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60)
이 3세는 악역입니다 160화.(160/390)
160화.
상장군 제외 다른 사람들은 안도한 표정이었다.
반면 상장군은 하늘이라도 무너진 것 같은 얼굴이다.
‘아쉬운 게 어느 쪽인지 이제 알았나 보네.’
무릎을 꿇은 그가 애원했다.
“원~화~!!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쳐다봤다.
‘통촉해주십시오’만 아닐 뿐, 거의 사극이다.
눈물까지 펑펑 잘 흘리는 거 보면 퇴직해도 먹고살 길은 있겠다.
‘퇴직하고서 배우 하면 되겠네, 뭐.’
“안 돼, 안 바꿔줘. 바꿀 생각 없어. 빨리 돌아가.”
이렇게 나의 원화 생활은 관리직 조지기로 시작되었다.
* * *
그날 오후.
나는 해가 다 질 때까지 행정관에 콕 박혀 있었다.
‘그러니까 구울 토벌에 필요한 자금이…… 으음.’
내주까지 횡령한 금액을 이만큼 돌려주기로 했고, 또…….
양피지에 숫자가 빼곡했다.
‘이 이 세계엔 왜 계산기가 없는 거야!’
두드리기만 해도 조, 경 단위까지 계산이 되는 지구의 계산기가 간절하다.
정원에 띄워두면 온도 조절이 가능한 마도구까지 있는데, 그 쉬운 계산기가 없다니.
덕분에 난 짧은 손가락으로 주판만 미친 듯이 튕기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계산해도…….
“부족해.”
구울 토벌 과제를 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횡령한 돈은 돌려받을 거지만, 당장 전액을 배상하진 못한다.
‘이미 저 욕심 많은 생쥐들이 꽤 많이 썼으니까.’
홀랑 뒤집어서 탈탈 털어도, 종년 축제 때까지 반도 회수할 수 없다.
내가 눈을 희번득 치켜뜨자, 생쥐들이 흠칫했다.
“워, 원화, 음료라도 드시겠습니까?”
서군 행정 총책임자인 고르고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다과를 준비하겠습니다!”
“날이 춥다! 담요! 담요를……!”
“필요한 것을 말씀해주십시오. 서둘러 대령하겠습니다!”
같은 횡령범인 부대장들도 안절부절못했다.
“필요한 것이라…….”
“예! 얼마든지 말씀해주십시오! 무엇이 필요하십─”
“구울 토벌 자금.”
“…….”
“…….”
“…….”
생쥐들이 조용해졌다.
그러자 고르고가 말했다.
“저, 자금이 필요하시다면 제 아버님께 도움을 받으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버님이면…… 마닌 남작?”
“예. 제가 부탁하면 신속히 자금을 마련해주실 겁니다.”
퍽 자신감 넘치는 투였다.
고르고의 가문인 마닌 남작은 유명한 고리대금업자였다.
증조부 때 만해도 평민이었는데, 전쟁 때 엄청난 자금을 내놓고 작위를 받았단다.
‘돈으로 작위를 산 거지.’
지금도 엄청나게 부유하다고 들었다.
영지도 없는 남작이 황도에서, 그것도 대귀족 가문 버금가는 대저택에서 살 정도였다.
‘그러니까 생쥐들 중에 고르고만 횡령한 돈을 곧장 전액 돌려준 거고.’
나는 고르고를 못마땅한 눈으로 쳐다봤다.
“마닌 가문은 부유한데 왜 횡령을 해?”
“하하, 저희 아버님의 지론이 ‘내 돈은 주머니 밖으로 나가지 않아야 한다’입니다. 엄청난 구두쇠시죠!”
“경의 부친이 횡령하라고 가르쳤다는 거야?”
“그, 그런 것은 아니고…….”
나불나불 떠들던 그가 어색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영애의 부탁이라면 얼마든지 돈을 내주실 겁니다.”
돈을 주자마자 할아버지를 만나게 해달라고 하겠지.
