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36)
이 3세는 악역입니다 136화.(136/390)
136화.
헤르난의 눈이 커졌다.
그러나 이내 그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헛웃음을 터뜨렸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지만 혈색이 안 좋으신걸요.”
“너희 부녀의 기행에 기가 질린 것이지. 어린애 한 마디에 마탑 수색에 동의한 형제들의 어리석음을 한탄하는 것이고!”
헤르난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정말로 그 때문에 이렇게 당황하신 게 아니잖아요?”
“무슨─”
“할아버지 뒤에서 고대 몬스터를 만든 책임자가 숙부님이기 때문이지.”
“……!”
이 사건이 마탑과 관계되었다는 게 밝혀지니, 범인은 알아서 내 손에 굴러들어 왔다.
‘그 아들이 내게 증언해 줬으니까.’
대회의장에서 나간 그때.
밀란이 내게 찾아온 것이다.
“이 사건이 정말로 마탑과 연관이 있는 거야?”
“확신하고 있어. 그런데 왜?”
“…….”
밀란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언제나 여유롭던 그가 뭔가에 쫓기듯 초조해 보였다.
남의 눈치는 절대로 살피지 않는 발자크까지 의아해할 정도로.
당연히 난 뭔가 있다고 느꼈다.
“잠깐 나와 얘기해, 밀란 오라버니.”
그를 으슥한 곳으로 끌고 가서 물었다.
“왜 그래?”
“…….”
“만약 오라버니의 아버지가 이 사건과 관계되었다면 빨리 말해 줘야 해.”
“……!”
밀란은 놀란 얼굴로 쳐다봤다.
“어떻게…….”
“오라버니가 그만큼 고민할 말이라면 한 가지지, 뭐. 아무리 아버지가 싫다고 해도 생물학적 부친을 발고하는 건 어려운 거야.”
“…….”
“또, 내가 헤르난 숙부를 의심하고 있기도 했고.”
“……어떻게 아버지를 의심하고 있었다는 거지?”
“난 눈치가 빠른 편이거든.”
일부러 대회의장에서 마탑 수색을 언급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아빠가 가주 대행을 맡고 있는 지금, 굳이 2세들의 동의를 얻어서 마탑을 수색할 필요는 없다.
모든 결정권은 아빠에게 있으니까.
‘행여나 일이 잘못되면 다른 2세들과 책임을 나누기 위해서이긴 했지만.’
마탑에서 실험 자료를 완전히 소거하기 전에 움직여야 한다.
2세들을 설득할 시간에 서둘러 움직이는 쪽이 나았다.
그런데 내가 굳이 2세들에게 ‘마탑 수색’을 언급한 가장 큰 이유는…….
‘마탑을 수색하겠다고 했을 때의 반응을 보려고 한 거지.’
제일 의심하고 있던 발데릭 숙부는 마탑 수색에 가장 먼저 동의했다.
그 뒤로 바스티나 고모, 그 뒤에 실뱅 숙부.
‘헤르난 숙부는 2세 모두가 밀어붙이니 반대하지 못했을 뿐이지.’
그리고 일순 보였던 낭패라는 표정.
회의가 끝나자마자 다급히 부관과 접촉한 점.
모두 헤르난 숙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거기에 밀란까지 이런 얼굴이라면 체크메이트 수준인 거지.’
“잘 들어, 밀란 오라버니. 금술로 고대 몬스터를 만들었다는 것부터 할아버지의 벌을 피할 수 없는 죄야.”
“…….”
“그런데 실험의 중심이었던 에레카 길라르가 공작성을 습격했지. 이건 관련자의 목이 날아갈 중죄라고. 까딱 잘못했다간, 헤르난 관할령 전체가 날아가겠지.”
“……나와 어머니가 살려면 조부님께서 도착하시기 전에 아버지를 발고해야 할 테고.”
“물론 그것도 있지만…… 기회기도 하지.”
내 말에 밀란이 흠칫, 날 쳐다봤다.
“기회?”
“숙모님께서 이혼하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오라버니와 친정 때문이잖아.”
“……그래.”
“아스트라에선 손주를 외부로 보내지 않을 거야. 설령 할아버지가 오라버니를 외가로 보내 주셔도, 평생 족쇄를 달고 살겠지.”
“그건 각오하고 있어.”
