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30)
이 3세는 악역입니다 130화.(130/390)
130화.
에레카의 얼굴이 구겨졌다.
‘주제에 직계라고 날 훈계하는 거야?’
하여간에 직계들은 전부 분수를 모른다.
능력 없이, 그저 핏줄만 잘 타고 태어나서 호강하는 버러지들.
‘가장 분수를 모르는 건 그 더러운 피지.’
그 분은 말씀하셨다.
“이번 일만 잘 풀리면 넌 걸맞은 곳에서, 네게 어울리는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저, 정말요?”
“그래. 에레카는 소중한 아이이니.”
에레카는 입술을 꽉 짓씹고 소리쳤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 분은 저를 아끼시니까.”
그리고 통신을 종료했다.
‘두고 봐.’
이번 일을 잘 처리해서, 오명을 전부 벗어버릴 테니까.
* * *
신관의 식당.
직계 3세들은 정말이지 오랜만에 함께 모여 식사를 했다.
‘말이 식사지, 세작을 찾는 자리지만.’
드뷔시 자작이 준 과제. 그러니까 세작 찾기를 하루 남기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어떻게든 세작을 찾으려고 혈안이었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네가 그러지 않았니? 네 외가의 친척이 아스트라의 정보를 요구했다고.”
“누가 들으면 엄청난 정보라도 요구한 줄 알겠습니다, 누님! 외조모님께서 조부님과 술 한 잔 마시고 싶다고 한 것뿐이에요!”
“잠깐, 13일에 성에서 나간 사람이 둘이나 되는데. ……조프리와 로레이나, 어디 갔었어?”
“황도 귀족의 초청을 받아서 파티에 갔다고 몇 번을 말해! 아버지가 미리 조부님께 일정을 보고하고 간 파티라고!”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방계를 압박할 때는 한편인 것 같이 굴었으면서.
별일이 없으면 서로 물어뜯기 바쁘다.
성적을 낼 수 있다면 사촌이라도 홀라당 물어서 갖다 바칠 위인들이었다.
‘아스트라가 그렇지 뭐.’
첫 번째 삶에서부터 겪어오던 일인걸.
씩씩거리던 조프리가 날 쳐다봤다.
“괜한 사람을 의심하지 말고, 정말 이상한 사람을 생각해보라고!”
“이상한 사람?”
“에레카 길라르의 말이 사실이긴 하잖아. 가장 많이 외부와 접촉했던 건……!”
조프리가 소리치자마자, 탕!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발자크가 포크를 테이블에 거칠게 내려놓는 소리였다.
요슈아도 짙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양옆에 앉은 쌍둥이가 눈을 부라리고 있으니, 날 쳐다보던 사촌들이 얼른 고개를 돌렸다.
발자크가 으르렁, 짖듯이 말했다.
“코 치워. 여긴 냄새 맡아봐야 별거 없으니까.”
조프리가 흠칫해서 어깨를 움츠렸다.
그의 친누이인 로레이나는 짜증 섞인 한숨을 흘렸다.
“멍청하게.”
“누, 누님…….”
쯧, 혀를 찬 로레이나가 사촌들을 둘러보며 소리쳤다.
“세작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계속 숨어있으면 재미없을 거야.”
“…….”
“조부님이 세작을 그냥 두시는 걸 봤어? 지금도 조부님 휘하의 일등 정보국이 움직이고 있을 거다.”
“…….”
“세작은 어차피 밝혀질 텐데, 이대로 숨어있으면 결국 방계들이 혈족 교육을 받게 될 거야. 그럼 직계들의 원성까지 모두 세작에게 흘러들겠지.”
“…….”
“직계들의 도움 하나 없이 조부님의 손에서 살아나올 수 없을 거라는 걸 명심해.”
“…….”
“지금이라도 스스로 밝히면 사촌들이 가엽게 여겨서 조부님께 말 한마디쯤은 올려드릴 수 있어.”
“…….”
“그렇지 않으면…… 그 뒤는 세작 자신이 제일 잘 알 터.”
자리에서 일어난 로레이나는 마지막 쐐기를 박았다.
“시간은 얼마 없어. 오늘 밤까지 신원을 밝혀라.”
그리고 등을 돌려 식당을 떠났다.
