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35)
이 3세는 악역입니다 135화.(135/390)
135화.
상대의 얼굴을 확인한 에레카는 뻣뻣하게 굳어졌다.
“에, 에릴로트 아스트라!”
아이는 생긋 웃으며 에레카의 어깨를 잡았다.
“고마운 줄 알아. 죽을 뻔한 걸 살려준 거니까.”
“뭐?”
에레카는 아이의 손을 떨쳐냈다.
“무슨 헛소리를─!”
말하던 그녀는 흠칫, 주변을 둘러봤다.
아이의 발밑에 쓰러진 자들이 보인다.
온통 복면을 쓰고 있어서 쉽게 알아볼 수 없었지만, 어둠이 눈에 익자 어렴풋이 보인다.
‘그 분의 군사들……!’
에릴로트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많이도 보냈더라. 덕분에 우리 군사들이 고생 좀 했어.”
“…….”
“살려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지, 에레카.”
“아냐. 아냐아냐아냐!”
그럴 리 없다.
그 분이 왜 자신을 죽이겠는가?
마탑에서 그 분과 나눴던 이야기를 기억한다.
의자에 앉아 있던 그 분.
그 분은 무릎을 괸 자신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셨다.
“실의들이 저를 얼마나 따르는지 몰라요. 고대 몬스터 주제에 제가 던진 공을 주워오더라니까요. 꼭 개처럼!”
“훌륭하구나.”
“제가 어르신의 꿈을 꼭 이뤄드릴게요. 방해꾼인 에릴로트는 제 손으로 죽이겠어요.”
하하, 웃음을 터뜨린 그 분께선 자신의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으셨다.
“네가 나의 기쁨이로구나, 에레카.”
‘나는 그 분의 기쁨이야.’
그 분은 말씀하셨다.
제가 원하는 바를 이뤄주시겠다고.
아무것도 아닌 아스트라의 직계들은 전부 시궁창에 처박고, 자신에게 그 자리를 주실 것이다.
세상을 호령할 자리.
아스트라 영애님이라 불릴 그 자리를……!
‘그 분이 날 죽이려 하실 리 없어.’
“거짓말! 날 탈출시켜 주시려고 한 거야! 날 도와주려고 온 사람들을 네가, 네가……!”
“도와주려고 온 사람이 왜 이런 걸 들고 있을까?”
에릴로트가 붉은 병을 가볍게 흔들었다.
마개를 열어 바닥을 향해 기울었다.
곧 잔디가 파스슥, 소리와 함께 먼지가 되어 흩날렸다.
“내겐 <추적>의 가호가 있는 부하가 있어. 원한다면 이 병이 어디서 나왔는지 추적해도 좋아.”
“아, 아냐. 아니야. 나를 속이려고, 그 분은 나를 사랑하셔. 그 분은…….”
“아, 네 아버지를 버리고 올 정도로 말이지.”
“뭐……?”
“그렇잖아. 너 혼자 빠져나가면 네 아버지가 어떤 꼴을 당할지 알고 있을 텐데.”
“…….”
“나라면 절대 아빠를 버리지 않았을 거야.”
에레카의 눈이 희번득 빛났다.
“그야 네 아버지는 데이몬드 아스트라니까!”
“그게 왜?”
“그만한 능력, 미모, 아스트라 공작의 아들이라는 신분까지……! 나도 그런 아버지는 버리지 않아!”
에레카가 분에 차 소리쳤다.
“하지만 내 아버지는 이주르 길라르라고! 하찮은 기사의 핏줄!”
“…….”
“핏줄도, 능력도 쓰레기 같은 남자란 말야! 쓰레기를 버리는 게 왜?”
“그래도 네 아버진 너를 애정으로 키웠어.”
“애정?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데. 애정이 내게 직계의 이름을 줄 수 있어? 재물을 줘?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자리에 올려줄 수 있어?!”
에레카의 입매가 비틀렸다.
“처음부터 그런 아버지는 언젠가 버릴 셈이었어. 그 분이 나를 딸로 삼아주실 거야.”
“…….”
“나는 내 진짜 아버지만 생각하면 된다고! 그런 쓰레기가 아니라─!”
“그렇구나.”
