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70)
이 3세는 악역입니다 170화.(170/390)
170화.
가장 덩치가 큰 아마톨이 무리를 공격한 구울에게 달려들었다.
[크그그그그긋─!]목덜미를 물어뜯긴 구울이 울부짖자, 이번엔 구울 무리가 아마톨에게 살기를 내뿜었다.
구울을 공격했던 아마톨은 또 다른 구울에 의해 갈기갈기 찢겼다.
그러자 이번엔 다른 아마톨이…….
“모, 몬스터가 협공하자, 두 무리에 싸움을 붙인 겁니까?”
화면을 지켜보던 귀족이 눈을 홉떴다.
“영리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군요…….”
“협공이 들어온 지 몇 분도 지나지 않았어요! 그 짧은 시간에 판단을 끝내고 움직였다고요!”
귀족들이 흥분해서 소리쳤다.
타국의 초청객들도 숨을 크게 들이켰다.
“에릴로트 아스트라의 나이가 어떻게 된다고 했지?”
“열 살입니다, 공.”
“놀랍구나.”
타국 황·왕가의 소년들도 화면에 집중했다.
“영리한 것 같다고는 느꼈지만, 굉장하군요.”
동제국 라온트라의 황자, 메르세데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알리기오사의 왕세자 벨레인이 쿡쿡, 웃었다.
“왕손이 아쉽겠소. 그 아이는 처음부터 에릴로트 아스트라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었으니.”
오셀리아 황비와 함께 관람 중이던 살바토레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하여간 영악합니다.”
오셀리아 황비가 주변을 힐끗 둘러봤다.
“제 가치를 높일 줄 아는 아이지. 봐라, 아들을 둔 부모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아스트라 공작이 가장 사랑하는 손주.
용을 가진 소녀.
거기다 성인을 뛰어넘는 지략.
그녀의 말마따나 아들을 둔 귀족들이 쑥덕이고 있었다.
“암막의 대제(5대 황후 이자벨라)를 떠올리게 합니다.”
“중앙군 원화 출신으로 유약한 막내 황자를 황위에 올렸다는, 이자벨라 황후 말입니까.”
“예, 이자벨라 황후도 서군에서 시작하여 중앙군 원화가 되었지요.”
황제 위의 황제라는 별칭으로 ‘암막의 대제’라 불리던 여성이다.
“해서 이자벨라 황후 이후로 그런 말이 생겼지요.”
“어떤 말이……?”
“<서부 여인에게 사랑받으면 지렁이에서 용이 되어 승천한다>라는 말입니다.”
“아아.”
귀부인이 키득키득 웃었다.
“에릴로트 아스트라를 가리키는 말 같군요. ‘용’이라는 것까지 말이에요.”
정말로 그렇다.
‘가만있자. 에릴로트 아스트라가 열 살이니까 우리 아들과 나이 차이가…….’
‘내 아들이 열둘. 우리 가문의 격도 아스트라에 못지않지. 잘 어울리는 한 쌍이 아닌가?’
‘아들은 아직 여섯 살이지만, 네 살 연상이야 뭐…….’
아들을 둔 귀족들이 열렬한 눈으로 데이몬드를 쳐다봤다.
공작들은 아스트라 공작을 힐끗 쳐다봤다.
제르모 공작이 말했다.
“과연 에릴로트는 아스트라 교육의 총집합체라는 말이 사실이었군요. 훌륭합니다. 훌륭하고 말고요.”
이시론 공작이 껄껄 웃었다.
“그래, 굉장하군. 내 손주들이 장성하지만 않았어도 교육을 청하고 싶어질 정도야.”
제르모 공작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쉬우시겠습니다.”
“나야 이미 기회가 없지만, 자네들은 아스트라에 교육을 청해보는 게 어떻겠나?”
그러자 다른 공작들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하여간 뱀 같은 노인네. 이렇게 우리를 조롱하는군.’
‘뚫린 입이라고…….’
‘저는 상관없다 이거지.’
‘아스트라의 혈족 교육이 뭐라고. 뛰어난 건 에릴로트 아스트라 하나뿐이지 않은가!’
아스트라 공작과 라이벌 격인 비페리 공작의 입매가 비틀렸다.
