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34)
이 3세는 악역입니다 134화.(134/390)
134화.
마물을 만드느라 자금과 인맥을 어디까지 들였는데.
‘제기랄……!’
심혈을 기울였던 실의 떼는 데이몬드의 손에 사라졌고, 에레카 길라르가 그의 손에 넘어갔다.
‘왜 하필 데이몬드에게 가주 대행을 맡기느냔 말야.’
그는 다른 형제처럼 거래가 먹힐 자가 아니었다.
그가 초조한 듯 주먹을 꽉 말아쥐었을 때였다.
곁에 앉아있던 바실레가 힐끗 그를 쳐다봤다.
“어디 불편하니?”
“……아닙니다. 그나저나 데이몬드 형님은 언제 오시는 겁니까? 서둘러 아들에게 가보고 싶은데요.”
“아아. 네 아들도 고생이 많았다지.”
바실레는 눈살을 찌푸렸다.
자식이 걱정되는 건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디오네라는 크게 다치지 않았다고 들었지만, 아직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면회가 금지되었으니…….’
3세 중 하나인 애덤이 마독에 중독되었다.
마독은 고대의 병인 터라, 아직 전염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애덤과 직접적으로 피부를 접촉하지 않은 7서열권의 아이들만 본관으로 들어왔고, 접촉했던 아이들은 따로 격리되었다.
디오네라도 격리된 아이 중 하나였다.
바실레가 한숨을 내쉬고 있었을 때였다.
대회의장의 문이 열리고, 데이몬드가 입실했다. 그의 뒤엔 7서열권의 아이들이 함께였다.
“셀레네……!”
바스티나가 엉덩이를 들썩이며 제 딸을 불렀다. 셀레네는 흘끗 쳐다보기만 할 뿐,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밀란, 몸은 어떠냐.”
“하하, 언제부터 제 걱정을 하셨다고~.”
“이놈─!”
밀란은 어깨를 으쓱였다.
다른 2세들도 시끄럽게 7서열권의 아이들에게 말을 붙였다.
“우리 리앙틴은! 리앙틴은 무사하냐? 마독에 중독된 것은 아니고?!”
“카라와 리지는? 무사한 거니! 아아, 여보……. 하늘에서 우리 딸들을 지켜주세요.”
“미첼은? 엘먼과 아일라는 어떻지?! 다친 것은 아니고?”
“애, 애덤은 어찌 되는 것이냐? 응? 상태가 심각한 게야?!”
모두 시끄러운 와중에 데이몬드가 상석을 차지했다.
발데릭이 왈칵 인상을 찌푸렸다.
‘제 자리인 양 상석을 차지하는군.’
발데릭은 못마땅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이리 늦으셨습니까. 한시가 바쁜 마당에……!”
“하면 남은 실의는 네 놈이 처리하겠느냐.”
“시, 실의는 전부 처리한 것이 아닙니까?”
“아이들이 처리한 실의의 시체를 정리해야 해. 시체에서 마독이 생성되면 골치 아프니.”
데이몬드의 <분해> 정도 되는 능력이 아니면 실의는 시체를 처리하는 것조차 어려운 몬스터였다.
발데릭은 칫, 혀를 찼다.
“흥, 가주 대행보다 청소부 노릇이 더 어울리는군.”
그 말에 데이몬드 관할령의 삼형제가 굳어졌다.
요슈아는 비죽 입꼬리를 끌어당겼다.
‘의자에 궁둥이만 붙이고 있던 주제에 입만 살았군.’
호전적인 발자크는 금세라도 튀어 나갈 것 같았다.
리시먼드가 발자크의 팔을 붙들어 말리고 있었지만, 그의 표정도 좋지 못했다.
그때, 에릴로트가 입을 열었다.
“늦어서 송구합니다, 숙부님.”
“알기는 하는 것이냐?”
“예.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얼마나 초조하셨을까요. 기다리기만 하시는 건 고역이셨겠지요.”
그렇게 급하면 네가 좀 신관까지 와서 애들을 구하지 그랬어? 한 것 없이 앉아만 있어 놓고 입만 살았네.
