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51)
이 3세는 악역입니다 151화.(151/390)
151화.
* * *
얼마 뒤, 데이몬드 관할성.
나는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우리 가족은 본격적으로 황도에서 생활할 준비에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물론 실질적인 준비는 하인들의 몫이었지만.
한지혁은 혼이 쏙 빠진 얼굴로 리스트를 확인했다.
“옷은 준비 끝, 책도 오케이, 또…… 빌어먹을, 왜 이 세계엔 노동청이 없는 거야.”
나는 스트로우로 주스를 저으며 대답했다.
“있었으면 좋겠어?”
“당연하지. 아스트라 같은 블랙 기업은 노동청의 철퇴를 맞아야 한다고.”
한지혁이 이를 악물며 날 쳐다봤다.
난 키득키득 웃고, 어깨를 으쓱였다.
“아빠에게 말해볼게. 중앙탑에 들어가거든 노동청을 만들어달라고.”
“중앙탑에 들어갈 수 있긴 해?”
그 말에 공작성의 서류를 가지고 온 콘라드가 인상을 썼다.
“그 무슨 무례한 말인가.”
“아니, 내 말은 그리미에도 그 자리를 노리고 있는 것 같으니까 하는 말이죠.”
“그건…….”
“그렇잖아요? 데이몬드 관할령도 성장하긴 했지만, 아직 그리미에에겐 못 당하지.”
콘라드가 불편한 얼굴로 나를 힐끗 쳐다봤다.
하지만 난 아무렇지 않았다.
맞는 말이니까.
그리미에는 속이 어떻든 간에, 세간에선 인품 좋은 인물이었다.
‘아스트라에서 가장 좋은 사람, 거기다 장남.’
그 이점으로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많은 것들을 쌓아왔다.
가장 많은 가신들이 따르는 것.
형제들의 신임.
중앙 대귀족들과의 탄탄한 끈.
한지혁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지금까지론 그리미에가 훨씬 많은 걸 가졌다고.”
“그렇긴 하지.”
내가 대답하자, 한지혁이 미간을 좁혔다.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대답할 일이 아니라고.”
콘라드도 동의하는지 한숨을 흘렸다.
“한의 말이 틀린 건 아닙니다.”
“그래?”
“예. 공작님의 도움으로 중앙탑에 들어간다고 해도 그 후가 문제지요.”
“가신들과 숙부, 고모들이 반발할 테니까?”
“그렇습니다. 가문 내에서 반발이 있다면 타 귀족들도 데이몬드 님을 괄시하겠지요.”
콘라드의 말이 맞다.
가문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중앙탑의 일원.
무시해도 딱히 타격이 없다고 생각하기 딱 좋다.
그렇게 되면, 고개 뻣뻣한 대귀족들이 얼마나 무시할까.
“아빠가 무시당하는 걸 내가 그냥 지켜볼까 봐?”
“좋은 방안이 있으십니까?”
지금까지 난 황도에 뿌려둔 게 많다.
내가 왜 귀찮은 황도 티파티와 태양회에 참가했겠는가.
‘이제 그걸 수확할 차례지.’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선언했다.
“우린 종년 축제에 나갈 거야.”
“조, 종년 축제?!”
“종년 축제라니요!”
한지혁과 콘라드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그럴 만도 했다.
종년제가 무엇인가.
그건 한 해의 말일, 그러니까 12월 31일에 이뤄지는 축제였다.
정확하게 말하면, ‘가장 빼어난 원화를 뽑는 축제’지.
가장 빼어난 원화로 뽑힌다면 부상이 있다.
난 그 부상으로 아빠에게 기반을 만들어줄 것이다.
한지혁은 펄쩍 뛰었다.
“그건 원화들만 나갈 수 있다고.”
“지난번에 내가 서부 예비 원화전에 나가기로 했어. 기억 안 나?”
“아직 원화가 된 건 아니잖아!”
“뽑히면 되지.”
콘라드와 한지혁이 당황해서 내게 말했다.
“서부의 다른 가문에서도 원화를 노리고 있을 겁니다.”
