보여서.”
“응. 어려서부터 봤으니까.”
“네가 사기꾼이었던 한 지헤크(한지혁의 이 세계 이름)를 데려왔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그렇다고 해도 너무 격의 없지 않나?”
“뭐…….”
한지혁과 내게는 같은 ‘서울 사람’이라는 동지애가 있었다.
‘차원 이동자인 게 같고, 같은 20대였어서 서로 엄청 편하지…….’
한지혁이 날 아끼는 것도 그 이유였다.
우리는 그 동지애 덕분에 외딴섬에 홀로 떨어진 것 같지 않으니까.
하지만 거기까지는 알렉시스에게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난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그냥 좀, 음…… 처음부터 아가씨와 하인으로 만난 게 아니라서 편한가 봐.”
“…….”
“너랑 나처럼.”
알렉시스가 날 빤히 쳐다봤다.
난 슬그머니 눈을 돌렸다.
알렉시스는 “뭐, 됐어.” 하며 창틀에서 떨어졌다.
문밖을 지키려는 모양이었다.
문고리를 잡던 그가 나를 힐끔 돌아봤다.
“뭘 숨기는진 모르겠지만, 나중에라도 말하고 싶어지면 말해.”
그러곤 문밖으로 나섰다.
“……하여간에 귀신이라니까.”
누가 <빙.흑.손>의 남주 아니랄까 봐 눈치 하나는 엄청 빠르다.
‘말할 수 있을까?’
이불을 끌어 올리며 생각했다.
‘없을 것 같은데.’
나는 내가 영악한 것을 알고 있다.
과하게 안전 제일주의란 것도.
‘크리스토퍼에게 알렉시스의 정체를 밝힐 수 있던 것마저 첫 번째 삶에서 크리스토퍼의 성정을 직접 겪었기 때문이고.’
알렉시스가 달리아를 사랑할 가능성이 단 1프로라도 있다면, 절대로 말할 수 없었다.
달리아와 한편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고, 무엇보다…….
‘달리아 주변의 누군가가 날 지옥에 빠뜨리려던 놈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난 “음.” 신음했다.
* * *
몇 시간 후.
나의 라곤이 국경의 상공에 나타났다.
당연히 백성들, 귀족들, 태양회의 소년들까지도 뒤집어졌다.
특히 백성들의 공포는 상상을 초월했다.
라곤을 이 근처 동굴에 두었을 땐, 먹구름을 타고 이동했다.
백성들이 라곤을 보고 두려워하지 않도록.
그러니 사람들은 용을 처음 보게 되었으니, 얼마나 두렵겠는가.
결국, 황제는 최후의 수단을 사용했다.
‘할아버지를 국경성으로 보냈거든!’
아스트라 공작의 등장에 태양회의 소년들과 이곳에 초청된 타국 귀족들이 잔뜩 긴장했다.
할아버지는 그들을 신경도 쓰지 않고 내 병실로 곧장 들어왔다.
“이곳에 계십니다!”
국경성의 성주가 할아버지를 안내한 모양이었다.
“그래. 나가 봐라.”
“예? 아, 예…….”
할아버지와 인맥을 틀 기회라고 여기고 기뻐하던 킬롭스 백작은 매우 아쉬운 표정이었다.
그가 터덜터덜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있던 나는 빼꼼 얼굴을 내밀었다.
“할아버지, 오셨어요?”
함께 온 드뷔시 자작과 가신들이 멀쩡한 나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아,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할아버지는 나를 보자마자, 입매를 실룩였다.
그러곤…….
“크하하하핫!”
드물게 폭소를 터뜨렸다.
“그래, 괜찮을 줄 알았지. 훨씬 어릴 때도 감정을 그리 잘 다스리던 녀석이었는데.”
“네! 태양회가 아스트라를 노리는 것 같아서 돌려준 거예요!”
“덕분에 황제, 그 재수 없는 인간이 내게 비는 꼴을 보았다.”
기분이 엄청나게 좋더라니, 황제의 자존심이 박살 났나 보다.
나는 이불 속에서 나와서 할아버지를 쳐다봤다.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물었다.
“기쁘세요? 할아버지가 기쁘다면 저도 좋아요!”
할아버지는 커흠, 헛기침했다.
드뷔시 자작은 픽 실소를 흘리고 고개를 저었다.
“예뻐 죽겠으면 그냥 좀 안아 주십시오.”
“시끄러워. ……뭐, 태양회에서 다른 일은 없었고?”
할아버지가 은근한 목소리로 물어서 나는 부러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엄청 귀찮게 하고, 자꾸 건드리고……. 저를 노리고 리앙틴 언니를 괴롭혔어요!”
내가 손발을 다 써 가며 일러바치자, 할아버지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랬단 말이지.”
“네!”
“네가 귀찮았던 만큼, 아니, 그 백 배로 돌려주마.”
