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37)
이 3세는 악역입니다 137화.(137/390)
137화.
절로 눈이 데구루루 굴러갔다.
“아, 그러니까…… 으음…….”
홀랑 범인을 말하자니 나도 모르게 주저하게 된다.
‘엄청 큰일이 날 것 같으니까.’
적들이 고통받는 거야 환영할 일이지만, 다른 곳까지 불똥이 튀는 건 곤란하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계속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우물쭈물하며 할아버지를 쳐다봤다.
“저, 그러니까요……. 으음, 고대 몬스터가 습격해서…….”
할아버지의 시선이 고대 몬스터를 만든 놈들에게 향했다.
직접 제작한 마탑의 마법사들.
마법사들을 비호하는 원로들.
이 모든 일의 수괴, 헤르난.
그리고…….
“길라르 부녀는.”
할아버지의 말에 아빠가 대답했다.
“지하 옥사에 있습니다.”
“자식이 벌인 일은 부모가 책임져야겠지.”
“준비해 두겠습니다.”
두 사람의 눈이 이글이글했다.
‘음, 난리 나겠네.’
나는 속으로 허허 웃었다.
* * *
아스트라 공작이 대회의실에 들어갔다.
세월의 관록을 고스란히 간직한, 피라미드 최정점의 노인.
그가 자리한 것만으로도 회장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2세며 가신, 행정관 할 것 없이 상황 보고를 받는 아스트라 공작을 주시했다.
하나같이 그의 눈치를 살피는 얼굴이었다.
데이몬드 아스트라를 제외하면.
공작이 흘낏, 데이몬드를 쳐다봤다.
“마탑을 수색했다, 라. 자식의 말에 홀랑 넘어간 것이냐.”
아끼는 자식인 에릴로트가 마탑 수색을 주장했다고 대번에 허락한 것이냐는 질문이었다.
“신관에 침입한 몬스터는 고대 몬스터 실의의 외양을 하고 있으나, 터무니없이 약했습니다.”
“해서.”
“제작된 몬스터일 수도 있다는 의견에 동의했고, 붉은 달이 지기 전 2차 침입의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했기에 마탑을 수색하였습니다.”
2세들은 긴장한 얼굴로 아스트라 공작을 쳐다봤다.
‘아무리 그래도 원로회를 정면에서 타격한 셈이니…….’
‘원로회가 들고일어나면 수습은 아버님의 몫이지. 뒷감당할 아버님을 생각하지 않고 너무 조급하게 움직였다.’
‘아버님께서 이 일을 불쾌하게 여기신다면 데이몬드 형님의 입지는 아무래도…….’
공작은 고저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잘했군.”
“……!”
“……!”
“……!”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스트라의 상징 중 하나인 원로회를 공격한 것에 대한 감상이 그것이라고?
모두가 놀란 와중에 드뷔시 자작은 소리 없이 웃었다.
아둔한 놈들은 공작이 원로회가 쥔 정보를 두려워해서, 저들과 타협했다고 여겼다.
하지만 공작의 진짜 속내는…….
‘명분을 기다리고 계셨을 뿐이다.’
아스트라 공작은 선대를 죽이고, 가주 위를 빼앗았다.
즉, 반역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반역으로 가주 위를 빼앗았음에도, 선대의 복수를 명분으로 방계들이 봉기하지 않은 이유는 하나였다.
‘합리적인 장원 운영.’
선대처럼 ‘본가를 위해서’라는 이유로 고혈을 쥐어짜지 않는다.
선대를 따랐던 자들에게도 능력만 있으면 기회를 주었다.
선대의 방식도 합리적인 것은 취하고, 불합리한 것은 폐했다.
‘선대의 것이었다는 이유로 원로회를 폐지하는 건, 자신의 방식을 스스로 부정하는 격이니…….’
원로회를 공격했다면, 선대를 따랐던 가신과 방계들은 극심한 두려움에 사로잡혔을 것이다.
원로회를 시작으로, 선대를 따랐던 자들을 모두 없애려는 걸까.
역시 선대 때의 앙심이 아직 남은 것이 분명하다.
‘공포는 곧 반역으로 이어졌을 터.’
해서, 공작은 원로회를 칠 명분을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명분이 생겼을 때, 원로회에서 수습하기 전에 움직였으니 공작님으로서는 도리어 기꺼우실밖에.’
