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95)
이 3세는 악역입니다 195화.(195/390)
195화.
* * *
파티장이 터질 듯 시끄러워졌다.
나는 슬쩍 사람들을 돌아봤다.
‘황제가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몰랐겠지.’
나도 몰랐다.
고작해야 중앙탑 의결권을 빼앗는 정도일 줄 알았지.
물론 그것도 다시 없을 망신이긴 했다.
아마 역사에 기록되어 두고두고 욕먹지 않을까.
가문은 풍비박산이 나겠지.
샤토브리앙도 장원을 가진 대귀족이다.
가주의 자리를 노리는 자들이 얼마나 많겠어.
최악의 경우엔 가주 자리에서 밀려나겠지.
‘그런데 재판에까지 회부된다면…….’
중앙탑 의결권을 빼앗기는 것은 물론이었다.
게다가 옥살이를 하게 될 터.
그럼 샤토브리앙 가문에선 그를 대신할 대행 가주를 선출할 것이다.
‘그렇게 가주 자리를 빼앗기는 거지.’
해서 재판에 회부한다는 건 황제가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현 가주, 스테판 샤토브리앙을 완전히 버리기로.
“아, 아아…… 아아아…….”
실린이 스르륵 주저앉았다.
거의 기절 직전이었다.
체면이 제일 소중한 아이가 맨바닥에 털썩 주저앉을 정도로.
이사벨라가 “어머, 어머!” 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어떡한담. 실린, 얘! 괜찮니?”
괜찮냐고 묻지만, 목소리에서 숨길 수 없는 즐거움이 보였다.
세바스티아 언니가 말했다.
“가문의 위기인데도 신이 났는걸.”
“가문은 위기지만, 본인에겐 기회니까요. 현 공작이 밀려나면 저 애 아버지가 가주가 되지 않겠어요?”
“그래. 입적되는 것보다 친부가 공작이 되는 쪽이 좋겠지. 그러면 제레스 샤토브리앙을 밀어내고 후계자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니…….”
세바스티아 언니는 역시 눈치가 빠르다.
괜히 사람들이 ‘비페리 하면 눈치, 눈치 하면 비페리다’라고 하는 게 아니었다.
비페리 공작을 꼭 닮은 세바스티아도 사람 보는 눈이 있었다.
‘욕망이 철철 넘치는 타입이긴 하지.’
하지만 내 눈엔 그것만으로 좋아하는 것 같진 않았다.
“실린에게 꽤 많이 당했던 것 같은데…….”
중얼거리자, 세바스티아 언니가 대답했다.
“알고 있었어?”
“짐작이에요.”
“그래, 실린이 죽어라 막아서 황도엔 올라오지도 못했지. 데뷔탕트에 도와준 귀족들도 거의 없다고 봐야 하고.”
실린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못되게 굴었는지 알만한 대목이었다.
그러니 누구 하나 저 애의 몰락을 슬퍼하지 않는 것이다.
도리어 키득키득 웃고 있었다.
한쪽에선…….
“너무 웃지 마셔요. 가엽네요.”
“하지만 얼마나 당했다고요. 영애는 그렇게 당해놓고도 어쩜 저 애의 편을 드시는지…….”
“저야 뭐…….”
“모 공자와 밤을 보냈다는 저질 소문을 퍼뜨려서 영애를 사교계에서 쫓아내려고 했던 것도 실린 샤토브리앙이라잖아요.”
“그땐 정말 괴로웠죠.”
또 한쪽에선…….
“돌아가신 할머님께서 도와주신 게 틀림없어!”
“너무 대놓고 좋아하는구나.”
“제가 얼마나 당했는데요, 언니. 남부 예비 원화전에서 조금 주목받았다고 밉보여서 말이에요.”
“온갖 것에 트집을 잡아서 개처럼 부려 먹었지.”
“그래요, 반항이라도 하면 금세 부모님을 두고 협박했다고요.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이제라도 저 성격이 밝혀져서 다행이지. 너만 이상한 사람이 되었잖니.”
하여간에 업보가 많은 애였다.
그런데 그때였다.
파티장 밖이 소란스러워지더니, 파앙테 영애가 얼른 문가로 향했다.
“황군이 여기는 무슨 일이십니까?”
정말로 황군들이 파티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냥 황군도 아니었다.
