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63)
이 3세는 악역입니다 163화.(163/390)
163화.
“친언니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없는데요. 하지만…….”
“하지만?”
조윅이 얼굴에 기대감이 잔뜩 어렸을 때였다.
에릴로트가 조윅의 팔을 콱, 움켜잡았다.
“마력을 감지하는 마도구는 있어요.”
“……!”
조윅이 흠칫, 에릴로트를 쳐다봤다.
아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내 한 몸에 용이 달려 있는데 대비도 안 하고 다니겠어? 누굴 바보로 알아.”
눈에 보이는 공격계 가호만 있는 게 아니다.
정신계 가호로 자신을 이용하려는 자들이 있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에릴로트는 그 언제, 어느 때라도 마도구를 착용하고 다녔다.
이 마도구는 팔찌 형태로 특수 제작되었다.
마력의 파동 감지.
마력의 진원 탐지.
에릴로트의 이동 경로 탐지.
탐지 기록은 데이몬드 관할령에서 실시간 확인.
“감히 궁내에서, 그것도 원화에게 가호를 발동해?”
“워, 워, 원화……!”
“넌 죽었어. 경비병─!!”
에릴로트가 소리치자 조윅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래서 내가 실린과는 엮이지 않겠다고 한 거라고요, 망할 아버지……!’
* * *
나의 사무실.
난 고개를 푹 수그린 조윅을 빤히 쳐다봤다.
“제발, 원화…….”
조윅은 내가 경비병을 부르자마자 애원하기 시작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밑으로 동생만 다섯입니다. 병든 어머니까지 제가 모셔야 합니다……!”
“난 오빠만 셋이야. 건강하시긴 해도 성격에 문제가 있는 아버지가 있어.”
“……예?”
“서로 가족 신상 말하자던 것 아냐?”
“그, 그런 게 아니고…….”
“난 네 가여운 사정에 마음 돌릴 사람이 아니란 뜻이야.”
그렇게 말한 내가 냉랭하게 쳐다보니, 조윅이 냅다 무릎을 꿇고 빌기 시작했다.
명예를 목숨처럼 여기는 기사라는 자가.
궁인들이 힐끔힐끔 쳐다보는데도 말이다.
그걸 보고 생각했다.
‘황궁에 넘기는 것보다 이용해먹는 쪽이 이득이겠는데?’
─하고 말이다.
그래서 조윅을 내 사무실로 들인 것이다.
내가 아무런 말이 없자, 조윅이 슬그머니 날 쳐다봤다.
나는 의자에 앉아서 머리카락 끝을 매만졌다.
“마도구로 증거까지 있으니 널 황궁에 고발하면 어떻게 될까.”
“그, 그건……!”
“궁내에서 가호를 발동한 일은 역모로까지 엮을 수 있겠지? 그럼 너는 물론이고 네 가족까지 목이 뎅겅…….”
“원화─!”
조윅의 얼굴이 시체처럼 거무죽죽해졌다.
이전까지는 울상이었는데, 가족이 얽히자 눈에 살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너 혼자서 벌인 일은 아니겠지?”
“……혼자서 벌인 일입니다.”
“정말로 가족을 사랑하는 모양이네. 네가 샤토브리앙의 명을 받았다고 토설하면, 그쪽에서 네 가족을 해할 것 같구나. 그렇지?”
“…….”
나는 생긋 웃고, 조윅을 향해 몸을 낮췄다.
“샤토브리앙과 얽히지 않고 너도, 네 가족도 무사할 방법이 있는데.”
“예?”
“쉽고 간단한 방법이 있잖아~.”
양손으로 턱을 괴며 발랄하게 말하자, 조윅이 눈을 굴렸다.
“쉽고 간단한 방법이라고요?”
“응, 쉽고 간단한…… 돈!”
“예?!”
조윅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도, 도, 돈이라니. 원화! 저는 샤토브리앙 본가의 원조로 살고 있습니다. 성씨가 같다고 해서 실린처럼 막대한 자금이 있는 게 아니라고요!”
그건 예상하고 있었다.
상장군쯤 되는 위치로 올리려면 걸출한 가문이어야 할 터.
