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66)

이 3세는 악역입니다 166화.(166/390)

166화.

* * *

첫날 훈련이 끝났다.

나는 단상 위에서 병사들을 내려다보았다.

‘어째 표정이 하나 같이 혼이 나간 얼굴인데.’

개중엔 금방이라도 거품을 물 것처럼 눈이 뒤집힌 병사도 있었다.

나는 슬쩍 뒤를 돌아봤다.

아스트라 직계들이 뻔뻔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너무 심했던 것 아녜요?”

내가 묻자, 직계들은 그게 무슨 뜻이냐는 얼굴이었다.

“아스트라 훈련의 반도 안 했는데?”

어리둥절한 애덤의 말에 카라, 리지 쌍둥이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초급교육실 정도밖에 안 되는걸!”

“그런걸!”

밀란은 여유로운 얼굴로 어깨를 으쓱했다.

“뭐, 아스트라의 훈련을 일반인들이 쫓아오긴 힘들겠지.”

황군 중 제일 엉망이라는 서군이지만, 저들도 선별되어 들어온 병사들이었다.

병사들은 자신들을 일반인이라고 부르는 게 기가 막히는 모양이었다.

로레이나는 팔짱을 끼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체적으로 한심해. 아르망(아스트라 직계 3세 중 막내, 3세)의 속도조차 안 난다고.”

흑염룡 사촌 언니인 크리스티는 한 손으로 뺨을 감싸며 한숨을 내쉬었다.

“중갑을 차고 있어도 리지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니……. 가엽구나, 너무도 연약해.”

크리스티가 “아아.” 신음하며, 부채 끝으로 연무장 한쪽을 가리켰다.

그곳엔 부서진 중갑들이 엄청나게 쌓여있었다.

‘카라, 리지 자매는 속도에 특화된 암살 계열이야.’

즉, 중갑병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근력이 약하다는 소리다.

리지(동생)는 카라(언니)보다도 근력이 더 약한 축이고.

중갑을 찬 탱커들이 리지의 공격을 못 막는다는 건 문제가 있지.

내가 미간을 좁히자, 중갑병이 당황해서 말했다.

“주, 중갑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리지 아스트라 님께서 주먹을 내지르는 곳마다 부서져서……!”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모든 것엔 ‘중심’이 있어. 중심에 마력을 담은 신체를 내지르면 부서지는 건 당연하잖아?”

“다, 당연?”

“당연이라고?”

“아스트라에선 중갑을 부수는 게 당연하단 말야?”

병사들이 기함했다.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무어라 말하려고 입을 벌렸을 때였다.

나보다 먼저 아스트라 혈족들이 말했다.

“공격을 피하지 못한 놈이 멍청이지.”

로레이나.

“네가 나빠.”

“나빠!”

카라와 리지.

“당해놓고 변명하는 건 한심하지.”

밀란.

“멍청이! 공격을 버티지 못한 탱커가 무슨 말을 할 수 있다는 거냐!”

애덤.

나도 무감한 눈으로 병사를 쳐다봤다.

“……그래.”

병사들은 입을 떡 벌렸다.

“하, 하지만……!”

아스트라 혈족들이 동시에 소리쳤다.

“당한 놈이 잘못이다─!!”

할아버지의 지론이었다.

“당한 놈이 잘못이다.”

아스트라는 패배에 변명하지 않는다.

우리가 싸늘한 얼굴로 말하자, 병사들은 어버버했다.

“대체 아스트라는…….”

“괴, 괴물…….”

병사들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때, 리앙틴이 손뼉을 짝! 쳤다.

“자, 그럼 이제 공부할 시간인가.”

“지금 말입니까? 방금 훈련이 끝났는데…….”

“그게 뭐?”

아스트라는 죽을 것 같은 훈련 뒤에도 언제나 다음 수업을 듣는다.

물론 해당 훈련의 반성회도 겸해서.

리앙틴이 상큼하게 말했다.

“새로운 황궁 묘지 내에 나타나는 몬스터에 관해서라면 자다가도 줄줄 읊을 수 있도록 쑤셔 박아주겠어.”

오호호호홋!