‘치안군.’
유혜민의 세계에선 경찰과 같은 역할이었다.
“송구합니다, 영애. 황제 폐하의 명을 받들어 외궁 습격의 주모자를 추포하겠습니다.”
“세상에…….”
“실린 히아신스 샤토브리앙은 황명을 받으시오─!”
오, 대단한데.
추포까지 해?
참석자들이 흠칫 놀라서 실린을 쳐다봤다.
비틀비틀 일어난 실린이 뒷걸음질 쳤다.
“무, 무슨…… 무슨 짓을…… 감히 내가 누군지 알고, 감히, 감히……!”
“순순히 따르지 않는다면 제압하겠소.”
“뭐, 뭐라고?!”
실린이 새파란 얼굴로 황군과 실랑이를 벌였다.
얼마쯤 지나자 부대의 장이 소리쳤다.
“제압해라!”
“이,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러는 거야?! 아버지……! 꺄악!! 아버지!!”
실린은 양팔이 붙잡혀서 끌려 나갔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제라도 인과응보를 알게 되어서 다행이네.’
유혜민의 세계에서나, 이 세계에서나 똑같다.
부모가 가르쳐주지 않으면, 사회에서 호되게 배우는 법.
‘차라리 어린 나이에 배워서 다행이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후로 실린은 황도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훗날 듣자 하니, 2년 간 소년 교도 시설에 있었다고 했다.
끝까지 개심하진 못했단다.
샤토브리앙 영지에서 사고를 치다가 완전히 가문에서 이름이 지워졌다나, 뭐라나.
* * *
며칠 후.
나는 한갓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장인이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들었다는 의자에 다리를 쭉 뻗고 앉아 창밖을 바라봤다.
방은 따뜻하고, 곁엔 맛있는 아이스티가 있으며, 일도 나가지 않아도 된다.
‘병가는…… 좋은 거구나…….’
절로 ‘크으’ 소리가 나온다.
5대5 공개 전투에서 실린에게 당해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탓에 병가를 받았다.
출근도 안 해도 되지.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사람도 안 만날 수 있지.
무엇보다…….
“맛이 어떠세요, 아기씨?”
내 머리를 빗겨주던 잔느가 생긋 웃으며 물었다.
나는 잔느가 사다 준 푸딩을 먹고 있었다.
‘정말, 너무, 엄청 맛있다.’
유혜민의 세계에 있는 전문점에서 하루에 30개씩만 팔릴 것 같은 맛이랄까.
엄청나게 고소하고, 짜릿할 정도로 달콤했다.
나는 내가 입이 짧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봐.
‘그냥 고급 요리가 입에 안 맞았던 거구나…….’
조미료를 최소화해서 재료 본연의 맛을 어쩌고 하는 요리들이 별로였던 거다.
생각해보면 그랬다.
‘난 유혜민이었을 때부터 미X, 다시X를 신봉하는 사람이었지.’
설탕과 소금은 많이 넣을수록 맛있다가 내 지론이었다.
물론 혈관과 합의가 없는 지론이다.
‘그렇지만 넣으면 정말로 뭐든 맛있어진다고.’
그런데 아스트라 같은 대귀족가에서 일하는 일류 셰프들은 그렇게 건강을 챙기더라고.
“너무너무 맛있어, 잔느!”
“다행이에요. 입에 안 맞으실까 봐 걱정했어요. 어릴 때, 제가 아플 때마다 언니가 사다 준 푸딩이에요.”
“잔느의 언니는 다정하구나.”
“네. 어릴 때 부모님을 잃어서 언니가 어린 나이부터 가장이 되었거든요. 제게는 부모이고, 제일 친한 친구 같지요.”
“응!”
“제게는 제일 좋은 음식이라 아가씨께도 맛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덕분에 내 혀의 취향을 알게 되었다.
난 벌써 푸딩을 일곱 개째 먹고 있는 중이었다.
‘좋네, 좋아.’
아빠가 가주가 되면 평생 이렇게 살 수 있겠지?
그때는 친척들에게 공격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없을 거다.
‘그런 인생 최고…….’
난 황홀한 표정으로 여덟 개째의 푸딩을 개봉했다.
“또 둘만의 세계에…….”
“나도 그런 푸딩쯤은 얼마든지……!”