특히 중앙군엔 엄청난 가문의 자제들이 모여 있으니, 상장군은 각별히 뛰어난 가문 소속이어야 했을 거다.
그러니 가까운 분가에 조윅을 입적시켜서 성만 준 거다.
‘혹시 실린이 상장군에게 밀릴까 봐서 입맛에 맞는 조윅을 올려준 거지.’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누가 황군에서 쓰지 못할 돈을 달래? 우리 집도 돈은 넘치게 많아.”
“하면…….”
“중앙군의 자금을 서군에게 넘겨줘.”
“말도 안 됩니다!”
“왜 안 돼? 어차피 같은 원화군인데.”
황궁이 내려준 군용금의 흐름은 이렇다.
[황궁─황군─원화군]황군 총사령부에서 원화군으로 돈을 내려주고, 원화군에서 각 상장군이 합의하여 돈을 나눠 갖는 것이다.
원화군 내에서만 돈이 돌면 황궁에선 신경 쓰지 않는다.
즉, ‘중앙군에게 돈을 가져오는 건 문제가 안 된다’는 뜻이었다.
“남는 자금 있잖아? 넌 상장군이니까 도장 한 번이면 넘겨줄 수 있고?”
“실린이 알면 전……!”
“혼나겠지. 쫓겨날지도 모르고. 하지만 그게 끝이야.”
“예?”
“내가 황궁에 고발하면 넌 필시 죽을 거야. 그렇지만 실린은 그저 널 쫓아내는 정도로 끝낼 거라고.”
난 생글생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어느 쪽이 이득이겠어?”
“그야…….”
“생각할 시간을 줄게.”
“예…….”
“30분. 여기서 결정하고 가.”
“예?!”
네가 샤토브리앙 공작에게 쪼르르 달려가서 수습해달라고 빌면 어떡해?
이래 봬도 난 <빙.흑.손>의 메인 악역 출신이라 이거다.
첫 번째 삶에서의 나와 비교하면 실린의 계략쯤이야 갓난아이 칭얼거림 밖에 안 된다.
나는 선악과를 종용하는 뱀처럼 달콤한 말로 그를 회유했다.
“샤토브리앙의 원조가 끊길까 봐 겁이 나?”
“그렇긴 하지요……. 어머니의 약값이 어마어마하니.”
“아무리 그래도 그게 목숨보다 소중할까?”
“…….”
“게다가 봐, 넌 중앙 상장군 출신이야. 타국으로 망명해도 좋은 자리를 얻을 거야.”
“…….”
“네 군에도 그런 경우가 있잖아?”
“기사 서호를 말씀하시는군요. 예, 그 조부가 노예 출신이었지요…….”
“난 뒷세계의 왕이라는 크로노스 아스트라의 손녀야. 그리고 대륙의 전신이라고 불리는 데이몬드 아스트라의 딸이지. 너를 타국에 연결해주는 건 일도 아냐.”
“…….”
“실린에게 휘둘리지 않고, 권력의 정점에서 군림할 수 있단 말이야.”
“…….”
“고작 도장 한 번 찍어주는 것으로.”
“…….”
“사실, 문제도 없잖아? 횡령도 아니고, 착복도 아니야. 원화군의 자금이 원화군 내에서 도는 거라고.”
소곤소곤 속삭이는 말에 조윅의 표정이 몽롱해졌다.
“그런…….”
“대장군 조윅.”
“……!”
“정말로 멋진 단어야, 그렇지?”
“예…….”
그렇게 허공을 바라보던 조윅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가는 즉시 서류를 전달하겠습니다.”
“응!”
나는 해맑게 웃었다.
‘황제와 거래할 생각이었는데, 손 안 대고 코 풀었네.’
땡큐, 실린.
땡큐, 팔불출 샤토브리앙.
날 어린애라고 무시해줘서 고마워. 알아서 약점이 잡혀준 덕에 돈 벌었다!
그렇게 조윅은 서류를 보내줬고, 나는 실린이 이 일을 알기 전에 냉큼 자금을 빼 왔다.
서군의 행정 총책임을 맡은 고르고가 입을 떡 벌렸다.
“이게 대체……!”
“무기와 갑주부터 사. 계약금만 걸지 말고 수표로 발행해. 실린이 돌려달라고 난리를 치기 전에.”