병사들은 거의 울 것 같은 얼굴로 그녀에게 끌려갔다.

나는 단상 위에서 리앙틴을 쫓아가는 병사들을 바라봤다.

‘기척이 옅어졌어.’

멀리서도 내가 여기 있노라 꽥꽥 소리치고 있는 것처럼 엉망이던 기척이 정돈되었다.

과연 직계들이다.

‘자, 그럼…….’

그때였다.

어딘가에서 격렬한 마력의 파동이 느껴졌다.

기척에 예민한 아스트라 혈족들의 시선이 동시에 연무장 입구로 향했다.

“뭐, 뭐야, 이 파동은?”

애덤이 당황한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로레이나가 헛웃음을 흘렸다.

“못해도 애덤, 네 놈보다는 강렬하구나.”

오늘 내내 무료해 보이던 밀란의 눈이 번뜩였다.

“재밌네…….”

아스트라의 혈족들이 연무장에 들어오고 있는 사람을 쳐다봤다.

정확히 말하면 셀레네의 뒤에서 걷고 있는,

‘이세즈.’

─그를.

카라와 리지가 흥미 만만인 표정으로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뭘 가르친 거야?”

셀레네가 싱긋 웃고 이세즈를 돌아보았다.

“내가 가르친 건 마력을 운용하는 법뿐이야.”

“거짓말! 사람이 달라졌는걸!”

“그런걸!”

셀레네는 눈썹을 까딱 올리며 대답했다.

“정말이야. 워낙에 마력이 강력해서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고 있었고, 내가 제대로 된 운용법을 가르쳐줬을 뿐이지.”

혈족들이 “호오…….” 신음했다.

‘셀레네의 입에서 강력하다는 말을 나올 정도라.’

셀레네는 날 때부터 손꼽히는, 엄청난 마력을 타고났다.

자신과 비교하면 남은 항상 약한 존재였기에, 그녀의 입에선 쉽게 칭찬이 나오지 않는다.

셀레네가 마력으로 칭송한 건 우리 아빠나 알렉시스 정도였다.

‘보통 그 정도로 강력하다면, 평범한 사람과 다른 운용법을 사용하지.’

아빠나 셀레네는 아스트라에서 전담 교사가 붙었다.

알렉시스는 내가 칼리에게 가르치게 했고.

그 외에 뛰어난 기사들도 처음부터 ‘정예병’으로 판단되어 상급 교육을 받는다.

‘이세즈는 평민이었다고 하니까 배울 데가 없었을 거야.’

독학밖에는 방법이 없었을 터.

그리고 독학 과정에서 ‘틀린 운용법’을 익힌 거다.

제대로 마력을 운용할 수 없어서 황궁에선 그를 약한 기사로 분류.

그 때문에 그는 지금까지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셀레네의 교육 덕에 능력이 개화한 것인가…….’

셀레네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축하해, 에릴로트.”

“…….”

“원화군 안에서 가장 강력한 신성 기사를 소유하게 된 것을.”

나는 천천히 단상에서 내려가 그에게 다가갔다.

이세즈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나는 오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준비됐니?”

널 무시했던 이 황군을 깨부술 준비가.

그때였다.

이세즈가 내 팔목을 휙, 끌어당겼다.

“……!”

그 바람에 나는 까치발을 들고 그에게 더 가까이 가게 되었다.

그러자마자 이세즈에게로 온갖 마력의 파동이 쏟아졌다.

카라, 리지 자매가 마력을 담은 단검을 그의 발밑에 던졌다.

애덤 또한 단상의 난간을 쿠드득, 부셔서 한쪽 어깨에 지고 있었다.

양팔과 다리가 표범의 형태로 변한 로레이나가 순식간에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밀란의 빛의 사슬도 나와 이세즈의 사이를 가로막았다.

“굉장한데요.”

이세즈가 씩, 웃으며 내 등 뒤의 혈족들을 쳐다봤다.

혈족들의 몸에선 검은 오라가 야수처럼 거칠게 파동하고 있었다.

이세즈가 내 이마로 툭, 자신의 이마를 댔다.