흐응, 웃은 에릴로트가 고개를 들었다.
에레카의 시선도 아이를 따라 이동했다.
허공에 뜬 무언가가 반짝이고 있었다.
‘송출용 마도구!’
영상이 송신되고 있는 거야?
대체 어디로?
.
.
그 시각, 지하 옥사.
[그런 쓰레기가 아니라─!]마경을 바라보던 길라르 자작이 꽉 주먹을 쥐었다.
희게 질린 주먹이 파르르 떨렸다.
“에레카…… 이, 이, 빌어먹을 계집!”
누구 덕에 호사를 누리고 살았는데.
내가 누구 때문에 이 꼴이 되었는데……!
7서열권의 아이들이 그런 길라르 자작의 꼴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발자크는 바닥에 엎드린 채로 부들부들 떠는 길라르 자작을 보며 픽 웃었다.
그리곤 가볍게 쪼그려 앉아서 마경을 두드렸다.
“넌 고문을 받으면서도 딸을 위해 입을 열지 않았는데, 네 딸은 처음부터 널 버릴 셈이었다고 하네.”
“…….”
“이대로 계속 입을 다물 셈이야?”
“…….”
“뭐, 좋아. 버틸 수 있으면 버텨봐.”
빙그레 웃은 그가 경고하듯 속삭였다.
“아직 고문은 시작도 안 했거든.”
길라르 자작은 푹, 고개를 수그린 채 미동이 없었다.
발자크는 어깨를 으쓱이며 몸을 일으켰다.
얼마쯤 지났을까.
옥사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놔! 놓으라고! 그 분께서 너희를 가만두지 않으실 거야! 그 분께서……!!”
에레카의 목소리였다.
끼익, 문이 열리고 병사들에게 제압당한 에레카가 들어왔다.
병사들이 에레카를 내던졌다.
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넘어진 에레카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길라르 자작과 눈이 마주쳤다.
자작의 눈에서 새파란 안광이 번뜩였다.
“아빠?”
“…….”
딸을 매섭게 노려본 길라르 자작이 입을 열었다.
“토설하겠습니다. 신관에 고대 몬스터를 끌어들인 건 딸이 맞습니다.”
“무슨……. 아빠!”
“인근 숲을 확인하시면, 땅굴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딸의 가호로 만든 땅굴이니 마력을 추적하실 수 있습니다.”
“미쳤어요?!”
“저는 이 계획에 찬동한 적이 없습니다. 모두 딸이 홀로 벌인 일이에요─!”
“아빠─!!”
에레카가 비명 같은 고함을 내질렀다.
그러나 자작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에레카가 <마물 조련>의 가호를 가졌다는 것은 모두 거짓입니다! 마탑에서 실험 중인 금술에 피를 내주었고, 그 대가로 인조 몬스터의 모체가 된 것입니다!”
에레카는 엉금엉금 기어가 부친의 어깨를 잡았다.
“돌았어요? 왜 이런……!”
“아니, 이제야 모든 게 제대로 보여.”
“뭐, 뭐?”
“난 괴물을 낳았던 거야. 너를 낳은 것을 후회한다, 에레카.”
에레카는 입을 뻐끔거렸다.
간헐적으로 숨을 들이켜던 에레카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막 문을 들어오던 에릴로트가 “음?” 하며 고개를 모로 꼬았다.
“네, 네 짓이지. 네가 아버지를 세뇌되게 한 거지. 그렇지?”
“넌 틈만 나면 내 탓이더라.”
에릴로트는 킥킥 웃으며 손마디로 마경을 콩콩 두드렸다.
“네가 자작의 눈을 뜨게 만든 거잖아.”
“설마…… 너, 그 대화를 아빠에게……!”
“부모라도 자식에게 상처는 받는단다. 때론 아주 깊은 상처라 자식을 포기하고 싶어질 만큼.”
“너어─!”
벌떡 일어난 에레카가 에릴로트에게 달려들었다.
벽이 갈라지며 나뭇가지가 돋아났다.
에레카의 가호인 <식물 변형>이었다.
나뭇가지가 쏜살같이 길어져 에릴로트에게 닿으려던 찰나.
뚝.
가지가 부러져서 바닥에 나뒹굴었다.