나는 팔짱을 끼고 한숨을 내쉬었다.
“됐어.”
“하지만 지금 서군 형편으로는 구울 토벌에 참가하지 못할 텐데요.”
“외부에서 빌려올 수 있었으면 마닌가에 부탁할 필요 없이 아빠에게 달라고 했을 거야.”
우리 아빠가 누구인가.
이 대륙의 백수정 유통을 총괄하는 사람이었다.
부유한 것으로 따지면 마닌가보다 한 수 위다.
‘황궁에 어떻게 귀족 가문의 자금을 끌어와?’
황제가 알면 수습할 수 없는 일이 된다.
“하면 어찌하시겠습니까.”
“너희를 쥐어짜서 어떻게든 횡령한 돈을 전액 받아내든가…….”
그러자 부대장들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대부분이 19세 미만의 미성년자들이다.
‘가문에서 알면 난리가 날 거다.’
이건 엄마가 등짝을 때리는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니까.
잘 되면 부모에게 죽도록 얻어터질 테고, 못 되면…….
‘가문에서 쫓겨나는 거지.’
무려 황궁의 자금을 착복한 거니까.
차라리 아들을 버려서라도 가문을 지키려고 할 수도 있다.
“워, 원화.”
“제발…….”
그러니까 수습도 못 할 사고는 왜 친담.
나는 애절한 표정의 기사들을 노려봤다.
“…….”
“…….”
다들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서 내 눈치만 보고 있었다.
‘참자, 저 생쥐들이라도 있어야 구울 토벌에 참가하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장군 일은 고르고 마닌, 네가 확실히 처리해. 둘이 또 붙어먹었다간 너도 같이 넘겨버릴 거야?”
“화, 확실히 처리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그렇게 말하고서 주섬주섬 외투를 챙겼다.
그러자 생쥐들이 흠칫해서 날 쳐다봤다.
“어, 어디 가십니까!”
행여나 내가 위에 찌르러 갈까 봐 엄청나게 두려운 듯했다.
그들을 홱, 노려보고 말했다.
“집에.”
“……예?”
난 검지를 쭉 펴서 창밖을 가리켰다.
“해가 지잖아.”
“예, 해가 집니다만…….”
“나 통금 여섯 시야.”
내 말에 부대장들이 멍청한 표정으로 눈을 끔뻑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생쥐들을 말 그대로 ‘쥐 잡듯’ 잡던 애가 통금을 운운하니 기가 막힌 모양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외투를 입었다.
열 살이라고?
아빠한테 혼나.
그리고 난 혼날 일은 애초에 하지 않는 착한 어린이다.
* * *
집에 돌아왔을 땐, 아빠가 먼저 귀가해 있었다.
나는 외투를 하이디에게 건네고, 아빠가 있다는 서재로 쪼르르 달려갔다.
“다녀왔습니다!”
서재 안엔 아빠와 오빠들이 모여 있었다.
“그래. 황궁에 갔었다고?”
“네.”
“정식 등청일은 아직 남았을 텐데.”
“종년 축제 과제가 내려와서요. 기사단 상황을 보러 갔어요.”
나보다 먼저 서재에 와서 소파 한쪽을 차지하고 있던 발자크가 말했다.
“하여간에 저 준비 벽.”
발자크는 씩, 웃으며 내 뺨을 찹쌀떡처럼 주물렀다.
“하히 마. (하지 마.)”
그러자 아빠가 들고 있던 서류로 발자크의 정수리를 툭, 쳤다.
“괴롭히지 말고.”
“안 괴롭혀요.”
나는 발자크가 잡았던 뺨을 문지르며 남은 소파에 앉았다.
내가 앉기 무섭게 요슈아가 다정하게 물었다.
“서군은 어땠어?”
“주변의 평이 맞았어.”
내 말에 발자크가 칫, 혀를 찼다.
“개판이라는 거네. 쓸만한 놈은 없어? 황궁은 해마다 기사 평가를 하니까 알기 쉽잖아.”
