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57)
이 3세는 악역입니다 157화.(157/390)
157화.
뭐, 뭐라고?
남군 원화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당황한 것은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사람들 또한 놀란 얼굴로 남군 원화를 쳐다봤다.
“아스트라의 재산을 내놓으라고 해?”
“누가? 황제 폐하께서?”
“아뇨, 남군 원화가…….”
“잘못 들은 것이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않은가.
델프르 후작가도 황도 1구역의 귀족이긴 했다.
하지만 아스트라와 델프르의 사이엔 엄청난 격차가 있었다.
재력.
군사력.
포섭한 귀족들의 숫자.
심지어는 가문의 역사까지도 그랬는데, 아스트라는 제국을 대표하는 11가문 중 하나였다.
그러니 델프르는 샤토브리앙 없이는 아스트라에 결코 적대할 수 없었다.
델프르 후작이 어색하게 웃었다.
“아스트라 공,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신임 원화가 된 내 손녀가 미숙하니, 손녀의 용을 중앙 원화에게 맡기라고 했더군.”
“예?!”
남군 원화는 사색이 되어 아스트라 공작을 쳐다봤다.
“저어, 저……!”
“그래, 네 입으로 말해보아라. 아스트라 공의 오해인 게지?”
“그게…… 그게…….”
남군 원화의 손이 벌벌 떨렸다.
‘에릴로트 아스트라, 제 할아버지에게 다 일러바친 거야?’
어떻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농담 같은 말 한마디를 쪼르르 달려가 고해바치다니.
게다가 가주까지 끌고 와 이 망신을 주었다.
‘미쳤어. 그 계집애는 미친 거라고!’
딸이 대답하지 못하자, 델프르 후작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어째서 말이 없는 것이냐!”
아스트라 공작의 시선이 남군 원화에게 향했다.
제 아비로부터 시선을 돌리다가, 공작과 눈이 마주친 남군 원화가 흠칫 물러났다.
‘히익─!’
무슨 사람의 눈이 저리도 흉흉하단 말인가.
저 붉은 눈은 몬스터 토벌전에 나갔을 때를 떠올리게 했다.
군사들이 전부 널브러지고, 홀로 강대한 몬스터를 마주했을 때의 그 공포…….
남군 원화가 새파란 얼굴로 말했다.
“무, 무슨 오해가 있으신 모양인데─!”
“중앙 원화는 황제 폐하께서 신임하니, 용을 중앙 원화에게 맡겨두랬다던 말이 오해라.”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설명할 수 있어요! 그 말이 나왔던 것은요─”
“황제 폐하를 먼저 생각해라.”
“그래도 우리는 황제 폐하를 제일로 생각하면서……!”
“가, 각하……!”
“내 손녀가 황제 폐하에 대한 충정은 마찬가지라고 물렸을 때, 너는 달리 말했다지.”
“그건, 그건…….”
“용조차 내놓지 않는 파렴치한이라고.”
“……!”
“……!”
“……!”
남군 원화와 그 아버지인 델프르 후작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굳어졌다.
이 말은 에릴로트의 예상대로 파급력이 엄청났다.
“가호는 가문의 재산이야.”
“가문에서 애써 일군 일원의 능력을 황실에게 바치지 않으면 충정이 아니라니!”
파티장이 크게 술렁였다.
남군 원화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
델프르 후작은 당황해서 입을 벙긋거렸다.
“그게 무슨……. 그럴 리가요. 안 그러냐, 리카?”
“그게, 아버지, 저는 그게…….”
딸은 시체처럼 파리한 얼굴로 어물거리기만 했다.
“리카?”
“…….”
“리카!”
딸의 태도로 공작의 말이 사실임을 깨달은 델프르 후작이 크게 당황했다.
‘이 녀석이……!’
미쳤다.
미친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귀족의 태반을 적으로 돌릴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다니!
어리석은 말을 하긴 했지만, 평소 딸은 영리한 아이였다.
그런데 대꾸도 못하는 걸 보니 증인이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그것도 아주 만만치 않은 증인이겠지.’
원화들 정도 되는 증인쯤 말이다.
파티장에 있는 원화들이 저 말에 놀라지 않은 것을 보면, 추측이 맞는 모양이었다.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게야!’
델프르 후작이 딸을 매섭게 노려봤다.
하지만 지금은 탓을 하는 것보다 수습이 우선이다.
“딸이 어떤 뜻으로 그런 말을 한 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의도가 있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지, 리카?”
“네? 아, 네……!”
“황제 폐하께 충정이 큰 녀석이 실수로 한 말일 터이니, 용서해주시지요. 또, 딸은 아직 어리고…….”
델프르 후작이 어색한 얼굴로 말했다.
아스트라 공작의 시선이 천천히 후작에게 향했다.
“자네 말대로 어린 딸이 무엇을 알겠나.”
그 말에 델프르 후작과 남군 원화의 얼굴이 밝아졌다.
‘저 말로 보아, 아량을 넓게 생각해주려는 모양이다.’
남군 원화도 이제야 조금씩 표정이 풀렸다.
‘아스트라 공작은 두려운 사내라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말이 통하는걸.’
