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72)
이 3세는 악역입니다 172화.(172/390)
172화.
* * *
저 미친 아이 같으니!
나는 허겁지겁 달려가 실린의 팔을 끌어당겼다.
“꺅! 이게 무슨 짓……!”
“당장 신성 기사들을 물러나게 해요!”
“크림슨 구울을 확실히 처치하지 않으면 원화군 전체가 위험해요. 아무리 과제가 중요해도 원화라면 군을 먼저 생각하셔야죠!”
실린이 오만한 얼굴로 말했다.
‘점수가 소중한 사람이 누군데 그래.’
딱 좋은 순간에 달려온 걸 보면,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교묘하게 타이밍을 쟀겠지.
크림슨 구울의 점수를 나눠 먹으려고.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점수가 아니야.’
“저 크림슨 구울은 신성력을 흡수한다고!”
“맙소사. 미친 학자들의 헛소리를 믿는 거예요?”
이 세계의 사람들은 몬스터가 신성력을 흡수한다는 걸 믿지 않는다.
몇몇 학자가 주장했지만, 전부 미친 소리로 치부되고 학계에서 쫓겨났다.
마치 피타고라스의 지구 구형설을 믿지 않던 기원전 사람들처럼.
‘하지만 정말로 지구는 둥글었고, 저 크림슨 구울은 신성력을 흡수한단 말이야!’
첫 번째 삶에서 구울 토벌을 나간 적이 있다.
그때 보았다.
신성력을 흡수하는 특수한 성질을 가진 구울이 있다는 것을.
‘그 특수한 구울이 다른 구울들과 융합하면 크림슨 구울이 되는 거야.’
첫 번째 삶의 구울 토벌에선 리시먼드(그때는 블리젠이었다)가 융합되기 전에 처치했지만.
“저 크림슨 구울은 서군의 하나뿐인 신성 기사를 바로 찾아냈단 말이야.”
“그래서요?”
“가장 근접해 있던 기사가 아니라 굳이 가장 강력한 신성 기사를 찾아왔다고. 이유를 모르겠어?”
“그건…….”
“신성력을 느끼고 먹잇감으로 삼으려고 했다는 거잖─”
그때였다.
“아아아아악!!”
중앙군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크림슨 구울에게 접근했던 신성 기사 세 사람이 미라처럼 쪼그라들어 있었다.
‘신성력을 빼앗겼어. 그렇다면…….’
황급히 크림슨 구울을 돌아봤다.
서군 상장군 대리가 찔렀던 눈이 서서히 회복되어 가고 있었다.
실린은 흠칫했다.
저 애도 신성 가호를 가지고 있기에 느낀 것이다.
신성력을 흡수하고 처음보다 강력해진 크림슨 구울을.
“무, 무슨……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어떻게 된 거긴…….”
나는 주춤주춤 뒷걸음질 치며 소리쳤다.
“망한 거지─!! 튀어!”
훈련에서 서군에게 ‘내 명은 철저히 따르라’는 것부터 머리에 박아줬다.
덕분에 내가 소리치자마자 다들 헐레벌떡 뛰기 시작했다.
그때, 크림슨 구울이 실린을 번쩍 들어 올렸다.
“꺄악─!!”
“원화!”
“원화가 잡혔습니다. 어찌합니까!”
실린이 잡히자, 중앙군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
행여나 자신들의 원화가 맞을까 공격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어?”
내 몸이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크림슨 구울이 나까지 잡아든 것이다.
“원화─!!”
이번엔 서군 군사들이 나를 향해 소리쳤다.
‘뭐, 뭐야. 왜 나야?’
실린은 이해가 간다.
저 애는 성격은 더럽지만, 특수한 질의 신성 가호 <복제>를 가졌으니까.
크림슨 구울에겐 특별한 먹잇감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왜?’
여긴 신성 기사들이 포진해있다.
특히나 강력한 신성력을 가진 이세즈도 있고.
‘처음엔 이세즈를 노렸었잖아.’
“꺄아악! 꺄악─!! 뭣들 하는 거야! 어서 나를 구하지 못해?! 아버지! 꺄악! 아버지─!! 너희, 당장 날 구해! 아니면 아버지에게 다 말해서……!”
반대쪽 손에 잡힌 실린이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구, 궁병…… 아니, 잠깐, 쏘지 마라! 원화가 맞는다……!!”