하이디와 베티는 잔느를 노려보며 손수건을 물어뜯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에 어린 하녀가 들어와 하이디에게 속삭였다.
고개를 끄덕인 하이디가 말했다.
“주인님께 중앙탑의 휘장이 전달되었습니다.”
중앙탑에서 아빠를 받아들였다는 얘기였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정말? 아빠는 어디 계셔?”
“중정에서 휘장을 받고 계신대요.”
이렇게 될 줄은 알고 있었지만, 귀로 들으니 또 신이 난다.
나는 얼른 방을 달려 나갔다.
후다닥 뛰어서 중정으로 내려가자, 아빠가 정말로 옷에 휘장을 달고 있었다.
중앙탑의 상징인 우로보로스 형태의 배지를 달고 있는 아빠라니!
나는 잔뜩 흥분해서 아빠의 팔을 잡고 폴짝폴짝 뛰었다.
“멋져! 멋져요, 아빠!”
아빠가 빙그레 웃으며 날 안아 들었다.
“모두 네가 만들어준 것이지.”
“제가 아주 멋지게 만들었군요.”
나는 장난스럽게 말하며 아빠의 뺨에 얼굴을 비볐다.
아빠가 다정히 웃자, 중앙탑에서 온 사람들에게서 “하아아아아…….”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쳐다보니 다시 흠칫, 자세를 바로 했지만.
‘그래, 그래. 잘생겼지? 나도 알아.’
나도 볼 때마다 깜짝 놀란다니까.
유혜민의 세계에서도 이런 배우는 없을걸.
우리 아빠라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봐도 신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것 같은 외모였다.
‘거기다 중앙탑의 휘장까지 다니 더 멋지네.’
아빠가 웃음기 어린 얼굴로 물었다.
“오늘은 밖에서 식사를 할까. 레스토랑이란 것이 생겼다고 하는구나. 귀족들의 식당 같은 것이지.”
“응! 좋아요.”
그러자 아빠의 주변에서 날 보며 웃고 있던 오라버니들이 말했다.
“오늘은 웬일로 승낙이 쉽네? 넌 집을 제일로 아는 애잖아.”
발자크의 말에 난 아빠의 목을 끌어안고 말했다.
“밖에 나가서 자랑하려고. 우리 아빠 엄청 멋지니까.”
“난? 나는 어때? 나도 멋지지 않아?”
“발자크 오라버니는 별로…….”
“뭐야?!”
발자크가 눈을 가늘게 뜨고 내 양 뺨을 덥석 잡았다.
“다시 말해봐.”
“아바가 더 머이으이아. (아빠가 더 멋있으니까.)”
“아버지와 비교하는 건 반칙이지. 저 외모를 어떻게 이겨?”
요슈아가 쿡쿡 웃었다.
내게서 발자크의 손을 떼어낸 그가 말했다.
“아버지보단 못해도 네 눈에 꽤 괜찮아 보이도록 열심히 꾸며야겠는걸.”
요슈아도 기분이 엄청 좋아 보였다.
그야 요슈아는 똑똑해서 상황이 완전히 우리 편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을 테니까.
‘장남인 그리미에 백부보다 먼저 중앙탑에 들어가게 되었어.’
할아버지가 중앙탑 출입권에 찬성표를 던져줬다.
이제 아빠의 위상은 전과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벌써 아빠를 차기 공작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발자크와 리시먼드도 기분이 좋아 보였다.
리시먼드가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외출 준비를 할까요?”
“그래.”
총집사인 미켈란이 하인에게 레스토랑 예약을 지시했다.
우리는 중앙탑에서 휘장을 전달하러 온 사람들에게 인사한 뒤, 방으로 올라갔다.
잔느와 하녀들이 외출 준비를 도와주었다.
적포도색 벨루아 원단으로 만든 치마가 풍성한 드레스를 입었다.
머리는 양쪽으로 땋아서 동그랗게 말았다.
외투는 망토였다. 섬세한 문양이 수놓아지고 밑단에 복슬복슬한 털이 달린 형태의.
나를 세워 둔 하이디와 베티가 꺄─! 소리치며 양쪽에서 얼굴을 문대왔다.
“오늘도 너─무 아름다우세요~.”
“신의 걸작이 틀림없지요~.”
