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61)
이 3세는 악역입니다 161화.(161/390)
161화.
에릴로트보다 나이도 많은 것들이.
발자크는 왈칵 인상을 찌푸렸다.
“변태 새끼들. 에릴로트는 아직 열 살이잖아! 다들 미친 거야?”
“그런 모양이지.”
“그렇겠지.”
요슈아와 리시먼드가 냉랭한 목소리로 동의했다.
그러자 데이몬드의 입에서 으득, 잇소리가 새어 나왔다.
“정신 나간 놈들.”
이미 데이몬드와 삼 형제의 머릿속에선 ‘귀족의 약혼은 태어나기도 전에 결정되는 경우도 있다’라는 말은 지워졌다.
요슈아가 말을 보탰다.
“어디 그놈들만의 결정이겠습니까?”
“아니면.”
“그 부모들이 이때다 싶어서 부추겼겠지요.”
“에릴로트의 가호와 아스트라의 간판을 노리고 말이지.”
“그렇습니다. 아버지께서 가주가 될 가능성이 커졌으니 더더욱 욕심이 났을 테고요.”
“대가리에 똥만 찬 놈들 같으니.”
데이몬드가 눈을 부라렸다.
납작 엎드려서 제발 10분만 만나 달라고 애원해도, 강냉이…… 아니, 치아를 죄 털어버릴 터인데.
느글거리는 말로 꾀려 들어?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진다.
“미켈란, 내 검을 가져와라.”
식사 시중을 들던 미켈란이 답했다.
“주인님께서 검을 찾으시거든, 절대 내주지 말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감히 누가.”
데이몬드와 삼 형제가 인상을 찌푸리며 미켈란을 쳐다봤다.
미켈란은 빙그레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에릴로트 아가씨이십니다.”
“……어디까지 얘기했었지, 요슈아?”
“……에릴로트를 욕심내는 가문에 관해 말씀드리던 중이었습니다.”
“……부모의 명을 받았다고 냉큼 편지를 쓴 자들도 문제이지요.”
움찔한 데이몬드와 요슈아, 리시먼드가 말을 돌렸다.
미켈란이 소리 없이 실소를 흘렸다.
하인들도 몰래 웃음을 삼키며 물러났다.
‘그 아스트라 가문의, 그 데이몬드의 집안이라 해서 처음엔 겁이 났는데, 도리어 다른 가문보다 일이 편하단 말이야.’
‘미켈란 님께서 제대로 체계를 잡아주셨고, 주인들을 모시기에도 어렵지 않고.’
하인들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주인들이 어렵긴 하다.
데이몬드와 삼 형제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없는 살벌한 위압감이 있었으므로.
하지만 이 저택의 피라미드 꼭대기엔 샛노란 다람쥐가 있었다.
대부분의 일은
“에릴로트 아가씨의 명입니다.”
라는 말로 한 방에 정리가 가능했다.
‘장원에서부터 온 고용인들이 아가씨에게 헤벌쭉거리는 게 이제는 이해가 간달까.’
처음엔 엄청 무서웠다.
그야, 용을 가진 소녀이니까.
거기다 아스트라 공작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꼬마 아가씨.
얼마나 까다로울까 싶어서 잔뜩 긴장했는데…….
‘웬걸.’
에릴로트는 합리적인 주인이었다.
능력 있는 고용인을 기용하고, 그들의 일 처리를 신뢰한다.
하지만 권력이 쏠리지 않도록, 고용인들끼리 서로를 제재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두었다.
‘그럼에도 데이몬드 아스트라의 딸답게 묘한 위압감이 있지…….’
고용인들에게 특별히 잘해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다만 어려운 일을 해내면 한 마디쯤 인정하는 말을 해준다.
하인들은 데이몬드의 샛노란 다람쥐와 처음 만난 그날을 잊지 못했다.
“반가워, 에릴로트 아스트라라고 해. 난 이 성격은 나쁘지만, 돈은 많이 주는 주인이야.”
그리고 진짜로 많이 줬다.
진짜.
정말로.
하루 8시간의 기본급부터 다른 저택에 비해 높았다.
거기다가…….
기본 시급 2배의 야근 수당.