며칠째 밤을 새워서 피로했던 몸이 순식간에 회복되었다.

“너…….”

“준비됐습니다.”

이세즈의 투명한 동공 안에 눈을 크게 뜨고 있는 내가 비쳤다.

그의 눈 안엔 더 이상 망설임이 존재하지 않았다.

마력이 충만해지자, 누군가 머릿속에서 책을 펼쳐주듯 이세즈의 기록이 떠올랐다.

이세즈 카람

가호: 신성계 <군세의 수호>

-마력을 신성력으로 바꾸어 외부에 전개. 상대의 세포 및 마력을 활성화할 수 있다.

‘그렇다는 건 가호 버프가 가능하다는 거구나.’

내 가호인 <열람>이 버프를 받아서 이런 내용이 보이는 것이다.

굉장해!

‘활용처가 무궁무진하다.’

마력을 활성화해서 군사들의 능력을 강화해줄 뿐만 아니라, 세포를 활성화해서 치유가 가능하다.

즉, 힐러도 된다는 소리다.

마법병을 지원해주면 강력한 결계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겠지.

나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래.”

슬슬 구울 토벌이 기대되고 있었다.

* * *

나는 사촌들과 함께 저택에 돌아왔다.

발자크는 사촌들을 보자마자 “엑.” 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뭐야, 너희는.”

리앙틴이 인상을 찌푸렸다.

“우린 초청받아서 온 거거든?!”

카라와 리지 자매도 서로 딱 달라붙어서 입술을 삐죽였다.

“손님에게 무례해.”

“무례해.”

발자크가 눈을 가늘게 뜨자마자 흠칫해서 내 뒤에 숨었지만.

요슈아가 들고 있던 책으로 발자크의 뒤통수를 가볍게 때렸다.

“에릴로트가 부탁해서 올라왔으니 이번만큼은 예의를 지켜.”

“그리미에 백부님의 저택도 있는데 여긴 왜 왔냐는 거지. 어? 굳이 왜 제 2백작저로 오냔 말이야.”

로레이나가 귀찮다는 듯이 발자크를 지나치며 말했다.

“백부님께선 외부 손님과 일정이 있어서 받아줄 수 없다셨어.”

“왜 하필 이럴 때 외부 손님이냐고.”

발자크는 칫, 혀를 찼다.

그러는 동안 나는 우리 저택의 총집사인 미켈란과 시선을 주고받았다.

‘손님이라…….’

내게 다가온 미켈란이 목소리를 바짝 죽이고서 물었다.

“조사해볼까요?”

“그래. 직계들에게 들키지 않아야 할 거물이 와있을 수도 있으니까.”

“예.”

미켈란이 서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혈족들을 향해 고개를 돌린 그는 다시 인자한 표정이었다.

“손님들을 위한 작은 파티를 준비하였습니다. 식당으로 드시죠.”

“꽤 눈치가 빠른 늙은이란 말이야. 하하! 마음에 들어. 우리 관할성으로 오는 건 어때?”

애덤이 호쾌하게 웃으면서 말하자, 미켈란은 미소로 답을 피했다.

혈족들이 식당으로 들어간 뒤, 나는 방으로 올라갔다.

내 전담 하녀가 된 하이디와 베티가 외투를 받으며 생글생글 웃었다.

“오늘은 어떠셨어요?”

“귀가 시간이 늦어지셔서 슬퍼요!”

나는 방으로 들어가면서 대답했다.

“종년 축제가 끝나기 전까진 어쩔 수 없지. 아빠도 통금을 늦춰주셨는걸.”

나는 하녀들이 준비한 물그릇에 손을 씻으며 말했다.

“소식이 온 건 없어?”

“있습니다.”

하이디가 협탁 안에서 편지 꾸러미를 꺼내왔다.

난 방문을 힐끗 쳐다보고서 말했다.

“아빠와 오라버니들은?”

“모르시지요. 말씀대로 아가씨 앞으로 온 편지는 저희가 우체국에서 은밀히 챙겨왔습니다.”

“잘했어.”

하이디와 베티는 배부른 고양이가 그르릉거리듯 기분 좋은 표정이었다.

