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3)
이 3세는 악역입니다 13화.(13/390)
13화.
* * *
나와 아버지는 마차를 타고 성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내내 아버진 나를 보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보면 좀 부담스러운데.’
나는 민망해져서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그런데 아버지가 다급히 내 손을 잡았다.
깜짝 놀라서 눈이 동그래지니 아버지는 말했다.
“덧난다.”
난 상처에 약을 발라 둔 상태였다.
그걸 꼬질꼬질한 어린애 손으로 만지려고 하니, 못 하게 하려고 한 모양이다.
“녜!”
나는 손을 얼른 내려놓고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상처가 가려우냐.”
“아녀. (아니요.)”
“아픈 데는.”
“엄써.”
“……그래.”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앞으론 그런 짓은 하지 마.”
“그치만 아밤미하테…….”
“내게 필요해도 하지 마.”
“…….”
내가 시무룩해져서 손가락을 꼼지락꼼지락 매만지니, 아버지의 눈이 가늘어졌다.
“대체 너 같은 어린애가 왜 그런 짓을 하는 거야.”
“으음…….”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골랐다.
바깥을 슬쩍 보고,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겠다 싶어서 속삭였다.
“나, 아밤미 아기 아니니까.”
“……뭐?”
“에리로뜨, 잉간 아녜요. 만들어진 고예요. 그니까 아밤미랑 이쓰려면 여씸미 해야 해. (에릴로트, 인간 아니에요. 만들어진 거예요. 그러니까 아버님이랑 있으려면 열심히 해야 해요.)”
내가 진짜로 열심히 할 테니까, 버리면 안 돼?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어필하는데, 아버지의 표정이 굳어졌다.
“누가 네게 그런 말을 했지?”
“사람드리…….”
아버지가 으득, 이를 갈았다.
화가 난 것 같아 보여서 나는 움찔 어깨를 모았다.
아버지는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네게 화가 난 게 아니야.”
“…….”
“내게 난 거지.”
‘왜?’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아버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넌 사람이다.”
“녜……?”
“내 딸이고.”
‘뭐?’
나는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어어─?!’
이 몸은 호문쿨루스가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혈육이라기엔 아버지는 별로 내게 관심이 없었고─
나는 귀족인데 가호도 없고─
또 인간이 아닌 제작된 몸이라면 이 세계에서 영혼이 들어오기 쉬울 테고.
‘그런데 내가 인간이라면, 아버지 딸이라면…….’
굉장해!
몸이 들썩들썩했다.
그렇다면 이제 버려질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거잖아.
아버지는 흥분해서 어쩔 줄 모르는 내 팔을 가볍게 잡았다.
“그렇게 흥분하면 또 다친다.”
“어, 그, 어어……!”
하지만 난 좀처럼 진정하지 못했다.
아버지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조명형의 작은 마도구였는데, 그걸 켜자 마차 안에 좋은 냄새가 풍겼다.
‘와.’
아기 냄새 같기도 하고, 들판에서 자란 허브 냄새 같기도 했다.
‘무슨 향이다’ 하고 명확하게 말할 수 없었지만, 따뜻한 느낌의 무척 좋은 냄새였다.
맡고 있으니 눈꺼풀이 무거워질 만큼.
“지금은 자 둬.”
나는 의자에 기대 스르륵, 눈을 감았다.
마지막 기억은 아버지가 나를 조심스럽게 눕히는 것이었다.
그런 손길은 처음이라서, 기분이 좋아진 나는 아버지의 커다란 손에 뺨을 문질렀던 것도 같다.
* * *
마차가 아스트라 공작성의 정문을 통과했다.
바퀴가 멈춘 뒤, 엔조는 문을 열어 주었다. 다른 기사들도 빼꼼, 고개를 내밀었는데 에릴로트는 잠들어 있었다.
“아이고.”
“피곤하셨을 만도 하지.”
“어린 아가씨가 용감도 합니다.”
