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56)
이 3세는 악역입니다 156화.(156/390)
156화.
귀족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대체 어떤 멍청한 녀석이 그런 짓을 했단 말이냐.’
아스트라 공작가가 어떤 가문이던가.
엄청난 재산과 막강한 군사력을 기반으로 나라에서 1, 2위를 다투는 권세가다.
그 누구도 쉽게 건드릴 수 없는 가문.
황제마저 아스트라 공작과의 거래에 쩔쩔매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재산을 내놓으라고 했다고? 미친 게 아닌가.’
제국의 공작 중 가장 젊은 제르모 공작이 하하, 웃었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으나, 모처럼 연말 파티에 참석하시는 게 아닙니까. 오늘은 잊으시지요. 제가 모시겠습니다.”
다른 귀족들도 어색한 어투로 동조했다.
“예, 각하. 오늘 파티에 그 유명한 아스트라 제 2백작가의 영애, 영식들도 오십니까?”
“삼 형제는 참석하지.”
“황도의 어린 레이디들에게 희소식이겠군요.”
삼 형제 또래의 딸이 있는 귀족들이 눈이 번뜩였다.
아스트라 서열권의 소년들.
그것도 장남인 그리미에를 제외하면 가장 가주위에 가까운 ‘그 데이몬드’의 아들들이다.
삼 형제는 하나같이 뛰어난 무예와 성적을 자랑했다.
‘우리 포다나도 슬슬 혼처를 알아봐야 했는데…….’
‘보자, 리시먼드 아스트라와 내 딸이 딱 세 살 차이였던가.’
‘장남인 리시먼드가 제일 탐이 나지만, 요슈아 아스트라도 괜찮지.’
‘발자크 아스트라를 손주사위로 들여서 지원한다면 황군 대장군 자리를 노려봐도…….’
귀족들의 눈빛이 흑심으로 번들거렸다.
그 시각, 파앙테의 파티장.
족히 300명은 수용할 수 있는 대연회장엔 사람들로 북적였다.
주최자인 파앙테 후작 부인은 정신없이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중이었다.
“어서 오세요, 루탕 부인.”
“초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해도 멋진 파티로군요.”
“루탕 노사(老師) 부부를 모실 수 있게 되어서 저희야말로 영광이지요.”
“겸양은요. 대대로 황태후에게 귀속되는 이 카를로시타 대연회장에서 파티를 열 수 있는 건 제국을 뒤집어도 파앙테 부인뿐일 텐데요.”
후작 부인은 우후후, 웃으며 부채를 나붓나붓 흔들었다.
루멜리사 파앙테가 모친의 곁에서 생긋 웃었다.
“감사합니다, 부인.”
“어머나, 못 본 새에 숙녀가 다 되었군요. 파앙테 양.”
“어머니를 본받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훌륭하기도 해라.”
루멜리사 파앙테는 오만한 얼굴로 웃었다.
파앙테의 연말 파티는 누구에게나 유명했다.
‘하지만 올해는 차원이 다르지.’
황태후가 초대 황태후 카를로시타의 이름이 붙은 대연회장을 내준 것이다.
손님들이 지나간 후, 루멜리사가 제 모친에게 말했다.
“이게 다 에릴로트 양의 덕이에요.”
“그래, 그 아이가 선황녀를 폐위시켜준 덕이지.”
본래 황궁의 연말 파티는 아나톨리 선황녀의 몫이었다.
그런데 선황녀가 폐위되어, 파앙테 후작가의 파티가 ‘황궁의 연말 파티’ 역할까지 담당하게 된 것이다.
“본래라면 오셀리아 황비가 파티를 주최해야 했지만…….”
“알아요! 태양회 사건으로 황자가 황제 폐하의 눈 밖에 났잖아요. 그래서 자숙하느라 파티를 못 맡게 된 거고요.”
“아스트라 백작 영애는 우리 가문의 귀인이지.”
“착하기도 얼마나 착한지 몰라요.”
“그래?”
후작 부인이 후후 웃으며 묻자, 루멜리사 파앙테가 크게 끄덕였다.
“황도의 아이들은 권력에 민감하잖아요?”
“그렇지.”
