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49)
이 3세는 악역입니다 149화.(149/390)
149화.
* * *
‘그런 종교가 있었단 말이야?’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나는 순진한 척 말했다.
“와! 처음 듣는 얘기예요. 수업에서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어요.”
“그렇겠지요. 그 종교의 이야기는 국법으로 금하였으니.”
필립보가 내 손목에 성수를 문지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내게 그 종교에 관한 이야기가 전혀 들어오지 않았구나.’
국법으로 금한 것을 보니, 그 종교에 관한 자료도 전부 소실되었을 것 같다.
‘그 종교의 13사도였던 필립보라면 엄청 자세하게 알고 있겠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나는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 정도로 엄청난 사건이 있었나요?”
“뭐…….”
“궁금해요!”
필립보가 나를 힐끗 쳐다보았다.
혹시 속내를 들켰을까 봐 흥분한 표정을 꾸며냈다.
필립보는 픽, 실소를 흘렸다.
“공작님께서 영 거짓말만 하신 건 아닌 모양이군요.”
“네?”
“에릴로트 아가씨께선 학문적 호기심이 남다르시다고 하셨습니다.”
‘할아버지가 그런 말씀을 하셨어?’
조금 의외긴 했으나, ‘그 종교’ 질문엔 좋은 핑계가 되겠다.
“저는 역사 이야기가 재밌어요!”
“저주의 잔여 파동을 제거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테니, 그동안 이야기를 좀 해드릴까요. 보자…… 어디서부터 얘기해야 하나.”
필립보는 “으음…….” 하고 신음했다.
그리고 천천히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 종교의 교조(종교를 시작한 사람)는 특별한 령과 대화할 수 있는 가호를 지닌 남자였습니다.”
나는 눈을 반짝이며 얘기를 경청했다.
“사람은 누구나 수호성이라는 것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그 종교의 교조는 수호성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겁니다.”
“그렇군요.”
“교조는 그 특별한 능력으로 수호성으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요.”
“…….”
“그 수호성은 고대인이라는 것, 고대인이 신에게 벌을 받아 멸망했다는 것, 그리고 지금의 인간이 고대인으로부터 만들어졌다는 것.”
“네…….”
모두 세일론이 한 말과 같다.
그러니까 교조의 말은 사실이라는 것이었다.
“교조는 그 특별한 능력으로, 온갖 힘 있는 자들을 알아보았습니다.”
“힘 있는 자라면……?”
“별 볼 일 없는 능력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엄청나게 강력한 잠재력을 가진 자.”
나는 숨을 크게 들이켰다.
‘그래, 수호성을 볼 수 있다면 가능하지.’
수호성이 강할수록 인간은 강력한 능력을 가지니까.
즉, 별 볼 일 없어 보여도 강한 수호성을 가지고 있다면 언젠간 강해진다는 것이다.
“평민인데 가호를 발현할 수 있는 자, 힘을 숨기고 있는 자 등등.”
“그렇게 대단한 사람을 먼저 알아보고 포섭했다면 엄청나게 강한 종교가 되었겠네요?”
“그렇습니다. 초창기에는요.”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초창기에만요? 왜요?”
“왕족과 귀족에게 박해받았으니까요.”
“왜요?”
“모든 인간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는 위험하지요.”
“……귀족, 왕족도 만들어진 자들이니 평민과 다를 게 없다?”
“예. 거기다 ‘가호’는 왕족, 귀족만이 발현하는 특별한 능력이잖습니까?”
“네.”
“그런데 교조는 가호가 있는 평민을 족족 찾아내었으니, 기득권층의 입장에선 불안할 수밖에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네요.”
“그 종교는 왕족과 귀족에게 박해받았기에 음지에서 활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네.”
“그렇게 쭉 이어지다가…… 제 대에 이르러 사라졌죠.”
“어째서요?”
“그건 그 종교가 세상을 위해 ‘어떤 마법’을 발동하려던 날에 있던 일인데…….”
“네.”
“그날, 각국의 왕가를 필두로 수많은 권세가가 결집하여 그 종교를 습격했습니다.”
“…….”
“당대 교주는 사냥에 휩쓸려 죽고, 사제들은 뿔뿔이 흩어졌죠.”
“…….”
“천 년이 넘게 이어진 지하 신전마저 무너지고 말았지요.”
“…….”
“우리는 신분제를 없애거나, 왕가와 기득권을 망가뜨리겠다는 대단한 사명을 갖고 있는 게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필립보는 손을 멈추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득히 먼 곳을 바라보는 눈빛이었다.
“우리는 단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습니다.”
“…….”
“특별한 가호를 가져야만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희망.”
“…….”
“노력하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
평범한 사람이 특별한 가호를 가진 사람을 이길 순 없다.
예를 들어, 평범한 달리기 선수는 이동의 가호를 가진 자보다 빠를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렇다면 혹시…… 그 종교가 발동하려던 마법이 ‘가호를 없애는 마법’인가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소망을 이루지 못한 게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아가씨가 기득 세력이기 때문입니까?”
“아니요.”
난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서 말했다.