“그런데 헤르난 숙부가 없으면?”
“무슨…….”
“관할령을 숙모님께서 다스리고, 오빠는 계속 아스트라에 있을 수 있단 말이야.”
“내 삶이 편해지자고 아버지를 팔라는 말이야?”
“선택하기 어려울 땐, 차라리 셈을 하는 쪽이 낫다는 거지.”
저울에 올려 두는 것이다.
한쪽엔 ‘그래도 아버지’를.
다른 쪽엔 ‘아버지가 없을 때의 이득’, ‘헤르난 관할령의 사람들을 보호’라는 명분을.
“……잔인하네, 너는.”
쓰게 웃은 밀란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지만 덕분에 결론은 쉽게 났다. ……아버지가 관할성에서 고대 몬스터의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어.”
“고대 몬스터?”
“그래, 그리고 ‘기록’ 없이 마탑 마법사들과 술자리를 가진 적도 여러 번이고.”
본성에선 아스트라의 직계 2세들을 사찰한다.
쉽게 말해서, 혹시 모를 아스트라 공작에 관한 반역을 사전 대비하기 위해 뒷조사한다는 것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통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기록이 없다는 건…… 기록 담당관을 매수했다는 거야.’
그것만으로도 헤르난은 의절당할 것이다.
“증거는? 증거는 있어?”
“어머니는 꼼꼼한 분이야. 혹시라도 나와 관할령에 피해가 갈 만한 일이라면 절대 쉽게 넘어가지 않지.”
“그럼…….”
“모두 기록해 두셨을 거야. 헤르난 관할성의 고용인들은 대부분 어머니의 편이니, 증언할 사람도 여럿이고.”
역시 카나리아 숙모님!
‘할아버지가 가장 신임하는 며느리라니까.’
그렇게 나는 헤르난 숙부를 범인으로 확정하게 된 것이다.
헤르난 숙부는 나를 찢어 죽일 듯이 노려봤다.
“네가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아느냐?”
“숙부님이 범인이라고 한 거잖아요?”
“대회의장에선 그리도 책임을 운운했으면서, 너는 네 발언에 전혀 책임지지 못하는구나.”
헤르난 숙부의 표정이 험악했다.
나는 생긋 미소 지었다.
그리고 아빠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빠도 그렇게 생각하실까요? 저, 아─”
내가 아빠를 부르려던 찰나, 헤르난 숙부가 거칠게 팔을 잡아끌었다.
어찌나 힘이 센지 팔뚝이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다.
“언제까지 네가 나댈 수 있을 성싶어.”
“아파요. 이거 놓으세─ 윽.”
숙부의, 아니, 헤르난의 손등 위로 무언가 일렁였다.
발밑이 꺼지는 것 같은 기이한 기운.
삐익─! 시끄러운 이명이 머릿속을 가로질렀다.
‘그러고 보니 헤르난 숙부의 가호는…….’
그때였다.
“그만하세요─!”
밀란이 거칠게 나를 헤르난에게서 떼어 냈다.
마법사들과 설전을 벌이던 아빠부터, 그 모습을 지켜보던 혈족들까지 모두 일시에 우리를 쳐다봤다.
발자크가 재빨리 내게 다가왔다.
“왜 그래, 에릴로트?”
헤르난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아빠를 쳐다봤다.
“기가 막힌 말을 하기에 몇 마디 혼을 냈을 뿐입니다.”
“기가 막힌 말?”
아빠가 미간을 좁히자, 헤르난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실소를 터뜨렸다.
“내가 이번 사건의 수괴라지 뭡니까. 기가 막혀서.”
“…….”
“형님 딸의 오만이 지나칩니다. 증거도 없이 어른을 몰아붙이는 꼴 하곤─”
“가호를 사용하려고 하셨잖아요.”
마지막 말은 밀란이었다.
그가 희게 질린 얼굴로 나를 등 뒤에 숨기며 말한 것이다.
그러자 중정이 크게 술렁였다.
“가호? 헤르난의 가호는 <밤의 로브>가 아니냐.”
밤의 로브.
만진 것을 투명화하는 특수계의 가호였다.
2단계까지 가호를 개발한 헤르난은 이 특수계 가호를 공격계로 바꾸었다.
‘만진 것을 없애는 능력으로.’
발데릭 숙부가 실소를 흘렸다.