망토의 리본을 잘 묶어준 잔느도 미소 지었다.
“잘 다녀오세요.”
“응.”
나가려던 난 “아.” 하고 잔느와 하녀들을 돌아봤다.
“세 사람은 오늘부터 휴가를 줄게.”
“휴가요?”
“휴가라고요?!”
“휴가……?”
난 생긋 웃고 말했다.
“당분간은 별일이 없을 테니까 가족들을 만나고 와.”
“아가씨…….”
“우우, 아가씨…….”
하녀들은 엄청나게 감동한 표정이었다.
난 고개를 끄덕이고 잔느를 쳐다봤다.
“잔느는 황도에서 언니와 좋은 시간 보내고.”
“감사합니다.”
“응! 다녀올게!”
하녀들에게 말하고, 중정으로 내려갔다.
아빠와 오라버니들은 벌써 준비를 마치고 날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합류하기 무섭게 마차가 준비되었다.
가족 모두와 함께하는 첫 외출이었다.
* * *
레스토랑에 도착한 나는 “와…….” 하며 건물 내부를 돌아봤다.
‘귀족들을 위해서 만들어졌다더니 정말로 화려하네.’
인테리어는 파앙테의 살롱을 벤치마킹했는지 구조라든지, 소품에서 익숙한 느낌이 났다.
입구엔 항아리를 든 천사상이 중앙에 배치된 분수대가 있었다.
항아리에서 맑은 물이 끊임없이 졸졸 흐른다.
‘예쁜걸.’
손님 접대도 흠잡을 데가 없다.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총관리장으로 보이는 사내들과 몇 명의 종업원들이 우리를 맞이했다.
자리로 안내하면서도, 친절하고 절도 있다.
나는 아빠의 손을 잡고 걸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어?”
뭔가 발견한 내가 중얼거리니, 가족들이 날 쳐다봤다.
“왜?”
요슈아가 물어서 난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저기 벽에 걸린 것 말이야. 제르모 공작가의 문양 아냐?”
사과를 품고 있는 뱀 문양.
확실히 제르모 공작이나 그 아들인 카시안 제르모의 옷에 저런 문양이 있었다.
아빠가 대답했다.
“제르모에서 출자한 식당인 터라.”
“아아.”
고개를 끄덕이자 쌍둥이가 말했다.
“아기는 눈이 밝네.”
“에릴로트는 기억력이 좋으니까. 그리고 아기라고 하지 말라고 했지.”
“으, 입에 붙었다고.”
한가한 잡담을 나누며 자리에 도착했다.
앉아서 손을 닦고 있으니 아빠에겐 식전주가, 우리에겐 주스가 나왔다.
음식을 먹기 전에 마시는 음료인 터라 전혀 자극적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마실만 해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도 훌륭했다.
아스트라 공작성의 식사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음, 괜찮은걸.’
물론 내 취향은 더 자극적인 거지만.
‘이 요리는 매콤해서 닭갈비가 생각나네. 닭갈비…… 맛있겠다.’
식사를 하면서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샤토브리앙 공작은 어떻게 됩니까?”
“글쎄. 하지만 폐하 말씀으론 3년형을 받을 것 같다더구나.”
“그렇게 비리가 많은데 고작 3년이요?”
“공작이 옥살이를 하는 건 최초니까 의미가 있긴 하지. 무엇보다 그 3년간 현 공작은 모든 걸 잃을 테니.”
“그럼 딸은? 에릴로트를 죽이려 했잖아!”
“교도 시설에 간다더군. 귀족 사회에선 매장인 거야.”
“중앙 원화 자리가 비었으니…….”
얘기를 나누고 있던 도중이었다.
쨍─!!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뭐야?’
나는 고개를 돌렸다.
자리마다 놓인 칸막이 위로 익숙한 얼굴이 삐죽 나와 있었다.
‘저거…….’
볼프강이다.
5대5 공개 전투의 심판이었던 볼프강.
그가 꽥꽥 소리치고 있었다.
“날 뭘로 보고 이따위 짓을……!”
아무래도 종업원에게 소리치는 것으로 보였다.
납작 엎드려 있는지 칸막이 아래로 손발이 보인다.
“죄, 죄송합니다, 나리.”
응?
엄청나게 익숙한 목소리였다.