기본 시급 3배의 주말 수당.
시가(그게 뭔지 모르겠지만 아가씨는 그렇게 표현하셨다)의 추가 업무 수당.
‘아아, 아가씨.’
‘아가씨!’
‘우리 아가씨!’
고용인들이 황홀한 표정으로 며칠 전 받았던 급여명세서를 떠올렸다.
귀족 가문 고용인에게 야근, 주말 출근, 추가 업무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수당을 받게 되니, 이전 직장 급여의 두 배는 우습게 받게 된 것이다.
화려한 급여명세서 덕에 고용인들의 충성심은 하늘을 찔렀다.
저택은 먼지 하나 없이 번쩍거렸고, 저택 안의 일이 새어나가는 일이 없었다.
그리고 바깥에서 에릴로트의 ‘에’자만 나와도 패싸움을 하게 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러고 보면 데이몬드 님과 도련님들의 분노가 이해 가지.’
‘어디 아가씨보다 한 살이나 많은 주제에 연서를 보내?’
‘저, 저, 보는 눈 있는 것들 같으니.’
고용인들의 시선이 도둑놈을 보는 장모의 눈빛으로 변했다.
“저…….”
하녀 하나가 손을 들었다.
데이몬드와 삼 형제의 시선이 벽 가에 선 하녀에게로 향했다.
“식사 중에 송구합니다, 주인님. 식당의 재료 구매를 담당하는 키니라고 합니다!”
“그래.”
“채소를 거래하는 곳에서 이상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에릴로트 아가씨가 곧 약혼하는 게 아니냐고요.”
데이몬드와 삼 형제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리시먼드가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지?”
“최근에 1구역 가문들의 고용인들이
‘혹시 아스트라 백작저에서 에릴로트 아가씨의 약혼 얘기가 오가지 않느냐’
고 묻고 다녔다고 해요!”
“이런 씨…….”
발자크의 눈이 이글거렸다.
그가 홱, 데이몬드를 쳐다봤다.
“그냥 두실 거예요, 아버지?!”
요슈아와 리시먼드도 동의했다.
“고용인들이 묻고 다닌 이유야 뻔합니다.”
“아스트라 장원으로 청혼장이 도착하기 전에 처리하셔야 합니다.”
이때까지 살벌한 표정으로 침묵하고 있던 데이몬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냥 둘 순 없지.”
혈족의 결혼은 가주가 결정한다.
장원으로 청혼장이 들어가면, 걷잡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걸음마를 겨우 뗀 내 딸을.’
‘아직 아기인 내 동생을…….’
네 남자는 에릴로트가 안다면 기겁할 생각을 하며 주먹을 쥐었다.
요슈아가 물었다.
“하면 어찌하시겠습니─”
“제게! 맡겨주십시오!”
발자크가 가슴을 쾅, 치며 벌떡 일어났다.
“……네게?”
데이몬드가 미심쩍은 표정으로 발자크를 쳐다봤다.
발자크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주 죽여버리겠습니다.”
“……흠.”
데이몬드가 고민하던 그때, 요슈아가 말했다.
“발자크에게 맡겨보시죠, 아버지.”
웬일로 요슈아가 발자크에게 동조했다.
“무슨 의미이냐.”
“때론 머리보다 몸이 잘 먹힐 때가 있으니까요.”
발자크가 상대 소년을 두들겨 팰 수도 있다.
그럼 시끄러워지긴 하겠지만, 쉽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지.
‘에릴로트에게 혼나는 건 발자크 하나일 테고.’
때린 건 저놈 하나지, 우리가 아니잖아?
요슈아가 비릿하게 미소 지었다.
그의 말뜻을 알아들은 데이몬드와 리시먼드의 입매도 삐뚜름하게 올라갔다.
“그래. 발자크, 네게 맡기지.”
“발자크 형님은 잘 해낼 겁니다.”
“예, 아버지.”
데이몬드와 리시먼드, 요슈아의 음흉한 속내를 모르는 발자크만이 의지에 불타고 있었다.
* * *
이튿날.
발자크는 연서를 보낸 소년들과 약속을 잡았다.
소년들이 하나둘 아스트라 제 2백작저에 내리기 시작했다.