우아한 돌려 까기에 발데릭의 얼굴이 벌게졌다.
마찬가지로 기다리기만 했던 2세들은 큼, 헛기침하며 시선을 돌렸다.
발데릭이 고함을 내질렀다.
“너, 이……!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냐! 우리도 신관의 일을 해결하기 위해 정신없이 움직였어!”
“예. 정신없이 명을 내리셨다는 걸 압니다.”
실의가 두려워서 찾아오지는 못하고.
발데릭이 어버버, 입만 옴짝거렸다.
“너, 너……! 입만 놀린 게 아니라 상황을 파악하고 명을 내릴 사령탑이 필요하니……!”
“숙부님과 고모님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주신 덕에 일이 빨리 해결된 것이겠지요. 감사드려요.”
사령탑 한번 많네. 입만 놀리는 사람이 많아서 정작 병사들이 헤맨 것 아냐?
발데릭의 얼굴이 터질 듯 붉어졌다.
로레이나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기지도 못하시면서…….’
직계들 앞에서 창피만 당하고 있다.
“중요한 건 회의에 늦은 것이 아니잖아요, 아버지.”
“…….”
딸의 말을 듣고 나서야 발데릭은 칫, 혀를 차고 고개를 돌렸다.
디오네라의 모친인 바실레가 고개를 끄덕였다.
“의미 없는 소모전은 이만 됐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시지요. 기습의 수괴가 정말 에레카 길라르입니까?”
기습이 에레카 길라르의 짓이란 건 이미 전달받았다.
바실레의 말에 다른 2세들이 하나둘 입을 열기 시작했다.
“증거는요?”
“뭘, 증거까지 찾으십니까. 아이들 중에 무사한 것은 제 부친이 머물던 방에 있던 에레카 길라르 뿐이에요.”
“음, 우연히 본관에 있던 것은 아니고?”
“그 애는 <마물 조련>의 가호를 가졌다지 않습니까. 몬스터를 보내 습격할 만한 능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찌 고대 마물을 그리 떼로 움직일 수 있었단 말입니까? 그것도 붉은 달이 뜨는 날에 말입니다.”
“그건…….”
“고작 방계 아이에게 그런 힘이 있겠나? ……직계인 에릴로트라면 몰라도.”
실뱅의 말에 2세들이 흠칫, 에릴로트를 쳐다봤다.
데이몬드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실뱅을 쳐다봤다.
“내 딸이 습격의 수괴라는 말이냐.”
“꼭 그런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고작 방계 아이보다 용을 테이밍한 에릴로트가 고대 몬스터를 움직였다는 게 더 신빙성 있지요…….”
실뱅이 큼, 헛기침하며 말했다.
그러자 발자크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에릴은 아닙니다! 에릴이 주범이라면, 우리 남매가 이렇게 다쳤을 리 없잖아요!”
그러자 막내인 2세 헤르난이 은근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그런 것일 수도 있지…….”
“숙부─!”
“뭐, 이상하긴 하지 않느냐. 고대 몬스터를 상대하면서 그 정도 다친 것에 그쳤다는 건.”
요슈아와 리시먼드의 얼굴도 딱딱하게 굳어졌다.
“대회의장에서 나온 말은 사관에 의해 모두 기록됩니다. 책임질 말씀만을 하세요.”
“허, 네 양아비가 가주 대행이 되었다고 감히 우리를 제도로 겁박하는 게냐?!”
“숙부님이야말로 아버지께서 가주 대행을 맡으신 것에 위기감을 느끼고, 에릴로트를 범인으로 몰아가시는 건 아닙니까.”
점잖은 리시먼드까지 날 선 목소리로 대꾸했다.
반(反) 데이몬드 파의 2세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벌써부터 제 아비가 공작이라도 된 듯이 구는군!”
“어디 어른에게 눈을 똑바로 뜨고……!”
“우리는 이 일을 명명백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증거도 없이 에레카 길라르를 범인으로 모는 건, 뭔가 께름칙한 게 있기 때문이 아니냐고!”
