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71)

이 3세는 악역입니다 171화.(171/390)

171화.

그때였다.

쿠구구구구─.

땅이 거세게 울렁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늦었어!’

나는 재빨리 소리쳤다.

“다들 물러나!”

“예?”

“어서 도망─”

“아아악!”

마력이 약한 병사들부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눈이 새빨갛게 변한 그들이 주저앉아 격렬하게 몸을 뒤틀었다.

주변에 짙은 안개가 깔리고, 사방이 어두워졌다.

나무 사이로 스며들던 빛이 집어 삼켜진 것처럼.

“무, 무슨…….”

‘포위됐어.’

“꺼걱, 거거거거거걱……!”

“이봐! 왜 그래? 정신차─”

“컥!”

몸을 뒤틀던 병사들이 허공에 분수처럼 피를 뿜었다.

“도망쳐!

크림슨 구울

이야─!!”

크림슨 구울.

구울들의 왕이라고도 불리는, 초거대 구울이다.

“크, 크림슨 구울이라니요! 전설 속에나 나오는 몬스터가 아닙니까. 가히 고대 몬스터급이라는……!”

“아니, 크림슨 구울 자체의 물리력은 고대 몬스터보다 훨씬 못하지. 하지만…….”

“자아가 있잖습니까!”

그래, 문제는 그거다.

크림슨 구울이 ‘구울들의 왕’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단지 거대해서가 아니다.

구울들을 통솔 가능하다는 것!

그게 크림슨 구울의 가장 무서운 점이었다.

“몬스터들이 선서식에 나타난 이유가 저 크림슨 구울 때문이구나…….”

크림슨 구울에게 명을 받은 것이다.

내가 중얼거리자, 상장군 대리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잠깐만요. 선서식에 나타난 건 구울 뿐만이 아니라…….”

“아마톨까지 있었지.”

“다른 몬스터들도 통솔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나는 이를 악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럼…… 그러면 설마…….”

“그래.”

나는 이를 악물었다.

“원화군이 제 발로 들어온 거야.”

“……예?”

“크림슨 구울이 통솔하는 몬스터 대군 속에 제 발로 걸어들어온 거라고!”

이러는 동안에도 군사들이 계속해서 쓰러지고 있었다.

“크윽─!”

“아아아아악─!!”

어둠 속에서 묘한 기척이 느껴진다.

‘크림슨 구울이 나타난 거야.’

“이, 이제 어찌해야…… 어찌…….”

강력한 몬스터가 내뿜는 마기는 인간의 공포를 불러들인다.

크림슨 구울처럼 강력한 몬스터라면, 교육받은 기사들마저 겁에 질리도록 만드는 것이다.

‘나야 고대 몬스터를 겪어봐서 괜찮지만…….’

병사들이 전의를 상실하기 시작했다.

그때.

크림슨 구울이 서군에서 가장 강력한 사람을 찾아냈다.

“……!”

이세즈에게로 향하기 시작한 것이다!

* * *

이세즈가 뻣뻣하게 굳어졌다.

크림슨 구울의 붉은 눈동자가 자신을 비추자, 온몸을 결박당한 듯 움직일 수 없었다.

‘빌어먹을…….’

크림슨 구울이 그를 향해 돌진했다.

주춤주춤 뒷걸음치던 이세즈가 돌부리에 걸려 주저앉았다.

‘윽!’

당한다.

그가 눈을 꽉 감았을 때였다.

“안 돼!”

머리 위로 온기가 느껴지나 싶더니, 그 어떤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원화!”

“워, 원화……!”

주변의 고함을 듣고 나서야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자신보다 한참 작은 꼬마 원화가 저를 감싼 것이다.

“……!”

이세즈의 머리를 꽉 끌어안은 에릴로트가 소리쳤다.

“이세즈는 안 돼! 우리 군의 유일한 신성 기사란 말이야!”

상황을 지켜본 기사들은 입을 떡 벌렸다.

‘미, 미친 게 아닌가!’

‘대체 뭐야, 저 아이는…….’

순식간에 그림자 마물로 몸을 감싸고서 이세즈에게 뛰어든 것이긴 했다.

하지만…….

‘크림슨 구울이라고.’

‘저놈의 낫에 베이면 온몸이 갈기갈기 찢어진단 말이야.’

‘무섭지도 않단 말인가?’

다들 얼어붙어서 움직일 수 없었다.