하하, 웃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데이몬드는 짙은 시선으로 그들을 둘러봤다. 아이를 깨우지 말라는 듯한 눈빛에 병사들이 헙, 입을 다물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엔조의 말이었다.
“됐어.”
아이를 안고 내린 건 데이몬드였다.
엔조는 병사들에게 병영으로 돌아가란 명령을 내린 후, 데이몬드의 곁에 따라붙었다.
“아가씨가 많이 애쓰셨습니다. 어떤 아이라도 오늘 아가씨 같은 일은 못 했을 테지요.”
“알아.”
“대체 무슨 이유로 그런 일을 하셨을까요.”
“본인이 인간이 아니라더군. 만들어졌으니 노력해야 내 곁에 있을 수 있다고.”
“예?!”
엔조의 목소리가 커지자, 에릴로트가 “으으응…….” 하며 뒤척였다.
그는 헙, 하고 얼른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아이가 여전히 잠에 빠져 있는 것을 확인한 뒤에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체 누가 아가씨께 그따위 소리를.”
“빌어먹을 형제들이겠지. 헛소문 퍼뜨리는 것에 혈안이니.”
엔조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런 소문을 퍼뜨렸는지는 알겠다.
데이몬드는 에릴로트가 태어나기 2년 전에 출정했다.
그토록 험한 전장에서 아이를 만들었을 리 없으니, 어디서 ‘제작’된 것이라고 떠들었겠지.
데이몬드가 딸에게 편지 한 장 부치지 않아서 더욱 소문에 힘이 실렸을 테고.
‘개자식들.’
엔조가 인상을 찌푸리고 데이몬드를 쳐다봤다.
“장군께서 아가씨께 편지를 부치지 않은 이유는 말씀하셨습니까.”
“…….”
“지키기 위해서 연락할 수 없으셨잖습니까.”
데이몬드는 멀리 전장에 있었다.
누군가 아이를 노려도 지켜 줄 수 없는 곳에.
그랬기에 편지 한 장 부칠 수 없었다.
데이몬드가 에릴로트를 신경 쓰는 내색을 했다면, 형제들은 그의 약점이 아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형제들이 데이몬드를 압박하기 위해 아이를 어떻게 했을지 알 수 없다.
그랬기에 오히려 관심이 없는 척, 흉악한 손길을 뻗쳐 봐야 소득이 없다는 것을 보여야 했다.
“관할령이 아닌 아스트라 성으로 곧장 귀환하신 건 아가씨를 보기 위해서가 아닙니까.”
“……시끄러워.”
데이몬드는 아이를 방으로 데려갔다.
침대에 누인 그가 아이를 빤히 쳐다봤다.
“이제 나 안 기찮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치맛자락을 그리 세게 쥔 주제에 이 녀석은 웃었다.
미움을 사지 않으려고.
데이몬드가 헝클어진 아이의 머리에 손을 뻗었다.
그러나 상처투성이 손은 희고 고운 얼굴에 닿지 못하고, 거두어졌다.
“으으응.”
대신에 뒤척이는 아이에게 이불을 덮어 줬다.
* * *
잠에서 깬 나는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몽롱하던 정신이 점차 선명해졌다.
‘응?’
정신이 맑아지자, 여기가 내 방이란 게 보였다.
어제 마차에서 스르륵 잠들었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가 여기로 데려다준 모양이다.
순간, 어제 나눈 대화가 번쩍 떠올랐다.
“넌 사람이다.”
“녜……?”
“내 딸이고.”(과거)
‘……!’
맞아, 그랬어!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다시 생각해도 가슴이 벅차다.
‘가짜 딸, 아니, 가짜 인간일까 봐 전전긍긍하며 살았던 날들 안녕!’
아버지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난 진짜 아스트라의 혈족이 맞는 것일 터다.
혹시 버려지거나, 이 일이 알려져서 엄청난 괴롭힘을 당할지도 모른다고 불안해했던 날들이 아득히 멀어졌다.
나는 얼른 침대에서 내려왔다.