“미친 게 아니고서야 이 사람 많은 곳에서 조카를 죽이려 들었겠느냐?”
“맞습니다, 형님. 대체 이 아이들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에릴로트, 내 아들에게 대체 무슨 소리를 속살거렸기에─”
“아버지의 가호는 <밤의 로브>뿐만이 아닙니다.”
“……!”
헤르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밀란은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아버지의 두 번째 가호는 <저주>잖습니까!”
“밀란─!!”
그제야 헤르난의 표정이 달라졌다.
혈족들은 인상을 찌푸리곤 서로를 쳐다봤다.
“저주?”
“저주라니?”
다들 혼란스러운 와중에,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이마를 짚었다.
‘그럼 저놈이 날 저주하려고 했다는 거잖아.’
아스트라에서 제일 정상적인 바실레 고모도 당혹을 금치 못했다.
“조카를 저주하려 한 것이냐, 헤르난!”
“말도 안 되는 소리! 저, 저주라니요! 밀란, 이 녀석이 에릴로트의 술수에 놀아나서 착각을……!”
밀란은 굳은 얼굴로 제 아버지를 노려봤다.
“어려서부터 아버지께선 제게 주지시키지 않으셨습니까. ‘두 번째 가호를 아들에게 쓰게 하지 말아달라’고.”
‘자식한테 그런 협박을 했다고? 저 쓰레기.’
헤르난이 씩씩거리며 밀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철썩! 뺨을 올려붙였다.
고개가 돌아간 밀란은 바닥만을 노려보고 있었다.
헤르난이 고함을 내질렀다.
“이 멍청한 놈! 어린 계집애에게 놀아나서 아비에게─”
그러던 찰나였다.
뻑─!
퍽도 아니고 뻑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뼈가 우그러지는 것 같은 소리에 나는 깜짝 놀랐다.
헤르난에게 주먹을 날린 건…….
“카, 카나리아 숙모님?”
“어머니…….”
밀란의 모친이자, 헤르난의 아내인 카나리아 숙모였다.
언제 왔는지, 두꺼운 로브를 걸친 숙모가 헤르난을 노려보며 말했다.
“내 아들에게 다시는 손을 올리지 말라고 누누이 경고했을 텐데요.”
“이 미친……! 어디 남편에게 손을 올려?! 이혼당하고 싶어서 작정했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자식에게 손을 올리는 쓰레기는 내가 사양입니다.”
“뭐, 뭐?”
“당신은 남편으로서도, 부모로서도 최악이야.”
“이 미친 여자가─”
“당신이 항상 말했죠. 쓰레기는 버려지는 법이라고.”
“핏줄도, 능력도 쓰레기 같은 남자란 말야! 쓰레기를 버리는 게 왜?”
에레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겠다.
‘정말로 에레카의 그 분은 헤르난이었군.’
카나리아 숙모는 헤르난의 얼굴에 서류를 던지며 말했다.
“당신이란 쓰레기, 내가 버리겠어.”
종이는 팔랑팔랑 낙엽처럼 떨어졌고, 발데릭 숙부는 의아한 표정으로 서류를 집어 들었다.
“이, 이게 뭐야……!”
나도 얼른 떨어진 서류 중에 하나를 주워들었다.
‘헤르난 관할성에 드나든 자들의 명단이야.’
[6월 3일, 에일로츠 남작과 술자리. 남작은 약 4시간 동안 머물렀고, 델타형의 피에 관한 대화를 나눔.] [6월 7일, 마탑 마법사 오렌, 이탈라, 바로틸과 식사. 바로틸에게 금괴 상자 전달.] [6월 19일, 마탑 마법사 2인과 함께 황도로 출발.] [7월 11일, 길라르 자작과 동반 외출. 위치는 에일로츠 남작 소유, 실뱅 관할령 130-2번지.]명단뿐만 아니라 나눈 대화, 이동한 위치까지 꼼꼼히 기록되어 있다.
황급히 서류를 확인한 헤르난이 사색이 되었다.
“너, 너, 감히 남편을……!”
“당신의 수많은 혼외자들이 행여나 내 아들을 노릴 때, 반격하기 위해서 하나둘 모아둔 자료예요.”
“뭐, 뭐?”
“당신의 그 더러운 성정상, 혼외자가 공격해도 밀란을 지켜줄 리 만무하니까.”