“예?”
“백수정도 곧바로 거래하고.”
“아스트라 제 2백작저에 사람을 보낼까요?”
“아니, 서군에서 원래 거래하던 업체를 써. 아스트라 백작저가 얽히면 실린이 꼬투리를 잡을 거야.”
“예!”
“빨리 움직여!”
“서두르겠습니다!!”
본래 원화군은 작년 모의 전투의 순위대로 자금을 나눈다.
1위가 35%
2위가 25%
3위가 15%
4위가 10%
5위가 5%
남은 금액은 원화군의 총 행정자금으로 쓰인다.
늘 1위였던 중앙군은 엄청나게 많은 자금을 가져가고, 늘 꼴찌였던 서군은 쥐꼬리만 한 돈으로 운영됐다.
‘조윅이 넘겨준 돈이 서군 1년 치 예산 가까이 되니 놀랄 수밖에.’
그렇게 우리는 구울 토벌 자금을 손에 넣게 되었다.
그것도 예상보다 훨씬 많이.
‘그럼 이제 군사들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만 남았어.’
* * *
……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제일 큰 문제였다.
나는 단상 위에서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연무장을 보고 있었다.
서군은 지금 반씩 나눠서 모의 전투 중이었다.
부대의 결속력과 기사들의 개인 실력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어억!”
“자, 잠깐 밀지마!”
“마도병을 지켜야 할 것 아…… 으악! 이것 봐, 내가 맞았다고!”
오합지졸도 이런 오합지졸이 없었다.
쫓겨난 상장군을 대신해서 지휘를 맡은 1부대의 부대장이 내 눈치를 보았다.
“그, 지난 분기의 지휘관들이 죄다 다른 군으로 빠져서 말입니다……. 아직 새로운 부대장들이 지휘에 익숙하지 않고, 또…….”
“부대장들을 죄 다 뺏긴 게 자랑이야?”
“아, 아닙니다…….”
나는 이마를 쥐고 신음했다.
‘그렇게나 무시당한 이유를 알겠다…….’
실력이 부족한 돌격대는 겁먹어서 우왕좌왕.
뒤에서 보조해줘야 할 원거리 부대는 적을 맞추긴커녕, 아군의 뒤통수에 마법을 때리고 있다.
아빠의 군 훈련만 봐서 눈이 높아진 걸 감안해서라도…….
‘너무 오합지졸이잖아!’
아무리 미성년자들의 군이지만, 누가 이걸 황군이라고 생각하겠어!
“일단 부대 편성부터 다시 해. 기마병인데 창이나 검은 안 쓰고, 계속 마법 쓰고 있잖아!”
원거리 마법을 발동하려면, 바람의 방향까지 계산식에 넣어야 한다.
근데 말을 타고 무슨 원거리 마법을 쓰겠다는 거야?
“죄, 죄송합니다.”
“저건 뭐야. 부대장 아냐? 근데 왜 도망쳐! 대장이 도망치면 사기가 다 꺾이잖아!”
“죄, 죄송합, 합니다.”
“쟤는 왜 맨 뒤에 있는데? 갑주를 저렇게 맞춰줬으면 앞에서 마도병을 지켜줘야 할 거 아냐!”
“죄, 죄송…….”
기사들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나는 이를 득득 갈며 연무장을 노려봤다.
‘어떻게 쓸만한 놈이 한 놈이 없어! 한 놈이! ……어?’
그런데 구석에서 묘하게 움직이는 병사가 보였다.
‘뭐야, 저게.’
귀찮아죽겠다는 듯이 대충 움직이는데, 그 어떤 공격도 그 뒤를 넘지 못한다.
“저거.”
“예?”
“저 손등에 저거 신성인(印) 아냐?”
“아, 예. 저 녀석이 서군의 유일한 신성 가호 소유자인 ‘이세즈’입니다.”
이세즈?
가만 보니까 익숙한 얼굴이다.
‘풍기문란!’
처음 내가 서군 연무장에 왔을 때, 하녀와 시시덕거리던 그 녀석이었다.
“근데 왜 말을 안 타고 있어? 기사잖아.”
부대에 저런 신성 기사가 한 명밖에 없으면 노리는 적군이 천지일 거다.