부러진 가지 주변에 두 개의 빛무리가 날아다녔다.
가만 보자 그것은…….
“늪요정─!”
에레카의 늪요정이었다.
에릴로트가 손을 들자 늪요정이 포르르 달아와 손 주변에 맴돌았다.
모습을 드러낸 늪요정이 에릴로트의 손바닥에 뺨을 비볐다.
어딘가에서 맑은 방울 소리 같은 것이 들려왔다.
늪요정이 기분 좋을 때 내는 소리였다.
……에레카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소리.
“내 늪요정들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저 계집애가 무슨 짓을 한 게 틀림없다.
‘옥사에 갇히기 전에 늪요정을 뺏어가더라니!’
에릴로트는 머리를 땋은 늪요정을 살살 쓰다듬으며 말했다.
“저 애들이 날 배신할 리 없어! 나는 저 애들의 엄마니까!”
“부모가 자식에게 실망하는 것처럼 자식도 부모에게 실망하곤 해.”
“뭐?”
“난 늪요정들에게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았어.”
“거짓말!”
“정말이야. 머리를 쓰다듬고, ‘힘들었겠구나.’ 한마디 했을 뿐이지.”
“뭐……?”
“다시 말해서 넌 한 번도 늪요정들에게 다정한 말을 해준 적이 없다는 거야. 널 위해 온 힘을 다하던 네 자식에게.”
에레카가 에릴로트의 멱살을 잡았다.
“거짓말하지 마. 그딴 걸로 날 배신할 리……!”
카아악─!!
늪요정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변했다.
소름 끼치는 형태로 변한 늪요정이 에레카에게 달려들었다.
“꺄악─!”
늪요정들에 의해 내동댕이쳐진 에레카는 뻣뻣하게 굳어졌다.
‘말도 안 돼.’
저 애의 조련 능력이 나보다 뛰어나다는 거야?
‘거짓말. 거짓말이야.’
뭔가를 투약한 게 틀림없다.
그게 아니라면 말이 안 되잖아.
자신의 피로 만든 늪요정이 왜 저깟 더러운 피에게 복종한단 말인가─!
에레카가 뻣뻣하게 굳어있는 틈에 에릴로트는 말했다.
“그럼 범인은 에레카 길라르로 밝혀졌으니 다음 일을 진행해볼까요.”
병사들을 돌아본 에릴로트가 낮은 목소리로 명했다.
“마탑으로 출발해라. 방해가 있다면 그것이 원로라 할지라도 목을 베어주어라!”
“예!”
“예!”
쿵, 쿵!
발을 구르고 경례한 이들이 재빨리 옥사를 빠져나왔다.
에릴로트가 먼저 옥사를 나서자, 7서열권의 아이들이 아이의 등 뒤에 따라붙었다.
홀로 남아있던 요슈아가 빙그레 웃으며 문을 닫았다.
“자, 그럼 우리도 본격적으로 고신을 시작해볼까.”
길라르 자작이 흠칫, 고개를 들었다.
“저, 저는 모든 것을 밝히지 않았습니까!”
“내 동생이 다쳤잖아.”
“……예?”
“내 동생이 다친 것에 관해선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고 말하는 거야, 자작.”
에레카도 크게 당황하여 요슈아를 쳐다봤다.
요슈아는 달콤한 미소를 입가에 걸치곤 읊조렸다.
“쉽게 끝날 생각은 말아야 할 거야. ……물론 너도.”
에레카를 바라보는 시선이 한겨울의 북풍처럼 서늘했다.
“고, 공자님…….”
“요, 요슈아 님. 요슈아 님!”
지하 옥사에 부녀의 비명이 메아리쳤다.
* * *
소란스러운 새벽이 지났다.
공작성의 본관 중정엔 마탑의 자료들이 산처럼 쌓여있었다.
자료를 읽던 아빠가 무릎을 꿇고 있는 마법사들을 힐끗 쳐다봤다.
“장원에서 금지한 금술과 관련된 실험.”
“그, 그것은─”
“아스트라의 재물을 소비한 주제에 실험 내용조차 남기지 아니하고.”
“저, 저희 말을 좀 들어주십시오. 공……!”
