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53)
이 3세는 악역입니다 153화.(153/390)
153화.
루멜리사 파앙테는 현재 사교계의 공주라고 불리는 아이였다.
황태후의 조카인 파앙테 후작의 외동딸.
사교계의 중진인 후작 내외의 사랑이 지극해서, 애들에게도 특별하게 여겨진다.
‘그런 루멜리사가 특별하다고 할 만한 사람?’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파앙테 영애는 생긋 웃었다.
“자, 올라가시죠.”
“네.”
그녀를 따라 계단을 올라갔다.
‘와!’
과연 황도 1구역에서도 돈깨나 있는 집 아이의 살롱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색색의 귀여운 인테리어가 압권이었다.
그런데도 소품들이 예스럽게 호화롭다.
다채롭고 선명한 색의 벽지, 가구와 고급스러운 르네상스풍 소품이 조화로운 게 신기했다.
‘음식도 훌륭하고.’
맛보지 않아도, 이 정도로 화려하면 솜씨가 예상이 간다.
‘잘 봐둬야지.’
난 지난 생에서 파티엔 잘 참석하지 않았다.
심지어 우리 집엔 안주인도 없다.
그래서 파티를 개최하면 어떻게 꾸미고, 접객해야 하는지 잘 몰랐다.
‘루멜리사 파앙테의 파티는 좋은 참고 자료야.’
입구엔 작은 나무가 비치되어 있었다.
‘크리스마스트리 같네.’
유혜민에게 익숙한 상록 침엽수의 형태는 아니었다.
가지만 앙상한 나무였으니까.
하지만 나무에 이것저것 달아둔 건 트리와 비슷했다.
파앙테 영애는 눈을 동그랗게 뜬 날 보고 미소 지었다.
“미젯 트리가 마음에 드세요?”
“미젯 트리요?”
“최근에 상류층 파티에서 유행하는 건데요. 작은 나무에 호스트(파티 개최자)의 물건을 걸어두는 거예요.”
“아아.”
“저는 어릴 때 쓰던 손수건들을 걸어두었어요.”
“아주 호화롭고 예뻐요.”
“감사해요. 마음에 드시면 나무 아래의 상자에 돈을 넣어두고 가져가시면 돼요.”
“돈을요?”
“네, 모인 돈은 복지시설에 기부한답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당X마켓, 아니, 중고 거래 같은 거구나.’
루멜리사 파앙테의 손수건은 하나같이 아름다웠다.
전부 금사로 꾸며져 있고, 천도 아주 질이 좋다.
‘어마어마하게 비싸겠지.’
미젯 트리는 파티의 좋은 장치였다.
‘장점이 많다.’
귀족들은 본인의 재력을 과시할 수 있고, 수익금은 빈민에게 기부하니까.
본격적인 자선 기부 경매가 아니라 부담스럽지도 않고.
‘내가 파티를 개최하면 무기 같은 걸 걸어둬야겠어.’
아무래도 데이몬드 관할령은 무력으로 유명하고, 또…….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미젯 트리를 모르세요?”
등 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주황색과 파란색 드레스의 여자아이 둘이 보였다.
그 둘 곁엔 다른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 있었다.
“실례했어요. 미젯 트리를 모르신다는 게 신기해서.”
주황색 드레스의 아이가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파앙테 영애가 움찔하며 내 눈치를 보았다.
그러곤 주황색 드레스의 아이에게 말했다.
“에릴로트 양은 황도에 오신지 얼마 안 됐답니다, 남군 원화.”
남군 원화?
‘그럼 쟤가 그 애로구나.’
중앙 원화인 실린 샤토브리앙의 충견.
리카 델프르.
델프르 후작의 막내딸이었다.
아비나, 딸이나 중앙 원화 가문인 샤토브리앙 가에 충실한 딸랑이였다.
나는 오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남군 원화를 쳐다봤다.
남군 원화는 “아.” 하며 눈썹을 늘어뜨렸다.
“혹시 불쾌하셨던 건 아니지요? 그래도 1구역에 계신 분이 미젯 트리를 모른다는 게 신기해서 그랬어요.”
“…….”