조프리는 오라버니들 눈치를 보다가 후다닥 제 누나를 쫓아갔다.
그나마 제 누나의 곁이라면 내 오라버니들의 서슬 퍼런 시선을 피할 수 있을 테니까.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던 리앙틴이 속삭였다.
“있지. 저 남매는 아닐까?”
“로레이나와 조프리?”
묻자, 리앙틴이 고개를 끄덕였다.
“타가문 귀족들과 가장 많이 어울리는 게 저 애들의 아버지인 발데릭 숙부잖아.”
“글쎄.”
“나는 쟤들이 수상해.”
난 눈을 가늘게 뜨고 리앙틴을 쳐다봤다.
“로레이나와 조프리가 세작이길 바라는 게 아니고?”
“그건…….”
“두 사람이 언니를 제일 괴롭혔다는 건 알지만, 그렇다고 세작으로 만들 순 없어.”
“나도 알지만…… 도통 모르겠어.”
리앙틴은 잔뜩 짜증이 난 표정이었다.
“힌트도 안 주고, 가신들에 행정관까지 세작이 어떤 정보를 빼갔는지도 모르잖아.”
“그렇긴 하지.”
“완전히 건초 더미에서 바늘 찾기라고. 그런데 시간은 며칠 주지도 않고. 찾으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
나는 조용히 접시 안의 완두콩만 데굴데굴 굴렸다.
‘확실히 이상하지.’
정말로 찾길 바란다면 어느 정도 힌트는 줬어야 맞다.
감조차 잡을 수 없도록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고, 무작정 세작을 찾으라니.
‘……마치 겁만 주려는 것처럼.’
실제로 2세들은 제 자식이 세작이 될까 봐 겁먹어서, 방계들이 활개를 쳐도 움직이지 못했다.
“에릴로트?”
“…….”
“에릴로트!”
“아, 으응.”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리앙틴이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별로.”
그렇게 대답한 나는 오라버니들을 쳐다봤다.
“오라버니들도 과제를 받았지?”
“세작을 찾으라는 과제?”
발자크가 포크를 문 채로 물었다.
“응, 그 과제.”
“아니. 우린 못 받았는데.”
“못 받았다고……?”
“그래.”
이게 정말로 시험이라면 세 사람에게도 세작을 찾으라는 말이 내려오는 게 옳다.
이들도 시험을 봐야 공정하니까.
‘그런데 아니라면…… 역시 겁만 준 게 맞는 거야!’
왜 직계들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게 했지?
방계들이 활개를 치게 놔둔 이유가 뭐야?
가만히 생각하던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아!”
나는 핫, 숨을 들이켰다.
“에릴로트?”
“에릴?”
“왜 그래?”
“……?”
리앙틴과 세 오라버니가 날 쳐다봤다.
난 벌떡 몸을 일으켰다.
“난 먼저 가볼게.”
“세작을 찾지 않고?”
“찾을 필요 없어.”
사촌 중에 세작은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으니까.
이건 길라르 자작과 관련된 자들을 잡아들이려는 할아버지의 계획이었던 거니까!
나는 황급히 식당을 나섰다.
그런 내 뒤를 세 오라버니들이 쫓았다.
발자크가 물었다.
“에릴로트! 무슨 일이야?”
나는 방으로 올라가며 내가 눈치챈 내용을 설명했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요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겠어. 그러니까 길라르 자작 부녀를 그렇게 쉽게 넘어가신 거겠지.”
발자크는 미간을 좁혔다.
“그렇게까지 해서 방계들을 잡아야 할 이유가 뭔데? 수상하면 이제껏 그랬던 대로 무작정 잡아들여서 고신하면 될 것을.”
나를 대신해서 리시먼드가 대답했다.
“그럴 수 없을 만큼 강력한 게 연관되어 있다면?”
“뭐?”
“방계가 쥐고 있는 게 본가가 위험할 정도로 큰 것이라면 쉽사리 움직이지 못하지.”
“본가가 위험할 만큼 엄청난 게 뭔데?”
방의 문고리를 잡은 난 조용히 읊조렸다.
“에레카 길라르가 마탑의 실험을 통해서 새로운 가호를 ‘만들어냈어’.”
“뭐?”