가뜩이나 긴박한 때에 제 아버지까지 언급하며 난리를 치니, 중앙군은 거의 패닉 상태였다.
크림슨 구울이 물러나기 시작했다.
“날 어쩌려는 거야! 뭐해?! 날 잡아가잖아─!!”
“워, 원화……!”
중앙군이 어떻게든 실린을 구해내기 위해 크림슨 구울에게 달려들었다.
서군도 도망치다 말고, 되돌아오고 있었다.
“서군, 서둘러 원화를 구해─”
“멈춰!”
내가 소리쳤다.
그러자 서군이 움찔했다.
“물러나는 걸 보면 바로 날 죽이지 않을 것이다. 너희는 체력을 비축하고, 때를 기다려라!”
“하, 하지만……!”
“지금 공격해봤자 다 죽기만 해!”
군사들이 죽으면 구하러 올 사람이 없다.
‘나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야. 내가 쉽게 죽을 리 없어.’
내가 상황을 정리하는 동안 옆에선 난리였다.
“꺄아악─!! 꺄악! 멍청한 것들!! 뭐 하는 거야! 날 잡아간다고! 아버지!! 아버지─!!”
어휴.
하여간에 미친 아이 같으니.
‘상황이 긴박하니까 이제 이미지 관리도 집어치웠네.’
저게 마도구에 다 찍혀서 황궁에 전송되고 있을 텐데.
뭐, 그거야 제 사정이고.
발광하는 실린과 달리 나는 침착하게 명을 전달했다.
“동군에 합류해라.”
내가 없으면 서군엔 지휘할 수 있는 자가 없다.
그러니까 다른 군에 합류하는 쪽이 낫겠지.
“너희가 판단하지 마. 노력, 열정, 의리 같은 말을 판단에 끼워 넣지 말고, 세바스티아 언니에게─ 윽…… 맡겨서…….”
“꺄악! 꺄아아악!! 아버지! 아버…… 웁…….”
숨이 막혀온다.
크림슨 구울이 어둠 속에 스며들자, 마치 바다에 깊숙이 잠기는 것 같았다.
‘세바스티아 언니라면 서군을 잘 지휘해주겠지.’
그리고 의식이 끊어졌다.
* * *
황궁.
[날 어쩌려는 거야! 뭐해?! 날 잡아가잖아─!!]탄틸라에서 실린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실린!”
샤토브리앙 공작이 사색이 되어 벌떡 일어났다.
다른 귀족들도 잔뜩 굳은 얼굴이었다.
“맙소사. 크림슨 구울이라니.”
“정말 마물이 신성력을 흡수했어…….”
비페리 공작이 급히 황제에게 말했다.
“크림슨 구울은 원화군으로 처리할 수 없습니다. 속히 지원군을 보내셔야 합니다!”
이번 기의 원화군은 최약체라는 말을 듣고 있다.
그런 원화군이 크림슨 구울 같은 강력한 몬스터를 토벌할 수 있을 리 없다.
제르모 공작이 힐끗 타국의 초청객을 둘러봤다.
“하지만 섣불리 움직일 수 없습니다.”
이시론 공작 또한 고개를 끄덕이고 황제에게 속삭였다.
“라온트라부터 알리기오사, 연합하지 않은 나라에서까지 상황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래.”
“크림슨 구울에 지원군까지 보내는 건, 칼소이에 제국의 국력이 약해졌음을 공인하는 꼴입니다.”
“짐도 알고 있다만…….”
원화들은 모두 엄청난 권력가의 영양들이었다.
원화군의 기사들 또한 중앙 귀족의 자제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었다.
‘타국 눈치에 저들을 구하지 못한다면 그 원성을 어떻게 책임지는가.’
황제가 이마를 쥐고 신음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탄틸라에서는 계속해서 실린의 비명이 이어졌다.
[꺄아악! 꺄악─!! 뭣들 하는 거야! 어서 나를 구하지 못해?! 아버지! 꺄악! 아버지─!!]황제가 으득, 이를 갈았다.
잡히자마자 죽어라 비명을 지르는 통에 황궁까지 아수라장이 되었다.
“저 입 좀……!”
설상가상, 탄틸라에서 또 다른 고함이 터져 나왔다.
[워, 원화─!]에릴로트까지 붙잡혔다.