“지금은 모든 게 가호로 돌아가고 있잖아요? 마법의 기반도 가호석이고요.”
“그렇지요.”
“그런데 아무런 해결책 없이 세상에서 가호가 사라져 버린다면, 큰일이 날 거예요.”
“…….”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이 먼저 추위에 떨겠지요.”
“…….”
“그러니까 그 종교는 가호를 없앨 뿐만이 아니라, 가호가 없는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도 함께 궁리해야 했어요.”
“…….”
“가호 없이도 살 수 있다면 평민들은 귀족에 기댈 필요가 없잖아요?”
“…….”
“가호가 자연스럽게 도태된다면 평민들도 종교의 입장에 동의할 테고, 음지에서만 숨어 살지 않을 수 있도록 세력도 커졌을 거예요.”
나는 “으음, 또…….” 하고 종알종알 말을 이었다.
종교가 성급했다는 것.
그리고 종교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방법 등.
필립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쳐다봤다.
“그러니까…… 필립보 님?”
“아가씨는 정말로 남다른 분이시군요.”
“네?”
“거기까지 생각할 수 있는 귀족 아이는 아가씨가 유일할 겁니다.”
필립보는 호탕하게 웃고 내 손목에서 손을 떼었다.
“물론 아가씨와 같은 생각을 안 했던 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더는 시간이 없었지요.”
“왜요?”
“메시아가 더는 등장하지 않아서요.”
“메시아?”
“교조와 같은 힘이 있는 자입니다. 수호성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자.”
“…….”
“우리가 그런 엄청난 핍박을 당하면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아십니까?”
“어떻게요……?”
“메시아가 우리를 지켜줬기 때문입니다.”
“메시아…….”
“예. 과거와 미래를 알 수 있고, 특별한 인물을 찾아내 입교시킬 수 있으며, 수호성과 대화가 가능한 ‘메시아’.”
나는 흠칫, 눈을 홉떴다.
과거와 미래를 읽고…… 특별한 등장인물을 알아볼 수 있으며…… 수호성과 대화가 가능하다…….
‘나잖아─!’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그래, 그 종교의 교조는 수호성으로부터 들은 게 아니야.’
읽은 거야.
소설로……!
나는 마른침을 삼키고 필립보를 쳐다봤다.
“그 종교, 강했나요……?”
“하하, 강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전 세계의 왕가와 기득 세력에게서 살아남았겠습니까.”
“그럼…….”
“그 종교 사냥 때, 이 대륙의 모든 왕가와 공작가가 참여했습니다. 우리는 극소수였지만, 그들 군사의 3할을 날려버렸지요.”
“……!”
하긴, 이 필립보가 13사제였다는 걸.
‘그렇게 엄청난 종교에 있었지만, 능력이 아까워서 차마 죽이지 못한 사내.’
필립보와 같은 사람이 12명이나 더 있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필립보는 어깨를 으쓱했다.
“모르긴 몰라도 메시아가 뿔뿔이 흩어진 사제들을 모은다면 이 제국엔 필적하지 않겠습니까.”
“오버는.”
이 말은 내가 한 게 아니었다.
나와 필립보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언제 들어왔는지, 할아버지가 눈살을 찌푸리며 우리를 보고 있었다.
필립보의 얼굴이 장난스러워졌다.
“오버는 무슨요. 사냥 당시 아스트라가 가장 뼈 아픈 손해를 겪지 않았습니까.”
할아버지는 “칫.” 혀를 차며 내 옆에 앉았다.
필립보가 싱글싱글 웃었다.
“당시 소년병으로 투입되었던 그리미에 님이 두 다리를 잃고, 공작 직속군이 전멸했지요.”
“그리미에 백부님이 다리를요?!”
내가 깜짝 놀라서 말하자, 할아버지가 콧방귀를 뀌며 대답했다.
“투항한 저 놈이 그리미에의 다리를 다시 붙여줬지.”
“하하, 그리미에 님이 당시에 얼마나 예민하셨는지…….”
“다리 자른 놈과 한 편이었던 자가 치료한다는데 좋을 사람이 있나.”
“하인들이 짐조차 못 옮기게 고함을 내지르지 않으셨습니까.”
“성격 좋은 놈인데…… 마음고생을 했던 게지.”
머릿속에서 자판이 두두두두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그리고 마침내 정리가 끝났다.
‘그리미에가 종교 사냥 때 뭔가를 발견한 거야.’
그래서 수호성을 알아본 거지.
짐을 못 옮기도록 고함을 내지른 것도, 짐 안에 뭔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손대지 못하도록 예민하게 굴 수밖에 없었던 거지.
‘내가 메시아라는 걸 알고 내 힘을 봉인했어.’
그 미친 작자가……!!
내가 이를 악물고 있던 그때, 할아버지가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수다 떨고 있던 걸 보니 몸은 괜찮은 모양이군. ……그럼 함께 식사나 하고 돌아가든가.”
“…….”
“너 좋아하는 것들로 준비하라고 하면 되니─”
“죄송해요, 할아버지. 전 그만 가볼게요.”
