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79)
이 3세는 악역입니다 179화.(179/390)
179화.
황제는 여상한 표정으로 아스트라 공작에게 대꾸했다.
“그는 이미 황궁에서 조사 중인 일이오.”
“현재는 궁내부에서 진행 중이지 않습니까. 조사 권한을 보안청으로 이전하시지요.”
시중을 들던 황제궁의 시종장이 흠칫했다.
궁내부는 황제의 비서실이나 마찬가지.
반면에 보안청은 국가 안보를 담당하는 부서였다.
공작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이시론 공작이 눈을 홉떴다.
‘에릴로트 아스트라를 습격한 놈을 확실히 반역죄로 묶겠다는 말이군.’
아스트라 공작이 황제를 지그시 쳐다봤다.
“황궁을 범한 괴한입니다. 자비를 두신다면 선례로 남아 또 다른 습격을 만들 겁니다.”
“당시 외궁은 초청객들에게 개방되어 있었소. 초청객뿐 아니라 그들의 시중에게까지 출입권을 주었지.”
“해서요.”
“초청객끼리의 마찰이라면 반역으로 볼 수 없소.”
샤토브리앙 공작이 헛기침을 했다.
“그렇습니다, 폐하. 괴한인지 아스트라 백작 영애에게 앙심을 품은 귀족인지는 알 수 없지요.”
아스트라 공작의 입매가 비틀렸다.
“폐하, 제 손녀는 황군에 속해 있습니다. 폐하의 황군에 손댄 자가 어찌 역심을 품지 않았다고 확언할 수 있겠습니까?”
“비약이 심하십니다, 아스트라 공.”
“자네야말로 괴한을 비호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비호라니요. 괜한 의심하지 마십시오.”
“최근에 내 손녀를 공격한 것이 자네 딸이란 소문이 있더군. 혹 그 때문인가.”
“무슨 소리를 하십니까! 호사가들의 헛소리를 믿으시는 겁니까!”
“자네 딸이 내 손녀를 공격한 건 최근에도 있던 일이 아닌가. 백기사들이 목격한 일일세.”
“아스트라 공─!”
아스트라 공작과 샤토브리앙 공작이 날카롭게 대립했다.
황제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만들 하시오.”
“하지만, 폐하─!”
샤토브리앙 공작이 소리쳤을 때, 황제가 탕! 테이블을 내리쳤다.
샤토브리앙 공작이 흠칫하고 입을 다물었다.
황제는 한숨을 내쉬고 입을 열었다.
“그 건은 궁내부가 전담할 것이니 공들은 그리 알면 되겠소.”
“폐하, 곧 중앙탑의 신년 회의입니다.”
아스트라 공작의 말에 황제가 멈칫했다.
“해서.”
황제의 목소리가 무섭도록 낮아졌다.
그러나 아스트라 공작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눈으로 황제를 직시했다.
“본건을 의제로 상정할 생각입니다.”
“아스트라 공.”
“이미 4명의 공작이 동의했습니다.”
황제가 공작들을 쏘아보았다.
제르모 공작이 하하, 웃으며 슬쩍 시선을 돌렸다.
트랑 공작과 비페리 공작은 묘하게 웃고 있었다.
제르모, 트랑, 비페리에 아스트라까지.
‘저 뱀 같은 자들을 포섭했다고?’
황제가 딱딱하게 굳어졌고, 샤토브리앙 공작은 배신감 어린 눈으로 공작들을 노려봤다.
황제가 노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이미 6공작 중 과반수의 동의를 얻은 주제에 짐에게 먼저 찾아온 이유가 무엇이오.”
“귀족의 의결 기구가 폐하의 뜻을 꺾는 모양새는 아무래도 보기 좋지 않을 것이기에.”
“……!”
공작들이 합심하면 언제라도 황제를 꺾을 자신이 있다는 뜻이었다.
‘저 늙은이가…….’
아스트라 공작이 고개를 가볍게 숙였다.
“하면 현명한 결정을 기다리겠습니다, 폐하. 황가에 광영을.”
“황가에 광영을.”
“황가에 광영을.”
샤토브리앙 공작을 제외한 다른 공작들이 일시에 허리를 굽혔다.
황제와 대화를 마무리한 공작들이 떠났다.
방에 남은 것은 샤토브리앙 공작과 황제뿐이었다.
황제는 소리 없이 창밖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샤토브리앙 공작이 황제의 눈치를 보며 말을 붙였다.