“만약에 다른 방계들도 그런 엄청난 가호를 만들어냈다면? 만약 그게…… 아빠가 가진 공격계 최강, <분해> 같은 가호라면?”
“……!”
실험은 성공했다.
길라르 자작이 얼마나 많은 가호를,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실험했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 일단 어린 방계들을 본성에 모아둔 거야.’
자식을 인질로 잡아두고, 어른들이 움직이지 못하게 한 것이다.
오라버니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난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자료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소파 테이블로 향했다.
자료에 파묻혀 있던 한지혁이 좀비 같은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자료 정리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요.”
“4월 3일(에레카가 새로운 가호를 발현한 날) 이후, 길라르 자작이 접촉한 사람의 명단이 필요해.”
“아, 명단은 정리를 해두었는데…… 여기 있습니다.”
발자크는 한지혁이 내민 양피지를 홱, 빼앗듯이 받았다.
우리 남매는 서류에 집중했다.
“뭐, 이렇게 많이 만났어? 설마 이들에게 전부 가호를 만들어준 건 아니겠지?”
발자크의 말에 요슈아가 대답했다.
“그럴 리가 없지. 무턱대고 만들어주면 어딘가에서 정보가 새어 나갈 텐데.”
명단을 쭉 읽던 리시먼드가 멈칫했다.
“잠깐. ……줘 봐.”
발자크는 의아한 표정으로 명단을 넘겼다.
리시먼드는 드물게 딱딱히 굳어진 얼굴로 명단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물었다.
“왜?”
“……에일로츠 남작, 이 사람. 아버지가 가호의 추출법을 개발했을 때, 수 없이 어울렸던 남자야.”
그러자 발자크와 요슈아가 눈을 크게 뜨고 서로를 쳐다봤다.
“에일로츠 남작이라면…….”
“그래, 맞아.”
두 사람도 뭔가를 알고 있는 것 같아서 난 미간을 좁혔다.
“뭔데 그래.”
“우리 아버지, 그러니까 친아버지 말야.”
“아빠의 쌍둥이인 리시안 님?”
“응. 아버지의 부관이었던 남자야.”
뭐라고?
나는 화들짝 놀랐다.
‘마법사의 왕이라고 불리던 리시안 숙부.’
그가 개발한 마도구만 수백 가지가 넘는다.
놀라운 마법을 개발했고, 지금까지도 가보처럼 여겨지는 특별한 마도구들을 만들어낸 사람이었다.
“잠깐 기다려.”
요슈아가 황급히 뛰어나가더니, 십여 분쯤 지나서 돌아왔다.
그의 손에는 내가 3살 때, 요슈아가 아빠에게서 훔쳐내려고 했던 리시안 숙부의 마법서가 들려 있었다.
“그건 왜?”
“이 책, 한 권이 다가 아니야.”
“어?”
“봐, 여기.”
커버에 마모된 부분이 있었는데, 아주 미미하게 글씨가 보였다.
‘권수를 표시했어?’
나와 오라버니들이 모두 크게 숨을 들이켰다.
“처음부터 모든 게 리시안 숙부의 책에서 시작된 거야.”
“그래. 맞아.”
“내 친부가 가호의 추출법을 찾아낸 것도…….”
“에레카 길라르가 새로운 가호를 만들어낸 것도.”
데이몬드 관할령에 전해져야 했을 리시안 숙부의 다른 책을 빼돌려서 차지한 것이다!
‘왜 그 생각을 못했지?’
가호의 추출법을 찾아낸 노아리젠은 그리 뛰어난 인물이 아니었다.
물론 길라르 자작 또한.
그 둘이 그런 엄청난 마법을 개발했을 리가 없는 것이다.
요슈아가 차갑게 읊조렸다.
“친부는 돌아가시면서 데이몬드 관할령에 모든 재산을 상속하고, 우릴 맡겼어.”
“그러니 저들이 가진 건 모두 아버지의 것이야. 우리의 것이고, 데이몬드 관할령의 소유여야 해!”
발자크 또한 으득, 이를 갈았다.
‘우리의 것을 빼돌려서, 우릴 공격했어?’
“한.”
“예?”
“서둘러서 할아버지께 전해. 급히 뵈어야겠다고.”
한지혁이 황급히 방을 뛰어나갔다.