이 모든 일의 중심이 에릴로트란 것이 놀라웠다.
똑똑한 그 아이가 뒷수습을 생각하지 않고 움직였을 리 없다.
‘즉, 아가씨는 공작님의 속내를 알고 계신 것이겠지.’
상관의 속내를 정확하게 읽는 혜안.
긴박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는 담력.
빠르고 정확한 판단.
실행력.
‘무엇 하나 흠잡을 구석이 없다.’
마치 젊었을 때의 공작님을 보는 것 같았다.
아무것도 없는 선대의 11남이 아스트라의 신이던 선대를 치고, 가주 위를 차지했다.
사람들에게 공작의 일대기는 마치 전설과 같았다.
그 전설 속의 젊은 공작을 보는 것 같은 기분.
‘정말이지 대단해.’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자신뿐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공작과 함께 현재의 아스트라를 이룩한 노회한 가신들의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마치…….
“도련님을 따르게 해 주십시오.”
“아킨토라 자작령의 군사 1만. 열한 번째 도련님을 위해 목숨을 바칠 것입니다.”
“플로랭의 17대 장녀, 카를. 도련님께 미래를 겁니다.”
아스트라의 왕좌를 위해 궐기했던 그 날처럼.
‘노다지를 발견하면 뭐라도 걸지 못해 안달이라니까.’
하긴, 목숨과 가문을 건 도박에 성공해 이만한 권력을 이룬 자들이다.
가장 빛나는 젊은 날을 떠올리게 하는 아이라면 욕심이 날 만도 하지.
‘나도 슬슬 끈을 대 놔야 하나.’
드뷔시 자작이 킬킬, 웃었다.
보고서를 소리 나게 내려놓은 공작이 주변을 둘러봤다.
“데콘스.”
“예, 아버님.”
“너는 가서 원로회 의장의 목을 잘라 와라.”
“예. ……예?!”
긴장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던 데콘스가 흠칫 얼굴을 들었다.
‘저, 정말로 원로회를 없애시려는 건가!’
공작은 무미건조한 눈빛으로 데콘스를 쳐다봤다.
“두 번 말하게 할 셈이냐.”
“아, 아닙니다.”
데콘스가 다시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바실레.”
“예, 아버님.”
“실험과 관련된 마법사들의 양 손목을 끊어 와라. 혈족이라 할지라도 네게 자비는 없어야 할 것이다.”
“명 받들겠습니다.”
바실레 또한 고개를 깊이 수그렸다.
“구스타프, 실뱅.”
“예, 아버님.”
“하명하소서.”
“군사 3만을 내주마. 장원을 뒤집어서라도 이 일에 털끝만큼이라도 연관된 놈이 있다면, 애,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끌고 오너라.”
“예!”
“예.”
구스타프와 실뱅이 동시에 왼 가슴에 손을 올렸다.
“발데릭, 바스티나.”
“예, 아버님.”
“말씀하셔요.”
“너희는 바실레와 협력하여 이번 일에 타 가문이 얽혔는지 조사해라.”
“예.”
“예, 아버님.”
공작의 시선이 데이몬드에게 향했다.
“데이몬드 아스트라를 이번 일의 총책임자로 임명한다.”
“예.”
공작이 테이블을 내리치며 외쳤다.
“본가의 혈족은 들어라!”
“예.”
“예!”
“옛─!!”
공작의 시선이 짙게 가라앉았다.
“감히 아스트라에 칼끝을 겨눈 자의 수급을 내게 가져와라.”
데이몬드가 자리에서 일어나 공작을 향해 한쪽 무릎을 굽혔다.
“명을 받듭니다.”
서로를 꼭 닮은 부자의 눈이 소리 없이 타올랐다.
그렇게 아스트라 장원이 뒤집혔다.
공작의 장남인 그리미에까지 합류하여 본가의 2세 전체가 무장하자, 장원엔 전에 없던 긴장이 흘렀다.
* * *
일주일 후.
바쁜 건 2세들 뿐이고, 우리 3세들은 이전보다 한가로워졌다.
“아, 평소에도 지금만 같으면 좋겠다. 수업도 안 하고, 시험 일정도 밀리고……. 천국인가.”
“세작 찾기는 이대로 끝난 거지?”
“오후에 세작 찾기는 중지하겠다고 공지한다던데.”