오직 저 아이만이 크림슨 구울을 두려워하지 않고, 뛰어나가서 이세즈를 구했다.

아무리 그림자 마물을 방어구 대신 사용한다지만, 크림슨 구울의 공격에 정통으로 맞았다.

“고, 고통이 안 느껴지는 건가?”

누군가 멍하니 중얼거렸을 때, 상장군 대리가 소리쳤다.

“그럴 리가 없잖아!”

보라.

에릴로트 아스트라의 온몸이 떨리고 있었다.

“으극…… 으으윽! 아, 안 돼. 이세즈는, 이세즈는 안 돼……!”

그림자 마물은 겁을 잔뜩 집어먹어서 실체화되었다.

이미 몸이 오물처럼 뚝뚝 떨어지고 있단 말이다.

이제 방어구의 역할도 못 할 텐데, 에릴로트는 결코 이세즈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저 강력한 크림슨 구울의 마기를 견뎌내면서.

“이, 이세즈가 없으면 군사들을 치유할 사람이 어, 없어.”

“…….”

“이, 이세즈는 안 돼. 서군을 위해선 이세즈가 이, 있어야…….”

이세즈가 새파래진 에릴로트를 빤히 쳐다봤다.

훈련받은 병사들도 크림슨 구울의 마기를 견딜 수 없다.

자신마저 칼날 같은 마기에 온몸이 아프다.

‘이렇게 떨잖아.’

아파서 죽을 것 같은 주제에.

그런데도 에릴로트는 절대 움직이지 않았다.

자신을 스스로 세뇌하듯, 도망쳐선 안 된다고 몇 번이나 되뇌면서.

한 번도 누군가에게 보호받은 적이 없었다.

알코올 중독자 대장장이 밑에서 태어나, 보호는커녕 부친에게 맞지 않으면 다행인 날들이었다.

병든 할머니는 자신이 지킬 대상이었지, 손주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더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서 황궁에 들어왔다.

하지만 황궁에서도 자신을 보호해주는 상관은 없었다.

……지금까지는.

“이세즈는 안 돼. 이세즈는……!”

이 바보 같은 꼬맹이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자신을 지켜주지 않았다.

믿어주지 않았다.

기회를 주지 않았다.

‘움직여, 움직이라고!’

이세즈가 이를 악물고 몸을 움직였다.

신성력을 담아 검집을 휘둘렀다.

“내 원화에게서 꺼져─!!”

그 순간이었다.

에릴로트의 눈동자에 기묘한 이채가 떠올랐다.

* * *

쿵─!!!

이세즈가 소리치기 무섭게 온몸에 혈류가 내달렸다.

쿵, 쿵, 쿵, 쿵!

내 심장 소리가 너무나 크게 들리고, 눈앞에 빛무리가 몰려들었다.

그리고 문자가 허공을 날아다니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문장으로 배열되기 시작한다.

<엑스트라에서 최강 기사까지>

가진 놈들에게 밀리고 치이며 살았다.

어제까지는.

이제 원화군 쓰레기 집합소 서군 쩌리 기사에서 대륙 최강까지 가겠다.

‘뭐?’

주인공이 바뀌었다.

아빠가 주인공이었던 <아빠는 세계관 최고 미남>에서 내가 주인공인 <흑막 가문에서 살아남기>를 지나서.

‘이세즈가 주인공이 되었어.’

그런데 이상했다.

치직, 칙.

오류가 난 것처럼 문자에 노이즈가 생기더니 또 한 번 문장이 바뀐 것이다.

<기사단의 꼬마 대장님>

흑막 가문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친 것뿐인데 미성년 기사들의 대장인 원화가 되었다?

그런데 이 기사단, 온통 쓰레기 천지다.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다.

목적을 위해서 기사들을 단련시켰는데…….

“원화께서 목이 마르다시잖느냐!”

“물!”

“서둘러 물을……!”

“전대 이스래곤(물의 정령왕)을 잡는다.”

……얘들이 왜 이래?

#열살이지만전술천재 #귀찮으니까제발가만히있어 #소드마스터가원래이렇게쉽게생기는건가요?

‘왜 또 주인공이 다시 나로 바뀌었지?’

치지지직.

<목표는 대륙 전복>

제국의 여흥으로 사랑하는 딸을 잃었다.

이제 네 놈들이 모든 것을 잃을 차례다.