“그래. 서부 원화전도 해야 하는데, 그걸 어떻게 연말까지 정리하려고?”
“연말까지는 무리입니다. 종년 축제는 포기하시는 게…….”
난 비열한 표정으로 씩, 웃었다.
“걱정하지 마. 그건 방법이 있으니까.”
아주 쉽고 빠른 방법 말이다.
* * *
일주일 후, 원화들만이 출입할 수 있는 불꽃의 방.
방 안에선 우아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북군의 위용은 정말이지 놀랍더군요.”
“어디 동군만 할까요. 저희 아이들은 그저 성실하기만 해서요. 하지만 저는 실력보다 성실한 점을 제일로 치고 싶답니다.”
“그게 북군의 멋진 점이지요.”
“어머나, 감사하기도 해라.”
동, 남, 북군, 그리고 중앙군의 원화들은 화기애애했다.
가장 상석에 앉은 중앙 원화가 빙그레 미소 지었다.
“이처럼 서로 다정하시니, 보기에 좋군요.”
그러자 남군, 북군의 원화가 대답했다.
“이번 기의 장점은 화합이지요.”
“네, 지난 기수의 원화들은 서로 물어뜯기에 바빴잖아요?”
“중앙 원화이신 샤토브리앙 영애께서 중심을 잘 잡아주시기 때문이지요.”
중앙 원화인 실린 샤토브리앙이 생긋 미소 지었다.
“여러분께서 잘 따라와 주신 덕이지요.”
“어머나, 겸양까지. 중앙 원화께선 정말이지 저희 원화들의 귀감이셔요.”
“훌륭한 분들이라 제가 더 배울 점이 많답니다.”
에릴로트와 함께 태양회에 참가했던 세바스티아는 입꼬리를 비틀었다.
‘하여간 가식들은.’
남군과 북군 원화는 실린이 ‘뽑히도록 도움을 준’ 사람들이다.
병사를 지원하고, 뛰어난 사령관을 파견하면서.
‘중앙에서 모든 관심을 받고 싶으니까.’
뛰어난 원화가 뽑히지 않도록 견제하는 주제에 화합은 무슨.
실린은 찻잔을 들며 세바스티아를 힐끗 쳐다봤다.
“그런데 세바스티아 양도 종년 축제에 나가나요?”
“글쎄요.”
중앙 원화인 실린의 충견인 남군 원화가 냉큼 말했다.
“저와 북군 원화는 샤토브리앙 양을 밀어주기로 했어요.”
“네?”
“그야 중앙 원화인걸요. 중심에 있는 샤토브리앙 양이 빛나야 모든 군이 빛나는 거라고요.”
“…….”
“비페리 양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그 말에 중앙 원화가 난감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이지 다들 고집이 너무 세다니까요. 그럴 필요는 없는데…….”
아닌 척하지만, 입가엔 은근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세바스티아는 속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남군과 북군 원화가 중앙군을 밀어준다니.
그러면 3대 1의 상황이다.
‘무슨 과제가 나오든 간에 애초에 상대가 안 되겠군.’
이번 종년 축제는 그저 중앙 원화의 시상식이나 마찬가지겠다.
세바스티아는 침묵했고, 그것을 동의로 받아들인 원화들은 생글생글 웃었다.
“그런데 서부 예비 원화전은 어떻게 될까요?”
북군 원화의 말에 남군 원화가 말했다.
“그러게요. 셀레네 아스트라 양이 확정적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실린의 눈빛이 달라졌다.
셀레네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실린이 은근히 밀어주던 아이였다.
그 부모가 돈에 눈이 벌게서 조종하기 편하니까.
‘외가에서 용병단이 가도록 도와주기까지 했는데, 멍청하긴.’
밥상도 다 차려줬건만, 떠먹지도 못하다니.
북군 원화가 동그래진 눈으로 말했다.
“역시 에릴로트 아스트라가 될까요?”
실린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에릴로트 아스트라.
정말이지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였다.
지금은 원화가 되어서 사교 활동을 자제하고 있으나, 원래 실린이야말로 진정한 사교계의 공주였다.