기척을 느끼고 하녀들이 들어왔다.
“좋은 아침이에요, 아가씨. ……어머?”
먼저 문으로 달려가서 답삭, 치마에 매달리는 날 보고 하녀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가 꺼야!”
“네, 머리를 예쁘게 묶어 드릴게요.”
하녀들은 날 세수시켜 주고, 옷을 갈아입혀 주었으며, 마지막으로 머리도 동그랗게 말아 주었다.
‘빨리 고대어를 읽어 주고 병영으로 가야지.’
분명히 들었지만, 어린애의 정신이 ‘한 번 더 들을래, 한 번 더!’하고 재촉하는 것 같았다.
나는 얼른 할아버지의 서재로 향했다.
언제나처럼 할아버지는 아침부터 업무 중이었다. 콘라드도 함께 있었다.
내가 “안넝하세요.” 인사하고 들어가자 콘라드가 빙그레 웃었다.
“안녕하세요, 아가씨. 어제 산에서 다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걱정하였는데, 이제 괜찮으신가요?”
“쪼꼼 다쳐써요. 아밤미가 구해 조써.”
“다행이네요. 약은 꼬박꼬박 바르셔야 합니다?”
나는 “응.”하고 고개를 끄덕인 뒤에 할아버지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앳날 채 일글 거야. (옛날 책 읽을 거야.)”
콘라드가 할아버지를 쳐다봤다.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자, 내게 결계 상자에 보관되어 있던 고대 역사서를 가져왔다.
“여기서부터입니다.”
콘라드가 페이지를 찾아 줘서, 나는 헤매지 않고 곧바로 낭독할 수 있었다.
오늘도 별다른 내용은 없었다.
‘거의 다 읽어 가니까.’
매일매일 빠지지 않고 읽은 결과였다.
3페이지가량 읽었을 때였다.
문밖에서 구두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경비병의 목소리도 들렸다.
“데이몬드 님이십니다.”
할아버지가 입실 허가를 내렸다.
아버지는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왔다.
할아버지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인 그가 들고 있던 서류를 내밀었다.
“서군의 서류 작업은 마쳤고, 정화석은 지난 밤 관리처에 넘겼습니다.”
“들었다.”
“이제 관할령으로 출발하려고 합니다.”
벌써?
이번 주까지는 성에 있을 줄 알았더니, 이렇게 일찍 가?
나는 시무룩한 표정이 되었다.
내가 진짜 아버지 자식이라고 밝혀진 게 얼마 되지 않았는데.
별로 친해지지도 못했다.
할아버지는 아버지가 내민 서류를 짧게 훑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자 아버지는,
‘어?!’
─ 나를 휙 들어서 옆구리에 끼었다.
“그럼.”
나, 나는 왜?
내 눈은 커다래졌다. 콘라드도 홉뜬 눈으로 나와 아버질 쳐다봤다.
아버지가 막 문에 다가갔을 무렵이었다.
“그 애는 왜 데려가는 게야!”
할아버지가 소리쳤다.
아버지는 그게 뭐 이상하냐는 표정으로 할아버지를 쳐다봤다.
“관할령으로 출발해야죠.”
“뭐라고?”
난 깜짝 놀라서 아버지를 쳐다봤다.
‘날 데려가게?’
그야 지금은 휴식기고, 휴식기에 3세(공작의 손주)들은 보통 부모의 관할령에서 지내지만…….
아버지가 날 데려갈 줄은 몰랐다.
그건 할아버지와 콘라드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콘라드는 당황했고, 할아버지는 미간을 좁혔다.
한참 아버지를 노려보던 할아버지가 말했다.
“에릴로트는 두고 가라.”
“싫습니다.”
“두고 가라잖느냐!”
“명입니까?”
나는 슬그머니 할아버지를 쳐다봤다.
할아버지가 날 여기에 두려는 이유는 납득이 간다.
말마따나 고대어도 읽어야 하고, 육체 회귀제에 관해서도 알아내야 할 것이다.