나는 두 사람을 내보내고 편지를 열었다.

‘할러드(이그리츠 군의 부단장)의 편지구나.’

나는 할러드에게 이그리츠의 정예병 몇과 몬스터의 알을 찾으라는 명을 내렸다.

할러드가 꽤 많은 알을 찾은 모양이었다.

좋아, 편지를 써야겠다.

나는 양피지를 꺼내서 편지를 써 내려갔다.

‘저택에서 부화시켜야 하니…… 은밀히…… 황도로…… 응, 됐다.’

그리고 다른 편지를 확인해봤다.

대부분이 각지로 파견해서, 정보를 모으도록 한 이그리츠 병사들의 편지였다.

그런데…….

“이건 뭐야?”

이그리츠의 도장도 없고, 수신자 이름도 없네.

혹시 저주를 담은 편지인가 싶어서 마도구로 확인해봤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하고서 편지를 열었다.

‘으응?’

편지의 내용을 본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 * *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드디어 종년 축제 전야제가 시작되었다.

구울 토벌을 떠나기 하루 전날 밤.

샤토브리앙 저택, 실린의 방에선 은밀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준비는?”

실린이 묻자, 어둠 속에 몸을 감추고 있던 사내가 대답했다.

“염려하지 마십시오. 영애께선 원하는 바를 이루실 겁니다.”

“너희 <장막>과 거래하는 것은 처음이지. 소문이 좋은 곳이라 기대가 크단다.”

길드 <장막>.

이들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구성원이 누군지는 아무도 모른다.

몇 년 전 처음 황도에 모습을 드러내 최상류층 사이들과만 은밀히 거래하고 있었다.

실패율 0퍼센트.

불가능해 보이는 임무마저 완벽하게 수행하는 자들이었다.

“내일 토벌에 에릴로트 아스트라가 참가할 수 없도록 제대로 겁을 줘. 필요하다면 약간 폭력적인 방법을 써도 좋고.”

실린의 입매가 오만하게 뒤틀렸다.

“뭐든 원하시는 대로.”

서군의 성장세는 정상이 아니었다.

미성년 중엔 최고라는 제 가문의 혈족들까지 이용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물론 며칠 만에 중앙군을 뛰어넘을 순 없겠지만…….

‘위험물은 치워두는 게 상책이지.’

두고 보자.

그 오만한 얼굴이 새파래지는 것을 내 눈으로 보고야 말겠다.

* * *

나는 끙, 신음했다.

‘죽겠네.’

전야제라는 게 원래 이렇게 힘든 건가?

황궁에서 주관하는 축제 중 손꼽히는 큰 행사인 종년 축제.

그 종년 축제는 전야제마저 엄청난 볼륨을 자랑했다.

“아스트라 백작 영애!”

“안녕하세요, 에릴로트 양! 오랜만이네요.”

“어머나, 서군 원화가 이렇게 귀여운 숙녀였군요.”

나는 귀족들과 인사하고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제가 그 애덤 아스트라가 맞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몬드 공. 밀란 아스트라입니다.”

“로레이나 아스트라예요.”

사촌들도 정신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내 곁을 지키던 한지혁이 말했다.

“신났네.”

“3세들은 이런 축제에 나올 일이 거의 없잖아.”

“네 할아버지 때문에 말이지.”

“응.”

나는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둘러봤다.

‘안 되겠다.’

사람이 너무 많다.

가뜩이나 구울 토벌 때문에 며칠 밤을 샜는데.

‘이세즈가 며칠 전에 버프를 넣어주지 않았더라면 쓰러졌겠어.’

난 한지혁에서 주스잔을 건네며 말했다.

“난 쉬고 있을 테니까 황비가 오면 불러.”

“도망치려는 거구만.”

“살려주라.”

“그러든가.”

난 슬쩍 파티장을 나왔다.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야지.’

제 1휴게실은 시끄러울 테니까, 저 안 쪽으로 들어가서…….

어둠 속으로 깊이 들어갔다.

인적이 드문 곳에 이르렀을 때였다.

휙!

어딘가에서 기묘한 바람이 불었다.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