샤토브리앙 공작가라는 막강한 뒷배.
황도에서 가장 뛰어난 영애라는 칭호.
거기다 원화로 중앙군을 이끄는 소녀.
황도 눈길은 언제나 실린에게 향해 있었다.
에릴로트 아스트라가 용을 소유하기 전까지는.
실린의 표정이 싸늘해지자, 남군 원화가 어색한 표정으로 눈치를 보았다.
“글쎄요. 저는 에릴로트 아스트라 양은 좀 그렇던데…….”
북군 원화가 눈을 끔뻑였다.
“어째서요?”
“그렇잖아요? 뭐랄까, 귀족적이지 않으니까요.”
“더러운 피라는 얘기 때문에 말이죠?”
“어머, 어디 저희가 소문에 휘둘리는 사람들인가요? 그보다 너무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게 거북하달까요.”
“관심이요?”
“온갖 사건을 만든 것을 보세요. 태양회 사건이라든가, 예비 원화전이라든가, 용도 그렇고요.”
“그녀가 사건을 만든 건가요?”
“그렇지 않으면 그 많은 사건의 중심이 될 수 있겠어요?”
남군 원화는 실린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에릴로트 아스트라를 마구 까 내리자, 그제야 실린의 표정이 풀어져 있었다.
실린은 우후후, 웃으며 말했다.
“그러지 마세요. 가엽잖아요?”
“네? 아아, 네! 그렇지요. 관심을 구걸하는 것 같아서 가엽지요?”
“너무하셔라…….”
실린은 눈썹을 늘어뜨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사려 깊으신 남군 원화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걸 보면 이유가 있겠지요.”
“귀족적이지 않다는 점은 다들 동의할걸요?”
“그런가요?”
“그럼요. 귀족적이란 건 샤토브리앙 양을 말하는 거라고요.”
“어머나, 부끄러워요.”
“전 에릴로트 아스트라는 서군 원화로 반대예요.”
세바스티아 비페리는 기가 막히는 표정으로 말했다.
“남군 원화가 반대한다고 원화가 되지 않는 건 아니죠.”
“개인적인 의견이 그렇다는 거예요.”
세바스티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마음에 안 들어.’
이번 기수의 원화들은 잿밥에나 관심이 있었다.
모든 것은 중앙 원화에게 아양을 부리기 위한 일.
훈련엔 관심조차 없었다.
‘그러니 이번 기수가 최악이라는 이야기를 듣지.’
하지만 중앙 원화인 실린이 저들을 포섭하고 있는 한, 방법이 없었다.
세바스티아의 표정이 가라앉았다.
남군 원화는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
“동군 원화께선 에릴로트 아스트라가 서군 원화가 되었으면 좋겠나요?”
“뛰어난 사람이 원화가 되길 바라는 것뿐이에요.”
“글쎄요. 전 에릴로트 아스트라는 거품이 심한 것 같던데요. 용 하나로 그런 평가를 받는 건 우스워요.”
“원화에겐 사람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능력이 중요하죠.”
“제 평가가 틀렸다는 말인가요?”
“그렇다곤 하지 않았지만요.”
“에릴로트 아스트라의 의자매라더니, 사람을 평가하지 못하는 건 그쪽인 것 같은데요.”
“뭐라고요?”
세바스티아와 남군 원화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그때, 실린이 테이블을 탕! 두드렸다.
“그만들 하세요.”
“…….”
“…….”
남군 원화가 기죽은 표정이 되었다.
실린은 그녀에게 다정히 웃어주고, 세바스티아를 쳐다봤다.
세바스티아를 보는 눈엔 불쾌감이 서려 있었다.
“서군 원화는 서부에서 정해지겠지요. 우리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하지만?”
“에릴로트 아스트라 양이 이번 종년 축제에 참가하지 못한다는 건 확실하죠.”
일정상 절대로 무리니까.
서부 예비 원화전부터 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연말까지 원화가 될 수 있겠는가?
남군 원화의 표정이 환해졌다.