“오, 테드! 너도 왔구나!”
“안녕하세요, 랑그로 공자님.”
“그래, 엇…… 제르모 공작가의 마차잖아? 카시안 녀석도 초대받았나?”
마차에서 내린 카시안 제르모가 소년들에게 까딱,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도 넷이나 되는 마차가 더 들어왔다.
총 여덟의 소년들이 화기애애하게 인사를 나누던 그때였다.
“환영합니다, 총집사 미켈란입니다.”
“그래, 지난번에 봤지.”
“기억해주셔서 기쁩니다.”
그런데 이상했다.
미켈란과 함께 인사를 나눈 고용인들의 표정이 어쩐지…….
‘뭐야, 저 도둑놈을 보는 것 같은 장모의 표정은?’
아쳐 클럽의 모임장인 위엘 랑그로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자, 안으로 드시지요.”
“으응.”
소년들은 묘한 분위기에 위화감을 느끼며 미켈란을 따라 걸었다.
그런데 정말로 이상했다.
‘내저가 아닌데?’
지난번에 본 길이 아니었다.
걸으면 걸을수록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소년 중 가장 유약한 테드 마딜로는 식은땀을 흘렸다.
‘이, 이상한데.’
어쩐지 (경험해 본 적은 없으나)나쁜 형들에게 골목길로 끌려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던 중이었다.
“아, 발자크 님이십니다!”
연무장으로 보이는 곳에 목검을 들고 있는 발자크가 있었다.
“오, 발자크! 드디어 대련을 해주려는 거냐?”
위엘 랑그로가 해맑게 말했다.
다른 소년들도 반가운 얼굴로 인사했다.
“아아, 훈련장이군요.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랑그로 공자가 대련을 요청하셨죠.”
“제가 대련을 보여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그래서 모두 연무장으로 초청하셨군요.”
“오랜만─”
소년들이 해맑게 인사하던 때였다.
발자크가 목검을 목에 건채로 껄렁하게 다가왔다.
“첫째.”
“……예?”
“첫째!”
“처, 첫째.”
“에릴로트는 열 살이다.”
“에, 에릴로트는 열 살이다?”
“둘째, 그 애는 서군에 쓸만한 놈이 없어서 가뜩이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두, 둘째, 그 애는 서군에…….”
소년들의 목소리가 기어들어 가기 시작했다.
발자크는 험악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셋째, 에릴로트에겐 성질 더러운 오라비가 셋이나 있고, 아버지는 더 성질이 더럽다.”
“세, 셋째…… 에릴로트에, 에겐…….”
이제야 발자크가 자신들을 ‘호출’한 이유를 깨달은 소년들이 사색이 되었다.
‘펴, 편지 때문이구나.’
소년들은 대부분 황도 1구역에서 부모의 보호 아래 귀하게 자랐다.
그런 그들이 아스트라의 임무를 받고, 전투지를 날아다녔던 발자크를 감당할 수 있을 리 없다.
발자크가 씩, 웃었다.
하녀들이 “하아아…….” 한숨을 터뜨릴 정도로 잘생긴 얼굴이, 소년들 눈엔 마물처럼 섬뜩했다.
“한 놈씩 들어와라. 특별히 상대해주지.”
“…….”
소년들이 동시에 마른침을 삼켰다.
도망칠 곳을 찾아 슬금슬금 뒷걸음치고 있는데…….
“거기, 너부터.”
“예, 옛?!”
그때였다.
“발자크 오라버니?”
에릴로트가 책을 잔뜩 끌어안고 연무장을 지나고 있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험악하게 소년들을 노려보고 있던 발자크의 표정이 싹 변했다.
“어, 에릴로트!”
“오늘도 손님을 초청했나 봐.”
“그래. 우린 친해졌거든.”
소년의 어깨에 얼른 팔을 걸친 발자크가 하하, 웃으며 속삭였다.
“웃어, 웃어.”
“…….”
“
웃어.
”
소년들은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에릴로트는 해맑게 웃었다.
“좋은 일이다! 즐거운 시간 보내. 여러분들도요.”
“예…… 즈, 즐거운 시간…….”
“그래! 일은 적당히 해, 에릴!”