“데이몬드 오라버니가 이리 빠르게 도착한 것도 이상하지. 가주 대행을 노리고 일을 벌였을 수도 있겠어.”
“제 말이 그 말입니다, 누님!”
소란스러운 그때.
에릴로트는 여유롭게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하면 저도 고문실에 들어가지요.”
“뭐라고?”
“에릴로트.”
“너, 아스트라의 고문실이 어떤지 몰라?!”
“…….”
리시먼드와 요슈아, 발자크, 그리고 데이몬드가 차례로 에릴로트를 쳐다봤다.
그러나 에릴로트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2세들을 둘러보았다.
“고모님과 숙부님들께서 저를 믿지 못하시니, 저도 고문을 받겠습니다.”
“…….”
“하지만 만약 제가 범인이 아니라면, 여러분께선 스스로 하신 말씀을 책임지셔야 할 거예요.”
“몇 번이나 말해! 우리는 명명백백하게 일을 확인하기 위해……!”
“증거 없이 몰아붙여진 건 저도 마찬가지잖아요?”
“그, 그건…….”
발데릭이 크흠, 헛기침했다.
에릴로트의 미소가 진해졌다.
“처음 에레카 길라르를 범인으로 지목한 건 접니다. 저도 그 애가 범인이 아니라면 책임지겠어요.”
“흥, 네가 무슨 책임을 진다고…….”
“아스트라의 인명록에서 이름을 지우겠습니다.”
“……!”
“……!”
“……!”
사람들이 기함하여 에릴로트를 쳐다봤다.
보통 친가의 인명록에서 이름이 지워지면, 어머니의 성을 따른다.
하지만 에릴로트의 어머니는…….
‘펴, 평민이잖아. 그렇다는 건 귀족이길 포기하겠다는 거야?’
7서열권 아이들은 물론, 2세들까지 기함했다.
바실레가 급히 말했다.
“정정해라. 넌 네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고 있어.”
“귀족으로서의 모든 것을 포기하겠다는 말이에요. 제 모든 것을 걸겠다는 뜻이고요.”
“에릴로트……!”
“하면, 숙부님들과 고모께선 뭘 거시겠어요?”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에릴로트는 눈썹을 까딱, 들어 올렸다.
“책임지지도 못할 말씀을 하신 건가요?”
“…….”
“그렇다면 데이몬드 관할령에선 숙부님들과 고모께서 제 아버지의 가주 대행에 불만을 품고 저를 저격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데요.”
“…….”
“제 아버지에게 가주 대행을 맡기신 건 할아버지예요. 할아버지의 말씀에 반기를 드신 건가요?”
“…….”
“…….”
“…….”
2세들은 가뜩이나 세작 찾기로 공작에게 겁을 먹었다.
사람들은 아스트라 공작의 위명을 빌려오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발데릭이 소리쳤다.
“해, 해서 어쩌자는 거야. 우리에게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것이냔 말야!”
“마탑을 수사하게 해주세요.”
“뭐, 뭐?!”
대회의장이 크게 요동쳤다.
마탑은 원로원 휘하의 조직이었다.
아직 남아있는 선대의 잔재.
아스트라 공작조차 쉽게 손대지 못하고, 타협한 이 장원의 보고.
에릴로트가 쇄골께에 가볍게 손을 올리고 말했다.
“붉은 달이 뜨는 날에 그만큼 강력한 <마물 조련>의 가호를 사용한 일. 아무래도 이상한 게 맞지요.”
“무, 무엇을…….”
“……그게 정말 가호일까요?”
“무슨 말을 하는 게야.”
“저는 그 실의들이 ‘금술로 만들어진 존재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어요.”
“……!”
“이 장원에서 그런 일이 가능한 곳은 하나. 마탑입니다.”
2세들이 크게 술렁였다.
‘금술로 만들어진 몬스터라면 붉은 달이 뜨는 날에 기습을 한 게 말이 되지.’
‘하, 하지만 마탑을 수사하려면…….’