“자네가 복이 많군.”
“무엇이.”
아스트라 공작이 여상한 얼굴로 말했다.
비페리 공작은 흥, 콧방귀를 뀌었다.
그 많은 자식을 두었지만, 대부분이 흉작이었다.
그런데 데이몬드가 두각을 드러내더니, 저런 손녀까지…….
평생 아스트라 공작을 견제해온 제 눈엔 저 속내가 훤히 보였다.
‘자랑스러워 죽을 것 같은 주제에 아닌 척은. 여우 같은 늙은이.’
비페리 공작이 날 선 어투로 말했다.
“자네와 전혀 닮지 않은 지재를 손주로 둔 것 말일세.”
“헛소리.”
제르모 공작이 하하 웃었다.
“너무 겸손하십니다. 저 정도면 하늘이 내린 인재가 맞지요. 안 그렇습─”
“에릴로트는 날 쏙 빼닮았어.”
아스트라 공작이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
“…….”
“…….”
다른 공작들이 말을 잃었을 때, 아스트라 공작은 오만하게 말을 이었다.
“에릴로트를 볼 때면 어린 시절의 나를 보는 것 같아서 놀랄 때가 있다네. 저 금발도─”
“자네는 백금발이었지, 저런 꿀 같은 색은 아니었네.”
“저 눈은─”
“자네 손녀는 보석처럼 투명한 빨간색에 가깝지. 자네는 검붉은 핏빛에 가까웠고.”
“쪼잔하게 따지긴. 어쨌든 간에 같은 금발과 적안이 아닌가.”
어처구니가 없다.
닮기로 따지면 에릴로트는 데이몬드를 쏙 뺐다.
저 화려한 외모도 그렇고.
데이몬드는 주먹을 쥐고 화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제르모 공작은 그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데이몬드가 우리 카시안의 장인이 되면 내가 그를 밀어줘서…….’
아들을 둔 부모들이 혼자만의 상견례를 생각하던 찰나.
“서군이 사라졌습니다!”
“뭐? 사라져?”
사람들이 다시 화면에 집중했다.
* * *
“허억, 헉, 허어억……!”
서군의 마도병 둘이 죽을 것 같은 얼굴로 주저앉았다.
“고생했어.”
“으헉, 헉…….”
“허억, 헉, 헉…….”
두 사람은 대답도 못 했다.
‘그야 저 많은 군사를 투명화시켰으니까.’
어마어마하게 비싸기만 하지 좁쌀만 한 가호석을 이용해서.
그것도 이세즈가 <군세의 수호>로 마력을 증폭시켜주지 않았으면 어림도 없었다.
이세즈가 물었다.
“투명화 가호석은 이번 토벌의 필살기잖습니까. 초반부터 써도 되는 겁니까?”
“필살기라고 아끼면 안 되지.”
이전 삶에서 게임광이었던 한지혁은 말했다.
“궁은 아끼다 똥 된다.”
─라고.
“하지만 시작하자마자 쓰는 건…….”
“구울, 아마톨, 원화군의 난전이잖아? 저들끼리 싸워서 힘이 빠졌을 때 우리는 구울을 한 마리씩 공략할 거야.”
서군의 병사들이 “옛!” 소리쳤다.
“지도는?”
이번 전투에서 상장군 대리로 임명한 기마 대장이 서둘러 지도를 가져왔다.
아졸데 고원의 지도를 확인했다.
“아무래도 이상한데…….”
내가 중얼거리자, 기마 대장이 동의했다.
“예, 구울이 선서식이 진행되는 입구까지 나온 게 이상합니다.”
“응, 구울은 어둠 속에서 사는 몬스터인데 이 대낮에, 나무가 없어서 햇볕을 가려주지도 않는 입구에 온다고?”
아마톨과 잠시나마 협공한 것도 이상했다.
“마치 이지를 가진 것처럼…….”
그렇게 말한 내 표정이 굳어지자, 기사들이 말했다.
“고대 몬스터 중에서도 이지를 가진 개체는 극소수입니다.”
“예, 그럴 리가요.”
“그렇겠지…….”
하지만 암만 생각해도 뭔가 걸린단 말이야.
