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40)
이 3세는 악역입니다 140화.(140/390)
140화.
드뷔시 자작이 픽 웃으며 물었다.
“그보다 무슨 연유로 식사하지 않으시는지부터 알아보시는 게 순서 아니겠습니까.”
자작은 콘라드에게 물었다.
“아가씨께서 무엇을 불편해하셨더냐.”
“다른 말씀은 없으셨습니다.”
“최근에 심사가 번잡한 일은 없고?”
“글쎄요. 역시 인조 마물 습격 건에 가장 마음이 불편하시지 않았겠습니까.”
맞는 말이다.
발자크는 인조 실의에게 복부가 다 뜯겨 나갈 뻔했고, 리시먼드와 요슈아는 마독을 밟았다.
“하지만 세 분 도련님껜 아스트라에서 가장 유능한 의사들이 붙어 있지 않나. 서운할 만한 일은 아니지.”
“예.”
“하면 왜 단식하시는 것일까…….”
그 영리한 아이가 어째서?
단식으로 고집을 부렸다가 공작님의 심기가 상한다면 역풍을 맞을 텐데.
그런 위험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단식할 만큼 중요한 일인 것인가?
고민하던 찰나, 공작이 인상을 찌푸렸다.
“방만한 태도를 더는 봐줄 수 없구나.”
그러자 콘라드가 매우 당황했다.
“예? 저, 평소 에릴로트 아가씨께선 별것 아닌 일로 고집을 부린 적이 없지 않습니까. 필시 뜻이 있을 터이니, 부디─”
“감히 나를 협박하는 것이 아니냐!”
“고, 공작님.”
“어디 있다더냐! 내 가서 혼쭐을 내주어야겠어!”
“신관에서 병동으로 이동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만…… 공작님! 공작님─!”
콘라드는 당황해서 문을 벌컥 여는 공작을 쫓으려 했다.
드뷔시 자작이 가볍게 손을 흔들어, 그런 콘라드를 제지했다.
“두어라.”
“예? 하지만……!”
“행여나 식사를 걸러서 손녀가 뼈만 남았는지 확인하러 가시는 것이니.”
“……예?”
드뷔시 자작은 킬킬 웃었다.
‘하여간에 솔직하지 못하시다니까.’
* * *
나는 치마를 툭툭 털고 일어나서 말했다.
“핀, 피피. 가자.”
그러자 늪요정들이 포르르 날아왔다.
나는 언니 쪽 늪요정에게 ‘핀’이란 이름을, 동생 쪽 늪요정에겐 ‘피피’라는 이름을 붙여 줬다.
에레카는 아이들에게 따로 이름을 붙여 주지 않았는지, 늪요정들은 내가 붙여 준 이름을 아주 좋아했다.
늪요정들이 소매 속으로 들어간 후, 등을 돌렸다.
“영애.”
빈센트가 나를 불렀다.
내가 힐끔 쳐다보자, 그는 약간 곤란해 보이는 얼굴로 물었다.
“제 질문이 불편하셨습니까?”
“본인을 싫어하시냐고 묻는다면 누구나 불편하겠지요.”
“어쩐지 저를 피하시는 듯하여……. 혹시 실례를 범했다면 사과드리고 싶었습니다.”
이번 생에서 실수한 건 없지.
‘지난 생에선 했지만.’
그렇다고 ‘너, 내 전생에서 날 가지고 놀았거든? 그래서 싫어!’ 하고 말할 순 없지 않은가.
미쳤다고 광고하는 꼴인걸.
“사과받을 일은 없어요.”
“하면 가끔 인사를 드려도 되겠습니까?”
‘얘가 왜 이래?’
내가 아는 빈센트는 상대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눈치가 워낙에 빨라서, 상대방의 선을 넘어오는 일이 없었다.
‘그게 좋았고…….’
그 어떤 때에도 불편한 질문이라거나, 피하고 싶은 주제를 대화에 끼워 넣은 적이 없었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편했고, 그의 배려에 설렜다.
‘지금 생각해 보면, 눈치 빠른 남자라서 그런 날 다 알고 있었을 것 같지만.’