“카나리아─!!”
“덕분에 헤르난 관할령은 위기를 면하겠군요. 당신이 처음부터 쓰레기 냄새를 풍겨줘서.”
‘오…….’
카나리아 숙모님은 위풍당당했다.
밀란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런 숙모님을 바라봤다.
숙모님이 말씀하셨다.
“그러니 밀란, 너는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예?”
“네 아비를 버린 건 네가 아냐. 내가 네 아비를 버린 것이야. 이 일에 너는 그 어떤 죄책감도 가질 필요가 없어.”
“…….”
밀란의 얼굴이 아프게 구겨졌다.
‘왜 밀란이 쓰레기 밑에서도 강하게 큰지 알겠어.’
태산처럼 커다란 어머니가 외풍에 엇나가지 않도록 아들을 지켜왔기 때문에.
‘그리고 이번 삶의 내가 지난 삶들에 초연할 수 있는 이유도…….’
퍽!
달려온 아빠가 헤르난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내 딸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했는지 소상히 들어야겠다.”
“혀, 형님……!”
나는 빙그레 미소 지었다.
‘아빠가 있기 때문이겠지.’
부모의 애정이 클수록 아이는 강하게 자라니까.
아빠의 주먹에 나뒹군 헤르난은 씩씩거리며 바닥을 짚었다.
“고작 이까짓 서류 따위로 나를 어떻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본데, 착각이오!”
그는 아빠를 찢어 죽일 듯이 노려봤다.
“원로들과 난 아스트라를 위해 움직였을 뿐! 공작성을 범한 것은 오직 에레카 길라르의 탓……!”
아내와 자식이 증언하였고, 이 사건에 관계된 마탑 마법사들과 연결된 이상 빠져나가긴 무리였다.
헤르난도 그걸 알고 인정한 것이다.
그가 정신없이 목청을 높였고, 원로들과 마법사들도 시끄럽게 동조했다.
그런데, 그때.
“개판도 이런 개판이 없군.”
한겨울 서리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중정에 낮게 깔렸다.
모두가 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희게 센 머리칼.
세월의 관록을 고스란히 담은 위압감 있는 실루엣.
걸친 로브에서 빛나는 아스트라의 문양.
……할아버지의 귀환이었다.
“아, 아버님…….”
“공작님─!”
지팡이를 쥔 채로 뚜벅뚜벅 걸어온 그가 헤르난의 앞에 섰다.
헤르난은 허둥지둥 자세를 바로 했다.
“아, 아버님, 제 말을 들어주십시오. 이건 모두 에레카 길라르가 불만한 탓이고, 저는 오직 아버님을 위해……!”
“헤르난.”
“예, 예?”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할아버지가 어깨를 두드리자, 헤르난의 표정이 밝아졌다.
“아버님……!”
용서라도 해주려나 싶어 활짝 웃던 순간.
할아버지는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판단은 내 몫이니.”
“……예?”
할아버지가 헤르난의 어깨를 툭, 툭, 치며 중정을 바라보았다.
“전부 지하옥사로 끌고 가라.”
“아버님……!”
“공작님!!”
그렇게 명한 할아버지는 함께 귀환한 드뷔시 자작을 힐끗 쳐다보며, 쐐기를 박았다.
“토설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실컷 가지고 놀다가 목이나 잘라줘.”
“예.”
마법사들과 원로들, 그리고 헤르난까지 사색이 되었다.
“아, 아버지, 저희는……!”
“공작님, 저흰 오직 아스트라를 위해!”
“예, 그렇습─”
할아버지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너희가 무슨 짓을 했건 간에 관계 없다.”
“……예?”
“감히 내 앞마당에서 소란을 벌였으니 그만한 대가를 치루라는 것이지.”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사람을 생명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이다.
그럴 만한 힘이 아스트라 공작에겐 있다는 뜻.
나를 비롯한 아스트라의 혈족 모두가 마른침을 삼켰다.
‘맞아, 할아버지는 그런 분이었지.’
황제마저 두려워하는 아스트라의 큰 산.
할아버지가 중정을 걷는 동안, 사람들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해서.”
할아버지가 나를 가만히 쳐다보며 물었다.
“네……?”
“감히 네 손에서 피를 흐르게 한 자. 누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