(구)제국의 전신(戰神)

(신)사상 최강의 반역자.

뭐든 상관없다.

이 세상, 파멸시키고야 말겠다.

‘이건 또 뭐야?’

앞구르기, 뒤구르기, 공중제비를 하다 봐도 아빠가 주인공인 것 같은데…….

‘나 죽어!?’

이 소설은 안 돼!

책 소개로 보아 나는 아빠가 구하러 오기도 전에 여기서 죽는 것 같으니까!

치지지지직.

<서군 병영 일지>

소소하게 부정 부패하며 살던 서군 기사들, 기연을 만나다?!

어마어마한 권력가 출신이라는 귀신 원화가 서군을 무지막지하게 굴리기 시작하는데……!

“아직도 100터를 5초 안에 못 달려?”

손바닥으로 맞고,

“생각해봤는데 필살기가 필요한 것 같아. (궁병을 가리키며) 메테오 같은 거 날려볼래?”

주먹에 맞고,

“어우, 못생겨서 후원이 안 들어오네. 못생긴 놈들은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복창.”

발로도 맞았다.

서군 기사들의 훌쩍훌쩍 라이프!

그들은 이 귀신 같은 꼬마를 떼어내고 소소한 부정부패 생활을 되찾을 수 있을까?

‘……내가 저런 캐릭터야?’

치지지직.

<구울부터 시작해서 세계 최강까지>

그어어어.

그어억.

그으으어억.

이젠 책 소개가 성의도 없다.

‘대체 무슨…… 잠깐.’

설마 이거 내가 소설을 선택할 수 있는 건가?

갑자기 왜…….

‘아, 그래. 이세즈야!’

이세즈의 가호 때문에 내 가호의 레벨이 확 오른 것이다.

그래서 이 세계의 메인 스토리를 선택할 수 있게 된 거라면…….

나는 흠칫, 고개를 들었다.

‘선택해야 해.’

이세즈가 주인공이라면 당장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주인공 버프로 내 가호의 단계를 높였으니까.

하지만 내가 컨트롤하기 힘들어지는데…….

아빠나 오빠들은 내게 엄청나게 약하다.

그래서 가족들이 주인공이라면 내가 옆에서 컨트롤하기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이세즈는 타인.

내게 고마운 감정이 있다고 해서, 가족들처럼 약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 도움을 받으려면 이세즈를 주인공으로 해야…… 아냐, 잠깐만.’

#소드마스터가원래이렇게쉽게생기는건가요?

내가 주인공인 <기사단의 꼬마 대장님>이라면 다른 기사들의 실력도 향상시킬 수 있다.

‘좋아, <기사단의 꼬마 대장님>이야!’

마음속으로 결정하기 무섭게 눈앞에서 빛이 사그라들었다.

이세즈의 주인공 버프가 사라져서 내 가호도 본래의 1단계로 돌아온 것이다.

“……봐, 이봐!”

“헉!”

나는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서군은 아직 크림슨 구울과 대치 중이다.

자세로 보아 이세즈가 크림슨 구울을 검집으로 공격하고서 고작 1, 2분 정도 지난 것 같았다.

“정신이 들어?!”

“응.”

이세즈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나를 번쩍 안아 들고 크림슨 구울과 대치했다.

“명을 내려.”

“하지만 다들 굳어져 있으니─”

“잘 봐.”

주변을 둘러보자, 군사들이 다들 무기를 들고 크림슨 구울과 대치하고 있었다.

‘뭐야, 다들 겁먹어서 어쩔 줄 모르고 있었는데…….’

아, 그래.

이건 내 주인공 버프다.

주인공인 나를 지키기 위해 조역들이 성장한 것일 터다.

‘좋아.’

나는 소리쳤다.

“이세즈, 마도병들을 강화시켜줘!”

“그래.”

“마도병은 주변에 있는 나무를 모두 불태워!”

“옛!”

이세즈가 마도병들에게 가호를 발동했다.

마도병들의 몸 주변으로 황금색의 곡선이 크게 일렁였다.

그리고 엄청난 불기둥들이 나무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악─!”

구울의 약점은 빛.

크림슨 구울이라 해도 결국 구울의 집합체일 뿐이다.

나무가 불타며 울창한 가지에 가려졌던 빛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거기에 마도병들이 내뿜은 엄청난 화력의 불까지.

크림슨 구울이 주춤거렸다.