“그런데 권력보다 친구를 우선하는 착한 아이예요. 지난번에도 남군 원화보다 저를 더 챙겨줬거든요.”
“그런 사람은 곁에 둬야지. 좋은 친구가 생겨서 기쁘구나, 루멜리사.”
“네!”
파앙테 후작도 으하하! 호쾌하게 웃었다.
파앙테 부부는 외동딸을 지극히 사랑했다.
그런 딸이 아끼는 친구.
심지어는 가문에 도움을 주는 영리한 아이.
에릴로트의 점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었다.
이번 파티의 화제는 단연 에릴로트였다.
“새로운 서군 원화라. 여러분들이 보시기에 어떤가요?”
“글쎄요. 크게 기대하긴 어렵지요. 서군은 원화군 중에 늘 최하위인 군이니.”
귀부인들의 대화에 파앙테 후작 부인이 자연스럽게 끼어들었다.
“어느 곳이든 책임자가 중요하지요. 제가 보기에 에릴로트 아스트라 양은 훌륭한 원화가 될 것 같군요.”
“파앙테 부인답지 않게 평가가 후하군요.”
“저는 아스트라에서 치른 예비 원화전 선발 경기를 보았거든요.”
“아아, 용병들을 훌륭하게 이끌었다는 말을 들었어요.”
“말도 못하게 지혜롭더군요. 도무지 열 살 아이라곤 믿기지 않는 통찰력이었어요.”
“파앙테 부인의 평이 그렇다면 기대해볼 만 하겠는데요.”
파앙테 후작 부인은 사교계에서 입김이 센 인물이었다.
덕분에 사교계에서도 에릴로트의 이름이 멋지게 자리 잡고 있었다.
파티장에 있던 세바스티아 비페리가 픽 웃었다.
‘저 깐깐한 부인들의 평이 좋다니.’
에릴로트가 이제까지 처신을 잘해온 모양이었다.
하기야, 태양회에서도 처세력이 뛰어난 아이였다.
그때였다.
“하여간, 사교계란.”
남군 원화인 리카 델프르가 인상을 찌푸렸다.
세바스티아가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뭐가 불편한가요, 남군 원화?”
“에릴로트 아스트라를 제대로 겪은 적도 없으면서 칭찬하는 저 모습을 보세요.”
“그게 왜요?”
“순 소문에 휘둘려서…….”
“에릴로트 아스트라가 이제껏 훌륭히 능력을 증명해온 덕이 아닐까요.”
“대체 어떤 능력을 증명했다는 거죠? 전 이게 답답하다는 말이에요.”
남군 원화가 지나가던 사환에게 주스 잔을 던지다시피 건넸다.
그러곤 인상을 찌푸리고 세바스티아를 쳐다봤다.
“태양회에서의 일은 솔직히 말해서 난동을 부린 거죠.”
“…….”
“귀족들을 들쑤셔서 경기에 나가지 못하게 한 건, 귀족답지 않은 행동이었다고요.”
“…….”
“결국 제국의 황자이신 살바토레 님이 망신을 당했잖아요? 그게 황족을 보좌해야 하는 귀족으로써 맞는 행동인가요?”
“그 일의 해석은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셀레네 아스트라와의 대결에선 확실히 원화다운 훌륭한 지휘력을 보였잖아요?”
“이렇게 순진하시다니까.”
“네?”
“그게 다 거짓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
세바스티아가 인상을 찌푸렸다.
주변에 있던 귀족 아이들도 남군 원화를 쳐다봤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남군 원화?”
귀족 소녀 하나가 묻자, 남군 원화가 팔짱을 끼었다.
“그런 소문이 있더라고요. 사실은 그 승부가 다 조작된 거라는 얘기요.”
“아아, 들어봤어요. 하지만 그건 가십지가 되는 대로 쓴 말이라던데요?”
“하지만 믿음이 가지 않나요? 갑자기 고대 몬스터가 나타나고, 상대가 몬스터를 없앤 실력을 보고 무릎을 꿇는다…… 너무 극적이지 않나요?”
“그, 그렇지만 아스트라에서 그렇게 할 이유가…….”
“셀레네 양의 모친을 생각해봐요. 그런 사람이라면 뭔가 약점을 잡혔을 수도 있어요.”