아빠가 서류를 마법사들에게 내던지며 말했다.
“실험을 허가한 파트장이 누구냐.”
“그건, 그건─!”
중정에 모여 있던 2세 중 하나가 손을 들었다.
디오네라의 어머니인 바실레 고모였다.
“그 실험과 관련된 자들 대부분이 제 휘하의 마법사들입니다.”
“너도 관련이 있다?”
“설마요. 제 도장은 그 서류의 어디에도 찍혀있지 않을 겁니다.”
“파트장의 허가도 없이 실험이 이루어졌다?”
바실레 고모는 냉랭한 표정으로 바들바들 떨고 있는 마법사들을 둘러보았다.
“아무래도 제 역량이 부족했던 모양입니다. 감히 저 모르는 곳에서 그따위 실험이라.”
바실레 고모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곤 아빠가 던진 서류를 주워 들고 말했다.
“관련된 자들 모두 노아리젠이 죽고서 제 밑으로 흡수된 마법사들입니다. 이제 보니, 가호 추출에도 저들의 손이 닿았을 수 있겠군요.”
“큰일이군.”
“예, 마법사 하나 키우는 데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이 듭니까. 아깝게 되었어요.”
저 말뜻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마법사를 죽이다니 아깝다.’
─라는 뜻이었으니까.
마법사들이 사색이 되어 소리쳤다.
“저, 저희는 그저 에일로츠 남작과의 의리를 지켰을 뿐입니다.”
“예! 에일로츠 남작이 실험을 도와달라고 했고, 모든 것은 그가 책임지겠노라 말했습니다!”
“아스트라에 큰 도움이 될 실험이라고 했습지요. 하지만 금술이니 허가가 떨어지지 않을 거라고, 결과를 낸 다음 보고 하자고……!”
아빠가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해서 에일로츠 남작은.”
그러자 군사를 끌고 갔던 엔조가 뒷짐을 지고 대답했다.
“오늘이 그의 숙직 일이었으나, 마탑에 없었습니다. 자택으로 군사들을 보냈으니 곧 소식이 올 것입니다.”
그때였다.
본관으로 여럿이 소란스럽게 들어왔다.
“대체 이게 무슨 짓입니까!”
위풍당당한 표정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모두 원로의 로브를 입고 있었다.
원로들은 분기탱천한 얼굴로 아빠와 아빠의 뒤에 선 숙부들, 고모들을 쳐다봤다.
“어찌 이런 일이……! 마탑은 가주령으로 보호되는─!”
“현재 가주 대행은 나지.”
“데이몬드 님!”
“한데 말야.”
아빠가 천천히 원로들을 향해 걸어갔다.
“언제부터 가신 나부랭이가 언제부터 본가의 혈족에게 고개를 뻣뻣이 들었지?”
“저, 저희는 선대 때부터 아스트라를 모셔 온 원로입니다.”
“원로가 뭐. 그래봐야 가신이 아닌가.”
“어찌 이리 무도한……!”
“너희의 말은 가주 대행에 대한 무례가 아닌가 보지. 내 아버님께도 이리 무례하였던가.”
원로들이 마른침을 삼키자, 아빠는 원로회 의장의 뒷덜미를 거칠게 잡았다.
그리고 코끝까지 끌어와 속삭였다.
“묻고 있잖아. 감히 내 아버님이 계신 성에 허가 없이 드나드는 정신머리는 어디에서 온 것이냐고.”
“내, 내가 입을 열면 본가도 무사하지 못할……!”
하하.
낮은 웃음소리가 중정에 깔렸다.
아빠는 원로회 의장의 목을 두드리며 말했다.
“그런 것까지 걱정할 필욘 없어.”
“……예?”
“그 전에 너희 늙은이들의 목이 바닥에 떨어질 테니.”
2세들은 비죽,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그 중에서 어깨를 오므리고 있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나는 포르르 걸어가 그의 어깨를 톡, 톡, 두드렸다.
“겁이 나세요?”
“뭐, 뭐?”
“겁이 나시냐고 물었어요. ……헤르난 숙부.”
너잖아.
이 실험을 총괄한 사람.
그의 아들인 밀란과 나는 힐끗 시선을 맞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