“아스트라에선 타가문의 파티에 초청된 적이 없으신가 봐요.”
“…….”
“사촌이신 로레이나 양과는 제법 자주 봤었는데…….”
자꾸만 위아래로 훑어보는 것에서 적의가 느껴졌다.
그러니까 저 말은 그런 뜻이었다.
‘로레이나는 파티에 자주 초청되는데, 넌 미젯 트리도 모르는 걸 보면 귀족들과의 인맥이 전혀 없구나.’
즉, 촌닭이라는 뜻이었다.
내게 호감이 있는 파앙테 영애가 안절부절 눈치를 보았다.
파앙테 후작가가 남군 원화의 델프르 후작가보다 못한 건 아니었다.
다만, 중앙 원화 때문에 함부로 못하는 것이겠지.
남군 원화가 생글생글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뭐, 이제라도 중앙에 익숙해지면 되겠지요.”
“…….”
“리카 델프르예요. 열넷이고, 남군의 원화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남군 원화가 옆에 있던 푸른 드레스의 영애를 힐끔 쳐다봤다.
소개하라고 눈치를 주는 것이다.
푸른 드레스의 영애가 빙그레 웃었다.
“벤야 몬테규예요. 북군 원화입니다.”
“몬테규 백작가!”
내가 깜짝 놀라는 척하자, 북군 원화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제 가문을 아나요?”
“그럼요. 북부의 변경백, 북부 국경을 지키는 설원 늑대를 어떻게 모르겠어요?”
“그렇지요. 제 아버님이 영애의 아버님이신 데이몬드 아스트라 백작님과 자주 전장에서 만나셨죠!”
“훌륭한 무인이라고 들었어요.”
북부의 귀족들은 가문에 애정이 깊은 사람들이 많다.
북군 원화도 그런지, 가문을 칭찬하자 엄청나게 기쁜 얼굴이었다.
“데이몬드 아스트라 백작님이야말로 제국에서 제일 뛰어난 무장이시잖아요! 저도 얘기를 많이 들어서……!”
북군 원화가 신이 나서 이야기하자, 남군 원화가 그녀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북군 원화는 움찔하며 입을 다물었다.
‘흐응, 그렇구나.’
원화들의 관계가 보인다.
남군 원화는 북군 원화를 쏘아보다가 날 쳐다봤다.
“저희 테이블로 가셔서 이야기를 나누셔요.”
“아, 저는…….”
난 파앙테 영애의 팔짱을 끼었다.
파앙테 영애가 깜짝 놀라서 날 쳐다봤다.
나는 파앙테 영애를 보며 생글생글 웃었다.
“루멜리사 파앙테 양과 한 테이블이 좋아요.”
“저, 저요?”
“그럼요. 호스트의 테이블이 가장 좋은 곳이니까요!”
“영애…….”
루멜리사는 매우 기쁜 표정이었다.
‘루멜리사 파앙테의 파티인데, 원화들이 더 눈에 띄잖아?’
원화라서 대우는 해줘야 할 거다.
하지만 자존심 강한 파앙테 영애는 사실 이 상황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겠지.
난 새로운 서군 원화이자, 용을 가진 소녀라 불리는 아이다.
내가 곁에 있으면 자연히 파앙테 영애의 테이블로 시선이 모여들 터.
파앙테 영애는 감동한 표정이었다.
“에릴로트 양은 정말로 사려 깊으시군요.”
‘파앙테 영애는 내가 엄청나게 배려심 많은 애로 알더라? 나야 좋지, 뭐.’
난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
그러자 남군 원화의 표정이 매서워졌다.
날 쏘아본 남군 원화가 억지로 웃었다.
“아쉽네요. 선배 원화로서 조언해줄 게 많았는데.”
황군의 정보가 궁금하지 않아?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다.
“배려는 감사하지만, 조언에 기대기보다 스스로 경험하며 알아가고 싶어요!”
난 순진한 표정으로 남군 원화의 복장을 터뜨려줬다.
남군 원화는 이를 악물었다.
“제가 보기에 영애는 조언이 아주 필요해 보이는데요.”
“그런가요? 하지만 괜찮아요!”
“영애는 원화의 관례조차 모르고 있어요!”