할아버지는 결코 말을 바꾸는 사람이 아니었다.
‘태양회 놈들, 모국으로 돌아가면 엄청 곤란해지겠네?’
나는 속으로 낄낄 웃었다.
그러나 겉으론 “와!” 하며 팔을 번쩍 들었다.
“역시 우리 할아버지가 제일 멋진 거죠?”
“……뭐?”
“태양회에서도 다들 자기가 제일 멋진 줄 아는 거예요. 그런데 아니죠? 할아버지가 세상에서 제일 멋진 거지요?”
내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말하자, 할아버지의 눈이 동그래졌다.
드뷔시 자작은 “하여간에 복은 많으셔서…….” 하며 떨떠름한 표정으로 할아버지를 흘겨봤다.
할아버지는 몇 번이나 헛기침하곤 말했다.
“뭐, 네 눈엔 그리 보이나…….”
“네!”
“참 나, 눈이 높아서 시집은 어찌 갈지.”
그러곤 은근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것이다.
“이거 평생 끼고 살아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는구나.”
할아버지의 입꼬리가 실룩, 올라갔다.
음, 내가 아주 귀여우신 모양이었다.
이게 바로 불꽃 처세술이란 거지.
나는 남몰래 씩, 웃고서 생각했다.
‘이제 마무리만 남았다.’
할아버지가 병실에 도착하고 30분 뒤.
라곤이 막 국경성에 나타났다.
그와 비슷하게 황군들 또한 도착했고, 난 그들이 토벌을 시작하기 전에 서둘러 성문 쪽으로 나섰다.
‘송신용 마도구 천지네.’
지구였다면 드론쇼를 하는 줄 알겠다.
하긴, 후계자들이 모여있는 곳에 용이 나타났으니 각국에서 기겁했을 거다.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서둘러 송신용 마도구를 띄운 것이겠지.
그때, 사람을 싫어하는 라곤이 “크아아악!” 울부짖었다.
‘아이고, 이러다 정말로 흥분하겠다.’
세바스티아가 황군에게 다가갔다.
“기다리세요.”
“동군 원화! 하지만 이대로라면……!”
“날 믿고 기다려요. 아스트라 백작 영애가 진정되었으니, 용도 잠잠해질 거예요. 함부로 나섰다간 상황이 더 복잡해질 수 있어요.”
세바스티아는 나와 미리 얘기한 대로 황군을 진정시켰다.
‘좋아, 그럼.’
“라곤!”
나는 두 팔을 활짝 펼쳤다.
금세라도 인간들을 죄 삼켜버릴 것 같던 라곤이 멈칫, 나를 돌아봤다.
“미안해. 내가 불안해서 놀랐지?”
크륵.
크르륵…….
라곤이 이전보다는 얌전하게 내게 날아왔다.
나는 라곤의 커다란 얼굴을 툭툭, 두드려주었다.
“옳지, 착하다.”
흉포하던 용이 마치 애교를 부리듯 끙, 울자 사람들은 기함했다.
나는 라곤의 얼굴을 끌어안았다.
물론 내 품엔 코도 다 들어오지 않았지만.
“아무도 날 위협하지 않았어. 흥분하지 않아도 돼, 라곤.”
즉, 나를 위협하면 이 엄청난 용이 흥분할 거란 소리다.
그렇게나 오만하던 태양회의 소년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
“…….”
“…….”
나는 그들을 힐끗 쳐다보며, 입꼬리를 끌어당겼다.
세바스티아도 새파랗게 질린 태양회를 보고 매우 흡족한 모양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꿀맛이네.’
난 라곤에게 얼굴을 문지르며 킥킥 웃었다.
* * *
태양회 사건이 일단락되었다.
할아버지는 내 안정을 핑계로 나와 리앙틴을 먼저 돌려보내기로 했다.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방 밖이 소란스러웠다.
“저, 아스트라 백작 영애는 안정을 취하셔야 해서…….”
“그래서 날 가로막겠다고?”
“정말이지 예의가 없네~. 제국에선 고용인을 그렇게 가르치나 보지?”
“비켜!”
“아스트라 백작 영애를 만나야겠어.”
“물러서라.”
태양회 놈들의 목소리였다.
나는 쯧, 혀를 찼다.
‘저것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물론, 전처럼 나를 자극하려는 건 아니겠지만.
도리어 나와 친해지려는 모양이었다. 돌아가려는데 선물을 잔뜩 보내왔거든.
‘아마 내가 반응이 없어서 직접 보러 온 모양이지.’
나는 한숨을 내쉬고 문을 살짝 열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누가 내 손녀의 안정을 방해합니까.”
서늘하고도 위압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할아버지의 등장이었다.
‘이제 너희가 박살날 예정이로구나.’
할아버지가 화가 나면 나보다 더 무섭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