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55)
이 3세는 악역입니다 155화.(155/390)
155화.
나는 생글생글 미소 짓는 남군 원화를 쳐다봤다.
“그럼 남군 원화도 신임 원화일 땐 중앙 원화께 가호를 복제하게 하였나요?”
“저와 영애의 상황은 다르죠.”
“왜요? 제가 부족하기 때문인가요?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부족한 것이었나요?”
내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자, 남군 원화의 눈썹이 꿈틀했다.
“아직 초임이시니, 원화들의 우두머리인 중앙 원화께 힘을 빌리라는 조언이었어요.”
“여러분께서도 초임이었을 때, 훌륭하게 일하셨다는 걸 압니다. 저도 노력할 테니 염려하지 마세요.”
“이봐요, 에릴로트 아스트라 양.”
“정히!”
이전까지만 해도 부드럽게 웃고 있던 난 약간 목소리를 높였다.
“정히 제 용을 중앙 원화에게 맡겨야 한다고 생각하신다면, 제 조부님께 직접 말씀드리세요.”
“뭐, 뭐라고요?”
“가호는 가문의 재산이죠. 아닌가요?”
“그건……!”
“제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아스트라의 재산을 맡겨야 한다면, 응당 가주의 허가가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
남군 원화가 당황했다.
‘그렇겠지.’
웬만한 권력가도 오금을 저리는 게 우리 할아버지다.
‘열넷 밖에 안 된 네가 어떻게 할아버지를 상대하겠니.’
말문이 막히자, 남군 원화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기사들까지 잔뜩 있는 자리에서 졌다고 생각될까 봐 분한 모양이지.
“황군에 가문을 끌어들이시다니요. 이래서 제가 부족하다고 말씀드린 거예요.”
“이 사방 원화는 각 부를 대표하는 인물이죠. 그런 자리에 부와 가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있나요?”
난 정말로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남군 원화를 쳐다봤다.
남군 원화가 입을 뻐끔거렸다.
“가, 각 부를 짊어지는 건 맞지만 그래도 우리는 황제 폐하를 제일로 생각하면서……!”
“저도 황제 폐하를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영애는 용조차 내놓지 않는 파렴치한─!”
그러자 북군 원화와 세바스티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저 말은 아주 위험했으니까.
[황제 폐하를 위해서라면 가호(가문의 재산)도 전부 내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파렴치한 간신이다.]─로 해석되기 때문이었다.
귀족의 자율권을 인정하지 않는 말이었다.
‘날 이기겠다고 생각 없이 말했지?’
그때였다.
중앙 원화인 실린 샤토브리앙이 탕! 테이블을 내리쳤다.
“신임 원화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언성을 높이지 마세요.”
“……송구합니다.”
남군 원화가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실린의 눈치를 보았다.
“반성하세요, 남군 원화.”
“예…….”
“에릴로트 아스트라양께서도 원화의 화합을 생각해주시면 좋겠네요.”
이것 봐라?
‘남군 원화는 언성을 높인 것을 지적하더니, 나는 화합을 망쳤다고 지적해?’
누가 들어도 내 쪽이 더 큰 잘못을 한 것 같다.
남군 원화가 용을 내놓으라는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할 땐 가만히 있더니.
나는 속으로 조금 웃었다.
‘남군 원화가 뭘 위해서 날뛰었는지 알겠네.’
나는 생긋 미소 지었다.
송구하다는 대답 없이.
중앙 원화의 눈썹이 약간 꿈틀했지만, 더 지적하진 못했다.
“황군에 관해선 알고 있겠죠?”
“예, 중앙 원화.”
황군은 총 3군으로 이루어진다.
1. 황제 직속 기사단.
대장군이 이끄는 황제 직속의 대군(이그리츠 용병단주인 칼리가 여기에 있었다).
2. 지방군.
지방에 흩어져 국경을 수호하는 역할의 군. 가장 수가 많다. 위험 지역에 배치되기도 한다.
3. 원화군.