“차차 배울게요. 조언은 괜찮아요!”
“그러니까 새로운 원화는 중앙 원화에게 가장 먼저 인사하러 가는 게─!”
“파티에서 돌아가면 관례를 알아보겠습니다~. 정말로 배려는 괜찮아요!”
남군 원화는 날 배려하는 척 ‘생각 없는 촌닭’이라고 까 내리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내가 계속 괜찮다고 하니, 이제 이상해 보이는 건 그녀였다.
괜찮다는 상대방에게 자꾸만 강요하는 건, 쉽게 말해서 ‘꼰대질’이었으니까.
‘그리고 꼰대질은 나이가 어릴수록 흉해 보이거든.’
대학에서도 후배에게 인사를 강요하거나, 술을 강요하는 ‘선배’들이 얼마나 우습게 보이냐고.
주변에서 수군거리기 시작하자, 남군 원화의 얼굴이 벌게졌다.
결국 터져버린 그녀가 소리쳤다.
“영애─!!”
‘이제 마무리를 할까.’
난 깜짝 놀란 척 어깨를 움츠렸다.
그러자 파앙테 영애가 울컥 인상을 찌푸렸다.
“제 초청객에게 소리치지 마세요, 남군 원화.”
“하……. 저는 파앙테 양의 초청객이 아닌가요? 한 사람만 특별 취급하는 건 우습지 않아요?”
“특별 취급이 아니라, 파티의 분위기를 망치는 분께 ‘조언’을 드린 거랍니다.”
“뭐, 뭐라고요? 파앙테 양!”
“원화나 되시는 분이 이렇게 고함을 지르시면 다른 분들이 두려워하실 거예요.”
“저는─!”
소리치던 남군 원화가 주변을 둘러봤다.
다른 아이들이 당황한 얼굴로 쑥덕이고 있었다.
“……!”
남군 원화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주먹을 꽉 말아쥐고, 파르르 떨기까지 했다.
그녀는 멀뚱멀뚱 선 북군 원화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파앙테 양은 우리를 불청객으로 생각하는 듯하니 돌아가는 게 좋겠네요.”
“네? 아, 네…….”
남군 원화가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 뒤를 북군 원화가 얼른 쫓는다.
막 문 앞까지 다가간 남군 원화는 우뚝, 멈춰 서서 나와 파앙테 영애를 노려봤다.
“오늘 일, 잊지 않겠어요.”
파앙테 영애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래서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조심히 돌아가세요! 아, 그리고 하나 정정하자면, 불청객은 ‘우리’가 아니라 ‘나’가 아닐까요?”
“뭐라고요?”
“북군 원화는 불청객이 아니고, 남군 원화 혼자서 무례하셨어요!”
그러자 주변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다들 참지 못하고 터진 듯했다.
파앙테 영애도 입꼬리를 실룩이고 있었다.
그리고 북군 원화도…….
“뭐가 그렇게 재밌어요?!”
북군 원화는 몰래 웃다가 남군 원화에게 한마디를 들었다.
남군 원화가 씩씩대며 문을 나섰다.
파앙테 영애는 “흥.” 콧방귀를 뀌었다.
“할 수 있는 건 샤토브리앙 가에 일러바치는 것뿐이면서.”
“아아, 그래요?”
“중앙 원화가 아니었으면 원화 자리는 꿈도 못 꿨을 거예요. 또, 원화가 아니었으면 콧대가 높아지지 않았을 테고요.”
“아하.”
“여하튼 영애 덕에 오래간만에 유쾌했네요. 자, 다들 파티를 마저 즐기실까요?”
파앙테 영애가 짝짝, 손뼉을 쳐서 분위기를 정리했다.
나는 그녀의 뒤를 쫓아가며 문을 힐끔 쳐다봤다.
‘원화 생활의 시작이 귀찮게 되었네.’
아마 원화들은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니까.
그리고 난 적이 있을수록 불타는 타입이다.
‘까─불고 있어.’
* * *
며칠 후, 황도의 아스트라 백작저.
백작저는 아침부터 소란스러웠다.
요슈아의 클럽 손님들이 백작저를 찾기 때문이었다.