“저, 폐하…….”
쨍─!!
황제의 손에서 날아간 술잔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벽에 부딪쳤다.
“폐, 폐하……!”
샤토브리앙 공작은 소스라치게 놀라 그를 쳐다봤다.
이처럼 흥분한 모습은 그가 황자이던 시절에나 보던 일이었다.
황제가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올리며 물었다.
“스테판. 짐은 자네와 지기이던 시절을 기억해.”
그들이 황자와 공작가의 후계이던 시절엔 이처럼 서로의 이름을 편히 불렀다.
“옛정을 생각해 마지막으로 묻지.”
“…….”
“자네 딸인가.”
“유, 율리우스!”
황제의 이름까지 부른 샤토브리앙 공작이 허둥지둥 그에게 달려갔다.
“내 딸이 바보 같은 짓을 했다는 건 인정하네. 하지만 그리 앞뒤 없는 짓을 벌일 아이가 아니란 것을 알지 않는가!”
“해서, 아닌가.”
“그건…… 그러니까 그게…….”
“대답.”
샤토브리앙 공작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종년 축제가 끝난 후로 샤토브리앙 가는 뒤집혔다.
“이 멍청한……! 토벌에서 그런 처참한 꼴을 보인 것도 기가 막힌 데, 서군 원화를 공격하기까지 해!”
“하, 하지만 아빠…… 아니, 아버지! 그 애가 저를 일부러 자극했다고요! 일부러 그 일을 만들려고……!”
“넘어간 네가 멍청한 것이다!”
“어, 어떻게 제게 그런 말을…….”
“온갖 곳에서 너를 두고 해괴한 말을 떠들고 있다. 하필 대부분이 실제로 있었던 일이야!”
“그건…… 그러니까…….”
“전야제에서 에릴로트 아스트라를 습격한 것도 정말 너인 것이냐?”
“…….”
“묻잖아!”
“그건, 그, 그러니까…… 저기…….”
“실린─!!”
실린은 끝끝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은 예감하고 있었다.
‘범인은 실린일 확률이 높다.’
아니라면 그 아이의 성정에 울고 불며 소리쳤을 것이다.
게다가 그 아이의 사재에서 나간 막대한 자금…….
샤토브리앙 공작이 눈을 꽉 감았다.
그리고 황제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 이번 일만 해결해주십시오.”
“기가 막히는군.”
“옛정을 생각하셔서…… 아니, 샤토브리앙 가가 지금껏 보인 충성을 헤아려주시면……!”
황제가 샤토브리앙 공작의 멱살을 잡았다.
“이 멍청한─!”
황제의 눈이 분노로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그는 이내 샤토브리앙 공작의 멱살을 내던지듯 놓았다.
‘이 자는 내 세력의 구심점이다. 지금 잃을 순 없다.’
이를 악문 황제가 공작을 노려보았다.
“지금 당장 중앙탑의 귀족들을 포섭하시오.”
“예, 옛!”
“또한 대규모 군사 훈련을 할 거요.”
“아아, 예. 그래야 황도에 있는 귀족들이 겁을 먹겠지요.”
“이 훈련이 공의 딸에게 마지막 기회가 될 거요. 원화 대결에서 승리하여 지휘석을 차지하시오.”
샤토브리앙 공작의 표정이 밝아지자, 황제가 그를 노려보았다.
“이번엔 사고 따위는 없어야 할 거요.”
“무, 물론입니다.”
각 군에서 5명씩 나와서 펼치는 대결.
숫자를 제한하기 위해 몬스터나 소환수는 불러낼 수 없다.
‘그렇다면 이건 실린이 이미 이긴 판이다.’
샤토브리앙 공작이 허둥지둥 방을 나섰다.
황제의 시종장이 염려 어린 목소리로 황제에게 말했다.
“샤토브리앙 부녀가 해내겠습니까? 혹 이번에도 실패하는 것은 아닐지…….”
“하면 도려내야지.”
이번이 정말로 마지막 기회였다.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샤토브리앙은 패망의 길로 들어서리라.
* * *
횃불의 궁.
기사들이 마른침을 삼키고 내게 집중했다.
북군 원화가 조급한 표정으로 말했다.
“누군데요, 네?”
세바스티아 언니가 픽 웃었다.
“북군에서 원하는 사람이 있을까 봐 걱정되나 봐요?”
“다들 같은 마음 아닌가요……. 4명은 다른 원화가 동의하지 않아도 무조건 데려갈 수 있잖아요?”