동, 서, 남, 북군과 중앙군. 5대대로 나뉘어 있는 군.
보통 20세 미만 기사로 이루어져 있다.
뛰어난 기사는 황제 직속 군으로 차출되고, 20세가 지난 기사들은 대부분 지방군으로 옮겨진다.
원화군의 계급은 쉽게 나누면,
[원화 – 상장군 – 군사(참모) – 기사 – 병사]─였다.
중앙 원화인 실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실린이 기사를 쳐다봤다.
“중앙군의 상장군, 조윅 샤토브리앙이에요.”
“조윅입니다.”
그러자 북군 원화도 자신의 상장군을 소개했다.
“북군의 상장군인 마테오 가먼이에요.”
“반갑습니다, 서군 원화. 마테오입니다.”
세바스티아도 자신의 상장군을 소개했다.
그리고 남군 원화도 떨떠름한 표정으로 상장군을 소개했다.
“남군의 상장군인 카진 라비오예요.”
“카진입니다.”
카진이라 불린 기사가 빙그레 미소 지었다.
‘응?’
어디서 봤는데…….
익숙한 얼굴이었다.
‘어디였더라.’
이번 삶에선 본 적이 없었다.
나는 황도에 온 지도 얼마 안 됐고, 평생 아스트라에 있었으니까.
그럼 지난 삶일 텐데…….
‘많이 익숙한 얼굴이야.’
내가 미간을 좁히고 있는데, 남군 원화가 손을 휘휘 저었다.
카진을 향해서.
아주 귀찮은 얼굴에, 무례한 태도였다.
‘다른 기사들 앞에서 망신을 주는 거잖아.’
원화가 자신의 상장군을 대우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하지만 카진은 익숙한 듯이 물러났다.
“이쪽도 소개할게요. 남군의 군사인 마르키 슈마르예요.”
‘군사까지 소개한다고?’
거기다가 마르키를 보는 표정이 아주 다정했다.
마르키는 환히 웃으며 원화들의 테이블 앞에 무릎을 굽혔다.
“황군의 꽃들 앞에 설 수 있게 되다니, 가문에 이런 영광이 없군요. 서군 원화를 환영합니다. 마르키 슈마르입니다.”
북군 원화가 키득키득 웃었다.
“새로운 남군의 참모가 말을 참 잘한다고 하더라니, 정말이네요.”
“마르키는 실력도 뛰어난 기사지요~.”
남군 원화가 수줍은 얼굴로 제 참모를 쳐다봤다.
하지만 난…….
‘으윽.’
마르키는 키가 크고, 얼굴이 희다. 그리고 치아는 그것보다 더 새하얗다.
웃을 때마다 흰 치아가 드러나는데, 엄청나게 느끼했다.
눈이 마주치면 내게 몰래 윙크하는 게 기분 나쁘다.
기사들의 표정도 하나같이 떨떠름했다.
‘아빠의 군대에 모스코가 딱 싫어하는 스타일이네.’
저런 타입이 항상 느물거리고, 훈련은 뒷전이라며 투덜거리곤 했다.
“자, 기사들도 소개했으니 가벼운 티 타임을 즐길까요?”
남군 원화가 짝, 손뼉을 치며 말했다.
세바스티아는 질린 얼굴이었다.
“지난번도 꽤 오래 차를 마셨는데요.”
“신임 원화가 들어왔으니, 화합을 위해 자리해주셔야죠?”
“전 훈련이 있어서요. 그 김에 새로운 서군 원화에게 횃불의 궁 지리를 알려드리겠어요.”
세바스티아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내게 눈짓했다.
나는 냉큼 그녀를 따라갔다.
막 문을 나서려던 찰나, 남군 원화가 소리쳤다.
“동군 원화는 ‘그 쪽’인가요?”
아주 탐탁지 않은 목소리다.
즉, ‘너 중앙 원화가 아니라 에릴로트 아스트라와 편 먹겠다는 거야?’ 라는 뜻이었다.