눈도 못 마주치고 고개를 푹 수그리던 나를 몰랐을 리 없다.
수백 번 고민하고, 겨우 연락해서 온종일 그의 답장을 기다리는 날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와의 약속을 내가 손꼽아 기다린다는 것을…….
그가 연락 없이 늦더라도 나는 밤새도록 기다리고 있을 거란 것도.
……그를 좋아하는 날, 몰랐을 리 없었다.
“영애?”
“영애, 어디 불편하십니까?”
“아! 아니에요. 어제 시험 준비를 하느라 잠을 설쳤더니……. 저, 행색이 좀 보기에 나쁘지요……?”
“다른 사람들이 보았다면 아쉬워했을 겁니다.”
“아, 역시 보기 안 좋군요……. 저, 잠시 기다리시면 얼른 옷을 갈아입고─”
“아뇨. 영애는 느슨한 모습이 더 빛난다는 걸 지금까지 몰랐던 게 아쉬웠을 거란 말입니다.”
장난기 어린 미소.
그러나 그의 짓궂음은 상대방을 결코 불편하게 하지 않았…… 그만 생각하자.
‘그의 배신만 더 선명하게 하니까.’
난 빈센트를 힐끗 쳐다봤다.
“왜요?”
“예?”
“제게 인사하실 이유가 있나요?”
“친해지고 싶다는 건 이유가 되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저와 왜 친해지고 싶으신데요?”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 그를 올려다봤다.
‘얘는 아직 소년인데 키가 왜 이렇게 크담.’
나랑 5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벌써 어른만 하다.
“저와 친해져도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는데요. 할아버지는 타 가문의 일에 개입하는 걸 싫어하세요. 용은…… 당연히 안 되고. 황제 폐하께서 단단히 화를 내실걸요?”
“음…….”
“그러니까 저를 통해서 이득을 얻겠다는 생각은 안 하시는 게 좋아요.”
“관계에 꼭 이득이 있어야 합니까?”
빈센트는 정말로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
“서부 예비 원화전을 보았습니다. 태양회 콜로세움 사건도 보았고요.”
“…….”
“멋지다고 생각해서 친구가 되고 싶었어요.”
“…….”
빈센트가 목을 매만지며 하하, 곤란한 표정으로 웃었다.
“부끄럽지만, 그런 승부…… 멋지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나이대 소년들은 다 그러니까요.”
강한 것에 대한 동경이 가장 강할 나이니까.
그 증거로 발자크에게 편지를 보내는 사람의 70퍼센트는 남자애들이다.
“하지만 당사자에겐 목숨이 걸린 일이잖습니까.”
“…….”
“부끄럽다고 생각하지만, 영 감정을 추스를 수 없어요. 죄송합니다.”
나는 빈센트를 빤히 쳐다봤다.
‘이래서 좋았지.’
남들이 다 아무렇지 않게 하는 행동을 부끄러워할 줄 알아서.
첫 번째 삶에선 다들 날 욕했다.
아스트라에서 날 싫어하는 건 이해가 됐다.
서열을 지키겠다고 별 사고를 다 쳤으니까.
하지만 타 가문의 아이들이 날 싫어하는 이유는 그저 ‘미움받는 애라서’였다.
미움받는 건 이유가 있을걸?
왠지 싫어.
남들이 다 욕하니까 나도 욕하고 싶어.
……그런 이유들로.
빈센트를 처음 만난 파티에서도 그랬다.
“뻔뻔하게 이번 파티에도 참석했네요.”
“그러니까 말이에요. 꼴 보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지 안다면 자중할 법도 한데요.”
“에릴로트 아스트라가 그런 배려를 할 줄 알겠어요?”
다들 그렇게 말하며 날 비웃는 와중에 빈센트가 물었다.
“무슨 이유로 에릴로트 아스트라 양을 미워하십니까?”
“네? 아니, 아스트라에 피해를 줬다고 하고……!”
“그러니까 직접 피해를 받은 건 아니란 말씀이시군요.”
“그 사고 때문에 달리아 님이 굉장히 곤란해졌다고요!”