1등급의 기사뿐만 아니라 상장군도 데려갈 수 있다.
그러니 다들 엄청나게 긴장한 게 당연했다.
남군 원화가 인상을 쓰고 나를 살폈다.
“말 나온 김에 다들 뺏기기 싫은 기사를 하나씩 얘기해보죠?”
그러면 내가 원화들의 마음을 헤아려서 남겨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남군 원화가 얼른 덧붙였다.
“저는 마르키예요!”
원화들은 어이없는 표정이었다.
누가 네 애인에 불과한 마르키를 노리느냐는 것이다.
기사들의 표정도 미묘했다.
마르키만이 씩 웃으며, 남군 원화에게 윙크했다.
북군 원화도 우물쭈물 말했다.
“저는 뤼스요. 우리는 후방 지원해 줄 기사가 부족하다고요…….”
세바스티아 언니도 흠, 하며 말했다.
“난 상장군은 데려가지 않으면 좋겠는데. 다시 합을 맞추기 힘드니까.”
실린은 팔짱을 끼며 홱, 고개를 돌렸다.
내게 사정하긴 싫은 모양이다.
별로 관심이 없어서 난 어깨를 으쓱했다.
“일단 제일 원하는 사람은 카진이에요.”
“카진? 우리 상장군 카진이요?!”
남군 원화가 눈을 홉떴다.
다른 기사들도 크게 술렁였다.
놀란 건 그들만이 아니었다.
이전까지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던 카진이 눈을 크게 뜨고 날 쳐다본 것이다.
“네, 카진이요.”
“뭐, 카진은…… 네, 그래요! 데려가세요!”
남군 원화는 마르키만 아니면 뭐든 좋다는 태도다.
오히려 고마울 것이다.
마르키를 상장군으로 올리고 싶은데, 현재 상장군이 방해가 될 테니.
나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조윅도 데려오고 싶네요.”
“……!”
조윅이 휙! 고개를 치켜들었다.
“저를 말입니까?!”
“싫어?”
“아뇨! 당연히 좋……!”
─까지 말하던 조윅이 기사들의 눈치를 보고 슬쩍 말을 바꾸었다.
“따라야겠지요. 규칙이니.”
‘참나.’
그러면서 좋아죽는지 귓불이 새빨갰다.
나는 속으로 웃고서 말했다.
“세 번째는 방어권으로 쓰죠. 중앙군에선 축제 결과에 상관없이 한 사람을 데려갈 수 있으니.”
그게 중앙 원화의 특권이었다.
물론 중앙 원화의 표정은 썩어들어갔다.
‘이세즈를 데려가려고 했지? 어림도 없다.’
하나 있는 신성 기사를 뺏길까 봐?
“남은 하나는 차차 생각하겠어요. 그 외엔 트레이드할 마음이 없고요. 그럼 저는 이만 회의에서 빠져도 되겠죠?”
“아, 그야…….”
“네! 그러세요!”
남군 원화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마르키만 안 뺏기면 뭐가 됐든 좋은 모양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그 후로는 서군의 일을 했다.
정리할 게 많았다.
‘상장군은 누구로 해야 하지. 카진? 조윅? 쿠(현재 상장군 대리)도 서군에겐 신임이 높은데…….’
다들 매력 있는 후보들이라 고민이 된다.
만년필 대를 빙글빙글 돌리면서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어진 건…….
“아, 내가 먼저 들어간다고!”
“이것들이 상관 앞에서…….”
“언제까지 상관이우? 샤토브리앙 경도 서군으로 넘어가면 상장군이 될지, 안될지 모르는 판에……!”
기사들인 모양이었다.
나는 인상을 쓰고 문을 확 열었다.
“왜 이렇게 시끄러워?”
소년 기사들이 한데 엉켜 치고받기 일보 직전이었다.
엉켜있던 조윅이 말했다.
“아, 인사를 드리려고요. 내년부턴 서군의 일원이니 말입니다, 하하.”
중앙군의 다른 기사들도 있었다.
“샴입니다, 원화. 남은 한 자리! 제게 주십시오!”
“딕페로라고 합니다.”
나는 손을 휘휘 저었다.
“그게 목적이면 돌아가. 인사도 할 필요 없어.”
기사들은 시무룩해졌다.
하지만 내가 단호하자 우물쭈물 돌아가기 시작했다.
조윅이 멈칫했다.
“그런데 영애, 진짜 언니 없습니까?”