“일단 우리는 구울의 구역이라는 곳으로 가자.”
“다른 원화군은 어찌합니까?”
“전멸 위기라면 도와주지만…… 이건 경쟁 과제잖아? 힘이 빠질 때까지 그냥 두면 이득이야.”
“예.”
우리는 구울의 구역인 <고대의 찬란한 땅>이란 곳으로 출발했다.
“그그그그그극─!”
찬란한 땅으로 다가갈수록, 튀어나오는 구울의 수가 많아졌다.
물론 입구에서처럼 대규모의 무리는 아니라서, 처리하긴 편했지만.
나는 공중에 뜬 마도구를 바라봤다.
[서군:6]저건 우리가 해치운 구울의 숫자다.
‘다른 군은…….’
[동군:15] [남군:14] [북군:9]그리고,
[중앙군:28]‘역시 중앙군이네. 신성 기사가 많아서 다른 군보다 처리하는 속도가 빨라.’
우리 병사들은 숫자를 보며 불안한 표정이었다.
“중앙군이 우리보다 점수가 월등히 높은데…….”
“이러다 숫자가 더 벌어지면…….”
나는 묵묵히 걸으며 말했다.
“숫자에 신경 쓰지 마.”
“하지만…….”
“난전 중이니 숫자가 더 많은 건 당연한 거야.”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우리 쪽이 유리해질 거다.
저쪽은 힘이 다 빠져서 회복할 시간이 필요할 터.
그동안 서군은 여유롭게 한 마리씩 튀어나오는 구울을 처리할 것이다.
‘군사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해야 해.’
그리고 그건 내 역할이었다.
“나를 믿어라. 내가 있는 한 우리는 지지 않아.”
나는 아빠가 데이몬드 관할령의 군사에게 그러했듯,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하여간 자신이 넘치십니다.”
“아스트라의 직계들은 언제나 저리 여유로운가?”
기가 막힌 듯했지만, 군사들의 숨소리는 점점 안정되어 있었다.
“그래! 무슨 일이 일어나거든 우리 원화께서 용으로 쓸어버려 주실 것이다!”
상장군 대리로 임명한 기마 대장이 하하핫! 호쾌하게 웃었다.
그러자 군사들도 그를 따라 웃는다.
‘분위기를 잘 만드는 사람이라니까.’
그래서 상장군 대리로 임명한 거지만.
우리 군의 처리 숫자는 여유롭게 올라갔다.
[서군:7] [서군:8].
.
[서군:14]그리고 어느새 다른 군의 숫자는 더 이상 올라가지 않게 되었다.
‘난전이 끝났구나.’
그럼 이제 몬스터들도, 다른 군사들도 잠시 휴식하겠지.
“속도를 높인다. 빠르게 움직여……!”
* * *
실린은 이를 악물고 공중에 뜬 마도구를 바라봤다.
[서군:20]‘이제 고작 12마리 차이야.’
동, 남, 북군을 따돌리고 중앙군의 바로 뒤에 따라붙었다.
“뭣들 해! 서둘러 움직여!”
실린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그러다 공중에서 영상을 송신하는 마도구를 보고 얼른 말을 바꿨다.
“구울의 힘이 생각보다 더 강력했다. 신성 기사들을 많이 데리고 있는 우리가 힘을 내야 다른 군을 도울 수 있어.”
중앙군의 상장군 조윅이 말했다.
“하지만 우리 군사들에겐 휴식이 필요합니다.”
구울과 아마톨을 동시에 상대했다.
아마톨에게 물린 군사들이 빠진 만큼, 다른 군사들이 그 자리를 메워야 했던 것이다.
더는 움직일 마력과 체력이 없었다.
“신성 기사들은 뒀다 뭐할! …… 신성 기사들에게 군사들을 회복시키도록 하세요.”
“그럼 그들의 신성력이 부족해지겠지요. 구울과의 전투에서 밀리게 될 수도─”
“어느 정도의 위험은 감수해야죠. 그런 것이 전투잖아요?”
“…….”
실린의 눈빛이 날카로웠다.
‘설득은 통하지 않겠군.’
가뜩이나 배신자라고 낙인찍혔다.