“본인이 곤란했던 것이 아닌데, 그녀의 대변인이 되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남들이 다 맞다고 해도, 아니라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남들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고,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사람.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
빈센트는 빙그레 미소 지으며 말했다.
“강한 점이 아니라, 다른 부분을 동경하고 싶어요. 가까이 지낸다면 더 잘 알 수 있을 테고요.”
“…….”
“동경의 이유를 바꾸고 싶다는 개인적인 바람 때문이지만, 괜찮으시다면 기회를 주시겠습니까?”
“……짜증 나.”
이상한 일이었다.
첫 번째 삶에선 빈센트의 그런 점들을 좋아했는데, 이번 삶에선 그런 점들이 짜증 난다.
내 말에 빈센트의 눈이 커다래졌다.
나는 허공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빈센트를 똑바로 쳐다봤다.
“에드로페 공자의 그런 점, 짜증 나요.”
“……예?”
첫 번째 삶에서의 빈센트 에드로페도 지금처럼 내게 행동으로 말했다.
나는 다른 사람이야.
이상을 위해 노력할 줄 알아.
본질을 볼 수 있어.
그래서 난 그가 정말로 그런 사람인 줄 알았다.
‘그렇게 좋은 사람인 척 해놓고, 결국은 나를 이용해서 달리아에게 가까이 갔잖아.’
빈센트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극복할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나는 빈센트이기에 극복할 수 없었다.
‘이렇게 좋은 사람에게 버려진 걸 보면 난 정말로 나쁜 사람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서.
빈센트는 당황한 표정이었다.
“어느…… 부분에서 불쾌하셨는지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개인적인 감상이에요. 저는 그럼 이만.”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넌 결국 결정적인 순간에 이기적이야!’하고 말할 순 없잖아.
‘그래서 날 더 자괴감 들게 했어!’ 하고 말하는 건 더 이상하고.
빈센트가 내 손목을 잡았다.
“혹시 제가 영애의 콤플렉스를 건드렸다면─”
“뭐 하는 짓이지.”
낮은 목소리가 바위처럼 나와 빈센트의 정수리 위로 떨어졌다.
난 깜짝 놀라서 옆을 돌아봤다.
할아버지와 드뷔시 자작, 콘라드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드뷔시 자작은 내 손목을 잡은 빈센트의 손을 보고 “호오…….” 하며 흥미로운 표정이었다.
반면에 할아버지와 콘라드는…….
‘힉!’
엄청나게 무서운 표정이었다.
콘라드는 마치 공주님의 옥체에 손을 대는 한량을 보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금방이라도 때려죽일 것 같은 얼굴이다.
“뭐 하는 짓이냐고 물었다.”
빈센트가 “아.” 하며 얼른 손을 뗐다.
당황해서 붙잡긴 했지만, 이제 보니 엄청난 실례였다는 표정이었다.
“송구합니다.”
“난 말야.”
할아버지는 우리에게로 천천히 걸어왔다.
주변으로 음산한 기운이 일렁인다.
온몸에 솜털이 바짝 곤두설 만큼 강렬했다.
“송구할 것을 알고도 하는 놈들을 혐오해.”
‘큰일 났다!’
이건 몇 년 전, 감히 아스트라에 영지전을 걸어온 가문의 수장을 보던 표정이었다.
물론 그 가문은 지금 아스트라의 귀족원에서 완전히 지워졌다.
‘빈센트는 황궁의 서기관으로 온 거야. 까딱 잘못하면 정치적으로 큰 문제가 된다.’
난 얼른 할아버지의 팔을 양손으로 붙잡았다.
“제가 실례되는 말을 했어요. 그래서 에드로페 서기관이 대화의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서 저를 급히 잡은 거고요!”
“넌 실례되는 짓을 하지 않아.”
그런 신뢰는 좋긴 하지만, 여기선 좀 곤란해……!
“내 손녀는 그 어떤 실례도, 실례가 되지 않는다.”
아, 그런 오만한 뜻이었구나.
난 얼른 빈센트를 쳐다봤다.
‘변명이라도 해!’
그런 표정으로 봤지만, 빈센트는 고개를 푹 수그릴 뿐이었다.