“제일 높은 등급이 4등급이더라고…….”
하나 있는 신성 기사가 4등급이었다.
부대장들은 5등급.
병사들은 최하위인 6등급 천지다.
“미친 거야?”
발자크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말했다.
요슈아와 리시먼드는 별말이 없었지만, 발자크의 말에 동의하는지 미간을 좁히고 있었다.
리시먼드가 말했다.
“신성 계열은 평가에서 플러스 점수를 받으니, 본 실력은 그보다 못하다는 것일 텐데.”
“그렇겠지.”
“그런 자들을 데리고 구울 토벌이 가능하겠어?”
구울은 아주 위험한 몬스터였다.
‘고대 몬스터를 제외하면 손꼽히게 강력하지.’
실체가 없어서 물리 공격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성 기사가 필수인데…….
‘그 신성 기사가 하필이면 4등급이네.’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소파에 몸을 기댔다.
“가능하지 않아도 해야 해.”
발자크가 인상을 찌푸렸다.
“종년 축제 때문에 그렇게까지 해야 해?”
“부상이 탐나기도 하지만…… 종년 축제에서 두각을 보여야 좋은 기사들을 데려올 수 있거든.”
“내가 서군에 들어가는 건 어때?!”
물론 발자크가 들어오면 나야 좋다.
구울 토벌에도 큰 힘이 될 테고.
하지만…….
“저 바보.”
“발자크, 생각하고 말을 하는 게 좋겠다.”
“…….”
요슈아, 리시먼드, 아빠 모두 발자크를 차가운 눈으로 쳐다봤다.
“왜? 좋은 생각 아니야?”
발자크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난 에릴과 온종일 같이 있으니까 좋고, 에릴은 구울 토벌을 할 수 있으니까 좋고.”
“오라버니. 서군에 들어가면 발자크의 힘이 황제의 것이 된다는 건데, 할아버지가 가문의 재산인 손주를 황제에게 넘기고 싶어 하겠어?”
“그건…… 그렇네.”
발자크가 끙, 하며 신음했다.
“그럼 어쩌려고?”
“그럴 땐…….”
이때까지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빠가 입을 열었다.
“돈을 풀어야지.”
“예?”
“네?”
“무슨…….”
요슈아, 발자크, 리시먼드가 순서대로 말했다.
아빠는 오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다른 군의 녀석을 돈 주고 사라.”
아빠의 말에 리시먼드가 대꾸했다.
“하지만 아버님, 기사들은 명예를 목숨처럼 여기는 종속들이 아닙니까. 돈에 쉽게 넘어갈까요.”
“그렇다면 명예가 아깝지 않을 정도의 재물을 쥐여주면 될 일이다.”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요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렇겠군요. 막대한 재물을 제시할 정도로 대우하고 있다는 뜻이니, 도리어 명예로운 스카우트겠지요.”
“그래.”
발자크와 리시먼드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난 침울한 표정이 되었다.
“없어.”
“응?”
발자크가 무슨 뜻이냐는 듯 쳐다봐서, 난 양손으로 얼굴을 벅벅 문질렀다.
“돈 없어.”
구울 토벌에도 못 갈 형편인데, 어떻게 막대한 자금을 주고 기사를 데리고 오겠는가.
“서군에 돈이 없어?”
요슈아가 말해서 난 고개를 끄덕였다.
“마이너스더라고.”
“……횡령이구나.”
역시 요슈아.
눈치로는 데이몬드 관할령 제일이다.
‘결국 문제는 자금인데…….’
어떻게 할까.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을 정리했다.
생각하던 중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가씨, 편지는 방으로 올려둘까요.”
총집사인 미켈란이 편지 꾸러미를 잔뜩 들고 나타난 것이다.
“지금 볼게.”
“예, 이쪽은 레이디들의 파티 초청이고, 이쪽은 귀부인들의 안부 인사 편지, 그리고 이쪽이 영식들의 편지입니다.”