움직이면서 공격을 피하게 해야지.
아니면 차라리 완전히 뒤로 빼서 보조하게 하든가.
“아, 그게…… 저어, 기사는 아닙니다.”
“뭐?”
“평민입니다. 그, ‘황궁 배 무투회’출신 말입니다.”
황궁 배 무투회에서 우승하는 사람은 황궁에 들어올 수 있다.
“그건 알겠는데, 왜 기사 서임을 못 받아? 병사들도 실력순으로 서임해주잖아.”
내 곁에 있던 부대장들과 행정병들이 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너희 내 생각보다 더 썩었구나.”
부대장들과 행정병들은 각기 다른 곳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나는 버럭 소리쳤다.
“돈 받고 서임해 준거지?! 실력이 안 돼도 돈 있는 놈만 서임해준 거잖아─!!”
엄청나게 큰 소리가 울려 퍼지자, 훈련 중이던 병사들이 움찔하고 단상을 쳐다봤다.
“그게…… 지난 상장군께서…….”
“너희는 돈 내고 서임 받은 게 아냐?”
“…….”
기사 서임을 받으려면 말 몇 필, 값비싼 무구, 종기사 등을 가지고 있고 권위자에게 인정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평민이 기사가 되는 건 꿈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평민들이 황궁 배 무투회에 인생을 거는 이유가 그것이고.
무투회에서는 죽는 자들도 나온다.
그만큼 간절하기 때문에.
“인생을 걸고 무투회에서 우승한 실력자에게 돈이 없다고 서임을 해주지 않아? 너희가 사람이야?!”
“…….”
“…….”
어쩐지.
다른 군에서 신성 기사 한 사람만 빼고 데려간 게 이상하다 싶었다.
그나마 상도덕이 있어서 한 놈은 남겨둔 게 아니었던 거다.
‘데리고 가지 않은 거야. 기사가 아니라서.’
일 년에 서임 받을 수 있는 기사의 수는 제한되어 있으니까.
데리고 있는 훌륭한 병사를 서임시키지, 굳이 타군에서 데려와 서임시켜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연무장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이세즈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1부대 부대장이 들고 있던 확성용 마도구를 빼앗았다.
그리고 내가 마도구에 대고 소리쳤다.
“돈 받고 서임 받은 놈들은 모두 일반병으로 강등한다! 이틀 뒤, 무투회를 열어 실력순으로 서열을 재정리하겠다!”
“무, 무슨……!”
“말도 안 됩니다!”
연무장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단상을 내려왔다.
그리고 이세즈에게 성큼성큼 걸어갔다.
“지금까지 있었던 서군의 부조리한 일을 들어야겠어.”
“…….”
“따라와.”
“……싫습니다.”
이세즈가 홱,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뭐라고?”
“어제 전역을 신청했습니다. 이번 달로 전역할 겁니다. 뭣 하러 귀찮은 일을 합니까?”
“취소해.”
“싫습니다.”
“어째서?”
“믿지 않으니까.”
이세즈가 나를 차가운 표정으로 내려다보며 말했다.
“귀족 나리들이 약속을 지키는 걸 본 적이 없어서요.”
그가 나를 향해 허리를 굽혔다.
내 귓가로 바짝 다가온 아름다운 입술에서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차피 너도 귀족이면서 생각하는 척 하지 마.”
“…….”
“재수 없게.”
다시 멀어진 그는 미소짓고 있었다.
긴 속눈썹 아래의 눈동자가 햇볕에 반사되어 시리게 빛났다.
* * *
중앙군 행정관.
조윅은 머리를 감싸쥐고 신음했다. 그러자 그의 부관이자, 중앙군의 기사인 딕페로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게 왜 겁날 짓을 하십니까. 실린이 알면 난리가 날 텐데.”
“실린보다 에릴로트 아스트라가 백 배쯤 더 무서웠다고.”
“허이고.”
딕페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조윅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저나, 진짜 예뻤지.”
“예?”
“가호를 발동했을 때 에릴로트 아스트라의 기억 속에서 본 여자. 딱 내 취향이었거든.”
자존심 강하고 고귀한 미인.
그 얼굴이 자꾸만 머릿속을 어른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