주변에 모인 소년, 소녀들이 숨을 크게 들이켰다.
남군 원화는 입매를 비틀었다.
‘정말로 조작된 걸 거야.’
열 살짜리 애한테 그런 지휘력이 있는 게 가능해?
게다가 그 엄청난 용병들이라니…….
‘그 칼리 무소가 용병단으로 있었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분명히 그 아버지가 도왔을 것이다.
데이몬드는 전장의 신으로 이름 높은 사람.
전장 어딘가에서 칼리 무소와 과거의 황제 직속 기사였던 사람들을 만났겠지.
그리고 딸에게 붙여준 게 틀림없다.
“셀레네 양만 안 됐죠…….”
남군 원화가 뺨을 감싸 쥐고 한숨을 흘렸다.
“아, 그렇지요. 남군 원화는 셀레네 양과 제법 만난 사이니까.”
“셀레네 양은 에릴로트 양과 달리 침착하고, 사려 깊은 성품이랍니다. 우리는 좋은 친구였어요.”
“어머나……. 그럼 아스트라의 직계와 친구라니. 놀랍네요.”
아스트라는 비밀스러운 가문이었다.
특히 7서열권의 아이들은 임무 때가 아니면 눈썹 한 올 보기가 힘들다.
그런 가문에서도 과거에 서열 1위를 맡아놓다시피 했던 직계 3세인 셀레네와 친구라니.
‘역시 권력자들의 자제끼리는…….’
“그렇게 친한 사이라니 몰랐어요.”
“그렇게까지 친한 건 아니지만…… 뭐, 성에 초청되기도 했으니까요.”
“세상에! 아스트라 공작성이라고요?”
“관할성이긴 했지만요. 그래도 아마 저를 공작님께 소개하고 싶었을 거예요.”
“아, 아스트라 공작님이요?!”
아스트라 가문은 엄청난 권세가였다.
공작들 중에서도 1, 2위를 다투는 남자.
그의 이명은 ‘뒷세계의 황제’였다.
웬만한 가문의 가주들도 만나기 힘든 인물이 바로 그다.
‘그런 아스트라 공작을 만날 뻔했다고? 역시 원화는……!’
남군 원화는 오만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왜냐면 샤토브리앙 공작님께서 아스트라의 직계와 혼담을 주선해주신다고 하셨거든요.”
“세상에!!”
“물론 7서열권이요.”
“어, 엄청나군요.”
“셀레네 양은 아시죠? 에릴로트 양은 용으로 인해 공작님의 눈에 들었지만, 사실 그 전엔 셀레네 양을 최고로 아끼셨잖아요?”
“거, 거기다 손주와 혼담이 주선될 분이시니…….”
남군 원화는 생글생글 웃었다.
그 곁에 있던 북군 원화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7서열권과 혼담?’
그 얘기가 나온 자리에 자신도 있었지만, 맥락이 그것이 아니었는데…….
델프르 후작은 딸인 남군 원화의 혼담을 기대했다.
중앙 원화인 실린 샤토브리앙의 충복 역할을 잘했기에, 샤토브리앙 공작이 좋은 혼담을 주선할 거라고 생각한 거다.
그래서…….
‘적어도 7서열권은 되는 소년을 약혼자로 주시겠지─ 라고 말씀하신 거잖아?’
“저어, 남군 원화.”
북군 원화가 입을 열던 찰나였다.
“세상에, 아스트라 공작님─!!”
문 앞이 소란스러웠다.
중앙탑의 거두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세월의 관록이 묻어나는 희게 센 머리.
노년임에도 너른 어깨와 조금도 굽지 않은 허리.
장신의 키.
사자 가죽으로 만든 로브가 멋들어지게 어울리는…….
‘아, 아스트라 공작?’
‘말도 안 돼! 아스트라 공작이 파티에 참석한다고?’
‘어, 어쩜……!’
귀족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황제의 탄신연에도 번번이 빠지던 인사다.
그런 그가 파티에 참석하다니.
원화들의 근처에 있던 소녀들이 호들갑을 떨었다.
“무, 무슨 일로 오셨을까요?”