세바스티아가 실소를 흘렸다.
그러곤 고개를 돌려서 남군 원화를 쳐다봤다.
“저는 늘 동군의 쪽이죠.”
“하지만 제가 보기엔……!”
“남군 원화는 그만 좀 보셔야겠어요. 뭐든 잘못 보시는 것 같으니까.”
“무, 무슨!”
“그럼.”
세바스티아가 바로 방을 나섰다.
물론 나는 그녀의 뒤를 쫓았고, 한지혁도 함께였다.
세바스티아는 복도의 코너를 돌자마자 이를 갈았다.
“다음 훈련 때 죽여버려야지.”
내가 킥킥 웃자, 세바스티아가 날 돌아봤다.
“넌 지옥에 들어온 거야, 에릴로트. 티 타임 지옥 말이야.”
“그렇게나 많이 차를 마시나요?”
“그래. 신임 원화가 올 거라고 티 타임, 신임 원화가 왔다고 티 타임, 훈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티 타임, 심지어는 피곤하다고 티 타임…….”
세바스티아가 엄청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럼 세바스티아 언니가 앞으로도 이렇게 빼내 주시면 좋겠네요.”
“그보다 중앙 원화가 바뀌는 게 더 좋을 텐데 말이야.”
“그러게요.”
우리는 복도를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군 원화가 너를 적대하는 이유는 알지?”
“중앙 원화에게 잘 보이려고 그런 거겠죠.”
“역시 눈치가 빠르네. 그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부상 때문이 커.”
“부상이요?”
“종년 축제 부상 말이야.”
남군 원화도 황제에게 뭘 바라고 있나?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세바스티아를 쳐다봤다.
“원하는 기사를 데려가는 것 말야.”
“네?”
“방금 봤지? 남군의 군사. 그 마르키와 남군 원화가 그렇고 그렇다더라고.”
“윽, 전혀 관심 없는데요.”
“그러니까 말이야. 카진만 안 됐지, 뭐.”
“카진이라면 남군의 상장군이죠?”
“응. 남군 원화가 마르키를 너무 사랑하셔서 곧 상장군을 교체할 거라더라고.”
세바스티아는 쯧, 혀를 찼다.
“원화가 머리가 꽃밭이더라도 남군이 굴러가는 건 다 카진 덕인데 말이야. 실력 좋고, 덕망 있고……. 원화군 중에선 특출난 사람인데 안 됐지.”
“그렇겠네요…….”
그런데 자꾸만 그 카진이라는 소년이 걸린다.
결 좋은 남색 머리카락.
짙고 푸른 눈동자.
흰 얼굴.
콘라드와 비슷한 과의 미소년…….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카진은 가문이 한미해서 항의도 제대로 못할 텐데.”
“한미하다고요?”
“응, 그냥 한미한 정도가 아니지. 아버지가 이민족 출신이니까.”
“이민족……. 이민족?!”
나는 걸음을 우뚝 멈추고, 입을 떡 벌렸다.
‘맞아, 그 남자였어!’
첫 번째 삶에서 처음으로 투입되었던 이민족과의 전투.
그 이민족의 총대장이 20대의 청년이었다.
‘무시무시한 통솔력으로 10배나 되는 군사를 궁지에 몬 그……!’
“더러운 이민족 주제에 감히─!”
함께 투입된 조프리가 산 위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카진에게 고함을 질렀다.
“이제껏 황제는 우리에게 수많은 것을 빼앗았지. 이제는 건국 황제가 약속한 안식의 땅마저 빼앗을 셈이라면, 형제들은 기꺼이 피를 흘릴 생각이오.”
“뭐야?!”
“절대 쉽게는 죽지 않을 거요.”
“이, 이─!”
“난 죽어도 너희와 함께 죽을 테니까.”
서슬 퍼런 눈동자.
몸 주변에 피어난 선명한 살기.
엄청난 지휘력과 통솔력.
그리고 발자크에 준하는 강력한 가호.