“그렇지요?”
“네.”
실린은 우아하게 찻잔을 들었다.
‘서부 원화전이 있기 전에 다른 소녀를 점찍어 둬야겠어.’
원화전은 이쪽이 훨씬 선배다.
늘 황군끼리 모의전을 벌이니까.
남부와 북부에서 원화전을 대신 치러보기도 했다.
물론 각 부에 보낸 사령관을 통해서긴 하지만.
‘경험은 내가 훨씬 많아.’
승리하는 방법을 안다는 말이다.
다른 소녀를 점찍어 두고 밀어준다면, 서부 원화까지 자신이 만들 수 있었다.
“자, 우린 즐거운 이야기를 계속하죠.”
“네. 아차, 캐서린 트랑 양의 이야기는 들으셨나요?”
“아뇨. 트랑 가와는 서로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아서요.”
“이번에도 불쾌한 행동을 해서…….”
남군 원화가 재잘재잘 떠들던 중이었다.
문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곧 노크와 함께 상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중앙 원화, 급보입니다.”
그 말에 실린이 눈을 깜빡였다.
“제 부관이네요.”
“편히 일 보셔요.”
“네!”
남부와 북부 원화의 말에 실린이 상냥하게 웃었다.
“들어와라.”
문이 열리고 부관이 급히 안으로 들어왔다.
“서부에서의 급보입니다.”
“무슨 일이지?”
“서부 원화가 결정되었습니다.”
“뭐?”
실린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게 대체 무슨 말이야! 서부 예비 원화전이 오늘이었단 말이야?”
그런 소식은 들은 적이 없다.
원화전은 황궁에 보고된 뒤 벌어지니까!
실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다른 원화들도 당황한 표정으로 부관을 쳐다봤다.
부관은 난감한 듯 대답했다.
“서부 예비 원화전은 이뤄지지 않습니다.”
“뭐라고?”
“아스트라를 제외한 서부의 모든 가문에서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대체 무슨……!”
원화는 ‘천 년의 영예’라 불리는 명예로운 자리였다.
그런데 그걸 포기한다고?
어째서?
“아스트라 공작 영애의 용이 서부 상공에서 용트림을 했습니다.”
“뭐, 뭐?”
“산 하나와 일대 공터가 무너졌고, 서부에 비상령이 내려졌습니다!”
원화들은 체면을 잊고 입을 떡 벌렸다.
실린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남군과 북군 원화도 새하얀 얼굴로 뻐끔거렸다.
남군 원화가 중얼거렸다.
“그, 그러니까, 다른 가문에서 전부 겁을 먹어서 딸을 내보내지 않았다는 건가요?”
“예…….”
말도 안 돼!
그런 생각은 누구도 해본 적이 없었다.
‘협박이나 마찬가지의 일이잖아.’
하지만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진 못할 터다.
에릴로트 아스트라는 쓰러졌다가 일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가호가 조절되지 않았다고 하면, 항의할 수 없는 일이었다.
“대단…… 아니, 비열해요!”
중얼거리던 남군 원화가 실린의 눈치를 보며 얼른 말을 바꿨다.
세바스티아 비페리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대단하네.’
원화라는 자리에 이렇게 빨리, 무혈 입성하다니.
‘그런 방법을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
정말이지 놀랍도록 비상한 아이다.
세바스티아는 실린을 힐끔 쳐다봤다.
평정을 가장하고 있으나, 귀끝이 새빨갰다.
‘그렇겠지. 이번 일로 다들 놀라긴 할 테지만 영리하다는 데엔 다들 동의할 걸.’
하여간에 재미있는 아이였다.
이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모르겠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종년 축제의 주인공이 바뀔 지도 모른다는 것.
다른 원화들이 종년 축제에 흥미가 있는 건 명예 때문만은 아니었다.
특별한 부상이 있기 때문이지.
특별한 부상. 그것은…….
황제에게 소원을 말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원하는 기사를 빼올 수 있는 것.’
하나 같이 대단한 상이었다.
실린이 이를 악물었다.
‘에릴로트 아스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