우리 남매는 소파에 둘러앉아서 대화를 나눴다.
“일단 상대의 공격을 대비해야겠어.”
내 말에 리시먼드가 통신석을 들었다.
‘공격을 대비하기 위해선 강자를 불러와야지.’
제국 최강의 무력.
가호를 가진 정예병 수백이 달려들어도 결코 이길 수 없는 사람.
전신(戰新).
‘데이몬드 아스트라.’
아빠의 등장이었다.
우리가 통신하는 동안, 한지혁이 돌아왔다.
“공작님께선 성을 비우셨습니다.”
“왜 갑자기?”
“원로들과 급히 회합하는 모양입니다.”
이런.
아빠도 일을 끝내고 오려면 한참 시간이 걸린다.
“할아버지께 통신해야겠어. 급한 일이라고, 회합을 접고서라도 돌아오셔야 한다고 전해.”
“예.”
* * *
깊은 밤.
통신하던 에레카 길라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도망치라고요?”
[그래! 무슨 핑계를 대서든 성을 나와서 멀리 떠나 있으라고!]“왜 갑자기요?”
[‘그 분’의 명이다.]“그러니까 왜 갑자기…….”
[에릴로트가 급히 조부님을 찾았어. 회합을 중단해서라도 돌아와달라고 청했다고! 마탑과 네 아비를 뒤지더라니, 갑자기 그런 청을 한 이유가 뭐겠어?]“뭔가 알아냈다는 거예요?”
[그렇겠지. 넌 조사 받아선 안 돼. 당장 성을 나가. 알겠어?]그리고 통신이 끊겼다.
에레카는 신경질적으로 컵을 내던졌다.
‘망할 계집애. 이 재수 없는……!’
이대로 도망치면, 앞으로 쫓기는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우리 부녀가 일을 다 뒤집어쓸 거야.’
그 분은 믿을 수 있지만, 방금 자신과 통신한 직계는 믿을 수 없다.
저열한 사람이니까.
혹시 일이 발각될 것 같으면 모든 걸 우리 탓으로 돌리겠지.
에레카의 손이 벌벌 떨렸다.
‘이대로 내 가호가 가짜라는 게 밝혀지면…….’
에레카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오만하던 에릴로트 아스트라의 표정이 떠올랐다.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 왜 이렇게까지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냐고!”
치맛자락을 꽉 그러쥔 채로 숨을 몰아쉬었다.
‘아무리 내게 질투가 난다고 해도 너무 하잖아.’
난 그저 열심히 산 것뿐인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문이 벌컥 열렸다.
“에레카! 소식은 들었겠지? 서둘러 성을 빠져나가자. 아스트라 장원을 떠나야 해!”
“떠나서 어떻게 하려고요?”
“그야 그 분께서 다시 불러주실 때까지…….”
“부른다고 확신할 수 있어요? 또 다른 방계에게 특별한 가호를 주시고 우리 대용으로 쓰는 건 아니냐고요!”
“그, 그 분은 믿을 수 있어.”
“그 분은 그러셔도 다른 직계는 아니에요. 이대로 떠날 수 없어요. 이대로 떠나면 우린 모든 걸 다 빼앗길지도 몰라요.”
“하면 어쩌자는 게야……?”
“에릴로트 아스트라를 없애야 해요.”
“뭐, 뭐?!”
“그 계집애만 없애면 시간을 벌 수 있다고요. 시간을 벌면 그 분께서 이 일을 수습해주시겠죠.”
“하, 하지만 에릴로트는 아스트라 공작이 가장 사랑하는 손주야.”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니까 그러시는 거예요! 이제 제게도 <마물 조련>의 가호가 있어요. 제가 에릴로트 아스트라를 공작님의 마음에서 밀어낼 수 있단 말이에요.”
“하, 하면…….”
에레카가 허공에 성호를 그렸다.
쿠구구구구구구…….
어딘가에서 소름끼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너, ‘그것’을 쓰려고?!”
“지금 에릴로트 아스트라는 용이 없어요. 이 애가 나서면 10초도 안 되어서 눈을 까뒤집고 죽을 걸요.”
“그야 그렇긴 하지만…….”
‘그것’은 리시안 아스트라의 마도가 집대성된 특별한 마물이니까.
부녀가 서로를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