사촌들은 저마다 여유를 즐겼다.
수업도 중지되었겠다, 살판이 난 것이다.
3세 교육은 잠시 중지되었다.
‘마독 때문에.’
고대의 독인 마독.
그 마독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독이었다.
다행히 며칠 전에 전염성이 없다는 건 밝혀져서, 외부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가호에 영향이 있을 수도 있어서, 마독 가까이에 있던 3세들은 하루 종일 의사의 검진만 받고 있었다.
‘그러느라 황도에도 못 가고.’
리앙틴은 잔뜩 짜증이 났다.
“에레카 길라르 때문에 이게 뭐냐고. 연말 시험도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그러자 디오네라가 따뜻한 차를 마시며 느긋한 얼굴로 말했다.
“그게 좋은 거잖아~.”
“좋긴 뭐가 좋아. 일정이 안 나오면 언제부터 준비해야 하는지, 뭘 준비해야 하는지도 모르는데! 시험 범위는 어디까지인 거야!”
리앙틴이 책을 파라락, 넘기며 성질을 부리자 사촌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사촌 언니인 아일라가 말했다.
“하여간에 쟤는 별종이야. 시험이 밀렸다고 더 불안해하다니. 그보다 다들 지하 옥사에 가 보지 않을래?”
그 말에 사촌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옥사?”
“옥사는 왜?”
아일라는 팔짱을 끼고 히죽, 웃었다. 엄청나게 못된 얼굴이었다.
“방계 애들이 있잖아.”
그랬다.
방계 애들도 조사받기 위해서 지하 옥사에 구금되어 있었다.
에레카 길라르가 인조 마물을 데리고 있던 것을 정말 몰랐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구경하러 가자는 거지. 그리고…… 에레카 길라르의 꼴이 어떤지 궁금하지 않아?”
아일라 언니의 눈이 희번덕 빛났다.
‘에레카랑 싸웠던 것 때문에 앙심이 크구나.’
내가 아니었다면 늪요정에게 크게 당할 뻔했으니, 여전히 분한 모양이었다.
그러자 다른 사촌들의 눈이 반짝거렸다.
“좋은 생각이네.”
“지금? 지금 가는 거야? 나도 갈래!”
사촌들은 드물게 합심해선 홀라당 나가버렸다.
리앙틴이 누구보다 빠르게 미친 듯이 뛰어갔다. 디오네라가 “나도! 나도!” 하면서 그 뒤를 따랐고.
나도 몸을 일으켰다.
셀레네 언니가 약간 놀란 얼굴로 물었다.
“에릴로트, 너도 가려고?”
“네.”
“의외네.”
“왜요?”
“뒤끝이 없는 줄 알았거든.”
“저 뒤끝 많은데요?”
엄청나게 많다는 표정으로 보자, 셀레네 언니는 픽 웃었다.
“나도 그래. 같이 갈래?”
“네.”
나는 셀레네 언니와 함께 지하 옥사로 향했다.
옥사는 소란스러웠다.
“나, 나는 그저 헤르난 님께 협박당해서 돈을 빼앗겼을 뿐이라니까……! 정말이오!”
“저는 정말로 모릅니다. 그저 실험재료를 옮긴 것뿐입니다! 마부인 제가 뭘 알겠습니까!”
“사,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세요!”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잡혀 들어와서, 거의 시장통이나 마찬가지였다.
셀레네는 쯧, 혀를 찼다.
“에일로츠 남작이 죽는 바람에 잡혀 온 사람이 많네…….”
“그러게요.”
그랬다.
에일로츠 남작은 군사들이 저택을 덮치기 전에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이 일의 중심축인 그가 죽어서, 본성에선 조금이라도 관련된 사람들을 모조리 잡아들여 하나하나 진상을 파악해야 했다.
셀레네는 한숨을 내쉬었다.
“헤르난 숙부는 아직까지 모두 아스트라를 위한 일이었다고 주장한대.”
“그렇게 주장하지 않으면 죽을 테니까요.”
“밀란이 안 됐어.”
“…….”
헤르난 숙부의 아들인 밀란도 조사를 받고 있었다.
다행히 완전히 일이 밝혀지기 전에, 모자가 함께 발고하여서 고문은 당하지 않는 모양이지만.
셀레네와 나는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지하 3층에 들어섰다.