내가 벌떡 일어나자 할아버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나 난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할아버지, 필립보 님, 저는 그럼 가볼게요.”
“예. 잔여 파동을 걷어내려면 시일이 걸리니 꾸준히 저를 찾아오십시오.”
“네!”
난 종종걸음으로 문 앞으로 향했다.
문고리를 돌리다가 “아차.” 하고 다시 필립보를 쳐다봤다.
“그런데 그 종교는 이름이 뭔가요?”
“크로노트. 크로노트회입니다.”
“네!”
난 다시 한번 머리를 숙여서 인사했다.
그리고 얼른 방을 나섰다.
대기하고 있던 한지혁이 나를 얼른 쫓아왔다.
“왜 그렇게 뛰다시피 걸어?”
“미켈란에게 연락해서 크로노트회를 알아봐. 대륙을 뒤집어서라도 뭐 하나는 알아내라고 해.”
이렇게까지 아무도 몰랐던 걸 보면, 크로노트는 이전엔 초고위급 기득권 세력들만 알고 있었던 듯하다.
거기다 현재는 국법으로 이야기까지 엄금되어 있는 비밀 종교지만…….
‘미켈란은 황궁 시종장이었던 노인이야.’
그라면 정보를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크로노트회는 왜?”
“어쩌면 그리미에가 날 노리는 이유를 알 수 있을지도 몰라.”
한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그 시각, 필립보의 방.
필립보의 입꼬리가 실룩였다.
‘에릴로트 아가씨가 무섭긴 하군.’
저 엄청난 아스트라 공작이 잠시였지만, 얼이 빠지다니.
공작은 에릴로트가 황급히 나가자마자 크게 당황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조용히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
필립보는 픽, 실소를 흘리고서 말했다.
“공작님은 계속 계실 겁니까?”
“…….”
“뭐, 오신 김에 마력 점검이나 하지요. 늙으면 이래저래 고장이 나서 마력 흐름도 어긋나곤 하니…….”
필립보가 성수 병을 들려던 찰나였다.
“왜 나와의 식사를 거절하지?”
“바쁜 일이라도 있으신 게 아닙니까?”
“저 녀석은 당분간 수업이 없어. 제 아비도 나을 때까진 충분히 휴식을 취하게 한다고 했단 말이다.”
“뭐, 그럼 공작님과의 식사가 부담스러우셨던 모양이지요.”
“그럴 리가!”
공작이 울컥 소리쳤다.
“저 녀석이 어릴 때부터 나와의 식사를 얼마나 좋아했는데!”
이 공작성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얼마나 쫓아다녔는지 모른다.
매일 같이 자신의 등 뒤를 졸랑졸랑 쫓아왔다.
그러다가 한 번 식사라도 같이 해주는 날에는,
“하부지, 조아요!”
─하며 해맑게 웃었다.
‘이따금 식사를 하자고 사람을 보내면 자고 있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공작이 흉흉한 표정으로 필립보를 쳐다봤다.
필립보는 “흐음…….” 하고 신음하며 말했다.
“다이어트를 하실 수도 있고요.”
“다이어트? 그딴 것을 왜 해.”
“요새는 남녀 불문하고 마른 애들이 예쁘다고 여겨진다지 않습니까. 왜 우리 때엔 풍채 좋은 것이 귀하다고 해서 일부러 찌우는 사람도 있었습니다만…….”
“여기서 더 얼마나 예뻐지려고!”
“하면 다시 단식 시위를 시작하시려나 보지요. 이제 신소리는 그만하시고, 손목이나 주십시오.”
대화가 귀찮아진 필립보가 아무렇게나 대답하며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공작은 조용히 허공을 쳐다봤다.
‘단식 시위를 계속해?’
생각해보니, 단식 시위를 할 이유가 아직 남았긴 하다.
밀란 모자의 생활 통제령이 풀리지 않았으니까.
‘에릴로트는 날 닮아서 한 고집하기도 하고…….’
공부든, 실전 훈련이든 간에 절대로 포기하는 법이 없는 애였다.
‘한 달이나 의식을 잃었던 놈이 아직까지 시위를 한다고?’
어째서 이런 고집까지 자신을 닮았단 말인가!
화려한 외모, 영리한 머리, 넓은 시야, 우아한 몸짓마저 자신의 판박이더니 하필 고집마저…….
“공작님?”
“…….”
“공작님.”
필립보가 불렀으나, 공작은 그대로 문을 나섰다.
필립보는 의아한 표정으로 문가를 쳐다봤다.
방을 나선 공작이 향한 곳은 에릴로트의 몫으로 내준 귀빈실이었다.
사람들은 굳은 얼굴로 한참 방 앞에 서있는 공작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소식을 들은 2세와 3세들까지 슬쩍 찾아와선 공작을 쳐다봤다.
‘모르긴 몰라도 큰 일이 있는 모양이군.’
‘대체 무슨 일이면 조부님께서 직접 방을 찾아가신단 말인가.’
‘으으, 에릴로트……. 어떡해!’
그러던 와중에 공작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