거기다 내가 아버지의 진짜 딸이라면 훌륭한 인질이다.
그러니 돌려보내는 것보다 성에서 지내게 하는 게 낫겠지.
하지만 명을 내릴 순 없을 거다.
‘인질 삼겠다고 선언할 수는 없지.’
아스트라의 특수한 상황상, 부모에게서 아이를 뺏는 건 볼모로 삼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공작이 아들을 길들이기 위해 손주를 빼앗았다’라고 알려지면 가문이 소란스러워질 것이다.
자기 자식을 빼앗길까 봐 두려울 테니까.
그리고 도를 넘는 두려움은 균열을 초래하겠지.
할아버지도 그걸 알고 있으므로, 명이라고 확실히 말하진 않았다.
잠깐 침묵하던 할아버지가 소리쳤다.
“에릴로트는 아직 고대 역사서를 다 읽지 않았으니─”
“휴식기가 끝나고 읽어도 될 일입니다.”
“줄곧 12번째 탑에 있었으니, 본성의 규율을 가르쳐야─”
“휴식기가 끝나기 전까지 관할령에서 가르치겠습니다.”
“물어볼 게 있다. 이 애가 듣도 보도 못한 약을 구해 와서 난 그것을─”
“제가 알아내서 서한으로 부치겠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더 할 말이 없는지 표정이 험악해진 할아버지를 보고, 아버지는 다시 걸음을 돌렸다.
마침 드뷔시 자작이 서재 안으로 들어왔다.
“데이몬드 님. 아가씨를 데리고 어디 가십니…….”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할아버지가 말했다.
“에릴로트는 아비보다 할애비가 더 좋다고 했어.”
드뷔시 자작이 뭘 잘못 들은 표정으로 천천히 할아버지에게 고개를 돌렸다.
콘라드의 표정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나도.
‘……?’
그 말이 여기서 왜 나와?
아빠가 그 말을 신경이나 쓸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정수리에서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다.
“정말이냐?”
“……넹?”
“공작님의 말이 사실이냐고 물었어.”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그 전엔 할아버지 앞이었으니까, 할아버지라고 한 거고.
할아버지는 오만하게 웃었다.
“아이가 원하는 환경에서 자라게 해야지.”
드뷔시 자작은 기가 막힌 표정으로 “언제부터 그러셨다고…….” 중얼거렸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시선이 허공에서 날카롭게 부딪쳤다.
사람들이 내 입을 집중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각각 말했다.
“에릴로트, 제일 좋은 게 누군지 말해 줘라.”
“공작님 앞이라고 겁먹지 않아도 돼. 아비가 뒤에 있으니.”
나는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사회생활로 쌓인 눈치 상, 망했다는 촉이 강하게 오는 순간이었다.
이건 마치,
‘부장님이 좋아, 차장님이 좋아?’
─라는 물음의 대답을 부장과 차장 사이에서 하는 것 같지 않은가!
나는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그리고 대답했다.
“……멈머니. (……멍멍이)”
“뭐?”
“뭐라고?”
아버지에게서 폴짝 뛰어내린 난 양팔을 번쩍 들고 말했다.
“에리로뜨, 먼머니가 제─일 조아!”
이럴 땐 한 사람을 고르지 않는 게 좋아.
아이다운 대답을 찾아낸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드뷔시 자작은 “큽.” 하고 숨이 끊어질 것 같은 소리를 내고는 고개를 돌렸다. 어깨가 잘게 떨리는 중이었다.
콘라드는 매우 당황했다.
광활한 아스트라의 주인.
무력으로 제국 제일로 손꼽히는 막강한 기사.
그 사이에서 선택된 것이 한낱 강아지라는 게 황당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말이 없었다. “강아지…….” 하고 중얼거리며 이를 갈았을 뿐이었다.
아버지는 잠깐 침묵했다.
그리고 나를 빤히 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내 별명이 개새X였지.”
‘……?’
사람들 사이로 휘잉, 바람이 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