문을 열자, 한 방에 방계 애들이 모여 있었다.
‘어린애들이라 철창에 가두진 않았나 보네.’
방도 그런대로 깨끗하고 식사도 제대로 나오는지, 식사 웨건에 그릇이 가득하다.
사촌들은 방계 애들을 보며 낄낄거리고 있었다.
조프리가 히죽히죽 웃으며, 잔뜩 겁먹고 있는 방계 애들을 골려 먹던 중이었다.
“그렇게 잘난 체하더니. 어디 지금도 전처럼 오만하게 굴지 그래?”
“…….”
“어? 부모가 공작이 못되면, 직계들의 신세는 방계보다 못하다고 지껄여보라니까?”
“…….”
방계 애들은 거의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죄, 죄송…….”
“저, 저희는 그저 에레카의 말에 휘둘려서…….”
방계 애들의 목소리가 기어들어 갔다.
그때였다.
똑똑, 노크와 함께 성인 마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명하신 대로 에레카 길라르를 데려왔습니다.”
아일라 언니가 얼른 문을 열었다.
옥사의 책임자로 보이는 남자가 직계들에게 말했다.
“서둘러 돌려보내 주셔야 합니다. 이 일이 알려졌다간 저는 관리 소홀로…….”
“알았다니까.”
조프리가 손을 휘휘 젓고, 에레카에게 다가갔다.
“꼴 좋네. 응?”
“…….”
“입이 붙었어? 전처럼 지껄여보지 그래?”
“…….”
“이야, 옷 한번 잘 어울리는데?”
사촌들이 낄낄 웃으며 에레카를 조롱했다.
* * *
에레카는 옷자락을 꽉 비틀었다.
‘내가 왜…… 내가 어째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 거야!’
본성 관리들이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한답시고, 아름다운 제 옷을 빼앗았다.
그리고 내준 것이 거지들이나 입을 법한 넝마였다.
조프리는 고개를 푹 수그린 자신을 보고, 낄낄 소리 내 웃었다.
“고문으로 혀라도 잘라갔어? 어?”
그러자 에레카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저는 고문 받지 않아요!”
“뭐?”
“아직 고문받은 적이 없다고요.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시겠어요?”
에레카는 직계들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공작님께서 제가 이 일에 억울하게 얽혔다는 걸 아시는 거예요!”
“뭐? 허, 이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제가 속았다는 걸 아시고 안타깝게 여기시는 거라고요. 저는 정말로 이 일이 아스트라를 위한 일인 줄 알았으니까요!”
그래.
자신은 아스트라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실험한 것이다.
‘그런데 내가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지?’
왜 노예 같은 허름한 옷을 입고, 조롱을 당해야 하느냔 말야.
일주일 동안 씻지 못해서 아름다운 금발이 먼지투성이로 뭉쳐 있었다.
‘그에 반해 에릴로트의 금발은…….’
에릴로트의 머리칼은 달콤한 향기가 날 것처럼 윤이 흐른다.
여름 초순의 햇볕처럼 황홀하게 물결치고…….
에레카가 에릴로트를 찢어 죽일 듯 노려보았다.
“사람들 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저를 잡아놨지만, 곧 풀어주실 거예요.”
리앙틴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아직도 환상에서 못 벗어났니? 네가 멀쩡한 건 국법 때문이야! 아이는 죄가 확정된 뒤에야 고신할 수 있다는─”
“에릴로트 영애가 그런 말로 여러분을 현혹했나 보죠?”
“거기서 왜 에릴로트가 나와?”
“에릴로트 영애는 항상 제게 열등감을 갖고, 어떻게든 저를 까내리려고 하니─”
그때.
벌컥, 문이 열렸다.
드뷔시 자작과 공작, 그리고 몇몇 가신들이 방안을 쳐다봤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조사의 핵심 인물을 멋대로 불러내시다니요.”
드뷔시 자작이 타박하자, 직계들이 움찔했다.
반면에 에레카의 얼굴은 환해졌다.
‘드디어. 드디어 공작님이 오셨어. 날 구해주시려고.’
공작이 문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왔다.
에레카는 입을 열었다.
“고, 공작님.”
“너냐.”
“네, 제가 에레카 길라르예요!”
“그래, 내 손녀의 손을 상하게 한 녀석.”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