‘맙소사, 맙소사……!’
그때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황군에 있었단 말이야?
하긴 그 정도 능력이 있으니까 이민족 출신인데 상장군이 되지.
‘잠깐만. 그럼 상장군에서 밀려나서 고향으로 간 건가? 그러면…….’
내가 입을 틀어막고 있자, 세바스티아가 날 쳐다봤다.
“에릴로트?”
“저, 먼저 가볼게요.”
“횃불의 궁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괜찮아?”
“네!”
“그래, 그럼.”
난 세바스티아에게 인사하고 얼른 궁을 빠져나왔다.
거의 뛰다시피 걷자, 한지혁이 말했다.
“왜? 무슨 일 있어? 뭔데 그래?!”
“대박.”
“뭐?”
“대박이다!”
“대체 그 대박이 뭔데?”
이그리츠 용병단주인 칼리의 실력이야 전 세계가 다 안다.
거기에 카진까지 손에 넣으면…….
나는 양손으로 입을 막고 히죽히죽 웃었다.
“어서 가자.”
“왜?”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써야겠어.”
이번 종년 축제에서 확실하게 이기려면 도움을 좀 받아야겠다.
황제의 소원권과 카진까지 손에 넣을 기회니까!
* * *
며칠 후, 중앙탑.
연말을 앞두고 권력의 주축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회의가 끝난 후로도 중앙탑은 시끄러웠다.
“공도 오늘 파티에 가시오?”
“파앙테의 연말 파티이니……. 아내가 시끄러워서 말이오.”
“아들의 약혼자를 찾아야 한다고 하셨지요?”
“그렇소. 파앙테의 연말 파티엔 웬만한 귀족들은 전부 모이니, 아들을 소개할 자리라고 신이 났더라오.”
중앙탑 인근 살롱에선 사교계의 연말 파티가 이뤄졌다.
중앙탑에서도 가장 권세 있는 공작들 또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세바스티아 양도 이번 종년 축제에 참가합니까?”
“내 손녀가 성실한 것이야 원체 유명하지 않소. 귀찮으니 하지 말라 해도 그리 열심히더이다.”
“하하, 이번엔 아스트라에서도 종년 축제에 참가할 테니, 볼만 하겠군요.”
비페리 공작은 큼, 헛기침했다.
그러곤 조용히 앉아있던 아스트라 공작을 힐끗 쳐다봤다.
최근 황도의 화제는 단연 한 사람이었다.
에릴로트 아스트라.
엄청난 가호에 뛰어난 실력, 지혜와 성적에, 미모마저 단연 일등인 아이였다.
이번 기의 원화들은 역대 중엔 다소 부족한 편이었다.
그래서 세바스티아의 명성이 높았는데…….
에릴로트의 등장으로 세바스티아는 가려진 것이다.
‘얌체 같은 늙은이에겐 어울리지 않는 손녀야.’
“뭐, 중앙 원화인 실린 샤토브리앙도 참가한다니…… 축제가 궁금하긴 하군.”
“그렇지요.”
샤토브리앙 공작은 오만하게 미소 지었다.
“하하, 종년 축제야 원화들이 알아서 잘 해내지 않겠습니까. 우린 이만 자리를 정리하지요.”
“공도 파앙테의 파티에 가십니까?”
“실린이 잠시 들린다고 하여 마중이나 나갈 생각입니다.”
“원화들도 참석하는군요. 하면 아스트라 공작께선……?”
아스트라 공작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파티에 들릴 생각이네.”
“예?”
아스트라 공작이 파티?
생전 파티에는 안가던 사람이 왜?
다들 놀란 와중에, 아스트라 공작이 주변을 훑어보았다.
무색무취의 살벌한 시선이었다.
그의 시선이 한 곳에 꽂혔다.
시선을 받은 귀족이 움찔했다.
“저, 각하……?”
“감히 내 가문의 재산을 내놓으라고 한 자가 있다던데.”
“예? 그런 자가 있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