하인들은 도련님의 첫 모임을 위해 갖은 애를 써줬다.
발자크는 소파에 걸터앉아서 주변을 흘낏 쳐다봤다.
“제법 모임 분위기가 나는데?”
“에릴로트가 준비해줬어.”
발자크의 맞은편에서 책을 읽던 요슈아가 빙그레 웃었다.
첫 모임이니만큼 ‘황도의 모임’다워야 한다고 열심이었다.
“에릴로트가? 별걸 다 잘하네.”
열 살밖에 되지 않는 숙녀인데도, 안주인의 노릇을 잘도 한다.
‘배운 적도 없을 텐데.’
발자크가 킥킥 웃던 찰나였다.
데이몬드 관할령의 총 집사장 미켈란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손님들이 도착하셨습니다.”
“그래.”
요슈아가 책을 덮고 일어났다.
중정을 지나, 정원 쪽으로 향하자 화려한 마차들이 한가득하였다.
“초청에 감사합니다.”
이번 클럽 모임은 요슈아 주최의 ‘여러 클럽의 총 모임’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쳐 클럽.
조류 사냥 클럽.
토끼를 따뜻하게 지켜보는 클럽.
독서 클럽.
제국 역사 고찰 클럽 등.
즉, 힘깨나 있는 소년들이 모이는 자리란 뜻이었다.
“여기가 소문의 백작저로군. 산이 근처라 조류들이 많이 모이겠는데? 다음엔 여기서 사냥을 해보는 건 어때?”
“원하신다면.”
“대도서관! 백작저의 대도서관이 궁금합니다!”
“집사에게 안내를 부탁하죠.”
요슈아는 형제 중에 가장 타인과 대화가 쉬웠다.
여러 방면의 지식이 깊었고, 속은 몰라도 겉으론 친절한 미소년이었으므로.
무엇보다 광역 가호인 <압축>이라는 뛰어난 능력도 있었다.
지식인 타입의 소년들도, 무인 타입의 소년들도 모두 잘 어울렸다.
거기다가…….
“발자크 아스트라! 최연소 오러 사용자!”
아쳐 클럽의 쾌활한 소년이 얼른 나섰다.
발자크 아스트라.
그는 어릴 때부터 용맹했고, 뛰어난 실력으로 이름이 높다.
최연소 무력 사용자.
<강화>라는 특수한 공격계 가호 사용자.
그래서 무인 타입의 소년들에겐 우상이나 마찬가지였다.
발자크는 귀찮은 얼굴로 아쳐 클럽의 소년을 쳐다봤다.
“윽, 너도 왔냐.”
“이번엔 못다 한 승부를 내자고.”
“귀찮아 죽겠네.”
발자크는 얼굴이 죽을상이지만, 그래도 호스트 노릇은 잘하고 있었다.
다른 쪽에선 막 저택에 들어온 리시먼드에게 사람이 몰려 있었다.
그도 약간 귀찮은 얼굴이었으나, 호스트 노릇을 하긴 했다.
‘에릴로트에게 혼나면 안 되니까.’
‘에릴로트에게 잘 보여야 하니까.’
소년들은 삼 형제와 함께 중정으로 들어왔다.
“아, 오라버니들.”
계단 위에서 에릴로트가 내려오고 있었다.
껄렁한 표정으로 주변을 보던 소년들.
요슈아와 대화를 나누고 있던 소년들.
리시먼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소년들.
모든 소년들의 시선이 계단에 집중되었다.
에릴로트가 화사하게 웃으며 소년들을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에릴로트 아스트라입니다.”
“…….”
“…….”
“…….”
“저희 저택에 오신 걸 환영해요. 즐거운 시간 보내셔요?”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아름다운 금발.
희고 투명한 피부.
아름다운 장미색의 눈동자.
굽이치는 머리칼이 찰랑일 때면 어딘가에서 달콤한 꽃내음이 풍겨오는 것 같았다.
소년들은 번개라도 맞은 사람처럼 뻣뻣해져서 움직이지 못했다.
몇몇은 입을 떡 벌리고 있기도 했다.
왜냐면…… 왜냐면……!
‘아, 아스트라의 장미라더니.’
‘우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