하기야 저만큼 나이가 들었으면, 아이에게 물러질 만도 했다.
그때, 아스트라 공작이 말을 이었다.
“어른의 뜻인 것이지.”
“……예?”
“가문에서 평소에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저 어린아이가 감히 내 가문의 충정을 의심했겠는가.”
“아, 아스트라 공! 그럴 리 없지 않습니까.”
“하면─!!”
날카로운 고함이 파티장을 가로질렀다.
크로노스 아스트라는 반백 년이 넘도록 권력의 꼭대기에서 군림하던 남자였다.
세월을 고스란히 먹고 자란 관록에 1구역의 대귀족들조차 말을 잃었다.
“오직 자네 딸의 뜻인가.”
“예?”
“오로지 네 딸이 아둔한 까닭이며, 델프르에선 그 어떤 책임도 없다는 것이냐 물었다.”
“그것이…….”
남군 원화는 새하얘져서 부친을 쳐다봤다.
저 말에 동의하면, 모든 책임은 혼자서 받게 된다.
딸인 자신을 부친이 지켜주지 않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러면 최악의 경우엔…….’
남부 귀족들이 자신에게 등을 돌릴 터.
원화에서 박탈되겠지.
‘안 돼!’
원화가 아닌 자신은 상상할 수 없었다.
자신은 남군 원화라는 자리에 있어야 빛이 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다시 날 우습게 볼 거야.’
지금껏 남군 원화로 얼마나 사교계를 들쑤시고 다녔던가.
남군 원화라는 명패가 없으면, 수많은 귀족 아이들에게 공격받을 것이다.
남군 원화가 황급히 부친의 옷깃을 잡았다.
“아, 아버지.”
“…….”
델프르 후작은 굳은 얼굴로 말이 없었다.
그녀가 얼른 실린 샤토브리앙을 쳐다봤다.
“중앙 원화, 말을 좀 해줘요. 그런 대단한 뜻으로 한 말이 아니었잖아요.”
“…….”
실린도 말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거기다 샤토브리앙 공작까지…….
‘뭐야, 내가 누구 때문에 그런 짓을 했는데!’
모두 실린 때문이었다.
전부 실린이 그 애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니까……!
‘네가 눈치를 줬잖아!’
새로운 서군 원화를, 에릴로트 아스트라를 밟아두라고 네가 눈치를 줬기 때문에 나선 거라고!
그런데 지금 와서는 모르는 체라니……!
남군 원화가 울먹이며 말했다.
“실린 양!”
중앙 원화에게 다가가 소리치자, 실린이 그녀를 힐끔 쳐다보았다.
시선이 마주치자, 남군 원화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말씀해주실 것이지요? 그렇지요?”
“정말이지…….”
“예, 실린 양. 어서 말씀 좀 해주셔요.”
“해서 그날도 델프르 양을 말렸던 것이에요.”
“……네?”
중앙 원화가 아스트라 공작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모두 중앙에 있는 제가 부덕한 탓입니다, 공.”
그러며 남군 원화의 팔을 토닥이고, 주변을 둘러봤다.
마치 남군 원화를 감싸는 것처럼 보였다.
“미리 아스트라에 실례했노라 사과드리고, 남군 원화를 질책했어야 했는데 고민이 길어져서 이렇듯 여러분께 당혹스러운 광경을 보였습니다.”
“실린 양?”
남군 원화는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느냐는 듯 중앙 원화를 불렀다.
“그날 일은 저도 크게 당황하였고, 도무지 어떤 의도로 그런 말을 하였는지 헤아릴 수조차 없었기에…….”
“이봐요, 실린 양.”
“그러니 이 모든 것이 저의 탓입니다. 남군 원화의 위험한 생각을 사전에 알지 못한 제 탓이 크니, 부디 모두 제 탓이라 여겨 주십시오.”
“하……!”
“앞으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잘 타이르겠으니─”
“실린 양, 용의 이야기는……!”
네가 먼저 했잖아!
너에게 용이 있으면, 나라가 더욱 부흥할 거라고.
너라면 그런 강력한 힘을 나라를 위해 쓸 거라고.
‘에릴로트 아스트라를 탓하고, 날 몰아붙여서 그런 말을 하게 한 건 너잖아!’
남군 원화는 무어라 말하려 했지만, 중앙 원화가 빨랐다.
“남군 원화는 돌아가서 자숙하고 계세요.”
“뭐라고요?”
“이 일은 추후에 원화들이 논의하여 징계를 결정하겠습니다.”
“기가 막혀. 내가 누구 때문에─”
“남군 원화. 내 말이 들리지 않나요?”
남군 원화가 억울함에 입을 열었다.
하지만 말을 하기 전에 델프르 후작이 딸의 팔을 거칠게 끌어당겼다.
“돌아가 있어라.”
“아버지!”
“어서─!!”
“…….”
남군 원화는 기어이 눈물을 터뜨렸다.
치맛자락을 꽉 쥐고 있던 그녀는 실린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더는 말하지 못하고, 울며 파티장을 뛰쳐나가야 했다.
실린이 한숨을 내쉬고 아스트라 공작을 쳐다봤다.