에릴로트는 인사하고 그들을 지나쳤다.
발자크가 말했다.
“이제 시작할까.”
“……예.”
그렇게 그들은 대련을 핑계로 작신 두들겨 맞게 되었다.
……대련을 요청했던 지난날 자신의 객기를 후회하며.
소년들은 시체처럼 바닥에 널브러졌다.
저 괴물 같은 발자크 아스트라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손을 툭툭 털었다.
“까─불고 있어.”
그렇게 말한 발자크 아스트라가 떠나갔다.
연무장엔 서러운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흑.
흑.
크흑…….
“개X끼.”
“나쁜 X끼…… 흑.”
그런 와중에도 아직 눈이 이글이글 불타는 셋이 있었다.
아쳐 클럽의 위엘 랑그로.
제르모 공작가의 카시안 제르모.
황궁 사서인 테드 마딜로.
세 소년은 생각했다.
‘서군에 사람이 없어서 고생이라고?’
‘서군에 사람이 없다면…….’
‘서군이라.’
소년들의 눈이 불타올랐다.
원래 사랑은 장애물이 있을수록 불타오르는 법이었다.
* * *
황궁의 서군 행정관.
나는 책상에 앉은 채로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구울 토벌에 참가하려면 30만 골드는 필요하다는 소리네.’
신성 기사가 없는 만큼, 무기에 비용을 써야 했다.
백수정을 박아서 신성력을 담아줘야 실체가 없는 구울을 없앨 수 있지.
“백수정은 아빠에게 말해서 최대한 저렴하게 받아온다고 쳐도…….”
양피지에 사각사각 글씨를 쓰고 있는데,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들자 관리급의 기사들이 날 힐끔힐끔 쳐다보는 중이었다.
물론 나와 눈이 마주치기 무섭게 얼른 고개를 돌렸지만.
“뭐 할 말 있어?”
그러자 행정 총책임자인 고르고가 슬쩍 말했다.
“저, 원화에겐 궁내에 사무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알아.”
“서군 행정관은 불편하실 터인데…….”
“거기가 더 불편해.”
‘원화들이 가까워서.’
가뜩이나 중앙 원화, 남군 원화와 완전히 틀어졌으니까.
대수롭지 않게 말하던 나는 힐끗 주변을 둘러봤다.
“내가 있어서 불편하구나?”
“아,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서군을 위해 밤낮없이 애쓰시는 원화께 감사한 마음이고……!”
아니라고 펄쩍 뛰긴 하지만, 눈빛은 달랐다.
불편해서 숨도 못 쉬겠다는 얼굴이다.
‘으음, 그래. 불편하면 업무도 잘 못 보니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말했다.
“궁내의 내 사무실로 갈 테니까 짐 좀 옮겨줄래?”
“예?! 그, 그럼요!”
“어서 옮겨!”
“이것도 옮깁니까? 아, 서류장 채로 옮길까요?!”
나는 픽 웃었다.
서군을 위해 밤낮없이 애쓰시는 내게 감사한 마음은 무슨…….
‘내가 간다니까 좋아죽는구만.’
기사들은 허둥지둥 짐을 옮겨줬다.
나도 서류를 끌어안고 궁내로 향했다.
짐을 든 서군 기사들과 내가 복도를 지나고 있을 때였다.
“어디 서군이 우리와 상대가 됩니까, 하하!”
“경만 믿고 있겠어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중앙 원화인 실린과 그의 상장군이었다.
곁엔 부대장으로 보이는 기사들이 잔뜩 있었는데…….
‘세상에, 저게 다 뭐야.’
갑주의 마디마다 백수정이 잔뜩 박혀 있었다.
아스트라에서도 기사의 갑옷에 이만한 돈은 들이지 않는다.
나와 서군 기사들이 놀라서 쳐다보자, 실린이 우리 쪽을 돌아봤다.
“어머나, 서군 원화.”
중앙군의 상장군도 우리 쪽을 쳐다봤다.
픽.
그의 입에서 명백한 비웃음이 터져나왔다.
“꼴 하고는. 누가 보면 뒷골목 건달인 줄 알겠구나.”
조롱하는 말에 서군 기사들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