그때였다.
“영식?”
“영식들?”
“…….”
삼 형제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미켈란을 쳐다봤다.
데이몬드 관할령에서부터 이런 상황이 익숙한 미켈란은 웃으며 대답했다.
“글쎄요. 저는 편지 내용까진 확인할 수 없는지라.”
나도 영식들의 편지라는 말이 의아하긴 했다.
‘영식들과는 교류한 적이 없는데?’
봉투를 들어 이름을 확인했다.
테드 마딜로.
위엘 랑그로.
카시안 제르모.
묘하게 익숙한 이름들이다.
‘지난번에 왔던 클럽의 애들이잖아?’
고개를 갸웃하고 있으니, 발자크가 내 쪽으로 고개를 홱 내밀었다.
“위엘 랑그로?! 이 새끼가 왜!”
요슈아도 내가 내려놓은 편지를 집어 들었다.
“테드 마딜로…….”
리시먼드의 시선도 편지 봉투로 향해 있었다.
“제르모 공작 영식과 교류가 있었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지난번에 인사한 게 끝인데.”
“끝인데 왜 이 새끼들이 네게 편지를 보내?”
“연말이라 인사차 보냈나 보지.”
“그러니까 연말에 왜 인사를 하느냐고!”
“몰라. 그렇지만 영식들만 있는 건 아닌데?”
장원에서도 사촌들에게 편지가 왔다.
디오네라, 리앙틴…… 또…….
‘와, 셀레네 언니도 보내줬네.’
밀란 오라버니도 편지를 해줬다.
삼 형제는 눈을 부릅뜨고 각각 편지를 들었다.
“이건 내가 읽어보면 어때?”
발자크의 눈빛이 엄청나게 무서워서 난 좀 당황했다.
“어?”
“수상한 편지일 수도 있으니까.”
요슈아가 미소 지으며 발자크의 말을 거들었다.
“저주를 담은 편지가 있다는 걸 알지?”
“으응.”
“편지를 보낸 사람 중에 그런 위험한 가호가 있는 사람도 있거든. 무엇보다 너를 이용하려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
“우리는 너보다 영식들을 잘 아니까, 걸러낼 수 있을 거야.”
영식들의 편지는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라서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응, 뭐…….”
내가 말하자마자, 오라버니들이 눈을 희번득 뜨고 편지 봉투를 찢었다.
레터 나이프도 없이 맨손으로.
북!
찌익─!
찌지직!
봉투를 찢는 소리가 엄청나게 살벌했다.
아빠를 가운데에 두고 오라버니들이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지난 번 만남 이후로 밤잠을 설쳐? 염병을 떠네.”
“괜찮으시면 따로 만나뵐 수 있을까요? 헛소리를 하는군요.”
“공작이 에릴로트를 궁금해 한다고 합니다. 아들의 남은 인생이 얼마나 될 지를 궁금해하는 게 좋을 텐데요.”
오라버니들의 눈이 엄청나게 무서웠다.
저러다가 눈에 불이 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중앙에 있던 아빠가 침착하게 말했다.
“편지 보낸 놈들, 명단 가져와.”
……아빠도 무섭긴 마찬가지였다.
* * *
에릴로트는 제일 먼저 저녁 식사를 끝냈다.
“먼저 올라가 볼게요!”
“더 먹지 않고, 왜.”
“충분히 먹었어요. 위에 올라가서 서류를 확인해야 해요.”
서군의 일로 눈코뜰 새 없이 바쁜 것을 알기에,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요슈아가 다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에릴로트.”
“응!”
에릴로트가 먼저 올라가고 데이몬드와 삼형제는 식사를 계속했다.
정확히 말하면, 식사를 가장하고 ‘영식들 토벌’ 계획을 머릿속으로 구상 중인 것이었지만.
요슈아의 미소는 차가웠고, 리시먼드는 평소보다 무뚝뚝한 표정이었다.
발자크가 으득, 소리를 내며 포크를 물었다.
‘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