막내인 헤르난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마탑을 수사하는 건 원로원을 도려내자는 말이야. 아버님도 건드리지 못한 아스트라의 원죄들이 비호하는 곳이다……!”
아스트라의 모든 죄를 아는 노인들.
아스트라 공작조차 모르는 선대의 비밀을 알고 있는 자들.
그들이 아는 정보의 한 치만 떠들어도 이 대륙이 뒤집힐 것이다.
에릴로트의 표정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언제까지 저들을 그냥 두실 건가요?”
“뭐? 저, 저들은 아버님도……!”
“같은 말을 반복하실 필요는 없어요. 할아버지가 그냥 둔 자들이라는 건 아니까.”
“…….”
“할아버지의 대에선 선대가 엄청난 죄들을 저질렀죠. 각국의 황가, 왕가까지 관련된 죄들을요.”
“그, 그래! 저들을 건들면 타국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모두 아스트라 본가의 정보예요.”
“무, 무슨.”
“저들이 알고 있는 건 모두 본가에서 알아야 하는 것들이라고요. 본가의 것이 저들의 힘이 되었는데, 분하지 않으세요?”
“…….”
“언제부터 우리 본가가 방계들에게 휘둘렸나요?”
“그건…….”
“이전이었다면 몰라도, 지금 우리가 모두 협력한다면 원로를 끌어내리고 방계들이 다시는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만들 수 있어요.”
“…….”
“할아버지도 아마 때를 노려오셨을 테고요.”
2세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테이블을 짚고 몸을 기울인 에릴로트가 속삭였다.
마치 선악과를 베어 물라 종용하는 뱀처럼.
“우리는 아스트라의 본가.”
“…….”
“공포를 주는 자이지, 공포를 아는 자들이 아니에요.”
2세들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그래, 선대 때와 비교하면 본가의 힘이 약화된 것은 사실이다.’
1대 전만 해도 황도의 대귀족들은 아스트라의 직계들에게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현 아스트라 공작은 선대에게서 권력을 강탈한 강자였다.
하지만 그는 선대와 달리 합리적으로 가문을 운영했다.
주어진 힘을 모두 쓰지 않고.
주변을 쥐어짜고, 자식들을 죽여가며 힘을 얻지 아니하고.
가만히 딸의 행동을 지켜보던 데이몬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는 가볍게 테이블을 내리쳤다.
“모든 것은 아스트라를 위하여.”
“…….”
“…….”
“…….”
침묵하던 자들 중 하나가 천천히 입을 떼었다.
“……아스트라를 위하여.”
“위, 위하여.”
“아스트라를 위하여.”
“아스트라를 위하여!”
마탑 수사의 시작이었다.
침묵하고 있던 2세가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마, 마탑을 조사해?’
다들 미친 게 아닌가!
이대로 둘 순 없었다.
이렇게 되면 모든 것이 드러날 것이다.
사색이 된 그는 회의가 파하자마자, 황급히 복도를 뛰어나왔다.
으슥한 곳에 이른 그가 부관에게 말했다.
“에, 에레카 길라르를 피신시켜라.”
“예? 고문실에 있는 아이를 어떻게……!”
“무슨 방법을 써서든 피신시켜!”
없앨 순 없다.
시체에서도 흔적은 남는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 * *
깊은 밤.
에레카를 가둔 옥사의 문이 끼익, 열렸다.
“나와라.”
병사의 말에 에레카는 고개를 들었다.
“뭐, 뭐?”
“진짜 고문이 시작되기 전에 너를 피신시키라는 명이시다.”
“그분께서요……?”
“서둘러 나와. 그분께서 기다리시니.”
에레카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녀는 황급히 옥사를 빠져나왔다.
‘아아, 역시.’
역시 그분은 나를 버리지 않으셨어.
밝은 얼굴로 비밀 통로를 걸었다.
눈 앞에 빛이 보인다.
“어르신…… 어르신, 에레카예요! 제가 여기 있……!”
“그 분인 줄 알았어?”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귓전으로 흘러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