“사촌 언니들이 많아.”
“아뇨, 금발에 붉은 눈인데…….”
“미성년 중에서 금발에 붉은 눈을 가진 여자애는 나뿐이야.”
“아, 진짜 예뻤는데. 딱 내 스타일이었는데…….”
저건 왜 자꾸 헛소리를 하는 거야?
‘조윅은 취소. 상장군을 시키면 계속 붙어있을 텐데 피곤해지겠다.’
카진도 훌륭하니까…… 어?
나는 돌아가는 기사들 사이에서 묵묵히 나를 보고 있는 카진을 발견했다.
“카진?”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인사는 안 해도 된다고 했는데.”
“인사가 아닙니다. ……저를 남군에 남겨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기사들이 흠칫하고 카진을 쳐다봤다.
중앙군의 참모인 딕페로가 헛웃음을 흘렸다.
“저거 미친놈 아냐? 다들 못 가서 안달인데 무슨 지랄이지?”
중앙군 창술의 귀재 샴도 인상을 찌푸렸다.
“서군 원화께 눈도장을 찍으려고 별 수작을 다 부리는군.”
다른 기사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카진의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진심이구나.’
카진은 내게 허리를 깊이 숙였다.
“부탁드립니다.”
“올해 남군은 상장군을 바꿀 텐데? 마르키가 되고 넌 밀려나겠지.”
“상관없습니다.”
단정한 얼굴은 결기로 가득했다.
‘황실의 얼굴이라는 황군이라 그런가.’
하여간 잘생긴 애들은 엄청 많다.
미남, 미녀가 많기로 유명한 아스트라만큼이나.
빛을 흡수하는 것만 같은 차분한 남색 머리칼, 날렵한 눈매에 가지런히 자리한 순수한 청안.
그린 것 같은 금욕적인 미소년이었다.
카진이 허리를 깊이 숙였다.
“부탁드립니다.”
“싫은데?”
“……예?”
“목숨 걸고 과제에서 승리해서 얻은 부상이야. 내 상을 제지하고 싶거든 거기에 댈만한 걸 가져와야지.”
그때, 머릿속으로 쿡쿡 웃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 거래엔 수지가 맞아야지.]아웬이었다.
카진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저, 돈은 그리 많지 않지만, 급료를 모아둔 것이라도 괜찮으시다면…….”
“내가 돈이 부족해 보여?”
나 이 대륙의 백수정 유통을 담당하는 데이몬드 아스트라의 딸이야, 이거 왜 이래?
거기다 우리 할아버지는 공작 중에서도 재력 제일이라는 아스트라 공작이다.
카진이 “아…….” 하며 당황했다.
기사들은 아우성이었다.
“저 녀석이 싫다면 저를……! 저도 전술에 꽤 재능이 있어서─!”
“조용히 해, 샴.”
“이름을 기억해주시는 겁니까? 예, 제가 샴입─”
“조용히.”
“합─.”
샴이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
나는 카진의 눈을 쳐다봤다.
“응? 다른 건 없어?”
“……원하시는 게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글쎄. 거래를 하려면 네가 생각해왔어야지.”
“원화…… 저는 남군을 떠날 수 없습니다.”
“이유가 뭔─”
그때였다.
쿠당탕!
코너 뒤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엔 서군이었다.
상장군 대리인 쿠가 당황하여 두 기사를 쫓아오고 있었다.
그가 쫓아오고 있는 사람은 이세즈와 리암이었다.
나는 “응?” 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얼른 그들에게 달려갔다.
“뭐야, 너희 얼굴이 왜 이래?”
어디서 얻어맞고 왔는지 멍이 울긋불긋하고, 피의 흔적이 있다.
“누가 때렸어?! 누가 감히 내 군사를─!”
리암이 내 앞에 무릎을 굽혔다.
“호위, 제게 맡겨주십시오.”
“뭐?”
“제가 이 군에서 원화를 제일 사랑합니다. 그러니 제가 제일 잘 지킬 수 있─”
……나 열 살인데?
고개가 절로 갸웃 기울어졌다.
“너, 변태야?”
리암의 눈이 커졌다. 그는 당황해서 말했다.
“아니, 그러니까 제 말은 이성 간의 그런 게 아니라 충성, 존경, 믿음을 모두 아우르기 위해 사랑이라는 단어로……!”
나는 리암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그럼 그렇게 말해야지! 변태인 줄 알고 암살할 뻔했잖아!”
실력 좋은 마기사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