데이몬드가 벌떡 일어났다.
황제 앞에서도 변하는 법이 없던 표정이 잔뜩 굳어져 있었다.
아스트라 공작 또한 눈빛이 날카로웠다.
샤토브리앙 공작부인은 제 남편을 붙들고 울음을 터뜨렸다.
“어찌합니까, 공! 실린이…… 실린이……!”
“폐하, 어찌 말씀이 없으십니까!!”
왼쪽에서는 아스트라 공작 부자의 살벌한 눈빛.
오른쪽에서는 샤토브리앙 공작 부처의 눈물 바람.
앞쪽에선 이시론, 제르모 공작의 만류.
뒤쪽에선 타국 초청객들의 흥미로운 시선.
‘빌어먹을!’
황제가 이를 악물었다.
“지원군은…….”
그때였다.
[멈춰!]화면 속의 에릴로트가 소리쳤다.
황제가 탄틸라를 향해 고개를 확 치켜들었다.
다른 귀족들의 시선도 일시에 집중되었다.
[물러나는 걸 보면 바로 날 죽이지 않을 것이다. 너희는 체력을 비축하고, 때를 기다려라!]“……!”
에릴로트 아스트라는 놀랍도록 침착했다.
고래고래 소리치는 실린과 너무나 비교될 정도로.
[꺄아악─!! 꺄악! 멍청한 것들!! 뭐 하는 거야! 날 잡아간다고! 아버지!! 아버지─!!] [동군에 합류해라. 너희가 판단하지 마. 노력, 열정, 의리 같은 말을 판단에 끼워 넣지 말고, 세바스티아 언니에게─ 윽…….]어둠에 삼켜지는 그 순간까지 군의 지휘를 잊지 않았다.
“무슨, 어찌 저런 아이가…….”
대장군 출신의 노클랑 선후작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크림슨 구울 같은 엄청난 몬스터에 붙잡히고서도 냉철하게 판단하다니요. 정말 열 살이…….”
“맞습니다. 열 살이 맞다니까요!”
“그러고 보니 크림슨 구울이 신성력을 흡수한다는 것을 눈치챈 것도 저 아이지요?”
“미친 학자들의 말을 신뢰했던 겁니까?”
“아니지요. 서군의 신성 기사를 제일 처음 노린 것을 보고 확신한 겁니다.”
“세상에…….”
혼란했던 파티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되었다.’
황제가 숨을 크게 들이켰다.
이시론 공작과 제르모 공작이 재빨리 말을 보탰다.
“에릴로트 아스트라에게 방책이 있는 모양입니다. 지켜보시지요.”
“예, 폐하. 무엇보다 원화가 둘이나 잡힌 이때, 지원군이 공격한다면 우리를 칠 동력을 얻으려 원화를 먹잇감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다른 귀족들도 그 말에 동의하는 듯했다.
샤토브리앙 공작과 데이몬드 아스트라 또한 이를 악물고 탄틸라를 바라봤다.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황제는 식은땀이 흐르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제발.’
이제 샤토브리앙이 이번 축제의 우승자가 되든, 말든 상관없다.
누구라도 크림슨 구울을 처치해라.
오셀리아 황비의 눈이 은밀히 빛났다.
“살바토레.”
“예, 모후.”
“만약 에릴로트 아스트라가 크림슨 구울을 토벌한다면…….”
“이런 상황에 가능하겠습니까?”
“만약에 말이다. 만약에 그렇다면…….”
오셀리아 황비가 식은땀을 흘리는 황제를 힐끗 쳐다봤다.
그녀의 입매가 부드럽게 올라갔다.
“네 짝으로 그만큼 걸맞은 아이가 없을 것이다.”
새로운 ‘암막의 대제’의 출현이었다.
아들을 둔 부모들의 눈이 번뜩였다.
* *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나는 조금씩 의식을 되찾았다.
‘묶여 있잖아.’
누가 했는지는 몰라도, 밧줄에 온몸이 칭칭 동여매어져 있었다.
황급히 주변을 둘러봤다.
“동굴……?”
“그럼 동굴이지 다른 곳이겠어요?!”
옆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실린이었다.
저 애도 나처럼 밧줄에 묶여 있었다.
“당신 때문이에요! 당신 때문에 이런 곳까지 끌려왔다고요!”