“레이디의 몸에 함부로 손을 대는 기막힌 짓을 벌였습니다. 그 어떤 변명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걸 압니다. 벌하신다면 그 무엇이더라도 받겠습니다.”
맞다.
저 남자는 제 탓이라고 생각하면 변명 같은 건 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러다 진짜 큰일나겠어.’
“할아버지, 정말로 이번엔 제가 무례가 컸고 저도 인정하고 있어요. 저를 생각하신다면 에드로페 서기관의 실례도 용서해주세요.”
할아버지는 간절한 표정을 짓는 날 빤히 쳐다봤다.
그러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이번 일은 에드로페 공자의 손목─”
“─도 부러뜨리지 마시고, 용서해주세요.”
“하면 손톱을─”
“─뽑지 말고, 용서해주시면 안 될까요?”
감히 황녀님의 치맛자락을 건드려서 손목이 부러지고, 손톱이 뽑혔다는 일화는 알긴 하지만요.
제가 황녀도 아닌데, 손목 좀 잡았다고 열다섯 창창한 나이의 소년을 그렇게 할 순 없잖아요.
‘무엇보다 서기관인걸. 손은 중요하다고.’
가뜩이나 황궁에서 어떻게든 내 용을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려고 눈이 벌겋다.
이번 일을 꼬투리 잡아서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다.
드뷔시 자작도 같은 생각인지, 내게 동조했다.
“아가씨께서 이리 말씀하시는 걸 보면, 두 분 사이에 저희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모양입니다.”
“…….”
할아버지는 여전히 빈센트를 마뜩잖은 눈으로 쳐다봤다.
하지만, 살기만은 누그러졌다.
‘다행이야.’
난 얼른 빈센트에게 말했다.
“가보세요.”
“하지만─”
“계속 계시는 게 절 더 곤란하게 하는 거예요.”
“…….”
빈센트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수그리고 돌아갔다.
코너를 도는 것까지 확인한 뒤에야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할아버지를 쳐다봤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해요.”
가문의 아이에게 무례한 것은, 그 가문에 무례를 범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할아버지는 큼,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하면…… 식사를 하겠느냐?”
“네?”
“네가 좋아하는 연어 샌드위치를 준비해두라 이를 테니…….”
그러며 몇 번이나 커흠, 어흠! 헛기침했다.
“그건 곤란해요……. 죄송해요, 할아버지.”
그것과 이건 다른 얘기지.
내가 단호히 고개를 젓자, 할아버지가 버럭 소리쳤다.
“왜! 가뜩이나 뼈만 있는 게 뭣 하러 굶는다는 게야! 너도 그, 뭐야. 다이어트인지 뭔지 그런 것을 하는 게냐!?”
소란스러워지자, 신관에서 나오던 사촌들이 우리를 쳐다봤다.
사촌들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숙모와 숙부, 고모도 여길 힐끔힐끔 쳐다봤다.
하필이면 사람들 시선이 모여서 좀 곤란하긴 하지만…… 이 질문이 오길 기다렸다.
난 매우 안타까운 얼굴로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제 설득으로 부친을 발고한 밀란 오라버니께 죄송해서…… 저는 함께 벌을 받는 마음으로 식사를 하지 않기로 하였어요.”
할아버지의 눈이 커다래졌다.
드뷔시 자작도 깜짝 놀라서 날 쳐다봤다.
“아가씨, 밀란 도련님과 카나리아 님의 일은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공작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결단한 일입니다.”
“알긴 하지만요……. 벌은 함께 받고 싶어요.”
난 슬픈 얼굴로 할아버지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앞으로 식사는 하지 않겠어요.”
“뭣?! 에릴로트!”
“쫄쫄이가 되어서 밀란 오라버니께 사죄하겠어요…….”
“뭐야?!”
할아버지의 고함이 우렁차게 퍼져나가자, 사촌들의 어깨가 흠칫 솟았다.
“에릴로트, 간도 크지…….”
“저러다 조부님께서 정말로 화가 나시면…….”
“내가 봤을 때 이건 에릴로트의 실수야.”
사촌들이 쑥덕이는 와중에 할아버지가 외쳤다.
“쫄쫄이는 안 돼─!!”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