“정말로 송구합니다. 하지만 이 일은 다른 원화들의 뜻이 결코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오직 델프르의 딸만의 뜻이다?”
“……그녀를 제대로 다독이지 못한 제 탓이기도 합니다.”
“제대로 아는군.”
“……!”
“중앙이 제대로 역할을 하였다면, 감히 황궁에서 그따위 말은 나오지 않았을 터이니.”
실린은 입술을 깨물었지만, 곧 고개를 숙였다.
“송구합니다.”
아스트라 공작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러던 찰나, 리시먼드와 요슈아가 나섰다.
“조부님.”
“예, 조부님.”
삼 형제가 귀찮은 연말 파티에 참석한 건 모두 에릴로트의 뜻이었다.
조부의 안전핀 역할을 해달라는 뜻.
‘에릴로트는 여기까지 하길 바랐다.’
‘여기서 더 넘어가면 종년 축제에서 승리하더라도, 사람들은 조부님의 힘이라고 판단하겠지.’
“파티가 어수선해졌으니 이만 돌아가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리시먼드의 말에 요슈아가 동의했다.
“또한 델프르에게 이번 일을 항의할 준비가 필요할 듯하군요.”
손주들의 뜻을 알아차린 아스트라 공작이 미간을 좁혔다.
하지만 그는 의외로 순순히 물러났다.
에릴로트에게 몇 차례나 주의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할아버지, 저는 이번 종년 축제에서 아스트라의 힘을 증명할 거예요. 그러니 종년 축제에 영향이 가지 않는 선에서 부탁드려요.”
“…….”
“네? 네에?”
손녀가 손을 꼭 잡고서 눈썹을 축 늘어뜨리던 것이 떠오른다.
속으로 쯧, 혀를 찬 그가 말했다.
“돌아가자.”
“예.”
삼 형제가 조부에게 고개를 숙이고, 그의 뒤를 쫓았다.
그 후에야 다시 파티장에 소리가 돌아왔다.
귀족들은 삼삼오오 뭉쳐 이번 일을 떠들기 시작했다.
“남군 원화는 간도 크지.”
“간이 큰 것이겠나. 생각이 없는 것이겠지.”
“흥, 어찌 되었건 델프르 후작의 꼴은 볼만하겠군. 딸을 원화 자리에 앉혔다고 그 오만을 떨더니.”
“보십시오. 벌써 샤토브리앙 공작에게 붙어 사정하고 있군요.”
어느 귀족의 말처럼 델프르 후작은 샤토브리앙에게 붙어있었다.
샤토브리앙 공작은 아주 불쾌한 표정이었다.
실린이 수많은 사람에게 고개를 숙였다.
딸을 자랑스러워하는 샤토브리앙 공작의 심정이 얼마나 불쾌할지 예상할 수 있었다.
어린 귀족들도 한데 뭉쳐 떠들었다.
“세상에나……. 너무 놀랐어요.”
“저는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았지요. 그간 남군 원화가 제 자리를 믿고 얼마나 날뛰었어요?”
“하지만 아스트라 영애에게까지 그럴 줄이야.”
루멜리사 파앙테가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가문의 격으로도, 실력으로도 못하니 말로 눌러보려던 것이겠죠.”
“네, 아무래도요.”
“에릴로트 양이 가여워요!”
남군 원화는 재수 없고.
‘하필 그런 말을 하고 우리 가문의 파티에 와서.’
파앙테 후작 부부도 별말은 없었지만, 내심 불쾌한 표정이었다.
에릴로트는 좋은 파티를 열 기회를 만들어준, 딸의 친구이니 모든 탓은 남군 원화에게 향했다.
어른들이고 아이들이고 이번 일로 시끄러웠다.
“그런데 중앙 원화가 의외로군요.”
“그래요. 그러니까 저 말이 원화들의 모임에서 나온 게 맞죠? 원화들의 관리를 이런 식으로 할 줄은 몰랐어요.”
“모르긴요. 사실 이번 기의 원화들이 얼마나 엉망인가요?”
“솔직한 말로 중앙 원화가 제대로 된 역할을 했으면…….”
“예.”
어른들은 실린을 힐끔힐끔 보며 떠들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런데요, 정말로 이번 일이 남군 원화 혼자서 벌인 일일까요?”
“아니면요?”
“그렇잖아요. 남군 원화가 지금까지 누굴 믿고 날뛰었는데요?”
“너무 비약하시는 것 같은데요……. 이번에만 해도 대신 사과하셨잖아요.”
“그런가요?”
실린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척, 다른 귀족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에릴로트 아스트라.’
주스 잔을 쥔 소녀의 손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 * *
아스트라 제 2백작저.
“……일이 그렇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구나.”
에릴로트는 빨대로 잔을 휘휘 저으며 미소지었다.
‘중앙 원화와 남군 원화가 제대로 갈라졌네.’
그렇다면 이제 두 번째 스텝을 밟을 차례였다.
중앙군과 남군에서 눈 여겨 본 기사들을 모두 손에 넣을 차례.
‘기왕 시작한 거, 나는 무조건 승리할 거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