“네가 크림슨 구울을 나눠 먹겠다고 욕심만 안 부렸어도 이런 일은 없었지.”
“이봐요!!”
“쉿.”
멀리서 기척이 느껴진다.
“……아악! 놔줘! 놔달라고……!”
“나, 남군 원화, 그렇게 자극하면…….”
익숙한 목소리였다.
‘남군 원화와 북군 원화잖아.’
원화들을 잡아 왔어?
나는 얼른 눈을 감았다.
여전히 의식을 잃은 체하기 위해서였다.
이윽고 ‘그그극’하는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내동댕이치는 소리가 났다.
‘크림슨 구울의 기척은 아니야.’
구울들이 남군, 북군 원화를 잡아 온 모양이었다.
“그으으…… 그극…….”
구울이 가까이에서 느껴진다.
내가 아직 의식을 잃었는지 살피고 있는 모양이었다.
실린이 꽥 소리쳤다.
“왜 우리를 잡아 온 거야! 듣고 있어?! 이봐!”
[인간, 계속 시끄럽게, 굴면, 혼을, 내줄 것이다.]‘말을 해?!’
“구, 구울이 인간의 언어를……!”
“마, 말을 하잖아…….”
남군 원화와 북군 원화가 기함했다.
실린은 지지 않고 고함을 내질렀다.
“감히 구울 주제에 누구더러 명령을! 꺅! 뭐 하는 거야!”
철컥.
차가운 쇳소리가 들렸다.
나는 구울에게 들키지 않도록 몰래 실눈을 떴다.
실린의 목에 웬 녹슨 족쇄가 채워졌다.
그것이 채워지자마자 실린은 새파랗게 질렸다.
‘금제구……!’
족쇄를 채운 구울은 금세 되돌아갔다.
구울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나는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켰다.
“당신은 뭐 하는 거예요! 내가 이런 꼴을 당하는데……!”
실린이 나를 향해 소리쳤다.
“그럼 나도 같이 소리쳐서 금제구를 달까?”
“왜 자꾸 반말을……!”
“제발 입 좀 다물어. 그러다 구울이 다시 와서 금제구를 하나 더 채우면 어쩌려고.”
대충 대답한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보초병은 여기 없어.’
그럼 바깥에 세워놨겠구나.
그리고 구석에 웬 마도구가 가득했다.
“……송신용 마도구?”
내가 중얼거리자, 북군 원화가 얼른 물었다.
“전부 부서진 것 같은데 왜 송신용 마도구를 여기 모아놨을까요? 우리에게 도움을 청할 데가 없다는 걸 보여주려고 한 걸까요?”
“……비상식량 같은 거죠.”
“네?”
“송신용 마도구에 백수정이 내장되어 있잖아요. 유사시를 대비해 비상식량처럼 넣어둔 거예요.”
“그, 그렇다는 건…….”
“대규모 전투를 벌일 거라는 거예요. 지원군을 끌어들인 후에.”
‘이 크림슨 구울은 생각보다 더 엄청난 놈이야.’
웬만한 사람보다도 더 영리하다.
‘자아가 있을 뿐만이 아니라, 구울에게 자아를 나눠주고,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어.’
내가 생각 중이던 때, 실린이 이를 악물고 나를 노려봤다.
“나는 원화의 수장인 중앙 원화예요. 계속 무례하게 군다면……!”
툭.
내가 밧줄을 풀어내자 세 원화가 기함했다.
“어, 어, 어떻게……!”
북군 원화가 사색이 되어 물었다.
“아스트라에선 초급교육실에서부터 가르치는 거라서요.”
나는 송신용 마도구 더미를 뒤졌다.
‘무기로 쓸만한 게…… 어? 이 송신용 마도구는…….’
나는 원화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 마도구는─”
“빨리 날 안 풀어주고 뭐 하는 거야─?!”
실린이 나를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잘난 용이라도 불러와야 할 것 아냐!!”
“…….”
“날 언제까지 이 더러운 곳에 둘 거냔 말이야!”
“……라곤을 불러오면 다른 군사들이 위험해져. 내가 위험하면 그 애는 앞뒤 가리지 않으니까.”
“그까짓 군사들 알 게 뭐야!! 고귀한 나를 위해 죽을 수 있다면 영광이잖아─!!”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말해주려고 했다.
……이 송신용 마도구, 가동 중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