이번 과제가 아니라면 당장에 잘렸겠지.
이제 그의 설득은 실린에게 먹히지 않을 것이다.
먹히긴커녕, 제 말에 더 반감을 품을 터.
상장군 조윅이 신성 부대장에게 눈짓했다.
신성 기사들이 중앙군을 회복시키기 시작했다.
갈수록 신성 기사들의 낯빛이 나빠졌으나, 중앙군은 무리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남군과 북군은 그런 중앙군을 바라보고 있었다.
북군 원화가 남군 원화에게 말했다.
“우리도 출발해야 하나요?”
“그래야죠.”
“하지만 우리 군사들은…….”
“……점수 차이가 너무 나잖아요. 이러다 우리가 나란히 꼴찌를 하게 된다고요.”
“…….”
북군 원화가 우물쭈물했다.
‘하여간에 답답하게 굴기는.’
남군 원화가 소리쳤다.
“우리도 이제 출발한다!”
“하지만 원화!”
남군의 상장군 카진이 막아섰다.
“못 갑니다.”
“뭐? 항명하겠다는 거야?!”
“우리 군은 서군만큼 신성 기사가 부족합니다. 회복시킬 수도 없는데, 이대로 나섰다간─”
“너까지 날 무시해?!”
남군 원화의 고함에 까마귀들이 푸드덕 날아올랐다.
북군 원화가 흠칫, 물러났다.
남군 원화, 리카 델프르는 카진의 왼팔에서 완장을 거칠게 떼어냈다.
“항명은 토벌 후에 죄를 묻겠어. 마르키!”
“예? 아, 옛! 원화!”
“네가 상장군 대리를 맡아.”
마르키가 서둘러 뛰어오며, 카진을 힐끔 쳐다봤다.
‘하여간에 우직한 놈.’
리카 델프르가 남군이 되기 전까진 언제나 카진과 비교당했다.
그런데 이제 카진을 밀어내고 상장군 대리라.
마르키가 히죽히죽 웃으며 완장을 받았다.
상황을 지켜보던 북군 원화가 제 상장군을 힐끔 쳐다봤다.
“우리도 출발 합시다…….”
“옛!”
“좀 말려달라고…….”
“이번 과제에서 이겨서 북군의 위명을 널리 알려야죠!”
“아휴…….”
다른 군이 모두 출발했다.
동군의 상장군이 세바스티아에게 다가갔다.
“우리는 어찌합니까.”
“……출발해야지.”
‘역시 이분도 어쩔 수 없나.’
동군 상장군이 흐린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때, 세바스티아가 허공을 바라보며 물었다.
“서군과 연락할 수 있나?”
“서군의 상장군 대리와는 막역한 사이입니다. 통신 코드를 알고 있죠.”
“우리는 구울을 피해서 서군 쪽에 접촉하자.”
“예?”
“그쪽과 협동 전선을 펼치면, 구울을 없애면서 우리 쪽 군사들의 체력과 마력을 비축할 수 있어.”
“……!”
동군 상장군을 비롯해, 동군 군사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예! 즉시 연락하겠…… 그런데 왜 서군입니까?”
신성기사가 많은 건 중앙군이다.
북군도 구울이 많이 있는 지역이라, 구울과의 전투에 익숙한 사람이 많을 것이고.
“내 할아버님께서 항상 말씀하시는 게 있지.”
“……네?”
“비페리 가문은 눈치 하나로 이 제국의 여섯 개 기둥 중 하나가 되었다고.”
“……?”
비페리 가문의 눈치가 짙게 유전된 자신이 보기엔,
‘이번 전투는 에릴로트의 손에 달렸어.’
* * *
나는 미간을 좁혔다.
“원화, 왜 그러십니까.”
상장군 대리가 물었다.
“구울의 구역 근처까지 왔는데 너무 수가 적어.”
“예?”
첫 번째 삶에서 구울 토벌 임무를 받은 적이 있다.
‘이 지역은 아니었지만.’
구울은 무리지어 생활하는 몬스터.
구울의 구역 근처까지 왔는데 이 정도 수밖에 안 된다면…….
‘설마─!’
나는 흠칫, 통신석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