“호, 혹시 남군 원화를 보러 온 건 아닐까요? 손주며느리로……!”
“어머나, 그럴 수도…… 세상에.”
푸른색의 헤어드레스를 쓴 소녀가 멍하니 공작의 뒤를 쳐다봤다.
“왜 그러세요?”
“저 뒤 좀 보세요…….”
소년 셋이 아스트라 공작을 따라 들어왔다.
각각 풍기는 분위기는 달랐지만, 눈빛만큼은 조부를 쏙 빼닮았다.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눈빛.
선득한 살기마저 느껴지는 날카로운 기운.
그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엄청난 미모였다.
마치 소년 시절의 데이몬드 아스트라를 보는 것 같은 엄청난 미소년들.
어린 귀족들이 일시에 탄성을 흘렸다.
파앙테 후작 부부는 잔뜩 흥분했다.
‘아스트라 공작에 데이몬드 관할령의 삼 형제라니!’
내일이면 제국 전역에 파앙테의 파티가 엄청났다는 소문이 퍼질 것이다.
남군 원화는 당황한 표정이었다.
‘아스트라에서 무슨 일로…… 아!’
중앙탑의 거두들 사이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실린 양!”
중앙 원화가 제 아버지와 함께 파티장을 찾은 것이다.
‘잘 됐다!’
저 멋진 공자님들을 소개받을 기회였다.
중앙 원화인 실린이 이쪽을 쳐다봤다.
“아, 원화들이 저기에 있군요.”
실린이 생긋 웃자, 다른 원화들이 그녀에게 향했다.
북군 원화가 중앙탑의 권세가들에게 인사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오, 북군 원화가 아닌가.”
제르모 공작이 인사해주자, 북군 원화가 헤헤 웃었다.
“격조했습니다.”
“하하, 아이는 정말이지 눈 깜짝할 사이에 자라는구나.”
“이제 코튼(13세~17세의 레이디) 인걸요.”
북군 원화가 북부의 거두인 제르모 공작과 인사하던 중이었다.
남군 원화가 수줍은 얼굴로 실린에게 바짝 다가갔다.
“아버님과 함께 오셨네요, 실린 양.”
“남군 원화가 좀 말려주세요. 항상 이렇게 마중을 나오신다니까요.”
“딸 사랑이 지극한 건 보기 좋은 일이지요~.”
“정말이지. 남군 원화는 늘 아버님의 편이군요?”
“보기 좋은 쪽의 편이죠.”
남군 원화는 우후후, 웃으며 아스트라 혈족들을 힐끔거렸다.
실린이 눈치채고 제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지, 남군 원화를 소개해주시는 게 어떨까요?”
“아아, 그래. 아스트라 공.”
샤토브리앙 공작이 인자한 표정으로 아스트라 공작을 쳐다봤다.
아스트라 공작과 삼형제의 시선이 남군 원화에게 향했다.
‘아아, 마르키도 멋진 남자지만 저들은…….’
새빨개진 얼굴로 양손을 마주잡은 남군 원화가 발자크를 힐끔거렸다.
샤토브리앙 공작이 말했다.
“아시려나 모르겠습니다. 이 아이가 남군의 원화입니다. 델프르 양, 인사드려야지?”
남군 원화가 마른침을 삼켰다.
“아, 안녕하세요, 공작님.”
“…….”
“남군을 맡고 있습니다. 리카 델프르입니다.”
남군 원화의 아버지인 델프르 후작이 입꼬리를 올렸다.
‘내 딸을 보라고.’
델프르 후작가는 몇 년 전만 해도 그리 대단한 권력가가 아니었다.
그들이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모두 샤토브리앙 가의 지원 덕이었다.
그래서 델프르 후작은 열등감이 있었었다.
‘하지만 보란 말이다.’
이제 딸은 아스트라 공작에게 소개 받는 대단한 원화가 되었다.
귀족들의 시선이 남군 원화와 아스트라 공작에게 집중되었다.
아스트라 공작이 수줍은 얼굴의 남군 원화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리카 델프르라…….”
남군 원화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저, 저를 아시나요?”
“그래.”
“아아, 정말로 영광……!”
“내 재산을 내놓으라고 한 맹랑한 녀석.”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