나는 이세즈에게 달랑달랑 매달려 소리쳤다.

“궁병, 쏴라─!!”

내가 명을 내리자, 조그만 백수정이 장착된 화살이 크림슨 구울에게 쏟아졌다.

드디어 크림슨 구울이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묘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상장군 대리에게 계속 시선이 가잖아. 그리고 크림슨 구울의 눈 쪽에도……’

불현듯 조금 전에 본 것들이 떠올랐다.

#열살이지만전술천재

‘설마…….’

어쩌면 이런 식으로 전술의 힌트가 보이는 것이 또 다른 나의 주인공 버프인 걸까.

“상장군 대리, 크림슨 구울의 눈이야!”

“눈…… 이라고요.”

상장군 대리의 표정이 달라졌다.

처음 보는 결기 넘치는 얼굴.

“중갑병! 상장군 대리가 나아갈 수 있도록 보호해!”

“예!”

“옛!”

중갑병들도 평소와는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

상장군이 달려가는 동안 크림슨 구울은 정신을 차렸다.

“그아아아아─!!!”

크림슨 구울이 거대한 팔을 휘두른 순간.

중갑병들이 거대한 방패로 군사들을 보호했다.

상장군 대리가 도약했다.

‘맙소사, 저렇게까지 높이?’

그리고 순식간에 백수정이 내장된 검이 크림슨 구울의 눈을 꿰뚫었다.

크림슨 구울의 거대한 몸이 뒤로 넘어갔다.

종국엔 쿵─!! 굉음과 함께 천지가 진동했다.

크림슨 구울을 밟고선 상장군 대리가 포효하듯 소리쳤다.

“원화께서 우리를 믿어주신다. 우리 서군은 원화의 믿음에 보답할 것이다─!”

……그런 말은 됐어.

쟤들은 조연 버프를 받은 모양이었다.

* * *

[원화께서 우리를 믿어주신다. 우리 서군은 원화의 믿음에 보답할 것이다─!]

와아아─!!

서군의 함성이 탄틸라를 통해 우렁차게 터져 나왔다.

“맙소사…….”

“제가 지금 꿈을 꾸고 있습니까.”

저들이 정말 황군의 쓰레기라 불리던 서군이 맞는 것인가!

대장군 출신의 노장, 노클랑 선후작이 주먹을 꽉 움켜쥐며 일어섰다.

“그렇지!”

이제는 허리까지 굽은 노인이 잔뜩 흥분했다.

그의 아들로 작위를 물려받은 후작이 당황하여 부친을 말렸다.

“이러다 혈압이 올라 쓰러지십니다.”

“보았느냐. 저것이다. 저것이 우리가 원화에게 바라는 역할이야─!”

“아, 아버지.”

고함을 지르는 부친에 당황한 그가 주변의 눈치를 보았다.

그런데 몇몇 사내들까지 잔뜩 흥분한 얼굴로 동조하고 있었다.

모두 뛰어난 기사로 이름을 자랑하던 자들이었다.

“원화는 기사를 믿고 보호하며, 훌륭하게 길러낸다.”

“예, 그리고 기사는 원화의 믿음을 충의와 향상된 실력으로 보답하는 것입니다!”

노클랑 선후작이 소리쳤다.

“그린 듯 이상적인 원화로구나. 저 아이, 정말로 고작 열 살이 맞는 게냐!!”

다른 귀족들도 손에 땀을 쥐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단 한 번 신성 기사를 위해 몸을 내던진 것으로, 군의 신뢰와 존경을 받게 되었군요.”

제르모 공작이 혀를 내두르자, 이시론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짧은 순간에 판단한 것이다. 어찌 이런…….”

“예. 저 아이, 정말로…….”

공작들이 힐끗, 아스트라의 혈족들을 쳐다봤다.

그들의 입가에 오만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탄틸라에서 실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중앙군, 서군을 구하고 크림슨 구울을 공격하세요!]

뒤늦게 따라붙은 중앙 원화가 명을 내린 것이다.

“호오, 중앙 원화도 훌륭하군요.”

“두려워하지 않고 상대를 구하려는 저 배포를 보십시오.”

한지혁이 인상을 찌푸렸다.

‘서군이 다 잡아놓은 걸 나눠 먹겠다는 심산이잖아.’

이러다 정말로 뺏기는 것 아냐?

그런데 화면 속의 에릴로트가 외쳤다.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